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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그라(Allegra), 영혼의 여행자.

K.M 클리닝 프로젝트


[K.M 클리닝 프로젝트] K.M 클리닝 2차 프로젝트 - 냉장고를 습격하다! (3)

혹시, <남극탐험>이라는 고전게임을 아시나요? 

까만색 아기 펭귄 한 마리가 빙판을 끊임없이 전진하며 

지역마다 깃발을 꽂고 다니는 플레이가 무한반복이죠. 


동글동글하게 귀여운 펭귄 캐릭터가 

뒤뚱뒤뚱 뽈뽈뽈 가다가 폴짝! 뛰어오르는 모습이 기억에 남기도 하고, 

저 같은 경우는 배경음악인 <스케이터즈 왈츠>도 상당히 좋아해서 

나중에 곡명 검색으로 찾아본 적 있었죠. 


근데... 15일에는 냉동실을 세척하면서, 마치 제가 

게임 화면이 아니라 실사 버전으로 펭귄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처음 냉동실을 비웠을 때는 이제 되었다 싶었는데, 

왼쪽 냉동실의 얼룩들을 닦으려고 봤을 때는 순간적으로 멈칫했습니다.

(저희집 냉장고는 위아래 모두 양문형입니다.) 

바로, 세 칸으로 이루어진 서랍형 선반을 빼려고 하는데, 

이게 아예 안 떨어졌기 때문이었죠. 


냉동실 문을 개방하고 각 선반을 빼내서 따로 세척하려고 

냉장고 왼쪽에 위치한 식탁 주변 물건은 물론이고, 오른쪽에 위치한 

잡동사니들을 죄다 치우는 것도 이틀이 걸렸거든요. 

그런데 막상 그 중요한 선반이 분해가 안 되는 구조였다면... 암담했습니다. 


양쪽 문을 있는대로 활짝 열고는, 왼쪽 칸 세 개의 서랍형 선반들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오른쪽 칸 세 개의 서랍형 선반들을 구석구석 뜯어보다가... 이유를 알았습니다. 

예전에 냉동실이 포화상태였을 때는, 가끔 계절식품에 덤으로 오는 아이스팩들을 

쓴다고 되는대로 막 넣어서 얼려놓은 흔적이 있었거든요. 


언 상태로 보존하기 위해서 넣어둔 거면 큰 문제가 안 되는데, 

더러는 상온에서 이미 녹은 것을 다시 얼리기 위해 

넣었다가 봉지 자체가 터져버려 샌 물이... 선반 모서리와 냉동실 내벽에 흘러내리면서 

무슨 접착제마냥 선반에 고드름을 만들어버린 겁니다.  


장갑 낀 손으로 떼어내려고 해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정말 극지방에 온 것마냥 

냉기를 실시간으로 맞으면서... 얼음을 보고 있자니 

꼭 <남극탐험> 속 펭귄이 물웅덩이 피해가기 직전인 듯한 기분이 들더군요. 

손으로 하기에는 너무 꽁꽁 얼어서, 생각 끝에 과도 하나를 가지고 왔습니다. 


냉장고에 상처를 낼 수는 없고, 그래도 문을 열어놓은 상태니 어느 정도는 

상온의 영향을 받지 않을까 싶었죠. 그래서! 과도로 얼음을 살짝 그어보았습니다. 

다행히, 비교적 얇게 얼어있던 부분은 쪼개지면서 내벽에서도 떨어져 나가더군요.

그런데 정말 얼음동굴처럼 굵직하게 생긴 고드름 부분은... 그야말로 톱으로 쪼개듯 

칼날을 쓱쓱 왔다갔다 하면서 조심스럽게 쪼개야 했죠. 


선반 사이마다 얼어붙고 그 외 내벽과 바닥에도 붙은 얼음 조각들을 

일일이 칼질로 떼어내는 데만도.... 한나절은 걸렸습니다. 

아마 펭귄이 아니라, 남극점에 도달하려고 전진하던 아문센이나 스콧(...)이 

중간중간 베이스캠프를 세울 때 이글루를 만들었다면 

이런 식으로 탐험대원들과 얼음을 쪼개느라 악전고투하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하하하. 


아무튼! 그렇게 해서 선반들을 무사히 해체하고 

욕실로 각각 가져가서 뜨거운 물을 샤워기로 쫘악~ 뿌리니 

대부분의 오래된 얼룩과 찌끼들이 다 씻겨나갔습니다. 음식 냄새가 미미하게 

배었을 것을 의식해서 한 번 세정제를 뿌리고 닦아주는 것으로 마무리 하고요. ^^ 


* Before 사진들 *


1. 냉동실 


06_refrigerator_left.jpg


정리 이전, 왼쪽 정면 칸 상황이었습니다. 

오른쪽에는 2013년부터 구입해서 유통기한 지난 냉동식품들이 한가득이었는데 

당시에는 너무 그 날짜만 확인한 것으로도 충격적이라... 차마 찍을 수 없었어요. 


2. 냉장실 


 09_before_refrigerator_mid.jpg


 정리 시작하기 전, 냉장실 정면으로 바로 보이던 모습이었습니다. 

 이미 예전 글에서도 밝혔지만, 한쪽 선반이 물건 무게를 못 이겨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10_before_refrigerator_left.jpg


 정리 시작 전, 그나마 좀 양호한 왼쪽 문 부분이었습니다. 자주 먹는 음식을 

여기다 놓고 꺼냈었죠. 


11_before_refrigerator_right.jpg


정리 시작 전, 오른쪽 문에 달린 보관함 내부의 모습이었습니다. 

원래는 음료수들을 넣었다 뺐다 하는 홈바 공간인데... 당시 음료수들은 

거의 먹을 수 없는 게 대부분이었습니다. 

가운데 칸은 거의 쓸모없던 상황이라, 그나마 최근 것이었던 메추리알(...)이 

저기 있었군요. 


* After 사진들 * 


1. 냉동실 


 15_after_freezer_mid_r.jpg


 정리를 끝마치고, 각각의 선반들까지 닦아서 재조립한 오른쪽 냉동칸입니다. 


16_after_freezer_mid_r.jpg

 

정리를 끝마친 뒤, 오른쪽 냉동실 문 안에 있는 보관함들의 모습입니다. 

(아이스크림과 꿀타래는 조만간 먹을 거고요. 아래칸에 있는 건 

저 모르게 사온 건가 봅니다...... 제발 이번에는 기한 내에 안 남기고 먹었으면 하네요.) 


17_after_freezer_mid_l.jpg


정리를 끝마친, 냉동실 왼쪽 칸의 모습입니다. 

거의 다 버려서... 냉동식품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18_after_freezer_left.jpg


정리를 마친 왼쪽 문 안에는, 잡채만두 한 봉지가 떠억~ 하니 남아있군요. 

사온 시기를 보아서 그나마 날짜가 괜찮고, 실제로도 먹어보니 무난한 맛이었습니다.

 

(앞으로는 냉동실/냉장실 다 통틀어서 반입 이후 일주일 이내면 정.리.해.고 해야 될 듯합니다... 

그 이전에, 적당량을 사는 게 더 중요할 듯했습니다... 

예전까지는 주로 어머니가 장을 보셨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제가 주 5일 식단을 짜서 

식재료를 사고 식사를 준비해봤습니다. 놀랍게도 장보기 비용은 기존에 보던 것보다 

3분의 1 정도가 들었습니다. (짐은 두 봉지에서 한 봉지로 줄었죠.) 


그리고 5일째인 지금, 주말까지 요리해서 먹으면 딱! 

식재료의 양이 맞아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이는, 가족 구성원들의 생활 패턴을 항상 관심있게 지켜보아야만 

얼추 맞아떨어지게 할 수 있겠더군요. (외근, 외박, 외식 같은 

변수를 감안하면 하루 반 정도는 빼고 계산하자... 싶기도 하고요.) 


그래서, 새삼 주부 경력이 오래되신 분들 - 그 중에서도 

항상 깔끔하고 아늑한 집안을 유지하시는 베테랑 분들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2. 냉장실 


12_after_refrigerator_mid.jpg


13_after_refrigerator_right.jpg


14_after_refrigerator_left.jpg


정리를 끝냈던 왼쪽 문 보관함 모습입니다. 중앙에 멀티수납함을 닦기 이전에

찍은 거라 좀 지저분한데... ^^;;; 냉장실 애프터 첫 번째 컷을 보시다시피, 

지금은 다 세척한 상태니까 놀라지 마시구요. 


그리고, 식탁 주변 정리를 시작했었습니다. 

의자 두 개를 붙여 놓고는 그 위에 인스턴트 음식 박스만 세 개, 식탁 밑에는 

홈쇼핑 배달로 추정되는 큼직한 박스 두 개가 뜯지도 않은 채 꽉 차 있어서 난감했죠. 

그 둘레에는 장봤던 찌끄레기들이 희미하게 남은 마트 봉지들이나 

먹다 남은 간식이나... 마른 명태 이런 것들이 여기저기 끼어 있었군요. 


저걸 다 뜯어내서 종류별로 (비닐, 종이, 음식물) 가려내고 일일이 다 버리느라 

오른쪽 골반이 틀어질 뻔했습니다... 그나마 필라테스를 장기간 해서 

어느 정도 버틸 깜냥이 되었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문화센터까지 

걸어갈 힘도 없었을 것 같네요. 


스트레칭으로 어느 정도 통증을 완화시키고는... 간신히 센터 가서 한 시간 정도 

강습 받고 나니 몸이 겨우 풀리더군요. 그래도 안심이 안 되서 목요일(17일) 하루는 

쉬고, 이제야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작업을 재개하려고 했지만, 저 혼자서 주도하고 진행하기에는 

집 안에는 아직도 쌓인 것들이 너무 많더군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제 공간을 제대로 한 번 만들어 내고, 정리정돈 및 유지 개념이 잡힌다 싶었는데...

역시 저 혼자서 집 전체를 감당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전문가가 괜히 있는 게 아니죠. 저는 이제 걸음마 단계에 있는 한 개인일 뿐이고요.) 


부엌에서 제가 할 수 있는 부분 - 식탁, 김치 냉장고 등등 - 은 최대한 해보고 

정리가 필요한 공간들을 추려내서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쪽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2007년 이후로는 거의 오랜만에 집안 전체 도면을 그리는 중이기도 하고요. 


* 집안의 도면을 그리는 방법이나, 창문, 문, 가구를 기호로 표시하는 방법은

사실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에도 잘 찾아보면 있습니다. 과목이 아마도 

가정, 가사, 기술? 셋 중 하나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학생이었을 때는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처음 봤었지요. 

당시의 저는 추리소설 [Y의 비극]에도 한참 버닝하고 있었는데,  

Y의 비극 같은 경우는 사건 현장이자 주요 무대가 되는 해터 가문의 저택 도면이 

정말 세세하게 부록으로 들어가 있었습니다. 


내용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그만한 공을 들였기 때문에 

앞뒤가 딱딱 맞는 것은 물론이고, 마치 실재하는 공간에 있는 것처럼

리얼리티가 확 살아났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서 저도 장르에 상관없이 실감나는 이야기를 쓰려면 

상세한 배경을 이런 식으로 해봐야겠다고 여기고 

도면 그리는 방식을 모조리 외워버렸던 기억이 있네요. 


뭐... 공부 시간에 필기하다 말고 습작글에 나올 배경 도면을 

노트 한귀퉁이에 그리다 발각되어서 혼난 흑역사(?)가 있긴 합니다. 


실제로 글 쓸때 세계관 지도와 건물 도면을 그려서 활용하게 된 건

2007년부터였습니다. 이 때는 남주인공이 주요 타깃의 아지트를 찾아서 

군대를 이끌고 출동하는 에피소드를 다뤄야 했는데, 

여기서 필요했던 건... 남주인공이 소탕전을 벌이는 산악 지대, 계곡, 

동굴 내부의 전경(특히 군사 포진도), 전투가 끝난 뒤에 머무는 숙소 묘사였죠. 


어느 정도 이미지가 제 머릿속에 먼저 잡혀야, 글로 서술할 수 있었으니...

그 때는 진짜 대학 졸업하고도 몇 년이 지났는데(...) 고등학교 과정에 나오는 내용들을 

다시 검색해서 찾아보고 도면을 그려야 했었군요. * 


현재 사는 곳으로 이사 온 지도 20년은 넘은 지라, 양식대로 집안 전체 윤곽을 그리는 것은 

금방이었습니다만... 정리가 된 공간, 앞으로 정리가 필요한 공간을 별도 표시하는 게 

아직 안 끝난 상황입니다. (마치 오물신을 퇴치하기 위해서 군사 작전이라도 짜는 거 같군요.

하아... 오물신이 진짜로 있다면 한 마디 해주고 싶습니다. “You have no rights.” ) 


정리 방향과 방법이 확정되면, 다시 소식 전하겠습니다. 그 때 뵈어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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