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고렘팩토리 님의 서재입니다.

무한의 공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림(琳)
작품등록일 :
2016.09.21 19:02
최근연재일 :
2016.10.20 21:0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26,117
추천수 :
5,283
글자수 :
94,357

작성
16.09.22 21:00
조회
11,029
추천
180
글자
7쪽

무한의 공략자 #2

DUMMY

“끄윽.”

숨이 턱 막혔다. 나는 내 복부를 비집고 들어온 칼날을 바라봤다.

어째서?

“왜······.”

그들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지독한 통증이 복부로부터 퍼져나갔다. 그들이 입을 열었다.

“우매한 것. ‘리셋’이 다가왔으니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려거든 죽어라.”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리셋은 뭐고 이제야 계약을 들먹이는 이유가 뭐지?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이 빌어먹을 새끼들아···!”

“신군이 되지 않은 자, 탑의 주민으로 귀속될지니!”

주문과도 같은 단어를 외치는 그들. 귓가가 윙윙 울리기 시작했다. 시야가, 머릿속이 흐리멍텅 해졌다. 그들은 가면 뒤로 보이는 무심한 눈빛으로 나를 밀었다. 쓰레기 버리듯이.

가볍게 밀린 나는 그대로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이대로······끝인가.’

기나긴 부유감이 나를 붙잡았다. 회복의 정수를 먹어 상처가 조금씩 아물고 있었지만, 녀석들의 무기는 신력을 담은 무기. 일반적인 회복능력으로는 회복이 되질 않았다.

“어머니, 아버지······형.”

들릴 리 없는 중얼거림을 뱉어 보았다. 나의 전부였던, 나의 원동력이었던 가족. 하지만 이젠 가족들을 찾는 것조차 하지 못한다.

분했다.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것이. 최후까지 살아남았음에도 ‘약자’로 남았던 것이. 다른 이들에게만 이득을 주고 정작 나는 위로 올라가지 못했던 것이. 그 모든 것이 분했다.

‘여기서, 여기서 죽을 수는 없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눈이 번쩍 뜨였다. 억울해서라도 죽을 수가 없었다. 나는 눈을 부릅뜨고, 아래를 바라봤다.

“물이다!”

얕아 보이지만 물이 존재했다. 그래! 살 수 있다!

나는 삐걱거리는 두 손으로 물을 향해 뻗었다. 그러자 넓게 퍼져있던 물들이 한 곳으로 모여 거대한 쿠션을 만들었다. 나는 망설임 없이 물속으로 몸을 던졌다.

“크윽!”

풍덩! 물속에 처박힌 나는 등을 부딪쳤다. 쿠션을 만들었지만, 충격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한 것이다. 생각보다 물의 깊이가 얕았다. 몸이 부서지는 충격을 받았다. 다행이 뼈가 부서지지는 않았나보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이었지만 목숨은 부지했다. 등짝이 전부 까졌지만 회복능력으로 회복되는 중이었다.

“크윽, 만신창이군.”

한 발자국을 움직이기 힘들었다. 특히 내장이 곤죽이 되었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많았다. 하지만 목숨이 우선이었다.

‘몸을 숨길 곳이 필요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몸을 회복하려면 은신처가 필요하다. 녀석들이 쫓아올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성치 않은 몸을 이끌고 주변을 배회했다. 한참을 찾아다니다가, 동굴을 하나 발견했다.

‘몬스터가 있으려나.’

지금 몸 상태는 전투가 버거운 상태다. 나는 몬스터가 없기를 간절히 빌었다. 조사를 시작했다. 몬스터가 있다면 반드시 동굴에 흔적이 남아있을 것이다.

‘몬스터는 없다. 새끼들의 흔적도 없고,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 같군.’

나는 지체 없이 몸을 이끌고 동굴 안으로 들어섰다. 동굴은 깊지 않았다. 하지만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다. 더듬거리며 동굴 깊숙이 몸을 숨겼다. 차가운 동굴에 몸을 기대며 휴식을 취했다.

“후우-.”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동안 살아왔던 나날들이 생각났다. 돌아가신 부모님. 5년 전 탑 간의 전쟁으로 죽어버린 형. 나약한 자신. 계약과 리셋. 알 수 없는 것들. 머리가 온통 뒤죽박죽이었다. 십 수 년간 탑에 틀어박혀 있었지만 이룬 것은 하나도 없었다.

“씨발······.”

욕지거리가 흘러나올 정도로 한심한 인생. 탑의 30층도 넘지 못하는 실패자로써 하루하루를 연명했다. 최후의 전쟁이 시작된 지금, 나는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동굴에 숨어 있는 처지였다.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절대로 이렇게는 살지 않아.”

주인공을 띄워주기 위한 호구. 정확하게 나를 표현하는 말이었다. 만약 다시 돌아간다면, 내가 주인공이 되는 삶을 살고 싶었다. 슬슬 주변을 둘러볼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동굴이지만, 흡수한 능력으로 암중에서 시야 확보는 가능했다.

“이게 뭐지?”

그리고 나는 이상한 박스를 발견했다. 조심스레 박스를 열어보니 작은 구슬이 들어있었다.

특이한 것이 없어 보이는 구슬이었다. 나는 대충 그것을 주머니에 구겨 넣고 회복에 전념했다. 한 숨 자고 나면 괜찮아지겠지. 내 의식은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나는 그것이 내 첫 번째 죽음이라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2425년 4월 22일.

탑 0층.


“정신이 드십니까?”

희미하게 정신이 들었다. 나를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수면 위로 부상했다. 근데 잠깐, 누군가 날 깨워?

“헉!”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분명 혼자 잠들었다. 컴컴한 동굴 속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왠지 익숙한 풍경이었다. 어떻게 이 광경을 잊을 수 있을까. 이곳은······.

“탑 0층?”

“호오, 어떻게 아신 겁니까?”나의 앞에는 가면을 쓴 사람이 있었다. 나는 입을 다물었다. 남자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기분으로 주변을 살펴보았다.

“탑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직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많으실 겁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익숙한 풍경, 익숙한 광경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이내 정신을 가라앉혀 주는 무형의 힘에 의해 침착함을 되찾았다. 또, 예언자들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확 가라앉았다.

‘이렇게 친절한 것들이었다니.’

만약, 만약 내가 짐작하고 있는 것이 맞다면······.

“괜찮으십니까? 안색이 좋지 않아 보입니다.”

“아, 아뇨. 괜찮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납치라도 당한 것인가? 그럴 리는 없었다. 탑 0층, 오래 되었지만 익숙한 예언자의 태도.

그 때가 생각났다. 내가 맨 처음 탑에 들어온 날. 한 명의 예언자.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지.

‘저희가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탑은 지구와는 다르니까요.’

“저희가 도움을 드릴 수 있습니다. 탑은 지구와는 많이 다르니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내가 짐작하고 있는 게 맞는 건가? 내가 탑에 들어왔던 때로 돌아왔다는 건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지금이 탑력 몇월 며칠입니까?”

“호오? 그것까지 알고 계시다니······특이하신 분이로군요.”

나는 아무런 말없이 눈빛으로 대답을 요구했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현재 탑력 2425년 4월 22일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한의 공략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무한의 공략자 #2 +8 16.09.22 11,030 180 7쪽
1 무한의 공략자 #1 +8 16.09.22 11,740 117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