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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P

욕망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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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굴P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3.05.08 18:05
연재수 :
264 회
조회수 :
82,958
추천수 :
3,417
글자수 :
1,991,941

작성
22.11.10 18:05
조회
212
추천
9
글자
16쪽

환락주(歡樂主) 키란 샤토

DUMMY

#1


굳건한 믿음으로 이루어진 예속 아래 인간의 판단력은 흐려지기 마련이다.

그 믿음이 그릇된 욕망으로 점칠 된 신앙심이라면 더더욱, 그들은 신의 노예가 된다.


최 형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코렌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조직 폭력배인 아버지 밑에서 자라 일찍부터 철이 들었고 그런 아버지와 같은 범죄자들을 증오했다.

그래서 범죄자들을 잡는 형사의 길을 택했다. 순수한 정의감으로 불타던 젊은 청년의 꿈은 그곳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 나라는 정의감이라는 불을 지피기엔 이미 한참이나 늦어있었다. 속에서부터 곯아 터질 듯한 악행과 편법 아래 정의로운 청년의 꿈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정의를 실현하는 것보다 당장 먹고살 현실이 중요했다. 그러다 보니 가난에 진절머리가 났고, 청년은 더러운 현실에 찌들어 천천히 나이를 먹었다.


그토록 혐오하던 범죄자들의 꼴사나운 범법 행위를 뒷돈을 받아먹으며 눈 감아 주었다. 오히려 그들에게 더 돈을 받아내기 위해 스스로 법의 경계를 벗어난 적도 많았다.

어느샌가 그는 곯아 터진 사회의 일원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사도님. 사도님. 사도님.”


그 날도 최 형사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코렌에 입국한 월교의 높은 성직자가 비밀리에 여는 파티에 돈 냄새를 맡고 슬쩍 머리를 들이밀었을 뿐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최 형사는 자신의 숨겨진 추악함을 마주 보게 되었다. 속에서 들끓어 오르는 욕망을 주체할 수 없었다.


‘욕망에 충실할 것. 그건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다.’


키란 샤토의 말은 최 형사에겐 마치 신의 신탁처럼 들렸다. 그 말이 끝난 뒤, 최 형사의 자제력은 무너졌다.


그는 먹고 싶은 만큼 먹었다. 마시고 싶은 만큼 마셨다. 춤을 췄고 노래를 불렀으며 위험한 약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선을 넘어선 안 된다는 최후의 자의식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 이후는 뇌를 녹여버릴 정도의 야릇한 향기와 쾌락으로 가득 찬 교성, 추잡하게 살을 부딪치는 음란함이 전부였다.


환락(歡樂)에 취한 그에게 키란 샤토는 그보다 더한 쾌락을 선사했다. 그들 사이에선 ‘은총’ 이라 불리는 사도의 베풂이었다.

그 ‘은총’ 을 받았던 최 형사는 생에 단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경험을 했고, 지고한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


세상에 어떤 약도, 어떤 쾌락도 그의 은총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그 은총이야말로 달의 신의 축복이자 진정한 행복이라고.


“사도님. 은총을.. 제발 은총을... 흐...”


운전대를 잡은 최 형사가 쉴 새 없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에는 월교의 상징을 한 펜던트가 차량의 움직임에 맞춰 흔들렸다.


그는 룸미러로 뒷좌석에 짐짝처럼 실린 남녀를 확인했다. 최 형사의 얼굴에 일그러진 미소가 떠올랐다.

터질 것처럼 뛰는 심장에 최 형사는 펜던트를 꽉 쥐었다. 손바닥 안쪽에서 느껴지는 뻐근한 통증이 오히려 그에게 안도감을 선사했다.


“씨발.. 내가 에이전트를 납치하다니. 으.. 으흐흐.. 씨발... 좃됐네..”


불안감을 지우려는 듯 수상한 약통에 든 알약을 입에 털어 넣는 최 형사였다.

그때, 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렸다. 소스라치게 놀란 최 형사가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 형제님.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


“지, 지금.. 거의 다 왔으니까.. 조금만..”


{ 드랄렌 공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알고 있어! 알고 있다니까! 씨발! 굴착기가 왔다고! 굴착기 루저! 그 미친 새끼가 빌딩을 가루로 만들었어..! 늦지 않게 빠져나오긴 했지만.. 이 새끼들 몸 안에 추적기 달려 있잖아! 분명 따라올 거라고!”


최 형사는 거의 울먹이다시피 말했다. 휴대전화 너머에선 굵직한 한숨이 들렸다.


{ 알고 있다면, 서두르셔야 할 겁니다. }


뚝 끊긴 전화에 최 형사는 욕을 내지르며 휴대전화를 신경질적으로 조수석에 던졌다. 여전히 백미러로 보이는 건 이른 아침의 사막 풍경이 전부였다.

그 풍경이 이따금 흐릿해졌다. 마른 사막의 황량한 바위가 두 개로 보이곤 했다. 최 형사는 핸들을 쥔 손이 덜덜 떨리는 것을 깨달았다. 입술도 바짝바짝 말랐다.


“이것만 끝내면 받을 수 있어.. 은총을 내려주실 거야..”


그렇게 중얼거리던 최 형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멀지 않은 곳에 거대한 폐공장 지부가 보였다.


그가 바라는 것이 그곳에 있었다.



#2


“끄윽..”


정신을 차린 윈터가 가장 먼저 느낀 건 머리가 쪼개질 것 같은 두통과 어두컴컴하게 꽉 막힌 시야였다.


‘여긴 어디야..?’


손을 움직이려고 했던 윈터는 자신이 의자에 묶여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두 손은 뒤로, 양다리는 의자 다리에 밀착된 상태였다.

그녀는 침착하게 기억을 더듬었다.


‘키란 샤토가 주최하는 파티.. 쥬티카에 잠입해서...’

‘내부 조력자.. 최 형사... 그래.’


조력자라고 생각하던 최 형사는 처음부터 그들을 배신할 작정이었다. 그에게 속은 윈터는 자신이 어딘가에 납치되어 묶여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추측을 증명하듯 곧바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깨어났습니다. 공작님.”


인기척의 주인은 굵직한 목소리를 냈다. 조금 뒤, 그녀의 눈앞이 밝아졌다. 갑작스레 돌아온 시야에 윈터는 눈살을 찌푸렸다.


눈 앞에는 험악한 인상의 남자가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와 눈을 마주친 윈터는 지지 않겠다는 듯 그를 노려보았지만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옆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


좁은 방은 그다지 밝지 않은 조명 탓에 전체적으로 어두침침했다. 마치 음침한 취조실 같은 분위기였다.

그리고 그녀의 맞은편 벽엔 자신과 똑같이 의자에 묶여 축 늘어진 조엘이 있었다. 윈터의 눈이 커졌다.


“조..! 콜록! 윽!”


조엘의 이름을 부르려던 윈터는 목이 갈라지는 듯한 통증에 고개를 떨궜다. 제대로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그때, 철문을 여는 듯한 소음과 함께 누군가 방에 들어섰다.


“나가 봐요.”

“예.”


험악한 인상의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방을 나섰다. 좌측 구석. 녹슨 철문이 그곳에 있었다.


“흐음. 그렇죠.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선 출입문이 어디인지 확인해두는 게 중요하죠. 여차할 때 빠르게 탈출할 수 있을 테니까.”


문의 위치를 확인하던 윈터는 목소리의 주인에게 시선을 옮겼다.


창백한 하얀 피부와 호리호리한 체형을 가진 인물은 조금 기괴하다 싶을 정도로 팔다리가 길쭉했다.

깨끗하고 매끄러운 턱선과 유난히 빨간 입술, 옅은 화장기가 돋보이는 얼굴을 감싸는 구불구불한 장발은 마치 여자처럼 보였지만 그 기묘한 불쾌감 뒤에 있는 건 분명한 남성이었다.


그는 비어 있는 의자를 끌어와 윈터의 앞에 놓고 앉았다. 얇고 광택이 흐르는 하얀 옷자락이 그가 움직일 때마다 흐느적거렸다.

윈터는 그를 알고 있었다.


“키란 샤토..!”


월교의 사도. 키란 샤토.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다른 사도들에 비해 이곳저곳 자주 나타나는 키란 샤토였다. 저렇게 개성 넘치는 모습을 다른 사람과 착각할 리도 없었다.


“알아봐 주다니 고마워요. 음. 어디 보자.”


키란 샤토의 손이 서슴없이 윈터를 향해 다가왔다.

미끄러지는 뱀처럼 차가운 손가락이 뺨을 타고 꿈틀거렸다. 그리곤 얼굴을 들이밀고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마치 먹잇감의 냄새를 맡듯이.

소름 끼치는 감각에 윈터가 움찔하자 샤토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드러났다.


“젊고. 탄력 있고. 부드럽고. 향기도 좋아.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딱히 특별한 건 없네요? 에이전트 정도 되는 감응자면 다른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에이전트도, 감응자도 똑같이 사람이야..”

“그런 뜻이 아니에요. 축복의 냄새가 나는지 궁금했거든요.”

“축복?”

“여러분이 ‘백사병’ 이라 부르는 그거 말이에요.”


윈터가 눈살을 찌푸렸다. 감응자와 백사병이 무슨 관계냐는 듯, 노려보는 그녀의 눈빛에 샤토의 미소가 섬뜩한 조소로 바뀌었다.


“형제님! 들어오세요!”


덜컹, 하며 철문이 다시 열리고 또 다른 사람이 들어왔다. 윈터는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눈을 부릅떴다.


“당신!”


그녀의 따가운 시선을 받은 최 형사가 흠칫했다. 샤토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즐겁다는 듯 경쾌한 발걸음으로 최 형사에게 다가갔다.


“잘 해줬어요. 형제님. 정말로 에이전트를 데려올 줄이야. 약속한 보상으로.. 은총을 내려 드리죠!”

“가, 가, 감사합니다! 사도님! 감사합니다!”


최 형사는 털썩 무릎을 꿇었다. 작게나마 에이전트에게 손을 댔다는 사실에 남은 두려움과 죄책감은 씻은 듯 없어졌다.


샤토의 길쭉길쭉한 손가락이 최 형사의 머리 위에 올라왔다. 마치 세례라도 받는 것처럼 눈을 감은 최 형사가 떨리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샤토는 그의 머리를 잡아 뽑았다.


‘으드득’ 하며 척추가 비틀린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은 최 형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그가 알아챘을 때, 머리는 이미 목에서 뜯겨 나온 뒤였다.


“...”


끊어진 척추가 축 늘어졌다. 머리를 잃은 몸뚱이는 힘없이 픽 쓰러져 고장 난 펌프처럼 피를 뿜어댔다.


샤토는 꽉 쥔 머리를 더욱 움켜쥐었다.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던 최 형사의 머리가 뭉개지더니 끝내 으스러지듯 터졌다.


맨손으로 사람의 머리를 뽑아 으깬 키란 샤토는 머리였던 것을 쓰레기처럼 구석에 던져놓고 몸을 홱 돌렸다.

그의 흐느적거리는 몸짓에 새빨갛게 물든 손과 옷감이 흔들렸다.


‘뭐야..’


윈터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무나 갑작스럽게 벌어진 참상에 구역질조차 나지 않았다. 아직 머리가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것 같았다.

혼란스러운 그녀를 향해 키란 샤토가 다가왔다.


그의 구두 밑창에 질척이는 피가 들러붙어 바닥에서 쩍쩍 소리가 났다. 새빨간 손을 털 때마다 피와 함께 뭔지 모를 살덩어리가 바닥에 튀었다.

피 웅덩이에 물결이 일었다. 윈터는 공포에 얼어붙었다.


“쯧. 더러워라.”


사람을 아무렇지도 않게 죽인 키란 샤토의 첫 마디였다. 윈터는 그를 올려다볼 용기가 나질 않았다.

그저 고개를 바닥에 처박은 채, 점점 번지는 피 웅덩이에 시선을 고정했다. 불쾌한 피비린내가 방 안에 퍼지기 시작했다.


피에 젖은 손가락이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키란 샤토와 눈을 마주치게 된 윈터는 몸을 덜덜 떨었다.


추잡한 욕망으로 번들거리는 그의 눈동자가 잡아먹을 듯 가까워졌다.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키란 샤토는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선배님!”


그때, 방 안을 울리는 조엘의 목소리에 가까워지던 샤토의 얼굴이 멈췄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묶인 손을 어떻게 풀어냈는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난 조엘이 그곳에서 총을 겨누고 있었다. 한껏 찌푸린 얼굴이 매서운 눈으로 샤토를 노려보았다.


고개를 갸우뚱한 샤토는 그가 쥔 총이 최 형사의 시신에서 꺼낸 것임을 깨달았다. 샤토의 얼굴에 조소가 번졌다.


“움직이면 쏩니다! 움직이지 마십시오!”

“오, 친절해라. 나였다면 당장 쐈을 텐데.”

“우리 에이전트는 살인자가 아닙니다! 법과 질서를 지키는..”

“꿈 많은 청년은 좋죠.”


샤토의 몸에서 소름 끼치는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좁은 방 안에 들어차던 피비린내를 대신해 기묘한 향이 차올랐다.


“...!”


조엘은 재빠르게 소매로 입과 코를 가렸다. 하지만 이미 조엘은 눈앞이 흐릿했다. 비틀거리는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했다.


“헉.. 허억...”


어느새 호흡이 거칠어졌다. 전신에서 비처럼 쏟아지는 땀에 옷이 축축했다. 심장은 터질 것처럼 뛰고 있었다. 후들거리는 다리 사이가 아플 정도로 부풀었다.

자신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조엘은 온갖 욕구가 샘솟았다.


배가 고프고, 목이 말랐다. 졸음이 쏟아지다가도 갑자기 각성했다. 누군가와 살을 맞부딪치고 싶다는 추잡한 성욕도 폭발했다.


결국, 조엘은 무릎을 꿇었다.

덜덜 떨리는 손은 진작에 총을 놓쳤다. 길쭉한 그림자가 그를 뒤덮었다.


“...허억.. 허... 허.. 윽...”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맹렬한 시선이 느껴졌다. 그 시선만으로도 조엘은 몸을 가눌 수 없었다. 모든 감각이 극도로 민감해져 있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게 뭐지?”


키란 샤토가 물었다. 조엘은 질질 흐르는 침을 닦아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끊어질 것 같은 이성의 끈을 놓지 않은 조엘이었다.


“선배.. 님을...”

“...”


키란 샤토의 입꼬리가 히죽 찢어졌다. 욕망으로 들어찬 그의 얼굴이 희열로 일그러졌다.

그가 되물었다.


“선배님을?”

“구.. 해야...”

“그게 전부? 저렇게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선배님을 구하고 끝?”

“개소리.. 하지 마...!”


조엘은 충혈된 눈으로 총을 찾았다. 그의 덜덜 떠는 손이 다시 총을 쥐고 샤토를 겨누었다.

마구 흔들리는 총구는 조준에 의미가 없었지만 이렇게나 가까운 거리라면 맞추지 못하는 게 이상했다. 그럼에도 샤토는 물러날 기색이 없었다.


“최고의 진미를 맛보고 싶지 않아요? 천상의 맛이라는 술은? 부드러운 여인의 살결은? 아니면, 누군가를 목 졸라 죽이고 싶다거나? 찌르고 싶다거나?”

“무슨.. 소릴...”

“하고 싶은 걸 말해보라는 거예요. 나, 키란 샤토가 전부 들어줄 테니.”


샤토가 양팔을 벌렸다. 칙칙한 조명이 그의 후광이 되어 빛났다.


“어떤 비틀어진 욕구라도 좋아요. 인간은 본래부터 욕망으로 움직이는 생물이니까.”

“....”

“욕망에 충실한 것이 뭐가 잘못됐죠? 세상 어떤 짐승보다 많은 욕망을 꿈꾸는 인간은 오히려 짐승보다 그 욕망을 억누르고 있어요. 왜 본성을 억누르면서까지 답답한 삶을 살고 있나요?”


뜨거운 숨결이 샤토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조엘은 그에게 겨눈 총의 방아쇠를 조금씩 당겼다.


“욕망을 해방하세요.”

“욕망에 충실할 것. 그거야말로 인간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니까.”


샤토의 길쭉한 손가락이 조엘의 총을 잡아 눌렀다. 총이 마치 깡통처럼 구겨졌다.

요란한 소리에 샤토가 슬쩍 고개를 돌렸다. 발버둥치던 윈터가 의자째로 넘어져 있었다.


그녀의 잔뜩 달아오른 얼굴을 보며 샤토가 입맛을 쩝 다셨다.


“미안해요. 그쪽까지 번졌나 보네요. 역시 조절이 잘 안 돼.”

“걘 놔줘..!”

“이런 상황에서도 후배 걱정이라니..”


샤토가 흐느적거리며 그녀를 향해 돌아갔다. 미끈거리는 손이 다가오자 윈터가 눈을 질끈 감았다.


“당신들은 마음에 들었어요. 특별히 한 번도 맛본 적 없는 쾌락을..”


그 순간 윈터의 몸에서 파장이 뿜어져 나와 공기가 경직되었다.


“흠. 이제 와서 감응자의 능력으론.. ....응?”


놀란 듯 휘둥그렇게 뜬 눈을 굴리던 키란 샤토는 자기 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허리를 세웠다.


넘어져 있던 윈터가 이를 악물었다. 샤토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와 눈을 마주했다.

곧 샤토의 눈이 불같이 이글거렸다.


“뭘 한 거야?”

“...”

“뭘 한 거냐고 물었다. 왜 내.. 권능이 없어졌지?”

“내가 지웠으니까..”


윈터의 말과 동시에 벽에 쩍, 하며 금이 갔다. 샤토가 재빨리 손을 휘둘렀지만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조각조각나는 벽이 우르르 무너졌다. 갑자기 들이닥친 바깥의 빛에 키란 샤토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며 뻥 뚫린 구멍으로 들어선 남자를 노려보았다.


“두 손 들고 머리 박아라. 가루 되기 싫으면.”


눈에 핏대를 세운 루저가 장갑을 벗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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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 욕망 시대(完) +3 23.05.08 203 9 24쪽
263 마법사의 보답 +2 23.05.05 153 10 13쪽
262 광야(曠野) 헤이카 미켈런 +2 23.05.04 174 12 15쪽
261 재회 +1 23.05.03 166 11 15쪽
260 사막, 괴물, 어린 칼잡이들 +3 23.05.02 161 11 12쪽
259 라푸스 벤데르드 +2 23.05.01 168 9 20쪽
258 욕망 시대(13) - 사무엘(Samuel) +2 23.04.28 169 8 17쪽
257 욕망 시대(12) - 눈 내리는 날 +1 23.04.27 162 8 15쪽
256 욕망 시대(11) - 죽음이 아닌 삶을 바라게 될 때까지 +1 23.04.26 157 7 14쪽
255 욕망 시대(10) - 강철의 기사 23.04.25 154 9 15쪽
254 욕망 시대(9) - 소리 없는 침식 +1 23.04.24 165 9 11쪽
253 욕망 시대(8) - 일방적 계약 +1 23.04.21 169 9 20쪽
252 욕망 시대(7) - 길을 잃고 +1 23.04.20 164 9 15쪽
251 욕망 시대(6) - 정복자 23.04.19 162 9 16쪽
250 욕망 시대(5) - 악룡과 용사 +1 23.04.18 159 9 17쪽
249 욕망 시대(4) - 오염구역 탐사 +2 23.04.17 158 8 14쪽
248 욕망 시대(3) - 죽음의 땅 +2 23.04.14 171 9 13쪽
247 욕망 시대(2) - 위험한 여행 +1 23.04.13 155 9 13쪽
246 욕망 시대(1) - 탐욕의 바르바로사 +1 23.04.12 177 9 13쪽
245 죄인 +2 23.04.11 157 8 15쪽
244 급류(急流) +2 23.04.10 176 9 13쪽
243 삼류 악당 +2 23.04.07 179 10 23쪽
242 우는 아이 +1 23.04.06 161 8 15쪽
241 에콰(5) - 일그러진 미소 아래 +2 23.04.05 183 9 15쪽
240 에콰(4) - 핏덩이 +1 23.04.04 178 9 17쪽
239 에콰(3) - 욕망죄화(欲望罪花) +1 23.04.03 184 10 27쪽
238 에콰(2) - 모르스 에콰 +1 23.03.31 167 9 13쪽
237 에콰(1) - 소녀 +1 23.03.30 166 9 14쪽
236 개벽(35) - 문을 닫다. +1 23.03.29 169 9 15쪽
235 개벽(34) - 찾아온 영웅, 떠나는 영웅 +1 23.03.28 173 9 21쪽
234 개벽(33) - 베르나데트 23.03.27 163 9 20쪽
233 개벽(32) - 자유를 향해 +2 23.03.24 163 9 18쪽
232 개벽(31) - 데이케트람 23.03.23 168 9 18쪽
231 개벽(30) - 행복을 쫓던 사내 +1 23.03.22 168 8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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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 개벽(28) - 가능성 +1 23.03.20 171 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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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개벽(18) - 영웅 증후군 23.03.06 203 10 16쪽
218 개벽(17) - 친구인가 적인가 23.03.03 182 10 16쪽
217 개벽(16) - 습격 23.03.02 181 10 14쪽
216 개벽(15) - 헤르그부르 23.02.28 189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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