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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그라(Allegra), 영혼의 여행자.

K.M 클리닝 프로젝트


[K.M 클리닝 프로젝트] K.M 클리닝 2차 프로젝트 - 현재를 만들다.

“귀관은, 누가 귀관을 해치려고 했다가 미수에 그쳤을 때, 그 범인이 사용한 흉기를 처벌할 셈인가?” 

“아, 아닙니다!” 


<은하영웅전설>에서 남주인공 중 하나인 라인하르트와 비텐펠트의 대화 내용을 

잠시 가져와봤습니다. (실제 책에서는 저렇게 안 나오고요. 대화의 요점만 따라서 

제가 대사를 좀 다르게 쓴 겁니다.) 


소설이 머나먼 미래를 배경으로 했기에, 

오늘날 우리가 실제로 살아가는 지구는 그저 황무지에 가까운 옛 행성일 뿐이라는 설정이고, 

다른 우주에 은하제국이 세워져 있다는 게 이 작품의 전체적인 세계관입니다. 

그리고, 저 대목이 나오는 시점의 작중 상황은 대략 이렇습니다. 


머나먼 과거가 되어버린 지구를 신봉하는 종교로, 지구교가 있으며, 

지구교 신자들은 호시탐탐 은하제국과 자유행성동맹 사이에서 테러를 일삼는 것으로 나옵니다. 

작중 상황은, 지구교에서 보낸 암살범이 고급 장교 중 한 명인 봐렌을 죽이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 이후에 

나온 대화입니다. 


이 사건으로 은하제국에서는 군사회의가 몇 차례 열립니다. 지구교에 대한 여론은 당연히 안 좋은 쪽이지만 

어떤 식으로 처분을 내릴 지가 관건이었던 겁니다. 이 때 라인하르트가 꺼낸 말이 바로, 일부만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근본적인 <범인>이 아니라 고작 <범인이 사용한 흉기>를 처벌하겠냐는 비유였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은하제국에서는 지구교의 99%를 몰살시키는 전개가 펼쳐집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저렇게 한 집단을 몰살하는 군국주의적 발상 자체가 무시무시한 일이니...

웬만하면 안 일어나는 게 좋은 현상입니다. 다만, 이번 프로젝트의 상황을 알리기에 앞서서 

문제의 <근본>을 잡아내고 싶었던 이유를 알리기 위해 도입부에 잠시 가져와 봤습니다. 

지난 글에서, 집안 전체를 치우기 위해 전문가들을 모시겠다고 했던 이유도 이와 무관하진 않기 때문입니다. 


그 때 공지했던 대로, 세 군데 정리정돈업체를 물색했었고요. 실제로 두 곳에서 저희 집을 살펴본 뒤 

견적을 내주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C모 업체에서 내년 1월 초에 정리정돈작업 차 오는 것으로 결론났고요. 


몇 달 전, 제 방을 대폭 정리하면서 1차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사실 따로 있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저는 집에서 먹고 자고, 그리고 연달아 연재글을 완결 및 투고하는 일상을 

무한반복하고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화장실에 가려다가 발바닥에 상처를 입었습니다. 

대충 처리하고 며칠 간 잊고 있었는데... 이게 어느 날 문제가 되었지요. 


이 때의 공포감은 거의 파상풍 -> 패혈증 -> 급사 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군요.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에서 꼬마 제제가 치기어린 마음에 과일 몰래 따다가 떨어져서 

바닥 유리조각에 발을 다치고는, 혼날까봐 한나절을 내내 숨기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병원에 가서 몇 바늘 꿰매는 걸로 결론이 나지요. 

근데 저는 그저 제가 사는 집에서 일상적인 행동을(혼날 일도 아닌) 하다가 

완전 날벼락을 제대로 맞은 거였습니다.... 


새삼 제 자신과 집안을 돌아보니... 정말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다들 바쁘다고 식구들이 서로를 잘 돌아오거나 소통하지 못하는 순간이 쌓이고 쌓여서...

아무도 집 전체에 관심을 갖고 가꾸지 못하고... 더러는 물건을 쌓아두고도 치우지 않는 일이

반복된 끝에, 마침내는 호더하우스가 되어 있었던 겁니다. 


제게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을 추천해 주신 D백작님은, 여느 때처럼 근황을 주고받다가

발 다쳤던 경위를 아시고는... 독자 모드 겸 제대로 된 정리를 해보라고 권유하셨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제 방을 치우게 되면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예전보다는 여유를 갖고 판단하면서, 감정적으로 쉽게 흔들리는 일이 훨씬 줄었죠.

그러면서... 제 문제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문제도, 과하게 의미부여하지 않으면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한 발 물러서서 보게 되었습니다.  


다만, 그 변화를 집안 전체에 전하기에는,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던 겁니다.

나머지 식구들이 물건을 쌓아두게 된 이유, 그리고 알면서도 치우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제가 함부로 판단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각자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는 

필수였습니다. 그나마 온 가족에게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면, 보다 나은 현재를 만들기 위해

집안을 <치워야 한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게 주지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내년 1월 9일에서 11일까지 정리정돈작업이 진행되고 나면, 그 때 소식을 전하러 오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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