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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님의 서재입니다.

신이 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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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작품등록일 :
2014.01.01 21:30
최근연재일 :
2014.04.10 00:56
연재수 :
7 회
조회수 :
631,003
추천수 :
20,865
글자수 :
20,452

작성
14.01.01 21:39
조회
29,328
추천
613
글자
9쪽

1.

이 글에 나오는 일부 명칭, 단체는 허구이며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이글은 픽션입니다.




DUMMY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저마다 한 가지 고민에 휩싸였다. 바로 ‘그곳’을 무슨 이름으로 부르냐는 것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수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이름을 지으려 노력했다.

몇몇 이름은 꽤나 유명해져 ‘그곳’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했다.

종교인들이 부르짖는 세계, 환상의 대륙, 육신이 죽으면 도달하는 곳….

결국 지금은 수많은 많은 이름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곳을 방문했던 사람이었다.

그렇다.

나는 그 세계를 이렇게 부르고 싶다.

‘유토피아’라고…….


※※※


따르르릉!

‘헉!’

올해로 21살 되는 이준석은 귀청을 울리는 알람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창문으로 보이는 밖은 아직 어둑하기만 했다.

이른 아침인 것이다.

신경질이 난 준석은 알람을 거칠게 꺼 버렸다.

그렇게 부스스한 상태로 잠시 앉아있던 그.

“아, 오늘 수능이었지….”

꽉 잠긴 목소리가 준석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그렇다. 오늘은 수능이다. 어쩐지 쌀쌀한 날씨에 묘한 긴장감이 섞여 있더라니.

오늘은 바로 수학능력시험 평가 당일이었다.

준석은 이를 부드득 갈았다. 수능만 생각하면 치가 떨리는 탓이었다.

평범하게 시험을 치고 진학을 할 거라는 예전의 생각과는 달리, 그는 올해로 벌써 3수였다. 경력이 잔뜩 찬 것이다.

첫 번째 시험은 OMR카드 한번 밀려 쓴 실수로 인해 포기했고, 두 번째는 언어영역 도중에 배탈이 나서 반 백지를 내고 화장실을 가야만 했다.

순전히 본의 아닌 실수로 두 번 다 탈락한 것이었다.

“아들! 빨리 준비해서 가야지!”

“속은 괜찮어?”

엄마 아빠가 새벽부터 방을 향해 소리쳤다. 준석은 그런 그들에게 너무나 죄송할 따름이었다.

“괜찮아!”

준석은 거실을 향해 소리쳤다. 부모님이 안심하기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다행히 부모님은 그런 아들을 믿어주었다.

공부만큼은 누구보다도 열심히 하던 준석이었다. 단지 약간의 운이 없었던 것 뿐이었다.

그 운이란 게 너무 없어서 문제였긴 하지만 말이다.

준석은 행여나 늦을 세라 급하게 집을 나섰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걸으며 몸 상태를 체크했다.

3년을 통틀어서 제일 좋은 컨디션이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초콜릿을 꺼내 입에 넣었다. 쌉싸름한 단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준석은 부푼 가슴을 안고서 버스에 올랐다.

설마 세 번째에도 같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굳게 믿었다.

-♩~♫ ♪♬~♩~

이어폰에서 걸 그룹 노래가 들려왔다. 신나는 박자의 노래였다.

하지만 그것으로 오늘의 긴장감을 숨길 수는 없었다.

그는 볼륨을 두어 번 높인 다음 손바닥을 쥐락펴락했다.

횡단보도 앞에 오늘 시험을 치룰 고등학교의 모습이 보였다.

[00고 선배님들 합격기원!]

[꿈★은 이루어진다]

정문을 꽉 메운 고등학생들이 난리를 피웠다.

준석은 그것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난리 났네.’

저런 응원은 실력으로 눌러버릴 것이었다. 3년 내공이 허투루 쌓인 것은 절대 아니다. 준석은 공부를 열심히 했었다.

이것저것 생각하던 준석은 곧이어 인상을 찌푸렸다.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큭큭. 요새 돈 주고 들어갈 수 있는 대학 많아. 왜 시간낭비해?’

‘야 천명우! 말이 좀 심하지 않냐?’

‘뭐 어때? 틀린 말 했어?’

동창회에서 만난 같은 반 천명우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그는 중견기업 사장 아들로 태어났다.

그리고 고액 과외를 받으며 여유롭게 서울대에 붙었다.

그는 동창회에서 준석을 놀리는 것을 좋아했었다. 모든 반 애들이 보는 앞에서였다.

준석의 가장 친한 친구들이 있어도 그는 준석을 조롱하곤 했었다.

단지 ‘유일한 3수생’이라는 이유로 말이다.

그는 준석의 기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 특유의 오만함이 불쾌한 녀석이었다.

준석은 머리를 부르르 털었다.

갈 때까지 가볼 것이다.

천명우도 가는데 자신도 서울대 못 갈 이유가 없었다.

이를 꽉 깨문 준석은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 횡단보도를 성큼성큼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몇 걸음 가지 못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앞에 고등학생 무리가 얼음이라도 된 듯 제자리에 멈추었기 때문이었다.

한 여고생이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 대상은 바로 준석 자신이었다.

‘나?’

준석은 자신을 가르켜 보였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 그의 앞에 어떤 종이가 팔랑거리며 떨어져 내렸다.

자세히 보니 황금색 티켓이었다.

준석은 그것을 얼떨결에 손에 쥐고 말았다.

거기에는 ‘유토피아 초대권’이라고 적혀있었다.

‘유토피아?’

쾅!!

준석의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하늘과 땅이 번갈아서 뒤집혔다.

준석은 무슨 일인지 몰라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꺄아악!”

“시, 신고! 신고해!”

“사람 치였다! 사람 치였어!”

빙글빙글 돌던 세상이 멈추며 준석은 별이 번쩍 하는 것을 느꼈다.

늦게 떨어진 머리통이 아스팔트에 부딫혔다.

골이 덜컥 흔들리는 감각이 전해졌다.

머리를 다친 준석은 감전된 것처럼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정신이 멍한 것이 기절했다가 깨어난 것 같았다. 혀끝에서 짠 맛이 나는 게 뭔가 이상했다.

그는 자신이 차에 치였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누가 자신의 뺨을 마구 두들겼다.

준석은 뿌연 시야로 앞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신체는 바닥에 누운 채였다. 피 묻은 이어폰에서 걸 그룹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스팔트가 피로 축축이 젖은게 보였다. 상태가 꽤나 심각한 모양이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싸고 웅성거리는 소리가 아련히 들려왔다.

한 아저씨가 자신의 눈앞에서 손가락을 흔들어 보였다. 그 얼뜨기 같은 모습에 준석은 피식 웃고 싶었다. 하지만 몸에 힘이 빠져서 손끝 하나도 움직일 수 없었다.

‘아… 이대로 죽나.’

준석은 좌절했다.

이걸로 4수 확정이었다.

그것보단 죽는 게 더 빠르겠지만 말이다.

부모님과 친구들 그리고 천명우 개자식의 얼굴이 떠올랐다. 23살이라도 보란 듯이 명문대에 붙고 싶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는 문득 아까 떨어져 내린 티켓이 생각났다

떨리는 눈을 부릅 뜨고 오른손이 있을만한 곳을 바라보았다. 손에는 금빛으로 번쩍번쩍 빛나는 티켓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그 충격에 용케도 놓치지 않았다. 희뿌연 시야 속에서 그 티켓만이 또렷이 빛나고 있었다.

‘유토피아 초대권’

준석은 쓰여 있는 글자를 천천히 읽었다. 그러자 그것은 갑자기 황금빛을 뿜더니 부스러졌다.

사라져버린 것이다. 마술도 이보다 감쪽같지는 않았다.

그 장면에 간신이 붙잡고 있던 넋이 나갔다.

준석의 의식은 거기까지였다. 준석은 정신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


“헉!”

준석은 헛바람을 삼키며 벌떡 일어섰다. 악몽이라도 꾼 것 같이 말이다.

차에 치일 때의 충격이 뇌리에 강렬히 남았다. 때문에 몸이 반사적으로 반응했다.

깨어나면서 그야말로 소스라치게 놀랐기 때문에 몸이 잔뜩 웅크려지게 되었다.

준석은 몸을 뻣뻣이 굳힌 채 야생동물처럼 주변을 살폈다.

십여 초가 마치 십년처럼 느껴졌다.

긴장해 있던 몸이 이내 천천히 이완되었다.

준석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여긴…?”

준석은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굳어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워낙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이었다.

북유럽을 옮겨놓은 것 같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거대한 푸른 초원 가운데를 거친 강줄기가 가로질렀고, 그 뒤로는 광활한 숲지대가 빽빽이 들어찬 모습이었다.

뒤를 돌아보니 깎아지를 듯 험준한 산맥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곳은 무엇이든지 거대했다.

준석은 잠시나마 순수하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거대한 음성이 그의 뇌리를 울리기 시작한 것은.

[유토피아 대륙에 초대된 것을 환영한다! 이곳은 무엇이든 얻어갈 수 있는 땅, 즉 낙원이다.]

[유… 토피아?]

꿈결 같은 상황 속에서도 준석의 뇌리는 번뜩였다. 그는 황금색 티켓에 ‘유토피아 초대권’이라고 적혀있었던 것을 잊지 않고 있었다.

엉거주춤하게 앉아있던 준석이 몸을 일으키며 의문을 표했다.

“지, 지금 이게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을….”

하지만 음성은 준석의 말을 단호하게 끊었다.

[설명할 시간이 없다, 청년이여! 자네의 몸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정수를 얻어서 몸을 살리는 게 우선이네!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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