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추운 겨울이었다. 짙은 회색 밤하늘이 기어코 함박눈을 떨어트렸다. 한참 전부터 나와서 기다리던 레이쥬의 이마에 깊은 골이 파였다. 지울 수 없는 기운에 사람들이 그를 피하며 힐끔힐끔 봤다. 온통 파랑과 붉은 색으로 싸여 있으면서도 시선을 끄는 외모가 있었다. 무서운 기운을 풍기더라도 한 번쯤 시선을 건너고픈 위험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이 복장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되는 거야?"
붉은 용이자, 사는 곳이 아슈탈 산맥 북쪽 얼음 산이라 이 정도 추위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도 무시 못하는 무서운 로드의 명령으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 시간은 한참 전에 지났다. 익숙해진 기다림이라 기다리는 것 자체는 괜찮았다. 하지만, 옷차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기운이 더욱 바닥으로 치닫았다.
"세트입니다!"
"닥쳐."
그래서 그런지 기다림 끝에 나온 상대방의 말에 화를 실어 대답했다.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