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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뮤지션 인명사전


[2. 뮤지션 인명사전] Band / 해리 빅 버튼(Harry Big Button) - 1

본래 DC에 올린글이라 어투가 도발적이고 저렴한 구석이 있습니다. 일일히 수정하는 것도 일입니다. 그 시간에 차라리 소설을 한글자 더 쓸께요. 이해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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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해리빅버튼에 열광하는 주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정통성'과 '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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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탑밴드 시즌1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지금껏 여러 리얼리티 오디션 프로그램을 봤지만 이렇게까지 모든 참가자가 사랑스러웠던 프로그램은 없었다는 것이다. 시청률을 위해 무리한 조작을 감행하지 않았던 천사표 제작진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이 땅에서 밴드를 하는 것이 가시밭을 걷는 것임을 알기 때문에 든 측은지심일 수도 있다. 

게이트 플라워즈, 브로큰 발렌타인, 제이파워밴드, 블루니어 마더.

최종적으로 내 마음에 들었던 밴드이기도 했던 이 밴드들. 그러나 4강에서 게이트 플라워즈가 떨어짐에 따라 난 결승전을 보지 않았다.

누가 보더라도 라이브에서의 파워와 연주력 등 모든면에서 POE를 압도했음에도, 멜로디 소화가 가능하지만 거칠디 거친(지금은 당시보다 상당히 순화되었지만) 방식을 고수하는 근홍군의 보컬스타일이 일반대중에 의해 거부된 현장을 지켜보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톡식은 분명히 흥미로운 음악을 구사했지만 베이스의 공백을 메꿀길이 없는 이 밴드는 글쎄... 두 멤버의 미모가 지금보다 훨씬 떨어졌다면 어땠을까? 사랑스러운 톡식은 아마추어 수준에서는 절정의 기량을 구사했지만, 순수 연주력으로 놓고 봤을때 게플 또는 브발에 비하면 손색이 많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또한 Hard Rock/Heavy Metal을 위시로 한 밴드 형태의 음악이 주목받기 위해서는 정통성을 지닌 두 밴드가 더욱 주목받아야 했지만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순전히 개인적 생각이며, 이에 대한 이견은 100% 인정한다). 


탑밴드 시즌2는 시작전부터 많은 기대가 되었다. 말로만 들어오던(난 대학시절 이후로 더이상 인디 클럽을 찾지 않는다) 유명 밴드들의 참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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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리얼리티 쇼 중에 Hell's Kitchen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Gordon Ramsey라는 월드클래스 주방장이 프로급 요리사들을 불러서 서바이벌 시키는 프로그램인데 이 쇼의 백미는 고든 램지의 참여자들에 대한 욕설과 갈굼에 있다. 이 프로에서 인상깊은 고든 램지의 대사중 하나는 다음과 같다.


(참가자들의 요리를 맛보기 전 심사기준 설명 중)

"아마도 너네들 기준은 여기(손을 내리며)일 것이다."

"아쉽게도 내 기준(My standard)은 여기(손을 머리위로 올리며)쯤 있다."

"Stunning dish를 가져와서 날 놀래켜봐라"


바로 이런 고든 램지의 생각이 내가 가졌던 탑밴드 시즌2에 대한 생각이었다.


나 또는 락음악좀 들었다고 하는 사람들. 30~50대. 이 세대의 특징은 국내 음악 그리고 라이브의 수혜를 거의 받지 못한 채 해외의 전설급 밴드들로 귀를 뚫은 사람들이다. 게다가 음반을 모으는 사람들의 특징은 명반이란 명반은 죄다 찾아다닌다는 점. 라이브 영상을 구해서 보더라도 주로 해외의 유명 공연영상을 보지 산울림이나 송골매의 젊음의 행진에서의 공연을 찾아보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My Standard? 

내 자신의 오만함, 그리고 무지함이 더해져 아마 모르긴 몰라도 천장을 뚫고 올라갈 기세일 것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기준을 가지고 접한 탑밴드2.....

1편을 보고 정말 심각하게 내 자신의 기준을 바꾸어야 했다. 

장미여관과 데이브레이크를 제외한 나머지 중에 정말 마음에 드는 밴드 하나 찾는것이 이다지도 힘들단 말인가? 


다시한번 시즌1을 돌이켜 본다면 내가 판단한 참가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보컬이었다.

HR/HM의 가장 큰 특징은 distorted된 기타 사운드와 리프에 있지만 일반 대중의 귀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시원한 금속성 또는 거친 느낌의 보컬일 것이다. 하지만 브로큰 발렌타인의 반군의 보컬은 참가 내내 한번도 기타 사운드를 뚫고 나오는 시원함을 한번도 내게 선사해 주지 못해 답답함을 느꼈고, 게이트 플라워즈의 근홍군의 보컬은 일반인이 듣기에 새드 레전드나 렘넌츠의 보컬과 뭐가 달랐겠는가? 이 뿐만이 아니라 여러 밴드들을 살펴볼 때 현재의 음악씬에 따라가는 스타일의 보컬을 지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으나, 30~50대 세대의 정통 락을 고수하는 사람들의 귀를 잡아두기에는 미흡해도 너무 미흡했다.


시즌2의 보컬? 보컬적인 측면에서 HR/HM적 정통성을 계승한다고 볼 수 있는 팀은 얼핏 생각나기에 밴이지, 마그나폴, 정밴드를 비롯한 몇몇 밴드외엔 없다. 16강 팀 내에는 트랜스픽션 정도가 비슷하게 따라갈 뿐.... 

게다가 트픽의 1차 경연때 'I wanna sexy music~' 에휴... 게다가 트픽의 4집앨범 수록곡 중 하드락이라 칭할만한 곡은 단 1곡. 이쯤되면 밴드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된다.

멜로디는 온통 삭제된 저딴 보컬에 기대했던 내 자신이 싫어지기도 했다. 물론 해랑군에 대한 평가는 후에 이들의 앨범을 구입한 후 바뀌었지만...


국내 네임드? 1차 경연 뒤집어보자.

피아, 트픽, 타카피, 예리밴드, 칵스... 모두 내 기준에서 1차 경연 보컬 퍼포먼스는 낙제점이었다.  

이쯤되면 실망이 아닌 절망이다. 


리치 블랙모어는 대마왕 로니 제임스 디오와 함께 Long Live Rock 'N' Roll을 불렀고,

깁슨 플라잉 V의 전설인 Michael Shenker는 Rock Will Never Die를 연주했고, 김경호와 박완규는 공중파 음악방송에서 주구장창 저 구호를 외쳐댔으나, 요즘 말랑말랑한 음악, 과연 정통 락이 죽지 않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제대로된 HM/HR은 사망한지 오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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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Brick in the Wall(Pt. 2) by Harry Big Button



70~90년대 락에 대한 향수는 제껴두고, 도대체 탑밴드 시즌2에서 과연 순수하게 음악적 역량으로 내 귀를 사로잡을 만한 밴드가 있는가? 라는 의문에 대해 의구심이 들 무렵.

한 야심찬 아저씨들이 Pink Floyd의 Another Brick in the Wall을 카피한다고 한다. 


나이도 꽤 먹은 아저씨들이 '무리하는 건 아닌가? 저거 잘못하면 욕만 줄창 얻어먹을텐데...'

긴장감을 높이는 도입부 기타소리에 보컬의 나레이션이 들어가는 찰나, 뭔가 잘못된 모양이다. 버벅이는 느낌. 쯧쯧쯧

그러나 엄청난 출력의 기타리프와 함께 울려퍼지는 우렁찬 보컬.

아... 정말 등골이 오싹해지고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나도 모르게 저 노래를 따라부른다. 

'그래... 이게 바로 내가 찾던 바로 그것이다'


시나위, 백두산, H2O, 넥스트, 크래쉬 이후 모던락과 뉴메탈(하드코어)가 한국 락씬을 휩쓸며 더이상 한국에 들을만한 정통락(HR/HM)이 사라졌다는 우려를 시원하게 날려버린 쾌거였다.

그들은 2분에 지나지 않는 짧은 공연 한방으로 그렇게 데뷔타석에서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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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성과 국내 대중음악


잭 블랙의 School of Rock에 잠깐 비춰지기도 했지만 Rock 역사의 계보란 그 역사에 비해 상당히 복잡하다(그렇다고 school of rock 칠판 사진 찾아보지는 말자. 그거 틀린정보가 많다). 1950년대 빌 헤일리 이후 수많은 변종 장르가 탄생되며 지금까지 Rock의 위세를 떨쳐왔으나 시간이 갈수록, 그리고 복잡해질수록 '정통'에 대한 고집과 그에대한 향수는 강해지기 마련이다. 


'정통'에 대한 고집과 그에대한 향수는 미국의 그래미 어워드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독 그래미에 특화된 가수들-해리코닉 쥬니어, 노라 존스, 가스 브룩스, 아델..-의 면면을 살펴보면 '복고'의 성향을 진하게 내뿜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비단 락씬 뿐만이 아니라 대중음악의 모든 분야에 걸쳐 그러한 '정통성'이 결여되어 있다. 이는 70년대 유신정권의 산물이기도 한데, 이에 대한 얘기는 너무 길어질 듯 하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하도록 하겠다.

정통 락(HR/HM)의 공급은 전혀 없는 상태에서 80~90년대 라디오를 통해 이에 대한 수요를 잔뜩 키운 기형구조가 정착된 이 나라의 대중음악은 그 수요를 전혀 감당하지 못한채 시간이 흐르며, 수요를 지녔던 층의 기성세대화가 진행됨에 따라 그 수요조차 모두 사그러든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는 HR/HM 밴드의 몰락에 직결되며, 2000년대 이후 넥스트의 상업적 실패와 함께 더이상 HR/HM 밴드는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피아/트랜스픽션을 정통의 범주에 넣기에 그들은 너무나도 다른 음악을 구사한다). 말랑말랑한 모던락과 '강렬함'은 지녔지만 '간결함'과 '스트레이트함'이 배제된 하드코어는 누가봐도 '정통'의 영역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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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Grunge


90년대 Nirvana의 성공이후 등장한 시애틀 4대장(Nirvana, Pearl Jam, Alice in Chains, Soundgarden)이 락의 메인스트림을 형성하며 얼터너티브 사운드(이때의 얼터너티브락을 시애틀사운드 또는 그런지 사운드라고 부른다)의 융성을 이루었지만 커트 코베인의 자살과 함께 그 불꽃은 너무나도 빨리 사그러들었다. 너바나를 제외한 3밴드의 음악적 역량은 의심할 바가 없으나, 그들의 음악에 대중성은 포함되지 못했다. 따라서 얼터너티브는 강렬했지만 빠른 생을 마감한다.


커트 코베인의 자살 후 너바나의 드러머였던 데이브 그롤은 Foo Fighters를 결성하며 새로운 그런지 사운드를 선보이는데 이를 포스트 그런지라 한다. 얼터너티브의 음악적 성향을 그대로 계승한 채  멜로디의 보다 적극적인 도입을 통해 엄청난 상업적 성공을 이루어냈다. Creed, Matchbox 20, Nickelback 그리고 최근의 Daughtry까지 이들의 음악은 현재까지도 이루어져있다. 포스트 그런지는 60~70년대의 하드락으로부터 시작된 정통 락을 잇는 계보의 마지막에 위치하는 장르이다.


해리빅버튼의 음악은 주관적 생각으로 장르상 Post-Grunge가 맞지 않을까 싶다. 음악적 스타일상 이들의 음악과 가장 비슷한 음악을 구사하는 밴드가 포스트 그런지에 대부분 포진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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