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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커피님의 서재입니다.

잔혹 기사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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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플레멘
작품등록일 :
2024.05.08 18:28
최근연재일 :
2024.05.14 13:0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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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글자수 :
77,810

작성
24.05.13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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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12. 돈 되는 고양이 장사

DUMMY

012. 돈 되는 고양이 장사






*



삐익.


단말기에 돈이 입금된 소리와 함께 폰에도 문자가 왔다.


230만원 출금.


정신이 아찔한 금액이다.


“잠시 카페에서 있다가 오세요. 30분 정도 걸릴 겁니다.”

“예.”


김세나가 그렇게 사라지자 두 직원은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그러자. 두 마리 냥이(천존의 고양이)가 보무도 당당하게 낯선 공간을 밟았다.


저벅저벅.


“꺄아아.”

“캬악.”


파바밧.


냥이들은 곧장 구석에 웅크린 두 마리를 한 마리씩 목덜미를 물고 끌고 왔다.


그러면서도 조금도 힘들지 않아 했다.


냥이들은 연신 고양이 말을 하며 교육을 시작했다.


“니야옹! 야옹.”

“야오옹. 니용!”


살벌한 목소리에 고양이들은 무서워서 똥오줌을 지르려 했지만, 뚫어지게 쳐다보는 맹수의 눈빛에 괄약근의 힘을 꽉 주고는 배변통으로 달렸다.


뿌지직.

졸졸졸.


김세나의 고양이가 정말 오랜만에 배변통에다가 볼일을 보았다.


주인이 보았으면 너무 기뻐서 울었을지도 모르는 생활의 작은 기적.


“니야아앙.”


‘알베르트 샵’이라고 적힌 목걸이를 한 냥이들이 다시 소리치자, 볼일은 본 고양이가 빠르게 달려왔다.


그리고 다시금 10분간 잔소리 같은 협박이 이어졌다.


고양이 말로 ‘죽여버린다.’ ‘사지를 찢어버린다.’ 같은 소리였다.


고양이들은 고개를 푹 숙이며 경청했다.


그 모습을 본 중년 여직원이 신기하다는 듯 옆 신입에게 말했다.


“참나. 언제 봐도 신기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사장님이 어떻게 이렇게 고양이를 교육했는지 참. 대단해.”


뭔가 소름 끼치는 섬찟한 기운이 냥이들에게서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저도요. 너무 무서워요.”

“그래도 이 불경기에 대우가 얼마나 좋은데. 우리는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예.”


둘 다 캣맘 출신이다.


불쌍한 동물을 돌본다는 우월감만큼 남들에게 피해를 주었고, 그만큼 많이 빌었고 보상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회사에 들어갈 수 없으니.


‘알베르트 샵’의 직원들은 전원 캣맘 출신이다.


중년 여성도 길거리에서 고양이에게 밥을 주다가 여사장을 만났다.


자신이 밥 주던 고양이들이 여사장에게 아양을 부리며 사라졌고, 그 허탈한 마음에 절망할 때 명함을 받았다.


‘솔직히 여사장보다 뒤의 남자에게 아양을 부린 것 같지만.’


고양이를 돌본다는 점과 엄청난 대우에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다만.


“돌아다니면서 무릎 꿇고 개처럼 비세요. 저도 캣맘 출신이에요. 저도 그렇게 빌고 용서받았어요.”

“요. 용서?”


분하고 억울하고 또 모욕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변변한 직장도 없는 비루한 내 인생이, 내 등과 무릎을 굽히게 했다.


“이. 시발년아!”

“개 같은 년! 네가 밤마다 전화했지!”

“왜. 니 동네나 돌아다니지, 다른 도시로 원정까지 오는 거야!”


파앗.

퍼억.


업보가 많은지 주먹과 발길질이 연신 날아왔다.


속에서 부글거리는 감정이 밀려와, 칼부림이라도 치고 싶었다.


하지만. 꾹 참고 계속 맞다 보니 내가 죽일년이라는 것이 깨달아졌다.


‘그래. 내 쾌락을 위해서 남들에게 몹쓸 짓을 했구나. 하지만. 그 불쌍한 고양이는··· 아아. 여사장님이 잘 키우겠지.’


정말 개 같이 맞았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울부짖으며 식칼을 들고나오는 남자를 부모가 울면서 말렸다.


“애야! 그만해!”

“저. 저년 때문에, 고양이 소리에 잠도 못 자고! 수능도 개판으로 봤어! 시발년아! 내 인생 돌려줘! 좆같은 시발년!”


주변 남자들이 막아서 가까스로 목숨을 구제받았다.


그렇게 ‘펀치 드렁크’ 현상에 몸을 대짜로 뻗어 간신히 숨만 쉴 때, 사람들이 혐오의 시선으로 물었다.


“고소할 거야?”

“아. 아니오. 안 합니다.”

“흥. 왜? 저번처럼 내 집 앞에 고양이 밥통 놓고 내가 치우니까 고소했잖아. 시발. ‘재물손괴’였나? 시발년.”

“죄. 죄송합니다.”


수치심에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직장에 꼭 들어가고 싶다.


그렇게 고양이들이 애교를 부리는 사람 밑에서 살고 싶다.


젊은 여자는 내려다보며 이를 깨물며 말했다.


“흥. 고소해도 상관없어. 시발. 내가 네년 배때기 쑤시고 그냥 빵에 갈 테니까.”

“죄송합니다. 용서하세요.”

“흥!”


그러면서도 어떤 응어리가 풀린 목소리였다.


“퉤!”

“시발년.”


사람들이 하나씩 응어리를 풀고 사라졌다.


온몸의 통증과 그보다 더한 비참함이 몰려와 당장이라도 혀를 깨물고 싶을 때.


저벅저벅.


며칠 전에 보았던 여사장이 찾아와 쭈그려 앉았다.


“합격.”

“아아.”


눈물이 흘러내렸다.


순간 깨달았다.


나는 고양이를 좋아는 했지만, 사랑한 적이 없다는 것을.


나의 비참한 삶을 보지 않기 위해서 고양이를 이용했다.


연약한 동물을 돌보는 우월감은 끊기 힘든 마약 같은 쾌락이다.


그 쾌락에 사람들이 고통받고 고양이는 더욱 미움받았다.


‘그래. 그렇게 고양이가 좋았으면, 다른 방법을 생각했어야 했는데··· 나 때문에 더욱 역겨운 동물이 되었어. 미안. 미안해. 응? 아아!’


갑자기 통증이 사라졌다.


부러진 것 같은 갈비뼈도 이상하게 안 아팠다.


신비로운 마법에 어리둥절할 때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해요. 솔직히 별다른 기대 안 했는데···. 김숙자씨보다 덜한 캣맘도 시험에 실패했거든요. 그래서 기억을 없애느냐고 오빠한테 혼나고···. 제물을 계속 소비한다고 지금도 계속 혼나고 있어요. 후훗.”

“?”


조란은 핸드백에서 봉투를 꺼냈다.


“이걸로 회사 주변에 월셋집을 구해요. 새 옷도 사고, 먹고 싶은 거도 실컷 먹어요. 그리고. 4일 후에 출근하세요. 김숙자씨. 합격을 축하합니다.”


조란은 바로 일어나 다음 후보가 있는 지역으로 갔다.


그런 그녀 주변에 섬뜩한 살기를 보이는 고양이 10마리가 멀리서 호위했다.






솨아아.


고양이들은 새색시처럼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에도 가만히 있었다.


신입이 고양이 샴푸를 뿌리고 비비자 시커먼 물이 흘렀다.


냄새가 심하다 싶었는데, 역시나 몇 번을 감아도 검은 물이 나왔다.


‘으으. 더러워.’


다 씻기고 말리고, 서비스로 방 안도 청소했다.


그러자. 사람 살만한 곳으로 변했다.


오줌 냄새나는 이불은 어쩔 수 없지만.


고양이들은 차렷 자세로 얌전히 있었다.


앞으로 저 고양이들은 집사에게 잘할 것이다.


“하아. 끝났다.”

“수고하셨습니다.”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고양이들이 다 했지.”

“호호. 그건 그렇죠.”


폰을 보자 40분이 지났다.


김숙자는 바로 김세라에게 전화했다.


김세라는 근처에서 기다렸는지 5분도 되지 않아 들어왔다.


미워도 고양이가 걱정된 모양이다.


“교. 교육이 끝났나요?”


김숙자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완벽하게 착한 고양이가 되었어요. 앞으로 불편한 일 없을 겁니다.”

“아아. 아아!”


김세라는 깨끗해진 방보다 좋은 냄새를 풍기는 고양이를 보고는 까무러치듯이 놀랐다.


“미. 미키. 미니.”


덜덜덜.


두렵고도 기대되는 손짓이 고양이들에게 조심스럽게 닿았다.


고양이들은 순간 평소에 하듯이 발톱을 내밀려 하다가 빤히 보는 냥이들을 보며 방금의 교육을 떠올렸다.


“냐옹내이아(배부른 새끼).”

“니야옹니옹옹(너 길에서 시궁창 쥐 먹은 적 없지)?”

“야오야오앙옹(고마운 줄 알고 살아라. 시발아).”

“니오니야양(다음에 또 보면 죽인다. 찢어 죽인다).”


집고양이들은 들고양이 출신을 보고, 자신이 얼마나 배부르게 살았는지 깨달았다.


그리고. 영혼을 옥죄는 흉흉한 기운에 복종할 수밖에 없다.


집사가 불만 전화를 하는 순간 자기들은 죽은 목숨이다.


쓰담쓰담.


고양이들은 어색한 기분으로 집사의 손길을 즐겼다.


“아아! 착하다. 착해.”


김세라는 이 작은 감촉에 눈물을 흘렸다.


고양이들은 그 모습에 마음이 찔끔거려 궁둥이를 내밀려 둥디팡팡을 요구했다.


팡팡팡.


몸에서 쾌감이 일어나자 고양이들은 더욱 몸을 비비며 주인에게 몸을 맡겼다.


“아아. 이게 꿈이야 생시야!”


김세나는 행복해 미칠 것 같았다.


230만원이 아깝지 않았다.


김숙자와 신입은 흐뭇하게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너무 외로우니까 동물을 키운다.


그리고. 제대로 못 키워서 주변에 민폐를 끼친다.


“만족하셨습니까?”

“아아. 예. 정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알베르트 직원은 가방을 들고 원룸에서 사라졌다.


무시무시한 냥이들이 사라졌어도, 김세나의 고양이들은 주인에게 함부로 하지 않았다.






김숙자는 백미러로 뒷좌석의 두 가방을 힐끔거리며 보았다.


무덤덤하게 조용히 있는 냥이들이 신기했다.


처음에는 쓰다듬다가 죽을뻔했는데, 이제는 조금 친해져서 살짝 만지는 걸 허락해 주었다.


‘이렇게 번듯한 직장을 얻어서 다행히야’


‘알베르트 샵’은 장사자 너무 잘돼서, 회사가 망할 걱정은 전혀 할 필요 없다.


일본에서도 손님이 찾아올 정도로 유명해지고 있다.


처음 오피스텔에서 시작하던 게 이제는 건물 하나를 통째로 사용했다.


조만간 건물을 통째로 살 거란다.


이제는 직원도 더 늘려 비캣맘 출신들도 모집하고 있다.


캣맘이라고 다 김숙자처럼 합격하지 않았다.


오히려 대부분이 ‘내가 뭐를 잘못했냐!’라고 소리 지르며 난동을 부렸다.


어떤 캣맘은 들고양이 소유권이나 주장하고, 거액을 돈이나 요구했다.


‘미친년들. 개 같은 년들.’


김숙자는 능숙하게 운전하며 다음 고객 집으로 핸들을 돌렸다.


철컥.


주택 문이 열리고 한 노파가 직원들을 반겼다.


얼굴에 잔뜩 할퀸 자국이 있는 모습에 안쓰러웠다.


“저어. 도. 돈이···.”


자리에 앉자 노파는 명목 없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애원했다.


“불쌍한 노인인데··· 좀 도와주시면 안 될까요?”


제법 충족한 집안 살림.


유명 브랜드의 찻잔.


불쌍한 요괴 같은 모습에 조금 동정심이 들었지만 김숙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그럼.”

“서. 선배.”


단호하게 일어나는 모습에 살짝 눈물을 글썽이던 신입이 선배를 올려다보았다.


“가자. 우리는 직원이야. 자선사업이 아니야.”


공짜로 해주었다는 소문이라도 나면, 너도나도 공짜로 해달라고 할 것이다.


회사에서도 철저하게 돈을 받으라고 했다.


아니면 해고다.


“그. 그래도.”


김숙자는 노파에게서 냄새를 맡았다.


지하철에서 돌아갈 차비가 없다고 사람들 돈 뜯는 노파의 냄새다.


불쌍한 모습에 속으면 안된다.


저 표정으로 젊은 사람들 동정심을 이용해서 하루에도 10만원 넘게 번다.


자기도 그렇게 돈을 뜯겼고, 지하철 구석에서 만원짜리 돈뭉치를 세는 모습을 확인하고는 얼마나 화가 치밀었는지 모른다.


김숙자는 노파를 잠시 노려보며 싱긋 웃었다.


“출장비를 받아야 하지만 저희 ‘알베르트’에서 감당하겠습니다. 대신 앞으로 회사의 어떤 서비스도 받지 못합니다. 그럼.”

“아. 아아! 잠깐!”


흥정하려던 노파는 얼굴이 구겨지며 김숙자의 팔을 잡았다.


그때였다.


“캬아아악!”


가방에서 살기 가뜩한 소리가 울리자, 노파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히이익!”


털썩.


노파는 가방 속 번쩍이는 눈빛에 기가 질렸다.


“돈. 돈 줄게. 다 줄 테니까 가지 마.”

“흐음.”


이런 진상은 나중에 어떤 핑계를 대서라도 돈을 환불받으려고 할 것이다.


똥 밟았다고 생각하고 환불해주는 방법도 있지만, 회사는 몇 배 손해를 보더라도 법정투쟁에 돌입한다.


그리고. 투쟁이 끝나면 확실하게 보복한다.


그게 회사의 법칙이다.


씨익.


김숙자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리며 자리에 앉았다.


“저희 ‘알베르트 샵’은 수속성 교육부터 여러 교육이 있습니다. 돈은 조금 비싸지만······.”






토각토각.


근사한 말을 탄 갑옷을 입은 남자가 마을을 돌아다녔다.







작가의말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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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014. 첫 살인 24.05.14 7 2 13쪽
13 013. 영지 24.05.13 10 2 12쪽
» 012. 돈 되는 고양이 장사 24.05.13 12 2 12쪽
11 011. 알베르트 샵 24.05.12 11 2 13쪽
10 010. 사채꾼 정리 24.05.12 9 2 12쪽
9 009. 습격 24.05.11 9 2 12쪽
8 008. 강철의 고양이 24.05.11 12 2 12쪽
7 007. 헬창 제물 24.05.10 10 1 12쪽
6 006. 첫 사람 24.05.10 13 2 12쪽
5 005. 두 번째 사냥감 24.05.09 19 2 12쪽
4 004. 첫 번째 제물 24.05.09 18 2 12쪽
3 003. 싸움의 준비 24.05.08 19 2 12쪽
2 002. 환생 24.05.08 26 2 12쪽
1 001. 소드 마스터의 죽음 24.05.08 32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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