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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P

욕망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굴P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3.05.08 18:05
연재수 :
2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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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844
추천수 :
3,417
글자수 :
1,991,941

작성
22.11.18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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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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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6쪽

의수(義手)

DUMMY

#1


{ 이클립스 헤이카 회장의 긴급 기자회견 이후 일주일이 지난 지금, 여전히 전 세계의 많은 그렘린 중독자가 각국 이클립스 공업의 의료 시설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숫자만 해도 코렌에선 최소 300명 이상의.. }


최근 일주일간 TV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은 대부분 비슷했다.


공업, 헤이카, 그렘린, 짐승 테러.

이 네 가지 키워드를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듯, 어느 채널을 봐도 같은 주제의 내용만 떠들어댔다.


처음이야 흥미가 있었지만 이젠 슬슬 지겨웠다. 한참 채널을 돌리다 결국 포기하고 TV 전원을 꺼버렸다.

방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푹신하고 부드러운 이불이 깔린 침대에 축 늘어졌다.


벽걸이 시계가 틱틱거리며 움직이는 소리를 듣다 무심코 오른팔을 긁었다. 있지도 않건만, 살살 가려운 게 신경 쓰였다.


“에라이.”


이럴땐 뭐라도 하는 게 나았다. 난 몸을 굴려 침대에서 내려와 가벼운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문을 열고 나오자 고급스러운 카펫이 깔린 복도가 나타났다.


이런 곳에서 운동복과 런닝화 차림으로 걷는 이 모습은 꽤 괴상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집이 다 날아갔으니 어쩔 수 없다.


필라드는 아가레스 재해로 날아가 버렸고 카시라트에 얻어놨던 방도 지난번 짐승 테러로 날아갔다.

그렇게 하루아침에 지내던 집이 전부 사라졌으니 하는 수 없이 임시로 호텔방 하나를 장기로 잡아 투숙하고 있다.


생활 자체는 큰 불편함은 없다.

고급 호텔이라 그런지 필요한 걸 주문하면 재깍재깍 가져다주는 것도 있고, 식사도 요청하면 전부 준비해준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역시 너무 심심하다는 거다.


원래부터 바쁘게 살던 내 생활 루틴은 공업에 입사할 때부터 반쯤 깨졌지만 그래도 필라드나 카시라트에 있을 땐 바다도 보고, 사람이라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동네는 아는 사람도 없었다. 그렇다고 회사에 출근하자니 막상 가봤자 할 것도 없고, 카시라트 지부와 달리 정작 내가 지낼 사무실 자체가 아직 마련되어있지 않았다.


“..또 비 오네.”


더 끔찍한 건 이놈의 비였다. 아주 먹구름이 하늘에 엉덩이를 붙이고 눌러앉아 있었다.

최근 코렌이든 아시리아든 비가 많이 왔다. 좀 찾아보니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이걸 두고 ‘아가레스가 사라졌기 때문’ 이라는 가설을 내밀기도 했다.

확실히 비가 이렇게 쏟아지기 시작한 시점을 따져보면 아가레스가 전부 지상에 떨어진 직후부터였다.


그렇다고 어디가 잠기거나 물이 불어나 홍수가 나는 그런 폭우는 아니다. 찔끔 내리고 그쳤다가 또 잊을만하면 내리기 시작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부우웅, 그때 휴대폰이 진동했다.


[ 회사로 와! ]


헤이카로부터 온 문자는 간결했다. 어차피 비도 오고, 다시 들어가려던 참이었기에 난 곧바로 방으로 돌아가 옷부터 갈아입었다.


정장을 차려입고 이젠 제법 사회인 티가 나는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춰본다. 하지만 머리나 눈깔이 새하얘진 건 역시 좀 그랬다.

보는 사람마다 날 피하기 일쑤였다. 가게에서 쫓겨난 적도 있었다. 그야 일반적으로 알려진 백사병은 전염성이 강한 병이니, 이해할 수 있었다.


‘염색이라도 해야겠다.’


머리를 손질하던 난 마지막으로 코트를 걸치고 방을 나섰다.



#2


“왔어?”


본사에서도 헤이카의 사무실은 가장 위층이었다. 비서실을 지나 그녀의 사무실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늘 그렇듯, 자신만만한 미소가 날 반겼다.


“옙.”

“일주일 동안 푹 쉬었나 보네. 회복도 잘 돼서 다행이야. 어디 불편한 건 없어?”

“오른팔이 자꾸 가려워요.”

“으음..”


헤이카는 곤란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아무리 헤이카라도 이놈의 환상통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모양이다.


“그건 내가 좀 더 방법을 찾아보긴 할 텐데, 이걸로 해결될지도 모르겠어.”


헤이카는 자신의 넓은 테이블 위에 놓인 길쭉한 나무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뚜껑을 열자 은색의 팔이 그 안에 들어있었다.


“의수예요?”

“응. 그 증상은 기본적으로 뇌의 착각 때문에 발생한다고 알려졌거든. 그러니 의수를 써서 뇌가 받아들이는 게 좀 달라지면 증상이 완화될지도 몰라. 물론, 계속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보자.”

“일단 껴보죠. 근데.. 이거 그 사람 팔로 만든 거 맞죠?”


지난번 헤이카가 ‘감옥’ 이라 불렀던 그 하얀 지하실.

이 팔은 그 지하실에 갇혀 있던 남자의 팔을 잘라다가 만든 것이다. 팔을 잘라 챙기는 광경을 눈앞에서 봤었던 나였기에 어딘가 꺼림칙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반면에 헤이카는 그게 무슨 문제냐는 듯 태연하게 끄덕였다.


“맞아. 아이리스 칼라도나의 켄트 선생님이랑, 우리 공업 기술부랑, 머스칼까지 참여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야.”

“와우..”

“좀 찝찝해도 참아. 그때 널 그 감옥에 데려가 보여줬던 건 이 의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아줬으면 해서야. 알고 쓰는 거랑 모르고 쓰는 건 다르거든.”

“성능 차이라도 있답니까?”

“물론이지.”


반쯤 농담으로 물어본 거였는데, 헤이카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이 세상엔 ‘아는 것’ 과 ‘모르는 것’ 의 차이가 뚜렷해. 이 팔도 그렇지. 팔의 정체가 뭔지 알고 있는 너라면 더 확실하게 힘을 끌어낼 수 있어.”

“...분명 그 남자가 신이니 뭐니 했던 것 같은데..”

“신이었던 것. 번거로우니까 그냥 신이라고 불러도 돼. 그럼 이건 신의 팔이 되겠네.”


참 이름은 있어 보이네. 신의 팔짝을 잘라다 만든 의수라니.

사실 신이니 뭐니 하는 것도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고 있는 나로선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그래서 이거 어떻게 껴요? 뭐 수술 같은 거 해야 하는 겁니까?”

“아니. 그냥 갖다 대면 돼. 일단은 인공 유물이니까.”

“인공 유물..?”

“세상엔 유물이라 불리던 옛 시대의 잔재가 있어. 음, 마법의 유산 같은 거로 생각하면 돼. 네 오른팔이 있을 곳에 알아서 붙을 거야.”

“어디..”


대충 끄덕이곤 의수를 집었다. 생각보다 꽤 무게감이 느껴졌다.

어깨부터 손가락 끝까지 전부 사람의 팔을 그대로 빼다 박은 듯한 의수. 전부 은색이란 걸 제외하면 조형으로만 보면 꽤 수준이 높았다.


“...”


자꾸만 생각나는 그 남자를 애써 머리에서 지우며 팔을 빈 오른팔 부위에 맞춰 가져다 댔다.


그 뒤는 순식간이었다. 마치 자석처럼 의수가 철썩 들러붙더니 어느새 의수가 사람의 피부처럼 색이 바뀌었다. 그냥 보면 의수라는 걸 알아차리지도 못할 정도로 완벽한 모습이었다.


“잘 붙었네. 혹시 움직여져?”

“아뇨. 아무 감각도 없어요.”


그런데 이 팔은 붙기만 했지, 감각이 연결되거나 손가락을 움직일 수도 없어 축 늘어져 있을 뿐이었다.

그런 의수를 보며 턱을 만지작거리던 헤이카가 말했다.


“역시 켄트 선생님 말대로 신경이 전부 연결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겠네. 좀 불편해도 당분간은 그렇게 있어. 며칠 지나면 손가락 정도는 움직일 수 있을 거야.”

“예..”

“그리고 주의점. 처음엔 힘 조절이 잘 안 될 거야. 네가 최대한 힘 조절을 익혀야 해.”

“예. 뭐, 그 정도야.”

“그리고 다음은 의수의 이름이야. 잘 기억해둬.”


‘에헴’ 하며 목을 가다듬은 헤이카가 말했다.


“데이케트람.”

“팔에 이름도 붙여야 해요?”

“이름에는 큰 힘이 있어. 그러니 이름은 반드시 있어야 해.”

“..카르마 때부터 묻고 싶었던 건데 작명 누가 하는 겁니까?”

“머스칼.”


센스 하고는.

아무렴 어떠냐는 얼굴의 헤이카가 내 의수를 가리키며 말했다.


“머스칼은 이것저것 많이 알거든. 어쨌든 기억해 둬. 그 팔의 이름은 데이케트람. 크루아틀에 대비해 준비한 히든카드야. 더 자세한 건 조만간 머스칼이 직접 알려줄 거야. 오늘은 출장 갔거든.”

“예..”


요컨대 이 의수는 전에 말한 대로 괴물 잡이용 병기라는 소리다.

사람 팔을 괴물 잡이 의수로 달아놓는다니. 역시 헤이카다운 악랄한 발상이다.


‘지금은 필요하겠지.’


크루아틀이 날 노리는 이상 지금은 이 흉흉한 물건이 내 목숨줄이 될지도 몰랐다.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었다.

뭐든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준비해야만 한다. 신의 팔이든 신의 발가락이든.

게다가 없던 오른팔이 생기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했다. 안 그래도 젓가락질이 불편해서 죽을 맛이었다.


“그럼 의수 전달은 끝났고. 이제 정보 공유. 알다시피 크루아틀이 대규모 침공을 준비하고 있어. 목적은 단순히 세계 정복. 그러니 이 황성의 모든 땅을 자기 땅으로 만들기 전까진 멈추지 않을 거야.”


그 침공의 주가 되는 건 그렘린과 그렘린 중독자들이다. 난 마하카리타에서 보았던 수인병들의 모습을 회상하며 물었다.


“그렘린 중독자들을 치료한다고 모았잖아요? 그렘린 공장도 다 날려버렸다 했고. 그럼 크루아틀의 병력은 일단 더 늘어나진 않겠네요.”

“응. 그렇긴 하지. 하지만 문제가 해결된 건 아니야.”

“크루아틀 본인이 괴물이니까, 뭐..”

“아냐. 크루아틀보다는 조금 더 다양한 문제가 있어.”


헤이카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를 토도독 두드리자 테이블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스크린이 되어 무언가 떠올랐다.

최신 기술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인터페이스 구조가 아베스타와 똑같은 걸 깨닫자 금새 익숙해졌다.


헤이카는 전자 서류를 드래그해 내쪽으로 던지듯 밀었다. 테이블 스크린의 서류를 열어보자 모르는 사람의 신상 정보가 상세히 있었다.

몇 장을 넘기며 보던 중, 슬슬 감이 잡혔다.


“여기 있는 거 전부 그렘린 중독자들이네요.”

“응. 지금 보는 건 코렌이랑 자할 쪽 중독자들.”

“생각보다 그렘린이 많이 퍼져있었네. 확실히 위험하긴 하네요. 이 사람들이 일제히 짐승이 된다고 생각하면..”


짐승들이 날뛰며 마하카리타같은 도시도 쑥대밭이 됐다. 지난 짐승 테러에서도 도시 몇 개가 같은 꼴이 됐다.

이 수인병이 위험하다는 건 더 말할 것도 없으며, 이 정도 숫자라면 정말 크루아틀이 말하는 ‘세계 정복’ 도 헛소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첫 번째 문제는 아직 치료법이 없다는 거야.”

“엥? 있다면서요?”


헤이카는 한숨을 푹 쉬며 의자에 털썩 앉았다.


“없어. 아무리 연구해봐도 그렘린 중독자들의 짐승화를 막을 방법이 보이질 않아.”

“그럼 전에 했던 그 기자 회견은 뭐예요? 치료한다고 다 몰아놨..”


난 입이 떡 벌어졌다. 설마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게 맞는 건가?

헤이카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게 맞는 것 같았다.


“일단 중독자들을 다 모아놓고.. 짐승화가 시작되면 처분할 생각인 거죠..?”

“맞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는 헤이카였다.


“그 전에 치료법을 찾는다면 치료하겠지. 하지만 찾지 못한 채로 크루아틀에게 신호를 받아서 짐승화가 진행되면, 그 중독자들을 그 자리에서 처분할 수 밖에 없어.”

“이제 와서 말하긴 좀 그런데, 굉장히 비인도적인 평가를 받을 것 같은데요.”

“그렇겠지. 그래서 ‘지금’ 처분하진 않는 거야. 기껏 세계 연합과 다시 우호 관계가 됐는데, 여기서 중독자라는 이유 하나로 그 사람들을 어떻게 했다간 다시 적대 관계가 될 테니까.”


‘최소한의 양심’ 이라는 게 아니라 사회의 시선을 생각한 판단이었다.


짐승화가 진행되면 전부 몰살.

짐승화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의료 시설에 격리.

치료법이 생긴다면 치료는 하겠지만.. 가능성은 낮다.


비인도적인 처사임에는 분명하지만 헤이카는 원래 이런 식으로 일을 해왔고 솔직히 말하면 지금으로선 이게 최선이었다.

사방팔방에 흩어진 그렘린 중독자들이 일제히 짐승이 돼서 전 세계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건 최악 중의 최악이니까.


“중독자들이 몰려드는 지금 크루아틀이 조용히 있는 것도 내가 그렇게 행동할 걸 알기 때문이야. 자기 병력을 개죽음당하게 둘 순 없으니 변수로 남겨두겠다는 거겠지.”

“그렇겠네요..”

“그리고 다음 문제는.. 의료 시설에 오는 걸 거부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헤이카는 넓은 유리창으로 의자를 빙글 돌렸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도시엔 우산을 쓴 사람들이 이리저리 오가고 있었다. 헤이카는 그들 중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 손가락이 향한 곳을 보니 팻말을 들고 있는 무리가 보였다. 최근 흔하게 보이던 ‘공업 반대파’ 였다.

쉽게 말해 헤이카의 안티팬 클럽 같은 거다. 헤이카와 공업에게 죄를 묻고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었다.


“저 사람들은 요즘 우리가 치료법도 없이 중독자들을 잡아다 감옥에 가둬놓는 거라고 주장하고 있어. 사실 맞는 말이라 할 말도 없네.”

“..그래도 그렘린 중독자들은 자기가 짐승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런 거 가릴 여유가 있을까요? 나라면 무조건 치료해달라고 들어올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하지만 그렘린은 마약이야. 마약의 가장 무서운 점이 뭔지 알아?”


마약의 무서운 점? 그거야 당연히..


“중독성이죠.”


말하고서야 깨달았다. 그렘린 중독자는 이름 그대로 중독된 놈들이란 것.


“치료를 하든, 격리를 하든, 뭐든 일단 그렘린 복용을 끊어야만 해. 하지만 많은 마약 중독자들이 그렇듯, 그렘린이 주는 쾌락을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찾는 사람들이 있어.”

“..짐승이 돼서 날뛴다는 걸 알면서도 하겠네요.”

“그렇지. 차라리 쾌락을 즐기다 언젠가 짐승으로 죽던가. 아니면 짐승이 된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면서 말이야. 생각보다 꽤 많아. 그런 중독자들.”


시라비아에서도 약쟁이들을 자주 봤기에 알 수 있었다. 그놈들은 내일의 불행보다 당장의 쾌락에만 의지하는 놈들이다.

그런 중독자들에게 짐승화니 부작용이니 떠들어봤자 의미는 없다. 애초부터 마약을 하는 놈들이 부작용을 따지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다.


“그러니 중독자를 모은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크루아틀의 침공에 대한 해결책이 되진 못해. 대신 시간은 벌었으니 전쟁 준비를 해야지.”

“세계 연합이랑 같이 싸우면 승산이 있으려나.”

“그 정도로는 부족해. 훨씬 강한 동맹이 필요해. 그래서 고민 중이야. 용병을 긁어모을까 생각도 하고 있고..”

“...저한테 괜찮은 생각이 하나 있는데요.”


헤이카의 눈이 반짝 빛났다. 난 전자 서류를 테이블 구석으로 휙 밀어두고 익숙하게 인터페이스를 조작했다.


몇 번의 터치로 테이블 스크린에 넓게 세계 지도가 나타났다. 난 그곳에서 한 곳을 짚었다.


“여기.”


올드 아일랜드.

고리타분한 기사들의 나라.


헤이카는 놀란 얼굴로 멍하니 스크린을 바라보다 날 올려다보았다.


“기사들?”

“예. 고작 해봐야 갑옷 입은 시대착오적인 기사들뿐이지만..”


갑옷 입은 시대착오적인 기사들. 올드 아일랜드에 있는 건 확실히 그런 놈들이다.

자동차 대신 말을 타고 다니고, 기차 대신 마차를 타고 다니며, 휴대폰 대신 편지를 써서 주고받는 괴짜들만 모인 나라.

하지만 단순히 그걸로 끝나면 문제 될 것도 없다.


왜 과거 마피아와 기사들의 전쟁이 벌어졌는가.

시라비아를 전부 집어삼킨 그 마피아들이 아직도 올드 아일랜드만큼은 지배권에 넣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런 점 두고 조금만 생각해봐도 그 나라가 어딘가 심상치 않다는 건 누구라도 눈치챌 것이다.


세상 무서울 것 없이 칼질하던 처형인 시절.

내게 색다른 의미로 두려움을 선사한 기사라는 놈들의 인상은 내 머릿속에 박힌 채로 10년 넘게 무엇하나 바뀌지 않았다.


“올드 아일랜드의 기사들이라면 어중간한 용병들보단 훨씬 도움이 될 겁니다.”


크루아틀은 괴물이다. 놈의 수인병들도 사람의 힘으로는 당해내기 어려울 정도의 무시무시한 놈들이란 건 몇 번이나 상대해보며 느꼈다.

그리고 괴물과 싸우려면 같은 괴물이 필요하다.


마피아와 기사의 전쟁에서 굴렀던 나였기에 그곳에서 본 ‘기사’ 란 놈들의 강함을 잘 알고 있었다.


“황제 기사랑 협상을 해보죠.”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주말 편히 보내세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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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52 K.S
    작성일
    22.11.19 08:44
    No. 1

    솔직히, 헤이카는 길 가다 죽거나 밥 먹다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이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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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마법사의 보답 +2 23.05.05 152 10 13쪽
262 광야(曠野) 헤이카 미켈런 +2 23.05.04 173 12 15쪽
261 재회 +1 23.05.03 165 11 15쪽
260 사막, 괴물, 어린 칼잡이들 +3 23.05.02 160 11 12쪽
259 라푸스 벤데르드 +2 23.05.01 167 9 20쪽
258 욕망 시대(13) - 사무엘(Samuel) +2 23.04.28 168 8 17쪽
257 욕망 시대(12) - 눈 내리는 날 +1 23.04.27 161 8 15쪽
256 욕망 시대(11) - 죽음이 아닌 삶을 바라게 될 때까지 +1 23.04.26 156 7 14쪽
255 욕망 시대(10) - 강철의 기사 23.04.25 153 9 15쪽
254 욕망 시대(9) - 소리 없는 침식 +1 23.04.24 164 9 11쪽
253 욕망 시대(8) - 일방적 계약 +1 23.04.21 168 9 20쪽
252 욕망 시대(7) - 길을 잃고 +1 23.04.20 163 9 15쪽
251 욕망 시대(6) - 정복자 23.04.19 161 9 16쪽
250 욕망 시대(5) - 악룡과 용사 +1 23.04.18 159 9 17쪽
249 욕망 시대(4) - 오염구역 탐사 +2 23.04.17 158 8 14쪽
248 욕망 시대(3) - 죽음의 땅 +2 23.04.14 171 9 13쪽
247 욕망 시대(2) - 위험한 여행 +1 23.04.13 155 9 13쪽
246 욕망 시대(1) - 탐욕의 바르바로사 +1 23.04.12 177 9 13쪽
245 죄인 +2 23.04.11 157 8 15쪽
244 급류(急流) +2 23.04.10 176 9 13쪽
243 삼류 악당 +2 23.04.07 179 10 23쪽
242 우는 아이 +1 23.04.06 161 8 15쪽
241 에콰(5) - 일그러진 미소 아래 +2 23.04.05 183 9 15쪽
240 에콰(4) - 핏덩이 +1 23.04.04 178 9 17쪽
239 에콰(3) - 욕망죄화(欲望罪花) +1 23.04.03 184 10 27쪽
238 에콰(2) - 모르스 에콰 +1 23.03.31 167 9 13쪽
237 에콰(1) - 소녀 +1 23.03.30 166 9 14쪽
236 개벽(35) - 문을 닫다. +1 23.03.29 169 9 15쪽
235 개벽(34) - 찾아온 영웅, 떠나는 영웅 +1 23.03.28 173 9 21쪽
234 개벽(33) - 베르나데트 23.03.27 163 9 20쪽
233 개벽(32) - 자유를 향해 +2 23.03.24 163 9 18쪽
232 개벽(31) - 데이케트람 23.03.23 168 9 18쪽
231 개벽(30) - 행복을 쫓던 사내 +1 23.03.22 168 8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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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개벽(28) - 가능성 +1 23.03.20 171 9 17쪽
228 개벽(27) - 시카 23.03.17 165 9 17쪽
227 개벽(26) - 36년 +1 23.03.16 233 9 17쪽
226 개벽(25) - 빛바랜 세상 +1 23.03.15 166 9 13쪽
225 개벽(24) - 문 23.03.14 173 9 18쪽
224 개벽(23) - 본보기 +1 23.03.13 165 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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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개벽(17) - 친구인가 적인가 23.03.03 182 10 16쪽
217 개벽(16) - 습격 23.03.02 181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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