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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큐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 후 검술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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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큐
작품등록일 :
2022.05.11 13:46
최근연재일 :
2022.05.17 16:36
연재수 :
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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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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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1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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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1. 허세 가득한 비급서

DUMMY

노력은 안 될 놈도 되게 한다.

가문의 수치 레너드는 힘들 때마다 이 말을 되뇌었다.

그는 4형제 중에 유일하게 오러를 다루지 못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내 가문에 쓰레기는 필요 없다.’라는 아버지의 폭언을 듣고 가문에서 추방당한 20살 무렵에는 방황하기도 했으나 결국 다시 일어나 검을 쥐었다.

그렇게, 기형적인 오러홀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오러를 다룰 수 없는 나날이 이어지던 어느 날.

레너드는 우연히 방문한 고서점에서 저자 불명의 비급서를 발견했다.


- 이 비급을 익힌 자, 절대무적의 검객이 되어 검 하나로 인구에 화자 될 영원불멸한 업적을 세우리라.


첫 문장부터 허세가 가득 담겨있는 게 딱 봐도 사기꾼이 남 등쳐먹기 위해 만든 가짜 비급서였다.

고서점 주인은 아예 가짜를 넘어 유해하기까지 한 비급서라고 말했다.

그는 이걸 구매했던 용병이 며칠 전에 찾아와 ‘이 비급서대로 수련했다가 오러홀이 꼬여 죽을뻔했다!’라고 소리치며 칼부림하고 간 사연을 들려주기도 했다.


- 버리려고 빼놓은 물건인데 아내가 뭣 모르고 다시 끼워놓은 모양이야. 이리 주게. 그 흉물은 파는 물건이 아니네.


하지만, 레너드는 ‘오러홀이 꼬여서 죽을뻔했다.’라는 말에 꽂혔다.

그의 기형적인 오러홀이 꽈배기 모양이었기 때문이다.

고서점 주인의 경고에도 홀린 듯 책을 사 온 레너드는 비급서를 익혔고 기적을 보았다.

비급서가 하라는 대로 했더니 오러가 꽈배기 모양의 오러홀과 정확하게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레너드는 감격했다.


‘역시 노력은 안 될 놈도 되게 한다. 내가 만약 도중에 포기했다면 이 비급서를 얻는 행운을 거머쥐지 못했을 거야.’


그날 이후 레너드의 실력은 하루가 모르게 상승했다.

그럴수록 비급서에 대한 신뢰도 높아졌다.


- 이 비급을 익힌 자, 공간을 베어낼 수 있으리라.

- 이 비급을 익힌 자, 시간의 강의 주인이 되어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 수 있으리라.


비급서의 구결을 깨우쳐갈수록, 레너드는 비급서의 저자가 남긴 글귀가 마냥 허세로 느껴지지 않게 됐다.

꾸준히 비급서를 익히다 보면 정말 저자가 주장하는 대로 절대무적의 검객이 될 것만 같았다.

······꾸준히 비급서를 익힐 수 있다면 말이다.

레너드는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에서 거대한 운석이 떨어지고 있었다.

낙하 방향은 레너드가 있는 곳.

비급서를 충분히 익혔다면 떨어지는 운석조차 가루로 만들어버릴 수 있겠지만 레너드는 입문 8개월 차의 아기 검객이었다.

이제 비급서의 10층 구결 중 3번째 구결에 입문한 그는 시야를 다 가릴 만큼 가까이 다가온 운석 앞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죽는 건가, 이렇게 어처구니없게. 근데 좀 전까지 멀쩡했던 비급서의 글자들이 왜 갑자기 사라졌지?’


죽기 직전 한다는 생각이 고작 이런 쓸데없는 의문인 것은, 눈앞에 닥친 죽음이 실감 나지 않아서겠지.


콰아아아앙-!


운석이 지면에 내리꽂혔다.

세상이 붕괴하는 듯한 폭음과 함께 강력한 충격파가 발생했다.

레너드의 기억은 거기서 끊겼다.


***


노예로 태어나 대륙에서 손꼽는 명문가의 가신이 되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레너드는 몇 년 동안 용병으로 대륙을 떠돌아다녔지만 그 정도로 출세한 사람은 한 명밖에 보지 못했다.

바로 그의 아버지 허크 경이었다.

노예 검투사로 시작해 일신의 능력으로 준남작이라는 작위를 얻어낸 허크 경은 누가 보더라도 성공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아버지로서 훌륭했냐고 묻는다면 아니었다.

그는 제 가문의 일에 관심이 없었다.

레너드의 모친이 출산 후유증을 앓고 있는 걸 알면서도 귀찮다는 이유로 방치했다가 죽게 만든 것만 봐도 그랬다.

허크 경의 머릿속에는 필트 가문의 가신으로서 더 큰 공을 세워 남작 작위마저 얻어내고 말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런 허크 경이라도 자식 교육만큼은 신경 썼다. 문제가 있다면 그의 교육관이 무척 과격했다는 것이었다.


- 데릭, 레너드. 지금부터 서로 싸워라. 진 놈은 열심히 훈련하지 않은 거로 간주하고 귀싸대기를 스무 대 때려주겠다.


허크 경은 인생의 절반 이상을 노예 검투사로 살았다.

보고자란 게 검투사로서의 삶밖에 없었던 탓일까?

허크 경은 자식들을 노예 검투사 교육하듯 가르쳤다.

매주 자식들끼리 피를 튀기는 싸움을 붙여 승자와 패자를 나누고 패배한 자식에게는 심한 체벌과 모욕을 주었다.

구경하러 온 마을 사람들에게 관람료를 걷고 그 일부를 승리한 자식에게 떼어주기도 했다.

하여, 레너드를 포함한 4형제는 어렸을 때부터 서로를 원수처럼 여기며 다툴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어린 시절의 레너드는 그럭저럭 형편이 괜찮았었다.

검술에 빼어난 재능이 있어 형제들을 압도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기형적인 오러홀 때문에 오러를 다룰 수 없었던 레너드는 형제들이 하나둘 오러를 쓰게 되며 인생의 암흑기를 맞이했다.

형제들은 레너드에게 패해 아버지의 구타를 받고 살아왔던 과거를 잊지 않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레너드는 아침 점심에는 형제들에게 처맞고, 저녁에는 아버지에게 처맞는 삶을 살아가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레너드는 다른 형제들과 달리 어머니마저 죽고 없었다.

집안에 레너드를 지켜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이것이 지금 거울 앞에 선 레너드의 몸이 멍투성이인 이유였다.


‘충격파에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뜨니 과거로 돌아왔다. 대륙력 875년 5월 5일. 19살 시절로.’


이 사실을 머리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받아들이기까지 반나절이 걸렸다.

레너드는 과거로 돌아올 수 있었던 이유에 관한 추측도 나름대로 해 본 상태였다.


‘죽기 직전에 비급서의 글자들이 모두 사라졌어. 그게 과거로 돌아온 것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


추측의 사실 여부는 당장 알 수 없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다시 살게 됐다는 거 아니겠나?

전생보다 훨씬 일찍 제대로 된 수련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용히 연공 할만한 장소가······ 아, 폭포 근처의 공터. 거기가 좋겠어.’


목적지를 정한 레너드는 바로 이동했다.

저택을 나와 앞마당을 가로지르던 레너드는 미간을 좁혔다.

멀리서 한 쌍의 남녀가 걸어오고 있었다.

남자는 첫째 형 데릭이었고, 여자는 엘··· 엘······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아무튼 마을에서 예쁘기로 소문이 자자한 애였다.


“여어, 넷째!”


데릭이 손을 흔들며 아는 척을 해왔다.


“어디 가냐?”

“수련하러 갑니다.”

“수련? 주제에?”


데릭이 피식거리며 비웃었다.


“그런다고 이 형님의 발끝에라도 따라올 수 있을 것 같냐?”

“형님을 어떻게 해 보기 위해 하는 수련이 아닙니다. 제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수련이죠.”

“뭐래, 이 병신이. 자기는 이 새끼 말 이해 돼?”


엘리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크크크. 나도 이해가 안 돼.”


데릭은 엘리의 허리를 한 손으로 끌어안으며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뭐, 너도 대가리가 있는데 주제 파악은 이미 끝났겠지. 네가 암만 노력해도 이 데릭 형님께는 안 된다는 사실을 말이야.”

“······.”

“인사나 해라. 이쪽은 엘리. 너도 알지? 우리 마을 최고 미녀. 오늘부터 내 여자친구야.”


데릭은 그리 말하며 엘리를 향해 입술을 내밀었다.

엘리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제 입술을 데릭의 입술에 갖다 댔다.


“크하하! 자기 입에서 꽃향기가 나!”

“이잉. 몰라몰라.”


엘리가 수줍게 웃으며 데릭의 가슴을 콩콩 두드렸다. 꿀이 떨어지는 한 쌍이었다.


“새끼, 표정 썩어가는 것 좀 봐. 부럽냐?”


레너드는 고개를 저었다.


“병신. 부러우면서. 솔직히 말해봐. 너도 둘째나 셋째처럼 엘리를 짝사랑하고 있었지?”


‘뭐라는 거냐.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앤데.’


“이제 엘리는 내 거야. 함부로 쳐다보지 마라. 훔쳐보다 걸리면 눈깔 뽑아버릴 테니까. 자기야, 가자. 둘째랑 셋째. 그 음탕한 놈들한테도 확실히 경고해 둬야 해.”


‘경고가 아니라 자랑이겠지.’


레너드는 데릭의 뒷모습을 보며 전생을 떠올렸다.

둘째 형과 셋째 형은 데릭이 엘리와 물고 빠는 모습을 보고는 눈물을 펑펑 쏟았었다.

그러고나서 그들은 이루어지지 않은 첫사랑의 슬픔을 털어내겠다며 레너드를 신나게 두들겨 팼다.

레너드는?

전생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저 치들의 애정행각에 별 관심이 없었다.


‘쓸데없이 연공 시간만 낭비했어. 그래도 데릭, 여자 앞이라고 다짜고짜 주먹을 날리지는 않았구나. 제 폭력성을 감추고 싶기라도 했나?’


여하튼, 회귀 첫날부터 처맞는 불상사는 피했으니 오히려 좋았다.


***


쏴아아아-!


폭포수 소리가 시원하게 들리는 산속 공터.

레너드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고서점 비급서의 이름 없는 오러 연공법을 운용했다.


‘으음.’


칼로 쑤시는 듯한 통증이 오러홀에 서 느껴졌다.


‘예상은 했지만 오러홀이 많이 상해 있는걸.’


허크 경이 알려준 오러 연공법만을 진리인 양 믿고 수련한 결과였다.

평범한 오러홀을 지녔다면 허크 경의 연공법은 그럭저럭 쓸만했을 터였다.

문제는 레너드가 기형적인··· 아니, 특별한 오러홀을 지녔다는 거다.

그런 레너드에게 허크 경의 연공법은 독이었다.

레너드는 허크 경의 연공법으로 연공 할 때마다 오러홀이 뒤틀리는 듯한 고통을 느꼈었다.

그러나 어리석게도 연공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이 제 몸을 망치는 행동인 줄도 모르고.

레너드는 허크 경과 다른 형제들이 겪지 않았던 연공의 고통을 참아내는 것 역시 자신이 해야 할 수련의 일부라고 믿고 있었다.

······이 시절의 레너드는 열정과 노력은 넘쳤으나, 노력의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해 실패만 거듭하던 풋내기 소년이었다.

다른 형제들처럼 모친들이 검선생이라도 붙여줬다면 방향을 잘 잡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레너드는 어머니를 일찍 여읜 탓에 그런 기회를 얻지 못했다.

뿐만아니라 가문에서 20년을 살아올 동안, 레너드는 수련 상의 조언을 구할 만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고 조언을 해주는 은인도 만나지 못했다.

조언은커녕 이 빌어먹을 가문에는 레너드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조차 없었다.

아버지에게는 오러를 다루지 못해 자식 취급도 받지 못했고.

형제들에게는 재수가 없다는 이유로 처맞기만 했고.

배다른 어머니들에게는 잠재적인 유산 약탈자로 취급돼 미움받고.

이것이 레너드가 살아온 삶이었다.


‘다 지나간 과거다. 지금의 나는 괴롭지도, 힘들지도 않아. 오히려 행복해.’


고서점에서 구매한 ‘무명 비급서’는 레너드가 25년을 살며 최초로 만난 조언자이자 최고의 조언자였다.

그런 비급서의 내용을 통째로 암기하고 있는바. 이제 레너드는 자신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명확히 안다.


‘우선 너덜너덜해진 오러홀부터 치료하자. 한 4일쯤 걸릴 것 같고, 남은 3일 동안 1성 무인의 경지를 복구하면 되겠어.’


레너드는 이번 생에도 가문을 떠날 생각이었다.

사랑 한번 받지 못하고 자란 가문에 그대로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전생처럼 쫓겨나는 모양새로 가문을 나서고 싶지는 않았다.

멋지게 퇴장하기 위해 멋진 무대가 필요했다.

가족이라는 굴레로 엮인 악연을 확실하게 끊어낼 수 있도록 해줄 멋진 무대가.


‘7일 후에 필트 가문의 최고위층 인사가 방문한다. 원래는 데릭을 위한 무대지만······ 내 무대로 만들어야겠어.’


해가 지고 달이 떴다.

레너드는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오러홀을 치료하는 데 전념했다.

4일째 되는 날 예상대로 오러홀이 어느 정도 회복되었고, 6일째 되는 날에는 예상보다 하루 일찍 1성 무인의 경지를 복구할 수 있었다.

하루가 더 흘렀다.

해가 중천에 떠오를 무렵.

레너드는 수련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1주 전과 달리, 레너드의 몸에서는 잘 벼려진 무인의 기세가 은은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자. 이 촌구석을 벗어날 시간이야.’


레너드는 가문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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