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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 님의 서재입니다.

월야공자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박이
작품등록일 :
2011.08.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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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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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1.08.0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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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월야공자 제35화--2

DUMMY

“ 공야의 화살이 내게로 향했다니 오히려 잘되지 않았는가?”

주겸의 말에 정회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 어르신!”

정회는 주겸의 말을 의미를 제대로 이해했다.

자신의 목숨으로 태자의 안전을 확보하겠다는 뜻이었다.

이것은 실제로 공야의 의중을 제대로 꿰뚫어본 것이기도 했다.

주겸은 정회와 금옥강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 앞으로 자네들의 사명이 막중하네, 허니 일단 보중들 하시게.”

이렇듯 주겸은 오히려 두 사람에게 몸을 피할 것을 권하고 있었다.

허나 두 사람은 물론 누구 하나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주겸이 이런 사람들을 책망하는 시선으로 둘러보면서 말했다.

“ 이 사람들아, 부디 멀리 넓게 보시게, 자네들이 아니라면 누가 있어 훗날 태자전하와 함께 정사를 논할 수 있겠는가?”

미래를 이들에게 맡기겠다는 뜻이었다.

“ 허나, 굳이 몸을 피해야 한다면 함께..............”

정회의 말에 주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나의 죽음이 아니라면 달리 무엇이 있어 공야를 안심시킬 수 있겠는가? 그리고 이 노구(老軀)를 이끌고 달아난들 또 얼마나 달아날 수 있겠는가?”

금옥강이 조심스레 주겸에게 말했다.

“ 몸을 피하실 수 없으시다면 차라리 공야의 죽음을 믿고 이후의 준비를..............”

주겸이 조금은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 자네처럼 총명한 아이가 어찌 그리 한심한 말을 하는가? 자네의 믿음과 천하의 운명을 바꾸고자 하는가?”

솔직히 금옥강은 고개를 끄덕이고 싶었다.

하지만 주겸의 근엄한 시선 때문에 차마 그럴 수 없었다.

묵상이 이런 금옥강을 대신해서 너무도 답답한 마음에 입을 열었다.

“ 공야는 벌써 죽었을 것입니다. 허니...........”

모두가 어이없는 시선으로 묵상을 바라보았다.

정회등은 묵상이 누구인지조차도 모르는 까닭에 더더욱 어이없는 표정이었다.

순간 문을 박차고 일단의 사람들이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

동창의 사대령주 가운데 두 사람인 전광과 일성이 이끄는 혈검대와 혈도대였다.

전광이 주겸을 확인하고 재빨리 포권을 취했다.

“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

“ 혐의는?”

정회의 질문에 전광이 재빨리 대답했다.

“ 동창 제독 암습 공모외다.”

주겸이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 나 하나로 충분하지 않은가?”

전광이 공손히 이에 화답했다.

“ 그것은 제독께서 결정하실 일이 아니겠습니까?”

주겸이 씁쓸한 표정으로 금옥강과 묵상을 바라보았다.

이에 금옥강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진조범의 실패를 떠올린 것이었다.

허나 묵상은 조금 어이없는 표정으로 전광을 향해 말했다.

“ 웃기고 있네, 이미 죽은 사람이 무슨 결정을 한다는 말이더냐?”

전광이 황당한 표정으로 묵상을 바라보았다.

묵상은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도를 뽑아들었다.

“ 그리고 가기는 어디로 간다는 말이더냐?”

천천히 밖으로 걸어 나오는 묵상의 모습을 전광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쓸데없는 저항을 할 생각이라면...............”

하지만 전광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밖으로 걸어 나오는 묵상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전광은 물론 동창의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번지고 있었다.

심지어 금옥강을 비롯한 사람들 역시도 묵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져 있었다.

그만큼 지금 보이는 묵상의 기도가 범상치 않았다.

그리고 협박은 어느새 묵상의 몫이 되었다.

“ 곱게 말로 할 때 그냥 돌아가도록.”

묵상의 말이 짧아졌다.

하지만 누구도 이에 쉽게 반박하지 못했다.

전광이 무언가를 떠올린 듯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 설마 놈의 동행인가?”

전광은 이미 공터에서의 상황을 보고서를 통해서 확인했다.

당시 진조범과 함께 있었던 어수룩한 청년에 대한보고는 진조범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다.

그때는 단순히 과장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진조범의 실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지금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전광의 눈짓에 일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보조를 맞췄다.

두 사람의 움직임에 발맞춰 묵상의 도가 움직였다.

뇌음사흑강이 묵상의 주변으로 죽음을 부르는 검은 기운을 일으켰다.

이어서 한 개의 검과 두 개의 도가 부딪히면서 요란한 굉음이 지축을 울렸다.

누가 뭐래도 일견사흑도결은 패도의 최고봉이었다.

이를 정면으로 맞받은 충격은 가히 두 사람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뒤로 물러나는 와중에 태산처럼 그 자리에 우뚝 선 묵상을 확인한 전광과 일성의 얼굴에 당혹감이 번졌다.

‘ 오늘 일진이 정말 사납구나.’

명색이 동창의 사대령주들이었다.

이미 합공으로 진조범을 제압하지 못한 것도 이들에게는 치욕이었다.

심지어 진조범이 동창 제독의 몸에 검을 대는 것조차도 막지 못한 것은 이들에게 그야말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런데 또다시 이름 없는 청년에게 힘에서 밀리고 있었다.

난감하지 않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었다.

더구나 진조범과 비교해도 지금 묵상이 보여주는 힘은 압도적으로 느껴졌다.

‘ 이것은 오히려 더 심하지 않은가?’

이런 생각으로 두 사람이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짧은 순간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했다는 뜻이었다.

“ 혈검진(血劍陣).”

“ 혈도진(血刀陳).”

두 사람의 외침과 함께 혈검대와 혈도대가 일사불란하게 몸을 움직였다.

지금까지 고작 한사람을 상대로 동창의 혈검대와 혈도대가 합공을 펼친 일은 단연코 없었다.

당연히 혈검대와 혈도대의 무인들에게도 이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시를 무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더구나 사대령주의 두 사람이 직접 진의 형성에 동참하고 있었다.

두 사람 역시도 자존심을 버렸다는 뜻이었다.

묵상이 재빨리 주변의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 모두 물러들 나십시오.”

경고의 말과 동시에 뇌음사흑강의 기운이 점차 강해지기 시작했다.

묵상에게 진에 대한 상식 따위는 없었다.

사흑성의 후예에게는 그런 상식 따위는 당초에 필요치 않았다.

그저 가로막는 것은 모두 부숴버릴 뿐이었다.

정회를 비롯한 사람들의 얼굴이 놀람으로 가득했다.

무공을 모르는 서생들조차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묵상을 에워싼 주변의 대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이를 확인한 혈검대와 혈도대의 무인들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번지고 있었다.

순간 일곱 개의 불꽃이 하늘을 수놓았다.

이를 확인한 전광이 다급하게 외쳤다.

“ 퇴(退).”

전광의 다급한 외침에 혈검대와 혈도대가 재빨리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묵상이 다소 맥 빠진 표정으로 물러나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달아나는 적을 굳이 뒤쫓지는 않았다.

이런 묵상의 뒤에서 주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칠색포, 설마 진정 공야가 죽었는가?”

이렇게 말하는 주겸의 얼굴에는 아직도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런 주겸의 모습에 다른 사람들 역시 화들짝 놀라는 표정으로 묵상과 주겸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묵상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주겸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내 불신은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 공야가 죽었다면 서둘러 대책을 강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금옥강의 말에 정회가 재빨리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 어르신, 일단 황궁으로 가시지요. 공야의 죽음을 알리고 먼저 금의위부터 장악해야 하지를 않겠습니까?”

그러자 금옥강이 주겸에게 재촉하듯 말했다.

“ 흥분한 저들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를 일입니다. 서두르시지요.”

이제는 모두가 이렇듯 공야의 죽음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의당 기뻐해야할 일이거늘 주겸은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 진정들 하고 일단 돌아가 자중들 하시게.”

주겸의 언성이 다소 높았다.

이에 사람들이 놀란 표정으로 주겸을 바라보았다.

그만큼 주겸이 언성을 높이는 일이 드물다는 뜻이었다.

주겸은 계속해서 난감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 시기가 좋지를 않네. 시기가.............”

“ 시기가 좋지를 않다니요?”

정회를 뒤따라온 젊은 서생의 말에 주겸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공야가 죽었다고는 하지만 지금 당장 우리에게 저들을 제어할 힘이 있는가?”

누구도 이 질문에 화답하지 못했다.

주겸을 따르는 세력이 현 조정에서 그만큼 미약하다는 뜻이었다.

주겸이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 그대들은 태자께서 황위에 오르시는 그날까지 일단 모두들 자중하고 때를 기다리게. 앞으로 조정에 한바탕 피바람이 불 것이야.”

주겸의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자못 심각해졌다.

정회와 금옥강이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주겸의 말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뜻이었다.

공야의 죽음으로 조정의 정점이 사라졌다.

태자가 황위에 오른 이후에 공야가 죽었다면 아마도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황제를 등에 업고 요직을 장악, 재빨리 이와 같은 상황에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아직은 태자에 불과했다.

태자는 태자일 뿐 실질적인 힘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

때문에 주겸은 시기가 좋지 않다는 표현을 사용했던 것이었다.

이제 정점이 사라졌으니 공야의 세력 내부에서 권력투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들 내부의 권력투쟁의 불씨가 지금 이 자리의 사람들에게 번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주겸은 이점을 사람들에게 주지시킨 것이었다.

금옥강을 비롯한 사람들이 서둘러 주겸의 거처를 벗어났다.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주겸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모든 것이 겸이 그 아이의 결정에 달려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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