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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스토리] 아스팔트

차가운 아스팔트의 감촉이 느껴진다.  

순간 텅 빈 동공 한가득 잿빛 하늘이 비쳤다. 

문득 떨어지는 하얀 솜털이 부드럽게 뺨을 어루만진다. 
멍한 두 눈은 하늘만 바라봤다. 

어디선가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고막을 타고 흐른다. 
몸속 어딘가로부터 불쾌한 심장 박동이 울려 퍼졌다. 

붉은 흔적 속에 누운 어떤 이를 바라본다. 
혈관을 타고 기분 나쁜 심장 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질기지만 부드럽게 그를 감싸던 피부는 벌겋게 변해버렸다. 
피부에 더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벗겨진 피부 속 드러난 섬유질은 이미 제 기능을 잃어버렸다. 
근육의 감각도 잃었다. 

하얗게 드러난 상앗빛의 단단한 골격,
뼈가 부러진 듯 움직일 수가 없다. 

목구멍을 타고 피 거품이 올라온다. 
살려줘, 아직 죽고 싶지 않아.

결국, 따스한 핏물이 입안 가득 고였다. 
아파, 살려줘. 제발.

미세한 경련, 
기분 나쁜 심장 박동.

두 눈에 잠시 빛이 깃든다. 
심장이 마지막 혈액을 쥐어짜 내 보지만 온몸은 차갑게 식어만 간다. 

어떤 이의 죽음을 바라보는 사람들,
그런 이들의 삶을 바라보는 사람.

다시 차가운 아스팔트의 감촉이 느껴진다. 
아스팔트는 산 자들의 삶처럼 시리다.

더는 아스팔트의 감촉을 느낄 수 없다. 
아스팔트는 죽은 자들의 삶처럼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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