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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P

욕망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굴P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3.05.08 18:05
연재수 :
2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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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276
추천수 :
3,417
글자수 :
1,99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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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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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추천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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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잠입 작전

DUMMY

#1


카페 야외 테라스에서도 가장 구석진 자리를 골라 앉은 윈터는 몇 분째 커피 빨대를 입에 물고 오물거렸다.

그녀는 앞에 놓인 노트북 자판을 두들겼다. 그리고 화면에 노출된 문서를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키란 샤토.’

‘성별 남성. 나이 불명. 출생지 불명. 가족은 없고 그를 아는 친인척도 없음.’

‘약 5년 전, 갑작스럽게 월교의 사도로 임명되며 처음 그 정체가 드러났지만, 사도가 되기 이전의 행적은 전부 불명. 어디에도 키란 샤토에 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음.’


“...대체 뭐야?”


어이가 없다는 듯, 그리고 약간의 짜증을 섞은 혼잣말이었다.


벌써 며칠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월교의 사도인 키란 샤토에 관한 정보를 수집했지만 모인 건 고작 몇 줄 되지 않는 간단한 정보가 전부였다.

그것마저도 대부분은 불명. 사실상 확인이 된 정보는 그가 5년 전에 나타났고, 월교의 사도가 되었다는 사실 뿐이었다.


“선배님!!”


그때, 노트북 자판을 두들기던 윈터는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엔 기운차게 달려오는 후배 조엘이 있었다.


“선배님! 임무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큼직큼직한 걸음걸이로 순식간에 그녀의 앞에 도달한 조엘은 각 잡힌 차렷 자세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윈터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래. 사람들 보니까 우선 좀 앉아줄래..?”

“앗, 죄송합니다! 앉겠습니다!”

“귀청 떨어질 것 같으니까 목소리도 낮추고.”

“예. 선배님.”


맞은편에 앉은 조엘은 반짝거리는 눈으로 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의 부담을 이기지 못한 그녀가 딱딱한 미소를 지으며 조엘과 눈을 마주쳤다.


“조엘. 우리가 누구더라?”

“예? 저흰 에이전트지 않습니까?”

“에이전트가 밖에서 ‘나 에이전트예요.’ 라며 사방팔방 떠들고 다니는 걸 어떻게 생각해?”

“위험한 것 같습니다.”

“지금 네가 딱 그래.”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렇게 뜬 조엘은 살짝 상기된 얼굴로 눈썹을 긁적였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괜찮아. 그냥 어깨에 힘 좀 빼라는 거야. 신입이라고 너무 기합 빡 넣고 있으면 금방 방전되니까. 그리고 루저 선배도 나도 딱히 네가 군인처럼 기합 있는 모습을 보려는 게 아니거든.”

“그, 그렇겠네요.. 생각이 짧았습니다.”

“응. 그러니 편하게 해. 눈에 안 띄고, 평범한 시민처럼 보이게.”

“예. 선배님.”


만족스러운 얼굴로 윈터가 끄덕였다. 그러자 조엘은 정장 안주머니에서 편지봉투 같은 걸 꺼내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


“이건 뭐야?”

“말씀하신 ‘초대장’ 입니다.”

“어.. 진짜?”

“예. 선배님.”


윈터는 불신 가득한 눈으로 조엘과 마주 보았다. 정작 조엘은 그녀의 불온한 시선에도 자신만만한 미소를 걸치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조엘이 가져온 ‘초대장’ 이라 불리는 편지를 확인했다. 편지 겉 부분에는 ‘드랄렌 공작’ 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다. 윈터는 그 부분을 가리켰다.


“드랄렌 공작.. 이건 키란 샤토를 가리키는 이름이야. 정체를 숨기려고 쓰는 두 번째 이름. 진짜 초대장 맞네..”

“예. 진짜입니다.”

“솔직히 정말 구해올 줄 몰랐어.”


얼마 전, 월교의 사도인 키란 샤토가 코렌에 입국했다.


그리고 루저의 부탁으로 그에 대한 걸 조사하던 윈터는 키란 샤토가 코렌의 정부 고위 관계자나 기업의 높은 사람들을 상대로 자신이 주최하는 파티의 ‘초대장’ 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파티의 목적과 위치, 일시는 철저하게 숨겨져 있었고 이를 알아내기 위해선 그들이 받은 초대장을 입수하는 게 가장 수월했다.


하지만 극히 일부의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된 초대장을 정부 에이전트가 손에 넣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그런 이유로 윈터는 초대장에 대해선 거의 포기한 상태로 키란 샤토에 관한 정보에만 집중했던 것이다.


“선배님께서 초대장이 필요하다고 하셔서.. 그래서 구해왔습니다.”


윈터는 기가 막힐 지경이었다. ‘초대장을 구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같은 흘러가는 푸념을 주워들은 신입 에이전트가 진짜로 그 초대장을 구해왔다는 것이다.


그녀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새로운 불안감이 샘솟았다. 무리하게 초대장을 입수하며 키란 샤토에게 조엘의 정체가 노출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이거 어디서 구한 거야?”

“저희 아버지 이름으로 온 초대장을 우연히 발견해서 몰래 가져왔습니다.”

“아버.. 아버지?? 너희 아버지?”

“저희 아버지는 ‘레커’ 라는 제약회사의 고위직으로 계십니다. 아마 아버지께선 지금까지 키란 샤토의 초대장을 몇 번이나 받으셨던 듯합니다. 같은 ‘드랄렌 공작’ 에게 온 편지 봉투가 아버지의 서재에 숨겨져 있었으니까요.”


꽤나 충격을 받을 법도 했지만, 조엘은 덤덤하게 말하고 있었다. 윈터는 그의 정신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너희 아버지께서 아시면 일이 커지지 않을까..?”

“괜찮습니다. 아버지께서 이 초대장이 온 걸 발견하시기 전에 제가 먼저 가로챘으니까요.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윈터는 피식 웃으며 끄덕였다. 신입 에이전트인 그의 유능함과 배짱을 다시 본 그녀였다.


“어디 보자..”


편지 내부에는 내용이 적힌 본문과 빳빳한 종이로 싸여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 윈터는 먼저 본문의 내용을 재빠르게 읽어내려갔다.


“파티가 오늘 밤이네? 아슬아슬했어. 장소는.. 여긴가. 시간은 충분하고. 역시 초대장에 파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안 쓰여 있네.”

“그런가요..”

“그래도 가장 중요한 장소와 시간은 알아냈으니 파티 장소로 슬쩍 가보면 되겠지. 그나저나 이건 뭐래?”


윈터는 빳빳한 종이에 감긴 무언가를 풀어헤쳤다. 조엘은 그녀의 표정이 실시간으로 창백해지는 걸 보며 슬쩍 몸을 일으켰다.


“음? 선배님? 그건..”

“이게 뭐로 보여..?”

“손가락?”


윈터는 구역질이 날 것 같다는 얼굴로 종이에 싸여있던 손가락을 조엘에게 내밀었다. 조엘은 아무렇지도 않게 손가락을 받아 만지작거렸다.

아무렇지도 않게 냄새까지 맡는 조엘의 태도에 그녀는 한껏 눈살을 찌푸렸다.


“가짜겠지? 응?”

“음.. 확실하진 않지만, 가짜라기엔 꽤 섬세합니다. 냄새나 촉감도 진짜 손가락 같습니다. 예전에 손가락이 잘린 시신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랑 비슷한..”

“너 전에 뭐하다 온 거야..?”

“학창 시절엔 탐정 사무소에서 잠깐 일했었습니다.”

“요즘 애들 무섭네..”


그 뒤로도 한동안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던 조엘이 무언가를 발견한 듯 ‘아’ 하는 소리를 냈다.


“선배님. 이 손가락에 지문이 남아있습니다.”

“지문? ..아. 지문!”

“예. 지문 조회를 해보면 진짜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아. 지문 스캔해서 본부로 보내고, 우린 슬슬 일어나자. 혹시 정장 더 있어? 좀 멋있는 걸로.”


남은 커피를 싹 비운 윈터는 노트북을 탁 닫고 일어나며 물었다. 조엘은 자기 옷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기울였다.


“그 파티에 참석해보려고.”



#2


‘쥬티카’ 라는 간판이 걸린 술집을 앞에 두고 윈터는 작게 심호흡했다.


“선배님. 역시 위험하지 않을까요?”


그녀의 곁에 선 조엘이 주변을 훑으며 작게 말했다. 밤인데도 번쩍거리는 길거리엔 여자를 끼고 비틀비틀 걷는 취객이나 시끄럽게 떠드는 무리가 많았다. 가게마다 북적거리는 음악은 덤이었다.


보이는 그대로의 유흥가. 파티 장소는 그 중 하나인 이 ‘쥬티카’ 라는 술집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도 쥬티카는 꽤나 컸다. 무려 5층 높이의 건물인데다가 안에는 쥬티카 외에 다른 가게도 없었다. 이 5층 빌딩 자체가 쥬티카라는 ‘과하게 큰’ 술집이었다.


그만큼 드나드는 사람도 많았다. 조금 차이가 있다면 다른 술집과 달리 쥬티카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다들 한껏 꾸민 부자들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껄렁하게 입은 양아치들이 드나드는 술집은 분명 아니었다. 파티 드레스를 입고, 비싼 양복을 입은 남녀가 팔짱을 끼고 많이 드나들었다.


“괜찮아. 경찰 쪽에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 지인이 이 쥬티카에서 꽤 오래 잠복 수사 중이래. 그래서 좀 도와달라고 했어.”

“잠복 수사..”

“그래도 위험하면 바로 뺄 거야. 조엘. 넌 그 이름 그대로 써. 난 선배님 말고 ‘미카나 씨.’ 라고 불러. 네 애인으로 할 거야.”

“알겠습니다.”


에이전트에겐 이름이 많다. 물론, 전부 비밀리에 활동하는 임무에서 사용하는 가명이다.

‘미카나’ 는 윈터의 그런 이름 중 하나였다.


“가자.”


윈터는 조엘의 팔짱을 끼고 입에 미소를 걸었다. 조엘도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그녀와 함께 쥬티카에 들어섰다.


예상대로 입구 안쪽엔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사내 둘이 서 있었다. 그들은 두 사람을 선글라스 너머로 슬쩍 흘겨보았지만, 앞을 막거나 하진 않았다.


그렇게 쥬티카 내부에 들어선 조엘과 윈터는 잔잔한 재즈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이곳저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술잔과 음식을 기울였다.


1층의 분위기만 봐선 확실히 다른 유흥주점과는 달랐다. 시끄러운 노래도 없었고, 흥겹게 춤을 추는 분위기도 아니었다.


“저쪽. 파티 장소는 5층이야.”


윈터가 작게 말했다. 조엘은 그녀가 눈짓한 계단을 올랐다.


“실례합니다.”


3층까진 별다른 방해 없이 오를 수 있었지만, 4층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두 사람의 앞을 검은 양복의 남자가 막아섰다.

그는 꽤 큰 덩치에 선글라스가 앙증맞게 보일 정도로 큰 얼굴을 갖고 있었다. 돌덩이 같은 주먹을 본 윈터가 살짝 놀란 듯 그를 올려다보았다.


“놀라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이 위부터는 오너의 초대장을 받으신 ‘바슐’ 등급 이상의 고객들만 받고 있습니다. ‘닐’ 등급의 고객들께선 3층까지만 이용 가능하십니다.”

“저희는 초대장을 갖고 있어요.”


윈터가 말했다. 사내가 선글라스 너머로 눈썹을 치켜올렸다.


“여기 있습니다.”


파티복 안쪽에서 초대장을 꺼내 내민 조엘이었다. 선글라스의 사내는 초대장 안에 든 내용물을 확인하곤 끄덕이며 조엘에게 초대장을 돌려주었다.


“실례했습니다. ‘베이타’ 등급 고객님이셨군요. 호각은 챙겨 오셨습니까?”

“호각?”

“...”


윈터가 되묻자 선글라스 사내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다. 재빠르게 그의 눈치를 살핀 조엘이 자기 몸을 더듬거리며 말했다.


“아, 이런. 아무래도 두고 온 모양이네요.”

“흠. 호각을 두고 오셨습니까?”

“예. 하하..”

“혹시 몇 번 호각을 갖고 계셨습니까?”


두 사람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지만 대답이 떠오를 리가 없었다.

애초에 이곳의 정보가 너무 적었다. 등급에 관한 것도, 갑자기 등장한 ‘호각’ 도 대체 뭘 뜻하는 것인지 두 사람은 알지 못했다.


‘망했다.’


선글라스 사내의 눈썹이 점점 한곳으로 모이며 미간을 찌푸렸다. 확실히 의심하고 있었다.

그때, 4층 계단에서 내려온 한 중년 남자가 선글라스 사내의 등을 쿡쿡 찔렀다.


“음?”

“이봐. 그쪽은 내 친구들이야. 계속 기다렸는데도 안 오길래, 어디에 있나 했더니 여기서 발목이 잡혀 있었구만. 뭐 하느라 막고 있는 거야? 엉?”


중년의 남자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선글라스의 사내는 미심쩍은 시선으로 그와 윈터 일행을 번갈아 보았지만 이내 콧바람을 훅 내뿜으며 길을 비켜주었다.


“..임시 호각을 빌려 드리겠습니다. 좋은 밤 되십시오.”


조엘은 선글라스 사내에게서 받은 호각을 챙겼다. 무언가의 은어가 아니라 그가 건넨 건 정말 불면 소리가 나는 호각이었다.


그렇게 엉겁결에 4층으로 올라갈 수 있던 윈터와 조엘은 묵묵히 앞서 걷는 중년 남자의 뒤를 따랐다.


“귀하신 에이전트가 오신다길래 기대했는데, 말단들이 오셨구만.”


일부러 천천히 계단을 오르던 중년 남자가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그의 비아냥거림에 윈터가 남자를 노려보았다.

그를 향해 윈터가 물었다.


“그쪽이 최만석 형사?”

“예에. 최 형사입니다. 그냥 최 형사라 부르십쇼.”


4층에 오른 최 형사는 자연스럽게 구석 벽에 등을 기대며 슬쩍 경찰공무원증을 내보였다.


“잠복 수사 아니에요? 대놓고 형사라고 부르라니..”

“등잔 밑이 어두운 법이죠. 여기선 형사 신분인 걸 숨기고 잠복하는 게 더 위험하거든요.”


그의 의미심장한 말에 설명을 요구하던 윈터는 따라오라는 듯 손짓하는 최 형사를 따라갔다.

그들은 4층의 빈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주변에도 듬성듬성 사람들이 보였다.


“그렇게 경계할 거 없습니다. 4층에 있는 양반들은 다들 자기 일 외에는 관심 없으니까. 도청장치, CCTV도 없으니 안심하시고. 1년째 잠복하니 이젠 화장실 똥칸에 휴지 바꾸는 시간도 압니다. 쳇.”

“아까 그건 무슨 말이에요? 형사 신분을 숨기는 게 더 위험하다니?”


최 형사는 익숙하게 담배를 물었다. 그리곤 테이블 중앙에 놓인 향초에 담뱃불을 나눠 붙였다. 향초에서 은은하고 묘한 향이 피어올랐다.


“크흠. 저기 저 테이블에 있는 양반. 크랙탈 기업 총수 아들입니다. 거기 옆 테이블에 남자 끼고 앉은 여자는 높으신 의원님 딸내미고. 저 옆에는 다른 의원. 저쪽은 이름난 병원장.”


그렇게 하나하나 4층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신분을 말해준 최 형사였다. 윈터는 서서히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했다.


“다들 한 가닥씩 하시는 분들이네요. 그런 집안사람이거나.”

“예. 그러니까 여기 들락거리는 양반들은 다들 스캔들 하나라도 터지면 뉴스에 대문짝만 하게 나올만한 인간들이란 겁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만 초대장을 뿌렸다고는 들었는데.. 그럼 최 형사님은요?”

“전 개인적인 연줄을 좀 써서 여기까지 들어왔습니다. 뭐.. 그래서 겉으로는 ‘부패 경찰’ 을 연기하고 있습니다. 썩 내키진 않지만요.”


신분을 숨겼다가 의심받는 것보다, 차라리 그 신분을 최대한 이용해 이곳까지 잠입한 것이다. 조엘은 최 형사를 향해 감탄 섞인 눈빛을 보냈다.


“잠복 수사보단 무슨 스파이 같습니다.. 멋있습니다.”

“하하. 젊은 친구가 말 잘하네. 술 좀 마시나?”

“예. 술..”

“안 돼. 뭐하러 온 지 잊었어?”


조엘이 입을 꾹 다물었다. 최 형사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뭐, 바로 본론으로 가죠. 대강 얘기는 들었습니다. 키란 샤토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단 말씀이시죠?”

“네. 키란 샤토가 세계 연합 뿐만 아니라 코렌 정부와도 뭔가 연결된 것 같아서요.”

“음. 그건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코렌 정부는 키란 샤토를 사실상 못 본 척하고 있거든요.”

“왜죠? 역시 월교의 힘이 너무 센 건가?”

“아뇨. 여기 있는 사람들이 너무 세거든요. 게다가 돈이 오가니까요.”


윈터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의 경험상 정부 기관과 돈이 엮인 사건은 그다지 깨끗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였다.


“진짜 파티는 이 위층인 5층에서 열립니다. 조금 이따 시작될 텐데, 사실 그 파티가 좀 무섭거든요.”

“무섭다뇨?”

“키란 샤토가 각종 약을 풉니다.”

“ 그 말은...”


최 형사가 씩 웃었다. 그의 담배 끝이 빨갛게 물들며 연기가 흘러나왔다.


“진짜로?”

“예. 여기 모인 한가닥 하시는 분들이 사랑하는 약이죠. 그리고 코렌에 풀리고 있는 약이기도 하고요. 정부에선 이를 막으려고 이를 갈고 있지만, 이미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도 이쪽에 가담한 측이 더 많습니다.”

“..말도 안 돼...”

“에이전트 나리들. 당신들 생각보다 코렌이란 나라는 썩어 문드러져 있습니다. 그것도 꽤 오래 전부터요. 무능한 인간들이 모인 무능한 정부인데, 뭘 기대합니까?”


최 형사가 왼손을 머리 위로 들어 살살 흔들었다. 그러자 그들이 앉은 테이블을 향해 검은 양복의 사내 여럿이 다가왔다.


“그래서 가만히 생각해봤죠. 내가 여기서 키란 샤토를 끌어내 체포해봤자 딱히 코렌이 바뀔 것 같진 않더군요.”

“...”

“그리고 그 약이란 게.. 예. 쩝. 생각보다 나쁘지 않더군요.”


최 형사로부터 이상한 낌새를 느낀 윈터가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숨겨둔 총을 꺼내려 손을 뻗은 순간, 그녀는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을 받았다.


‘뭐야?’


비틀거리는 몸의 중심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발을 헛디딘 그녀가 바닥에 나자빠졌다.

등 뒤에서도 조엘이 쓰러졌다. 윈터는 테이블에 피어오르던 향초를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뚜벅. 뚜벅. 구둣발 소리가 가까워졌다. 윈터의 앞에 몸을 쪼그린 최 형사가 담배를 까딱거리며 히죽 웃었다.


“이거 미안하게 됐습니다. 에이전트 나리들.”


그는 보란 듯이 주머니 속 펜던트를 꺼내 내보였다.

월교의 상징이었다.


“가장 탐욕스러운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그 욕망에는 충실할 것. 그게 드랄렌 공작의 가르침이거든요.”


윈터는 폭력적인 졸음을 이기지 못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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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마법사의 보답 +2 23.05.05 152 10 13쪽
262 광야(曠野) 헤이카 미켈런 +2 23.05.04 173 12 15쪽
261 재회 +1 23.05.03 165 11 15쪽
260 사막, 괴물, 어린 칼잡이들 +3 23.05.02 158 11 12쪽
259 라푸스 벤데르드 +2 23.05.01 166 9 20쪽
258 욕망 시대(13) - 사무엘(Samuel) +2 23.04.28 168 8 17쪽
257 욕망 시대(12) - 눈 내리는 날 +1 23.04.27 161 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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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 욕망 시대(10) - 강철의 기사 23.04.25 152 9 15쪽
254 욕망 시대(9) - 소리 없는 침식 +1 23.04.24 164 9 11쪽
253 욕망 시대(8) - 일방적 계약 +1 23.04.21 167 9 20쪽
252 욕망 시대(7) - 길을 잃고 +1 23.04.20 161 9 15쪽
251 욕망 시대(6) - 정복자 23.04.19 159 9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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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 욕망 시대(2) - 위험한 여행 +1 23.04.13 154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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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에콰(5) - 일그러진 미소 아래 +2 23.04.05 182 9 15쪽
240 에콰(4) - 핏덩이 +1 23.04.04 177 9 17쪽
239 에콰(3) - 욕망죄화(欲望罪花) +1 23.04.03 183 10 27쪽
238 에콰(2) - 모르스 에콰 +1 23.03.31 166 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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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개벽(19) - 시라비아의 햇빛 23.03.07 176 10 15쪽
219 개벽(18) - 영웅 증후군 23.03.06 199 10 16쪽
218 개벽(17) - 친구인가 적인가 23.03.03 180 10 16쪽
217 개벽(16) - 습격 23.03.02 179 10 14쪽
216 개벽(15) - 헤르그부르 23.02.28 186 1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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