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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스토리] 자살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내가 어떻게 죽을까 하고 생각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그 순간이 잠을 자듯 평온하게 오길 바랄 것이다. 

그만큼 살아있는 이들-산자-에게 죽음은 두려움의 대상이자 절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대상이다. 

누군가 바보와 천재는 종이 한장 차이라고 했던가 아마 죽음과 생명의 관계는 그것보다 훨씬 더 가까우리라. 

 

산자들은 하루, 한시간, 일분 일초까지 한치를 내다볼 수 없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살아있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나이를 먹을 수록 점점 더 심해진다. 

이는 아마 우리의 삶이 대부분 늙어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가령 인간의 평균 수명이 백세라고 생각했을 때 성장은 스무살 까지 이루어진다.

서른이 되면 그때부터 급격히 노화가 진행된다. 즉, 늙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인 육십이 되면 생식 능력을 잃게 된다. 평균 수명으로 보면 절반을 겨우 지났을 뿐인데 말이다. 

신체 능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관절이 삐그덕 대기 시작한다. 

검고 윤기나는 머리는 더는 찾아볼 수 없고 검버선이 핀 손은 시리기만 하다. 

이렇게 늙어버린 몸으로 남은 여생을 살아가야 한다. 

이것만으로도 인간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알 것만 같다. 

우리의 기나긴 인생이 노년에 집중 되어서리라. 


하지만 육체가 늙었다고 해서 정신마저 늙게 되는 것일까. 

정신은 육체와 달리 서서히 성장한다고 생각한다. 

스무살이 되면 육체는 이미 완연한 성인이나 정신은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았다. 

정신의 성장은 스무살부터 급격히 커가는 것이다. 

사랑과 이별, 시대의 풍파, 현실의 쓴 맛과 희노애락까지 모두 겪고 나면 인생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기나긴 인생을 겪고 오십이 되면 비로소 정신이 성숙해지는 것이다. 

그때가 되서야 바로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느낄 수 있다. 

팽팽한 얼굴엔 당신이 살아온 흔적이 깃들고

구부정한 허리엔 당신이 짊어진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낡아빠진 관절로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깊은 두 눈에 당신의 인생이 담겼다. 


그래서 최소한 인생의 절반까지는 살아봐야하는 것이다. 

그 전에 자살을 해선 안 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내 인생이 어떤지 왜 내가 태어난 건지 그때가 되면 보인다. 

몸이 자라날 때 어느 정도 성장통은 있기 마련이다. 

정신이 성장할 때도 어느 정도 방황은 하기 마련이다. 

삶과 죽음은 이웃이라 하지 않았는가. 

죽음을 향하는 당신 곁에도 삶은 항상 존재한다. 

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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