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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렘팩토리 님의 서재입니다.

무한의 공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림(琳)
작품등록일 :
2016.09.21 19:02
최근연재일 :
2016.10.20 21:0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226,108
추천수 :
5,283
글자수 :
94,357

작성
16.10.03 21:00
조회
6,944
추천
157
글자
7쪽

무한의 공략자 #15

DUMMY

“마음에 안 드는군.”

나를 잘 알고 있다는 듯이 판단하는 것도, 멋대로 시련을 내리고 결과를 예측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처럼 지레 겁먹고 사는 삶은 딱 질색이었다. 나를 멋대로 평가하는 것도 이젠 사양이었다.

절대로, 예측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천사의 패턴은 이미 알고 있다.’

나는 검을 뽑았다. 온 몸에 감돌고 있는 신력을 통제했다. 신력이 몸을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검을 겨눠 천사를 바라봤다.

“간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천사를 향해 돌진했다. 그것을 전투행위로 인식한 천사는 무식한 칼을 휘둘렀다.

‘빠르다.’

무식하게 빨랐다. 검의 궤적만 간단하게 보였다. 천사의 검은 받아내 본 적이 없었다. 이전엔 뒤에서 보조 역할만 했으니까.

하지만!

-호오? 그걸 피해?-

가디언의 호기심 넘치는 목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나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상체를뒤로 젖혔다.

천사의 검은 ‘신풍(神風)’이 존재한다. 그 거리까지 계산해서 물러나야 한다. 나는 천사를 숱하게 봐 왔다.

‘이제는 직접 싸울 수 있다.’

신력은 곧 오감의 발달과도 이어진다.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젠 천사와도 어느정도 붙어 볼 만 했다.

“흡!”

허리를 비틀어 검을 쏟아냈다. 쩌엉-! 천사는 가볍게 내 검을 막아냈다. 이 틈에 몰아 세워야 한다.

내 검로는 아주 단순하다. 검술이라는 것을 배워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서 빠르다는 소리를 몇 번 들었다. 내가 살아남은 비결이기도 하고.

사선, 직선, 곡선.

나는 춤을 추듯이 천사의 빈틈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찬사 역시 기민하게 움직여 나의 모든 공격을 막아 냈다.

‘조금만 더.’

천사는 굳건한 방어를 유지했다. 나는 공격 일변도였지만, 유효타는 없었다.

[크앗!]

천사가 나의 검을 떨쳐내고 반대편 손을 번쩍 들었다.

‘지금!’

저것은 천사의 필살기이자, 최고의 약점이 되는 공격. 공략법은 천사의 다리 사이로 들어가서 날개 사이를 찌르는 것이었다.

“죽어라.”

나는 촤르륵 미끄러져 들어가 반동을 이용해 점프했다. 공중에 떠 있는 천사의 날개 사이를 강하게 검으로 찔러 넣었다.

쾅!

요란한 소리와 함께 천사의 비명이 들렸다. 이대로 이겼-?

[크아악!]

퍼억! 소리와 함께 온 몸에서 힘이 빠져 나갔다. 뭐지? 어떻게 된 거야?

“크악!”

나도 모르게 비명이 터졌다. 등에서 찌릿한 고통이 올라왔다. 시야가 어지러웠다.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보니 저 멀리서 천사가 유유히 날아오는 중이었다.

‘날아간······건가.’

천사의 방어력을 뚫지 못했다.

“젠장.”

나름 혼신의 일격이었는데 뚫지 못했다. 그 말은 아직까지 내 능력치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검을 내려다보니 검 끝이 완전히 뭉개졌다. 무기가 조악한 것도 한 몫 한 모양이었다. 나는 몸을 일으켰다. 충격의 여파는 가셨다.

나에겐 자가 회복이 가능한 정수가 있었다. 지구력이라면 어디 가서 꿀리지 않았다. 천천히 다가오는 천사.

‘그 여유로움이 정말 싫다고.’

천사들은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었다. 언제나 대열을 갖춰 상대방을 압박했다. 그래서인지 해방자들의 능력치가 상향평준화 되었을 때는 별 것 아닌 몬스터가 되어버렸다.

2차전. 하지만 다음 전투는 없었다.

내가 검을 천사에게 겨눴을 때, 갑자기 천사가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그만.-

가디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김빠진 한숨을 쉬며 검을 내렸다. 왠지 승부에서 한 번 이겨놓고 달아난 상대를 본 기분이었다.

“쳇.”

찝찝함이 몰려왔다.

내 기분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듯, 가디언의 목소리가 덤덤하게 이어졌다.

-생각보다 더 대단하군.-

“천사는 이기지 못했지만요.”

나는 투덜거리듯이 말했다. 더 하면 이길 수 있어요-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변명일 뿐이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죽이지 못했다면, 그걸로 끝이었다.

-천사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지. 일부러 6품 천사를 투영한 탓도 있겠지만.-

모습은 일반 천사였지만 6품의 천사였다니. 그러면 공격이 먹히지 않았던 것도 납득이 되었다.

나는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시련은 어떻게 된 것인지 궁금했다. 나는 가디언의 말을 기다렸다.

-시련은 합격이다. 생각한 것 보다 아주 훌륭하군.-

칭찬을 받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나는 저절로 올라가는 입 꼬리를 숨기지 않았다. 더불어 또 다른 지표가 나를 찾아왔다.

-신력의 바다를 통과하고 55층에 도달하면 이걸 가지고 ‘열 한 번째 탑’으로 건너가라.-

그곳에 너의 운명을 알려줄 사도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나에게 작은 벳지를 주며 말했다.

“죽음의 탑.”

내 뇌까림과 동시에 다음 층으로 가는 문이 열렸다.

-이환. 너의 이름을 기억해 두겠다.-

그 말을 끝으로, 나는 4층으로 올라갔다.


2425년 5월 5일.

황혼의 탑 4층.


4층은 용병들이 많이 활동하는 도시였다. 때문에 치안이 별로 좋지는 않았지만, 용병단의 비호 아래 있는 사람들에겐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그들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으니까. 나는 전날 잡아 두었던 숙소에서 짐을 챙기고 있었다.

오늘은 마을에서 할 일이 있었다. 때문에 시련장으로 향하는 것은 내일 할 일이었다. 나는 달아빠진 검을 차고 거리로 나왔다.

거리는 의외로 한산했다.

‘이상하군.’

용병들의 도시는 이렇게 한산할 리가 없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이상한 낌새는 없었다.

나에게만 피해가 없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든 별로 상관이 없었다. 나는 걸음을 옮겨 내가 원하는 목적지로 향했다.

“어서 오세요.”

그렇게 도착한 낡은 주점. 나는 그곳에서 점원을 보고 쪽지를 하나 내밀었다.

“물건을 하나 사고 싶은데.”

“······잠시만 기다려 주십쇼.”

점원의 눈빛이 변했다. 평범해 보였던 사람은 없어졌다. 그는 절제된 걸음으로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가 준비해 준 차를 마시고 있자니 낯선 사내가 등장했다.

“안내하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들은 나의 눈을 가리고 어디론가 향했다. 나를 공손하게 자리에 앉힌 후, 조심스럽게 천을 풀어주었다.

내 앞에는 복면을 쓰고 있는 여자가 보였다.

‘이 자가 직접 있을 줄이야.’

나도 아는 사람이었다. 훗날 전쟁에서 활약한 ‘그림자 여왕.’ 어둠 속 세계를 주물렀던 거물이 내 눈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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