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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떼로 님의 서재입니다.

절대검마 복수전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주짓떼로.
작품등록일 :
2024.03.29 13:14
최근연재일 :
2024.04.27 22:2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25,127
추천수 :
431
글자수 :
188,127

작성
24.03.29 17:35
조회
1,488
추천
17
글자
8쪽

서(序)

DUMMY

나에게는 두가지 특징이 있다.


하나는 일월성신교(日月星神敎)의 절대자.

당대 최고의 무림인.

백운천의 손자라는 것이다.


좋은 핏줄이 기연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기연은 없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쯔쯧, 온 몸의 기혈이 막혀있군. 이 아이는 무공을 익힐 수 없겠소.’

‘겨우 얻은 교주의 핏줄이 무공을 사용하지 못하는 반푼이라니······.’


나는 무공을 다루지 못한다.

무공의 재능이 없는게 아니다.

태어날때부터 무공을 다루지 못하는 몸이었다.


어렸을때 단전을 다치고 혈도가 꽉 막혀 무공을 다루지 못하며.

병으로 어머니를 잃은 날부터 집밖에 두문분출하게된 폐인.

숙면공자(熟眠公子), 백우진.


그게 바로 나다.


사람들의 괄시와 조롱을 받았다.

상관 없었다.

나에게 현실 세계는 하등 가치가 없는 것이니까.

내 두번째 특징 때문이다.


나는 꿈을 자각한다.


자각몽.

몽중(夢中)을 인지하는 상태에서 꿈을 꾸는 것.


지형지물을 바꾸거나 커다란 건물을 짓는 건 물론.

왕이 되어 왕국을 경영하거나, 용이 되어 하늘을 내 마음대로 날아다니거나.

꿈 속에서 겪는 시간을 연장할 수도 있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하룻밤 만에 거의 1년치에 해당하는 경험을 한 적도 있었다.


꿈에 빠져 살았다.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꿈속에는 여전히 나를 따뜻한 미소로 반겨주시니까.

기혈이 꽉꽉 막히고 단전이 상한 탓에 무공을 다루지 못하는 몸뚱이 대신.

꿈 속에서는 모든게 내 마음대로였으니까!


이렇게 살다가.

이렇게 죽을 생각이었다.


•••




“······왜 눈이 떠진거지.”


왜 침대에서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꿈을 꾸는 도중에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데.

가끔 이럴때가 있다.

그 날은 한참 날 괴롭히던 가문의 아이들을 두들겨 패고 있는 중이었다.


해가 아직도 떨어지지 않았다. 

햇빛 때문에 피부가 까슬거릴 지경이이다.

다시 이불을 뒤집어 썼지만 잠이 오질 않았다.


글렀네, 혀를 차며 이불에 앉았다.


밖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저 소리 때문에 달콤한 꿈에서 깬 듯 했다.

입가를 스윽 훔치며 귀를 기울였다.


‘오늘도 백우진 공자님은 바깥에 나오시지 않는건가’

‘쯔쯧, 그래도 교주님의 핏줄일텐데. 어찌 이리 다른지!’

‘그만 두게. 우진 공자님이 불쌍하지도 않은가!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잃으셨으니.’

‘교주님의 핏줄을 타고 났으면. 아니, 사내 자식으로 태어났으면! 마님을 죽인 범인을 찾고, 복수를 위해 일어나야 할 것 아닌가?’


······뭐?

본능적으로 문틈에 귀를 가져다 댔다.

범인을 찾아야 한다는 건 무슨 소리고.

원수를 갚아야 하는건 또 무슨 소리야.

어머니가 돌아가신 건 병 때문이 아니었어?


‘백우진 공자님이 뭘 할 수 있겠나? 선천적으로 무공을 다루지 못하는 몸인데.’

‘사람 구실은 해야할 것 아닌가, 사람 구실은! 백화영 공녀님을 봐. 여자의 몸으로 어떻게든 무술을 익혀서 마님의 원수를 찾고 있지 않나!’

‘그만두세. 어차피 내일이 수신관 입학 시험이 있는 날이야. 오늘 당장 백우진 공자님이 정신을 차려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테지.’


머리가 어지럽다.

지금 내가 무슨 소리를 들은 건지.

뇌가 도저히 따라가지를 못한다.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신게 아니었다고?’


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이빨이 빠득빠득 갈리고.

꺽─꺾─하고 숨을 쉬기가 어렵다.


살해당하셨다고!


무언가.

무언가 터질것만 같아서 목을 긁었다.

벅벅.

벅벅.

손톱 안으로 벗겨진 피부가 파고들었다.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문을 열었다.

하인들을 붙잡아 방금 한 말을 더 듣고 싶었지만.

그 자리에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인들의 목소리라도 알았다면 추궁할 수 있었겠지만······.

방 밖에 나가지 않은게 벌써 5년이다.

하인들의 목소리는 커녕 얼굴도 잘 몰랐다.


어머니······.

어머니······.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쉽지 않다.

헛구역질이 밀려오는 걸 억지로 참으며 연무장으로 갔다.

중간중간 스쳐지나간 하인들이 날 보며 대경실색했다.


‘세, 세상에. 백우진 공자님이 방 밖으로 나왔어!’

‘지금 어디로 가시는거지? 이 방향이면 연병장이 있는 쪽이잖아?’


하인들의 목소리는 무시했다.

그딴것에 신경쓸 때가 아니었다.

연병장에 도착하니 허수아비가 하나 서 있었다.

기어서 허수아비에 다가가 진검을 치켜들었다.


힘겹게 검을 뽑았지만 칼끝이 너무 떨렸다.

빈약한 팔로는 진검의 무게를 견디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었다.


‘공자님이 검을 잡았잖아. 수신관 입관 전에 뭐라도 해보실 생각인가?’

‘크크, 그래봤자지. 내일이 시험이야. 혈도가 막힌 공자님이 뭘 할 수 있겠어?’


혹시 모른다.

나는 운수검 백강의 아들.

일월성신교 교주, 백운천의 손자.

단지 한번도 검을 휘두르지 않았기에 재능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


계기가 있다면.

특별한 혈통이 분노에 자극받는다면. 

숨겨져 있던 재능이 깨어날지도 모르지 않는가.

나는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붕!

붕!

붕!


···심장이 터질 것 같다.

공기가 들어오지 않아 위장의 음식들이 역류했다.

어제 저녁을 다 토해낸것으로도 모잘라 샛노란 위액을 웩웩 쏟아냈다.


5번.

고작 5번!

5번 검을 휘두른 것 만으로도 이 꼴이다.


숨겨진 재능?

그딴 건 없었다.

난 그냥 구정물이였다.


혈도가 탁기에 꽉꽉 막혀 무공을 사용하지 못하는 병신.

평생 작은 방의 죄수로 갇혀, 몸조차 제대로 못 가누는 얼간이!


“으아아아아!”


한심했다.

낭비한 지난 5년이.

수신관 시험에서 떨어지면 이제 내가 무공을 익힐 기회는 아예 사라진다.

어머니의 복수를 할 길이 없어진단 말이다.


연병장에 대자로 누워 하늘을 노려봤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

토사물이 남아있는 입으로 자꾸만 어머니를 불렀다.

분명 내 입에서 나오는 목소리인데 꼭 다른 사람이 하는 말처럼 들렸다.


만약 나에게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무언가 바꿔볼 수라도 있었을까?

의식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



이 저주받은 자각몽의 재능은 내가 원한다고 하여 사라지거나 하진 않는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꿈 속이었다.


"크크크."


어머니가 살해당했다고 눈치챈 지금에도.

고작 꿈이나 꾸고 있는 자신이 너무 가증스러웠다.


현실에 아무런 소용도 없는 자각몽의 재능.

차라리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을!

이 따위 능력을 타고나느니, 차라리 한 줌의 무공 재능이 필요했다!


‘내 주머니에 단도가 들어있었지.’


물론 단도 따위는 들어있지 않다.

지금까지는 그랬다는 소리다.

이제는 주머니에 단도가 있다.


이런 식으로 원하는 물건을 이미 가지고 있다고 상상하면 꿈속에서 쉽게 필요한 물건을 얻을 수 있다.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강렬한 충격이 필요하다.

이 단도로 자결하여 자각몽에서 깨어날 생각이었다.


“······.”


일어나면 뭐가 달라지지?

어머니는 죽어버렸다.

당장 내일이 수신관 입관 시험이다.


일어난다고 한 들 내가 도대체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너무나 나약해 단련조차 할 수 없는 이 몸으로······.


‘······너무 나약해 단련조차 하지 못하는 몸이라고?’


그 때.

짜릿한 깨달음이 등골을 훑고 지나갔다.


‘나는 현실에서는 단련을 지속할 수 없어.’


나약한 몸뚱이로는 5번 검을 휘두르는게 고작이었으니까.


‘하지만 꿈속이라면?’


나는 심상의 진검을 불러냈다.

현실과 똑같은 무게와 질감.

손으로 꽉 잡자 그 단단함이 뼈를 통해 전해진다.


시험 삼아 검을 휘둘러봤다.

한번 더.

한번 더.


‘지치지 않는다······.’


꿈 속에서는 몇번 검을 휘두르든 지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꿈 속에서의 경험을

몇시진으로. 

며칠로.

몇 년으로 늘릴 수 있었다.


‘······가능할지도 모르겠어.’


허수아비를 정면에 소환하고.

검으로 계속 놈을 때렸다.


몇천 번. 

몇만 번 검을 휘두르든.

내가 지치는 일은 없었다.


이곳은 꿈속 세계.

밥을 먹을 필요도, 잠을 잘 필요도 없는.

그야말로 단련하기 최적화 된 공간이었으니까.



내가 다시 눈을 뜬 것은.

꿈속 시간으로 백년이 지난 뒤였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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