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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P

욕망 시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굴P
작품등록일 :
2022.05.11 10:32
최근연재일 :
2023.05.08 18:05
연재수 :
2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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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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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9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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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03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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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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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글자
16쪽

잿빛의 고향(3) - 은밀한 제안

DUMMY

#1


“이 개..!”


그건 플뤼테의 유언이 되었다.


그녀와 대치하던 오코넬과 스토커는 눈 깜짝할 사이에 뒤로 나자빠지는 플뤼테의 몸뚱이에 저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머리를 잃은 몸. 그 앞에 우두커니 선 칼잡이가 플뤼테의 머리채를 붙잡고 있었다.

뜬 눈으로, 분노 그 자체의 표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난 얼굴. 산은 그 눈을 잠시 바라보다 플뤼테의 머리를 바닥에 내던졌다.


“젠장. 죽여버리면 어떡하냐.”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오코넬이 이마를 때렸다. 산은 고개를 비스듬히 기울이며 오코넬을 향해 돌아섰다.


“죽이려고 한 거 아니었습니까?”

“그거 본체가 아니란 말이야.”

“아.. 맞네.”


산은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플뤼테의 시신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곳엔 이미 플뤼테의 시신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없었다.

흥건했던 피 웅덩이도, 잘린 머리와 덩그러니 남은 몸뚱이도, 그녀가 입고 있던 옷이나 겨누던 총도. 무엇하나 플뤼테의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 여자 감응자였지.’


시라비아 마피아의 최고 간부 중 하나인 플뤼테.

그녀는 자신과 똑같은 분신을 무수히 만들어 낼 수 있는 감응자였다.


오코넬은 플뤼테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다 한숨을 내쉬었다.


“망했군. 잡아서 본체가 있는 곳을 불게 할 셈이었는데.”

“그래도 정당방위입니다. 먼저 총 겨눴으니까.”


태연하게 말하는 산은 카르마 나이프를 접지 않은 채 닐라의 곁으로 돌아갔다. 오코넬은 그런 산의 등을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너 잡을 거란 생각은 안 하냐?”

“저 안 잡는다면서요. 에콰가 대가니 뭐니 냈다고.”

“..그래도 참 뻔뻔하구만. 배신자가 다시 시라비아에 기어들어오다니.”

“잠깐 들른 것뿐입니다. 그냥 관광 온 외지인이라 생각하세요.”


시라비아에 관광을 오는 정신 나간 외지인은 없겠지만, 산의 말대로 오코넬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한때 악명 높은 처형인으로 알려졌던 산이 시라비아에 돌아왔다는 것은 분명 시라비아를 들썩이게 할 것이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다.


시라비아 마피아는 배신자인 산을 더 이상 잡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그들은 자신이 내뱉은 말은 누구보다 철저하게 지키는 자들이다.


이렇게 대놓고 산이 돌아다닐 수 있던 것도 그가 시라비아 마피아의 그런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피아들은 철칙을 중요시하며 자기 자신에게 내건 철칙은 무엇보다 우선시한다. 그러니 절 건드리는 건 마피아가 아무런 이유 없이 외지인에게 손을 대는 일이죠.”


무작정 공포와 폭력으로 시라비아 같은 거대한 땅덩어리를 지배하려 했다면 진작에 마피아는 무너졌을 것이다.

그들이 지금까지 시라비아를 손에 넣고 주무르던 건 모두 그들이 스스로 정한 ‘철칙’ 덕분이었다.


아무리 시라비아 마피아라고 하더라도 무고한 외지인에 대해 함부로 손을 대지 않는 것도 그들의 철칙 중 하나다.

외지인에 대해선 경계는 하더라도 그들이 먼저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 한 조직이 먼저 움직이는 일은 없다.


“쳇.”


혀를 찬 오코넬이 참수도와 권총을 갈무리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담배를 입에 문 순간, 그의 눈이 스토커와 마주쳤다.


“..실례했습니다.”


이곳이 그가 아끼는 박물관 내부라는 걸 깨달은 오코넬은 담배를 다시 집어넣었다. 스토커가 수염을 씰룩이며 끄덕거렸다.


“이야기가 잠시 끊겼군. 어디까지 했더라?”

“..다시 말씀드리죠. 저희는 시라비아에 있는 그렘린 제조 공장을 없애버리려고 왔습니다.”


오코넬의 눈썹이 까딱거렸다. 산은 그의 변화도 놓치지 않고 살피며 말을 이어갔다.


“저희 회장님 지시라서요. 그러니 한동안 바쁘게 움직일 것 같습니다.”

“흐음.”


스토커가 자기 수염을 만지작거렸다. 그는 벽에 걸린 자애로운 성모(聖母)의 유화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분간 시라비아를 들쑤시고 다닐 테니 모르는 척하십시오.’ 라는 말로 들리는군. 맞나?”

“제대로 이해하셨네요.”


시라비아 마피아. 그것도 최고 간부 중 하나인 스토커의 앞에서 하는 말치고는 지나친 객기였다. 반면에 스토커는 히죽거리는 얼굴로 산을 노려보았다.

그의 미소가 어째 부담스럽다고 느낀 산이었다.


“정말 많이 컸군. 사람 목이나 벨 줄 알던 꼬맹이가 이젠 내게 이런 건방진 소리까지 하다니. 허허.”

“칭찬이죠? 하하.”

“자네가 에콰의 아들만 아니면 오코넬에게 이렇게 말했을 거야. ‘이 새끼를 당장 토막 내서 개한테 먹여.’ 라고.”


멀뚱멀뚱 있던 오코넬이 난처하단 얼굴로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에도 산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가끔은 그 여자 아들이란 게 좋을 때도 있네요.”


오코넬의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드러났다. 그의 매서운 눈초리를 느낀 닐라가 숨을 삼키며 땀을 삐질 흘렸다.

닐라의 모습을 보던 스토커는 오코넬을 향해 손짓했다. 그러자 오코넬은 산과 닐라를 향해 뿜어내던 기세를 손쉽게 감췄다.


“에콰의 아들. 자네 말대로 하지. 하지만 내가 자네를 방해하지 않는 건 어디까지나 이 라가토니아에서만 해당하는 말일세.”

“알고 있습니다.”


스토커는 이 라가토니아의 관리자다.

적어도 이곳에선 그가 산과 그 팀을 배척하려는 일은 없지만, 그의 영역 밖인 다른 지역은 또 다른 얘기였다.


“그리고.. 조건이 하나 있네.”


산은 말해보라는 듯 스토커를 향해 팔짱을 끼고 끄덕였다.

거기서 스토커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원목 지팡이로 매끈한 대리석 바닥을 두드리기만 했다. 산은 피식 웃으며 오코넬에게 눈짓했다.


“..이만 가보겠습니다.”


스토커를 향해 묵례한 오코넬이 눈치껏 물러났다. 잠시 뒤, 그가 박물관을 완전히 빠져나가고 나서야 기다리던 스토커는 입꼬리를 늘어뜨리며 말했다.


“미안하네. 오코넬은 눈치가 너무 좋아서 말이야.”


그리고 스토커는 무언가 결심이 섰다는 얼굴로 산을 향해 기묘한 문양이 새겨진 금화를 내밀었다.


“사업을 하나 제안하려고 하는데.”



#2


“팀장님.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앞서 걷던 산은 주머니에 손을 꽂아넣은 채 닐라를 돌아보았다. 동그란 안경 너머로 불만이 가득한 눈을 한 그녀가 산을 노려보고 있었다.


“뭐가요?”

“사업 이야기 말입니다. 아무리 들어도 수상쩍은 얘기예요. 저희가 뭘 믿고 그런 위험을 감수해야 하죠?”

“음..”


산은 주머니 속에서 데굴데굴 굴리던 금화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닐라는 받아든 금화를 유심히 살폈다.


본 적 없는 짐승의 문양과 가장자리를 작은 글자들이 둘러싼 금화는 그녀의 손바닥을 전부 가릴 정도로 컸다. 다만, 닐라는 이 금화 자체엔 그다지 큰 의문을 느끼지 않았다.


지금 세상에 금화를 화폐로 사용하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니 이 금화는 일종의 수집품 목적일 것이다.

그러니 이런 수집품이야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다.


“대체 이 금화가 뭐길래 그런 얘기가 나온 거죠?”


문제는 스토커의 ‘사업 제안’ 이 바로 이 금화에 관련되었다는 것이다. 닐라는 그 점을 꼬집었다.


“요즘 세상엔 누구도 이런 금화를 화폐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애초에 금의 가치는..”

“음. 저는 그런 어려운 얘긴 잘 모르겠네요. 그런데 스토커도 바보는 아니니 그건 잘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사업이란 게 바로 이 금화입니다. 대체 이걸로 뭘 할 수 있다는 거죠?”

“뭐라고 했더라..”

“이 금화가 시라비아를 바꿀 것이다.”


안경을 고쳐 쓴 닐라는 스토커의 말을 생각하며 그대로 내뱉었다. 산은 턱을 긁적거리다 끄덕였다.


“스토커의 말로는 그 금화가 오래전에 꽤 귀하게 쓰이던 화폐였다고 했잖아요?”

“재앙 이전 지구에서도 이런 금화를 화폐로 쓰던 건 아주 오래전입니다. 대부분은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이 컬렉터들의 골동품에 불과했죠.”

“스토커가 그랬어요. 거기 그려진 게 실존하던 용이라고.”


닐라는 다시 한 번 금화에 그려진 짐승을 보았다.

긴 주둥이와 날카로운 눈, 삐죽한 이빨을 가진 짐승은 용이라고 본다면 확실히 용으로 보이긴 했다.


“그런 골동품 수집가의 의견이 뭐가 중요하죠?”

“그 금화는 우리가 아는 ‘옛날’ 보다 훨씬 옛날 물건이라는 거죠. 어쩌면 우리가 전혀 모르는 세상의 옛날 물건일 수도 있고요. 그만한 가치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죠.”


산의 말에 닐라는 잠시 그의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닐까 하는 고민에 빠졌다. 정작 산은 여유롭게 금화를 되돌려받아 손안에서 굴렸다.


“그리고 제가 아는 롬 스토커라는 인간은 지는 싸움은 절대 안 하는 타입입니다. 게다가 조직 내에서 가장 돈 냄새를 잘 맡는 인간인데, 과연 무모한 사업에 자기 목이 날아갈지도 모를 제안을 해왔을까요?”

“..그가 제안한 사업이 허무맹랑한 일은 아닐 거라는 말씀이군요.”

“예. 이 금화보다는 사람을 믿는다고 해야하나.. 아니, 그 사람의 업적을 믿는 거겠네요. 시라비아에서 사람을 믿는다는 건 분명 멍청하지만, 스토커가 해온 일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의 사업 제안엔 귀가 솔깃해질 겁니다.”


산을 바라보던 닐라는 휴대용 단말을 꺼내 두들겼다. 아마 롬 스토커에 대한 것들을 찾아보는 것 같았다.

산은 그런 닐라를 내버려두고 걷길 계속했다.


“...”


시라비아 한복판에서 번쩍거리는 금화를 손에 굴리며 걷고 있지만 누구도 금화에 눈길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애초에 이런 빈민가였다. 이곳에선 이깟 금덩어리보다 당장 먹을 수 있는 빵조각이 훨씬 가치가 높았다.


설령 금화를 손에 넣은 이가 그걸 먹을 걸로 바꾸려고 한다면 바꾸기 전에 누군가에게 살해당해 금화를 빼앗길 것이 뻔하다. 그들은 돈으로 먹을 걸 사는 것조차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다.

외부인이 본다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겠지만, 시라비아는 원래부터 그런 곳이었다.


“닐라 씨. 같이 온 대원들이랑 자리만 쪽에 호텔 장소 알려줬죠?”

“예. 바로 전달했습니다.”

“방마다 스토커가 깔아놓은 도청기가 있을 겁니다. 알아서 청소해두라고 해요.”


닐라는 잠시 산을 바라보다 끄덕였다.

스토커는 산에게 이 라가토니아에서 활동하는 걸 눈감아주는 것뿐만 아니라 지낼 장소를 마련해주는 등, 편의까지 봐준다고 약속했다.


물론, 편의를 봐준다는 핑계로 산과 그 일행을 감시하려는 목적일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처사였고, 그 도청장치를 때어내는 것도 산에겐 익숙했다.

정보가 곧 돈이자 목숨으로까지 직결되는 시라비아다. 산은 스토커의 그런 행동도 웃어넘길 수 있었다.


‘이 금화가 시라비아를 바꿀 것이다.’


산은 손바닥 위의 금화를 바라보며 그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그는 이 금화가 시라비아의 경제를 넘어 시라비아라는 이 땅을 통째로 뒤바꿀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따로 전달한다며 스토커는 사업에 관한 내용을 더는 털어놓지 않았다. 그 이상을 논의하기 위해선 먼저 ‘신뢰’ 가 필요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스토커의 신뢰를 얻기 위해 산은 그에게서 한 가지 의뢰를 받았다.


‘플뤼테를 지켜달라고?’


현재는 시라비아 마피아의 보스가 없어진 상황. 최고 간부들 사이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 한창인 때다.

그 질척거리는 싸움에 그다지 끼어들고 싶진 않은 산이지만, 어렴풋이 산은 굳이 끼어들지 않더라도 그 싸움엔 결국 휘말리게 되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휘말릴 싸움이라면 직접 걸어 들어가 이득을 취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무엇보다 스토커의 제안이 다름 아닌 시라비아를 통째로 뒤바꿀 수 있는 계획이며, 큰돈이 벌어들일 수 있는 거라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런데 왜 하필 플뤼테지?’


그렘린 제조 공장은 플뤼테의 관리 지역인 베르몬드에 숨겨져 있었다.

정작 그녀는 아무것도 몰랐다며 주장하고 있지만, 조직 내의 다른 최고 간부들은 이때를 기회로 삼아 플뤼테를 제거하려는 중이다.


그러나 최고 간부 중 하나인 스토커가 그런 플뤼테를 비밀리에 지켜달라고 한 것이다. 현재로선 도무지 스토커의 의뢰에 담긴 의미를 이해할 수 없던 산이었다.


‘플뤼테를 지킨다는 건 오코넬을 상대해야 한다는 건데..’


썩 내키지 않았다. 아니, 내키지 않는 걸 넘어 산은 그게 과연 가능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오코넬은 시라비아 최고의 처형인이다. 혼자서 조직 몇 개쯤은 하룻밤 만에 담가버릴 수 있는 초인적인 인간을 상대로 처형 대상을 지켜내야 하는 일이다.


‘이쪽의 전력은 나와 콥스 바탈리온. 그리고 공업의 특수팀.’


특수팀은 산이 예상하던 대로 ‘감응자’ 가 속해있는 극비 팀이었다.

감응자로 이루어진 ‘특수 부대’ 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팀. 거기다 무식한 화력과 슈트, 실력을 겸비한 콥스 바탈리온.


‘그들을 모조리 투입한다면 제아무리 오코넬이라도 애를 먹긴 할 텐데..’

“문제는 에콰란 말이지. 후우..”

“에콰는 지금 움직일 수 없는 상태라고 합니다.”


닐라의 말에 산은 놀란 얼굴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는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말씀드리는 걸 잊었군요. 에콰의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동안 미다스에서 에콰가 대외적으로 활동한 적은 없다는군요. 그나마 최근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바르바로사의 장례식에 참석한 것 외엔 없습니다.”

“..그건 어디서 들어온 정봅니까?”


산은 닐라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물었다. 그 시선에서 의미심장한 무언가를 느낀 닐라는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바르바로사의 시신을 부검한 부검의한테서 직접 들었습니다. 그 부검의가 에콰의 진료도 겸했더군요.”

“혹시 그 부검의 이름이?”

“디안 켄트. 팀장님도 잘 아시는 분입니다.”


산은 콧방귀를 뀌며 웃었다. 자신의 백사병 주치의가 시라비아에서 에콰의 진료를 보고 있다는 얘기는 아시리아에서도 들었던 거였다.


‘대가.’


배신자인 산의 목숨을 지키는 대신 에콰가 보스인 바르바로사에게 내놓은 대가.

그게 무엇인지 여전히 알 순 없지만 에콰의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은 아마 그 대가와 관련이 있으리라 산은 거의 확신했다.


“오오. 돌아왔구나. 신의 아이야.”

“응?”


그렇게 생각에 잠겨 걷던 산의 걸음을 멈추게 한 것은 한 노인의 목소리였다.

산은 물끄러미 길바닥에 박스 하나를 깔아놓고 그 위에 앉은 노인을 바라보았다.


꾀죄죄한 얼굴, 악취, 비쩍 마른 몸뚱이엔 뼈와 가죽만 남은 가냘픈 노인.

빛바랜 수염마저도 뚝뚝 끊어질 것처럼 힘이 없었지만, 노인은 그 수염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산과 정확히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당신..”


산은 그 노인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우울하게 비가 내리던 별 볼 일 없던 날.

평소처럼 처형 대상의 목을 베어 빵과 바꿨던 그날.


그날따라 어째선지 길거리의 거지 노인에게 빵을 조금 나눠준 어린 처형인은 그 노인으로부터 하늘 너머 신들의 이야기를 들었었다.


그리고 그 어린 처형인이 시라비아를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준 것도 바로 그 노인이었기에.

산은 결코 그 노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잊을 수 없었다.


“신의 아이야. 여행은 즐거웠느냐?”


노인은 거뭇거뭇한 손을 내밀며 물었다.


“즐거웠다면 빵을 좀 다오. 새로운 이야기가 있단다.”


그리고 노인의 눈은 황금빛으로 반짝거렸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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