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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님의 서재입니다.

내게 필요한 것은 단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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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부정
작품등록일 :
2013.10.10 18:50
최근연재일 :
2013.10.24 15:13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2,661
추천수 :
260
글자수 :
99,381

작성
13.10.18 18:17
조회
401
추천
12
글자
8쪽

15화

DUMMY

쿵쿵쿵.


“누구세요?”


쿵쿵쿵.


“누구시냐고요?”

“나야.”


문이 열린다. 놀란 표정의 순정. 그 앞엔 어두운 표정의 수연이 서 있었다.


“무슨 일이야?”

“이제는 내가 무슨 일 있어야 오는 사람이 되었구나?”


수연의 말에 순정의 표정이 돌처럼 굳었다.


“일단 들어와.”


순정이 비켜서자 수연이 느리게 집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마실 거라도 줄까?”

“응.”


냉장고를 뒤지던 순정이 미안하단 표정으로 수연에게 다가갔다.


“보리차밖에 없네. 미안.”

“괜찮아. 나 원래 음료수 안 좋아하잖아.”


유리잔을 받아든 수연. 무심한 표정으로 방안을 훑는다. 그 때 들어온 한 가지. 방 한 구석에 떨어져 있는 긴 머리카락. 그것을 본 수연의 입술이 살짝 씰룩였다.


“나 어젯밤에 찾아왔었어.”

“그래?”

“누구야?”

“무슨 말이야?”

“어제 그 여자 누구냐고.”

“찾아왔다면서. 얼굴은 못 봤어?”

“봤어.”


수연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순정이 낮은 음성으로 말한다.


“너도 아는 사람이잖아. 내 학교 동기.”

“그래. 알아.”

“그런데 왜 물어봐? 누구냐고?”

“내가 왜 묻는지 몰라?”

“몰라.”


순정의 말에 수연의 표정에 한기가 어렸다.


“어제 그 여자가 내 바지 입고 있더라. 그것도 내가 사 온 방석위에 앉아서.”

“그게 뭐 어때서?”

“뭐 어떠냐고? 그게 뭔지 몰라? 내 옷! 내 방석! 그것을 입고, 그것 위에 앉아 있을 사람은 나뿐이야. 그런데 왜 그걸 다른 여자가 하고 있냐고.”

“단지 그 이유뿐이야?”

“단지? 단지라고 그랬어?”

“그래. 그건 그냥 물건일 뿐이야. 그런데 넌?”

“내가 뭘?”


순정이 수연의 왼손을 가리켰다.


“그 반지. 나 다 봤어. 네가 어떤 사람에게 꽃다발을 받으며 웃고 있는 거.”


순정의 말에 수연은 끓던 기분이 확 가라앉았다.


“네가 잃은 건 바지 하나랑 방석 하나지. 난 너라는 사람 전부를 잃었어. 너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냐?”


수연이 고개를 떨궜다. 눈물을 흘린다.


“무슨 사정이 있겠지. 넌 그런 아이니까. 그런데 이건 아닌 것 같아. 왜 날 찾아왔는지 모르겠어. 넌 선택을 했고, 그 선택은 내가 아니었어. 그렇다면 내게 더 이상 찾아오지 마. 그러면 힘들어질 뿐이야. 남아있는 좋은 기억마저 잃고 싶진 않아.”

“미안해.”

“사과하지 마. 우리에겐 더 이상 의미 없는 행동일 뿐이야.”


그 때 순정의 핸드폰이 울렸다.


[뭐하냐? 누님 회식하는데 지금 코알라 되기 직전이다. 잠깐 와서 나 좀 잡아가라.]


메시지를 확인한 순정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순정을 수연이 잡았다.


“누구야?”

“왜?”

“누구냐고. 그 수영이란 친구야?”

“어.”

“그 사람이 너 찾아?”

“응.”


계속해서 단답형으로 이야기하는 순정을 보며 수연은 이곳에 온 것을 후회했다. 자꾸만 어긋나는 그와 자신의 관계가 너무나도 싫었기 때문이다.


“가지마.”

“뭐?”

“가지 말라고.”


순정은 조금 풀린 표정을 지으며 수연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는 그녀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주었다.


“우리 더 이러지 말자. 우리 많이 사랑했잖아. 어떤 이유건 이별을 했지만 그렇다고 서로 사랑했던 마음이 어떻게 되는 건 아니잖아. 난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 너도 그렇지 않아? 그러니 우리 그 추억, 아름답게 간직하고 있자. 응? 그렇게 간직하고만 있자. 소중하게.”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정을 수연이 붙잡는다.


“그래도 가지마. 오늘만은 가지마.”


수연이 일어나 순정에게 안겼다.


“가지마. 오늘은 가지마.”


하지만 순정은 수연을 살짝 밀어내며 뒤를 돌았다.


“난 가봐야 해.”


돌아선 순정의 귓가에 옷자락이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가지마.”


놀란 순정이 뒤 돌아보았다. 그곳엔 흐트러진 모습의 수연이 서 있었다.


“가지마.”


그런 수연의 모습을 본 순정의 표정이 굳어진다. 하지만 굳어진 표정과는 다르게 조금씩 수연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다가오는 순정을 향해 수연이 양 팔을 벌린다. 순정이 그 속에 폭 안겼다.



-----------



수영은 읽었음에도 답장을 하지도, 찾아오지도 않는 순정에게 화를 냈다.


“아씨. 이놈은 왜 안 오는 거야.”


사실 수영은 취하지 않았다. 근처 족발집에서 회식을 하던 수영은 술을 몇 잔 걸치고 나자 순정에 대한 그리움을 참기 힘들었다. 그래서 그 김에 불러내 얼굴이라도 한 번 보고 싶어서 그렇게 카톡을 보냈던 거다.


“내일 뵙겠습니다!”


회식이 파할 때 까지 오지 않는 순정을 향해 수영은 소리 없는 욕설을 마구 해주었다.


‘이 놈의 자식. 다음에 만나면 아주 입을 때려줘야지.’


그런데 한 편으로는 순정이 무척 걱정이 되었다. 평소 연락을 받으면 늦게라도 연락을 해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즉 확인은 늦을 수 있어도, 확인을 했다면 답장은 바로 하는 사람이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나?’


집에 가기위해 택시 정류장으로 가던 수영이 순간 발걸음을 멈추었다. 순정을 확인하고 그냥 가기에 무언가 찝찝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 번 찾아가볼까?’


수영은 자꾸 술 냄새를 풍기며 순정에게 찾아가면 그가 자신에 대해서 너무 친구 같은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할까봐 차마 이대로 가긴 싫었다. 하지만 이 찝찝함을 무시하고 집에 가고 싶지도 않았다. 무언가 불쾌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모르는 거니까.’


살짝 올라오는 취기를 가시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하나 입에 문 수영은 순정에게 줄 다른 아이스크림을 들고 순정의 집으로 향했다.


‘얘가 이걸 좋아했었나 모르겠네.’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목을 타고 넘어가자 살짝 몽롱했던 정신이 바짝 드는 느낌이었다. 안취했다고 해도 알코올이 주는 영향을 다 벗어버리지는 못했나 보다.

살짝 후들거리는 두 다리를 열심히 놀려 순정의 옥탑으로 간 수영은 알 수 없는 느낌에 휩싸였다. 마치 등골을 타고 무언가가 훑어 내려오는 느낌이었다.

까치발을 들고 살며시 다가가던 수영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설, 설마.’


옥탑의 옆으로 돌아간 수영이 닫혀있는 창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열린 틈을 통해 더 진하게 흘러나오는 기묘한 냄새와 소리. 수영의 눈에 누군가의 가느다란 어깨가 들어왔다. 그 어깨의 주인은 바로 수연이었다.

절대 보고 싶지 않았던 장면을 보고야만 수영은 힘이 풀려 손에 들고 있던 아이스크림 봉투를 놓치고 말았다. 그리곤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 때 그 사람이야. 헤어졌다는 사람. 정수연. 왜? 저 사람이 왜 여기서 저러고 있는 거지?’


수영의 눈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애써 멈추려 해보지만 멈춰지지 않았다.

정신없이 앉아있던 수영이 정신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바닥에 떨어뜨렸던 봉투도 다시 집어 들었다.


‘나쁜 놈. 정말 나쁜 놈.’


수영은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몸을 잔뜩 웅크렸다. 마치 상처 입은 가슴을 감추려는 듯.


‘넌 정말 나쁜 놈이야.’


떨리는 손으로 눈물을 훔친다.


‘아직도 널 좋아하는 나는 미친년이고.’


작가의말

제가 선작수가 2인데 그 중에 하나는 저입니다. ㅎㅎㅎ 아 눈물이.

남은 한 분은 매번 덧글을 달아주시는 이설님이 아닐까 하네요.

전에도 그랬지만 한 사람이라도 읽어주시는 분이 있어서 연재할 보람을 느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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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Personacon 이설理雪
    작성일
    13.10.18 20:20
    No. 1

    냉정하려면 끝까지 냉정해야했어야 하는데... 하긴, 사랑하니까.~_~

    마술보다 더 신비한 힘으로 사람을 홀리는 그것, The Love-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0 부정
    작성일
    13.10.18 20:24
    No. 2

    제 글은 현실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은 인과관계로만 이해할 수 있지는 않더라고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1 강훈(姜勳)
    작성일
    13.10.21 17:01
    No. 3

    맞습니다. 인과관계로만 이해할 수 있으면 사람의 심리가 아니지요. 더구나 사랑은...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0 부정
    작성일
    13.10.21 17:46
    No. 4

    맞아요. 저도 이해 못할 선택을 한적이 많았죠. 그 덕에 사람도 잃어보고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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