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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그라(Allegra), 영혼의 여행자.

K.M 클리닝 프로젝트


[K.M 클리닝 프로젝트] K.M 클리닝 프로젝트 - 1차 종합 정리 (1)

드디어 오늘(11월 3일) 단편을 마감하고 돌아왔습니다! 

원래는 지난 10월 31일에 끝낼 예정이었지만, 

아무래도 글이 딱 원하는 날에 맞춰서 나오는 건 아니더라고요. 


거기다가, 정리정돈과 제 본업을 균형 있게 하려면 

1일 원고, 1일 정리로 가는 편이 낫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10월 29일까지는 어느 정도 예정한 원고의 초고를 썼다가 

초반 전개가 너무 무거워서 다듬기로 결정했었지요. 


그리고 10월 30일! 이 날은 옷장 최종 정리를 실행했습니다.


* 과정이 생각보다 길고, 며칠에 나누어 천천히 한 거라서 

둘로 나누어 올리게 되었습니다. * 


 61_left_closet.jpg


이불과 수납장 하나를 남겨두었던 예전 상태입니다. 저 큰 가방을 포함해서 

장 안에 있던 모든 가방들은 다 싹 정리했습니다. 


이 때는, 푸대자루에 가방만 들어가도록 각별히 주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지난 10월 넷째 주 주말에 정리하려고 준비했던 옷과 각종 물품들을 

업체에 보낼 때 생긴 해프닝 때문이었지요.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아버지께서는 정리 작업 자체를 굉장히 반기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방에서 물건별로 정리를 하고 나면, 그 때마다 내보내는 방법을 제시하셨죠. 

근데 옷 정리를 끝마쳤을 때는 살짝 변동사항이 발생했습니다. 


처음에 제가 알고 있던 곳과는 다른 곳에 보내는 게 어떻겠느냐는 거였죠. 

그러다보니... 버리기로 작정한 것은 마구잡이로 푸대자루에 담기도 했는데, 

새로 정한 장소에서는 철저하게 물건별로 담아서 보내달라고 했던 겁니다. 


결국, 정리할 옷을 넣었던 자루 몇 개는 다시 열고, 잡동사니들을 빼내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여기서 참고로 언급하자면... 물건을 버릴 때는 

아무에게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게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에서도 기본 원칙이었지요.    

그런데, 프로젝트 이후 처음으로 그 원칙이 깨지는 돌발상황이 발생했던 겁니다! 


“이걸 버린다고? 아직 태그나 포장도 뜯지 않았잖아?”

아버지께서 물건을 보내려고 차 대기시키는 사이에, 어머니께서 

현관에 잠시 풀어 놓은 봉지 속 내용물을 보셨습니다. 

“아니, 뭐... 옷 아닌 건 빼야 한다면서?” 

어머니도 상황을 알고 2차 분리수거(?)에 나서기는 하셨지만, 

아직 한 번도 안 입은 옷들이 보일 때마다 상당한 미련을 보이시더군요. 


한참 실랑이를 벌인 끝에, 결국 옷만 다시 분류해서 자루에 넣고 

무사히 업체로 보내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께서 따로 쓸 데가 있다고 

몇 벌 챙겨가신 것도 있었네요. (물론 제 방에는 절대 안 들입니다!) 


어머니께서 제 방에 보관하고 깜빡 잊어버리셨을 물건이 한둘은 아닌지라,

옷이 아니라 가방이나 이불 같은 다른 종류의 물건을 보시면 

또 옛 기억이 되살아나서... “이거 아까운데 왜...” 라는 혼잣말이 

무한 반복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었습니다. 


그래서! 가방을 정리할 때는 철저하게 종류별로 하나씩(제 손가방, 에코백, 여행가방)만 

남겨놓고, 몇 가지는 각자의 주인을 찾아 보내고... 그 외에는 싹 다 정리 리스트에 

올려서 내놓았습니다. 이번에는 철저하게 가방만 담아서 묶어놨으니 

또 중간에 열어볼 일이 없겠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번에는 왼쪽 붙박이장 속에 있던 이불 정리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제가 쓸 이불은 아래칸에 넣어두었고요. 

이번에 정리한 이불은 윗칸에 보자기로 싸인 것이었습니다.

생각보다 꽤 커서, 100L 종량제 봉투를 구입했습니다. 


64_blanket.jpg


제일 위에 있던 붉은 보자기를 풀고 나온 이불입니다. 무늬를 보니 색동무늬가 꽤 옛스럽죠?

아무래도... 제가 아기였을 때쯤? 부모님이 금침으로 썼을 법한 모양입니다. 

살펴보니 솜도 솜이고, 천도 종잇장처럼 얇게 해져서 더 이상은 못 쓰겠더라고요. 

(저 색동무늬만 공단이나 양단으로 댔는지 촉감이 여전했습니다.) 


워낙 두꺼운 솜이불이라 무겁기도 하고, 구겨넣기도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100L봉투에 간신히 들어가서 꽁꽁 묶어놓은 인증샷! 을 올립니다. 

이불은 무사히 버릴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었지만, 새로운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65_old_clothes.jpg


붉은 보자기 속 이불 위에 있던 물건들입니다. 천이나 각종 보자기는 물론이고 

어릴 때 막내 동생이 입었던 옷이나 아기띠, 이런 게 대체 왜 여기 있었는지.... 식겁했죠. 

물건들 상태를 보아하니, 재활용도 불가능해서 당장 정리해버렸습니다. 


(다음부터는 부족한 공간에 꽉꽉 채워넣는답시고 

중간에 뭐 끼워넣는 건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습니다. 

물론 제가 저렇게 보관했었다는 이야기는 아니고요. 앞으로 악순환이 없게 하려면 말입니다.) 


 66_after_left_closet.jpg


그간 가방 정리할 때 나왔던 옷걸이들이, 빨간색 보자기에 싸인 이불을 끌어내리자 

우르르 무너졌군요... 저 옷걸이도 플라스틱이나 몇몇 튼튼한 철사를 제외하면 

70% 이상은 정리할 예정입니다. 일단, 다음 표적은 녹색 보자기에 싸인 이불입니다! 


67_blanket2.jpg


다행히 이 보자기 속에는 이불만 들어있었습니다. 그래서 통째로 100L 봉투에 열심히 낑겨넣어

바로 내다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에는 침대를 움직이기로 했죠. 


하지만, 1일 정리, 1일 원고라는 원칙을 세웠기 때문에... 

10월 31일에는 단편 수정 작업에 전념했습니다. (초고 내용 초반부가 너무 무거운 내용이라 

이 부분을 좀 덜어내서 강약 조절이 필요했거든요.) 그리고 11월 1일에 

정리 작업을 재개했습니다. 


60_room.jpg


11월 1일에는, 침대를 움직이기 위해서라도... 가장 무거운 녹색박스(방에 남겨두기로 정한 책)를 빼내야 했습니다. 아울러 지금 단계도 옷 정리(버릴 옷 분리 & 보존한 옷은 옷장 수납) 이후 책 정리(버릴 책 내놓기 & 책장 수납)가 남아있었기에.... 

이번 정리 원칙이기도 한 옷 - 책/서류 - 소품 - 추억의 물건 순서로 물건별 정리를 하는 것에 

크게 어긋나지는 않을 듯했습니다. 


사진은, 침대 위에 녹색 박스가 남아있는 예전 컷을 잠시 가져왔습니다. 


68_bookbox_out.jpg


그리고, 녹색 상자를 비우고 치운 침대의 모습입니다. 곧 피아노 의자를 포함한 가벼운 물건들을 치우고, 침대만 오롯이 남겨놓게 됩니다. 


책 수납 과정은 2편에서 계속됩니다. 


*  *  * 


가끔 정리를 하다보면,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식구들과 의견이 다를 때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부모와 자식 간에는 평균 30년 정도의 세대차가 있겠고요, 

특히 제 부모님을 포함한 어르신들 세대는 물자 아끼는 것을 유독 강조했던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꼭 물건 정리에 대한 인식에서 나오는 세대 차이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특정 물건에 유독 집착하고 버리지 못하는 나머지, 생활 자체가 엉망이 되는 사람들은 

꼭 어르신 세대만 있지 않더군요. 당사자가 살아온 환경, 혹은 어떤 트라우마 때문에 

물건에 기댄다는 게 더 정확할 것 같았습니다. 


각종 미디어에서 극단적인 집안 상태를 제보받고 상담한 끝에 정리를 도와주는 

사례는 심심찮게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은 대부분 한 집안의 주부(노인이나 젊은이를 떠나서)의 문제로 일어난 사례가 많은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아직까지는 집안 살림을 남편과 아내 중에서 아내가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리정돈의 문제는 <심리 상담이 필요한 주부들>의 문제로만 

축소될 위험도 꽤 있어 보였습니다. 


누가 집안 살림을 맡는 이들을 그 지경까지 몰아갔나? 이런 문제는 깊이 들어가는 일이 

굉장히 드물었던 겁니다. 


예를 들자면, “이걸 왜 버리냐? 물건 아까운 줄 모르는 멍청한 것!” 이라는 식의 

구박을 여러 차례 받은 트라우마가 오랜 세월 동안 쌓였을 때는, 

나중에 트라우마를 선사한 당사자가 옆에 없게 되어도 

버려진 물건(혹은 버리려고 내놓은 물건) 만 보면 그 말이 오래도록 뇌리에 맴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본인에게 필요한 것이 아니더라도, 심하게 낡은 것만 아니라면 

거둬들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나게 되죠. 물건을 쌓아두면 쌓아둘수록 

<나는 물건 아까운 것을 아는 똑똑한 사람이다>라고 잠재된 반발심이 발동하여 

많은 물건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는 착각이 드는 겁니다. 

 

물건을 아끼는 것을 기본 관념으로 아는 것도 있고, 

일상 생활에서 중심이 잘 안 잡혀서 이것저것 미련만 많은 경우에도...

당장에 쓸 물건이 아닌데도 쌓아둘 수는 있는 듯합니다. 

“어머 이건 나중에 00 할 때 써야겠다.” 하고 

도중에 보관하지만... 결국 나중에 쓰지 않고 잊어버린 채 묵혀두는 일이 

있는 것도, 실은 이런 이유겠지요. (이건 그나마 심리치료까지는 안 가고 지극히 평범한 상황) 


실제로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속에서 한 여자의 어머니가 

요가에 관심이 있어서, 요가 도구를 도중에 보관했었지만

딸이 정리하면서 도구를 처리해도 별 말이 없을 거라는 듯한 언급도 하나 있었군요. 


이 에피소드를 봤을 때는, 어쩌면 자신에게 절실한 물건이 아닌데 

<애매모호한 나중>을 기약하고 우물쭈물하는 심리와 

누군가 버려주기를 바라면서도 자기 손으로는 차마 하지 못하는 인간을 본 듯했습니다. 

그래서 도구가 없어졌는지도 모르거나, 알았어도 그냥 체념하는 거고요. 


한 가지 더, 저는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까지, 

원고 작업하던 틈틈이 웹툰을 보기도 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프로젝트 때문에 

떠오른 웹툰이 하나 있었지요. 바로 다음 웹툰인 <잘 먹겠습니다>(글/그림 : 미소) 였습니다. 


잘 먹겠습니다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음식을 소재로 한 웹툰이었습니다. 

여기서는 네 명의 남녀가 등장하는데, 그 중에서 유일하게 트라우마를 지닌 남자 캐릭터 <진우>가 있어요. 진우는 처음에 맛을 못 느끼는 사람으로 나오고, 나중에는 냉장고에 

상한 음식들을 오래도록 방치했다는 사실이 밝혀지죠. 


그렇게 된 사연은 꽤 슬픕니다. 자취하는 방에 어머니가 오셨는데, 이 어머니 성격이 

좀 사람 부담 주는 스타일이었나 봅니다. (겉보기에는 상냥하고 정 많아 보이는 

중년 부인이지만 본인이 남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에 도취되어, 

그걸 받는 상대의 입장은 안중에도 없는 거요. 

“어머 싫으니? 난 좋은 뜻에서 그런 건데.” 하면서 졸지에 상대를 나쁜 사람 만들어 버릴 수도 

있는... 징징이는... 사실 현실에서는 사람에 따라 엄청 피곤한 타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진우는 어머니와 심하게 다투고, 어머니는 얼마 있다가 본가로 돌아가죠. 

그런데 어머니는 밥상을 차려주고 가던 길에 사고로 사망해요. 이 때문에 진우는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해준 음식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쌓아두게 된 겁니다. 

갑자기 돌아가실 줄 모르고, 자신이 너무 심했나 하는 죄책감을 

<음식>에 투영해서 평생 끌어안고 갈 뻔한 겁니다. 


나중에 여주인공이 우연히 발견하고는 <음식물 쓰레기>로 인식해서 

내다버린 것을 알았을 때, 진우가 화를 낸 것은 어머니의 흔적을 건드렸기 때문이었죠. 

(물론 남의 빈 방에서 물건에 허락없이 손댄 것도 여주인공 매너는 좀....) 

뭐, 진우의 트라우마가 어떻게 해소되는지는 웹툰을 직접 끝까지 보시는 게 좋을 거고요. ^^

  

아무튼, 웹툰을 처음 볼 때는 여주인공의 러브라인에 사용된 장치로 먼저 인식했었는데 

새삼 정리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떠올리니 저 캐릭터의 에피소드도 달리 보였다는 겁니다. 


실화에서건, 가공된 이야기에서건... 사람의 내면이 물건 정리에 반영된다는 게 

새삼 실감나는 요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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