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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그라(Allegra), 영혼의 여행자.

-R- 벨라야로자


[-R- 벨라야로자] [벨라야로자(Belaja Rosa)]에 들어가는 극중극 (4) : 어둠을 품다

[어둠을 품다]는 표준력 550년도의 스베타스트라나 왕국을 무대로 한 극이며, 지나이다가 이 작품의 여주인공을 맡아 연극제에서 수상자 물망에 오르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표준력 550년. 스베타스트라나 왕국 최초로 공인되었던 여성 시인 폴리나가 법정에 섰다. 죄목은 친여동생을 살해한 존속 살인죄.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정신 분석을 주로 맡았던 궁정 치료사 미하일이었다.
 
 4년 전, 폴리나는 길을 걷다가 테니그라드의 한 교회에서 진행되던 결혼식 축가를 듣고 발작하며 쓰러진다. 1년 전에 문학 교사 에브게니의 사사를 받고, 국왕을 통해 정식으로 문인 활동을 인정받았지만 그 이후 새로운 작품이 없었던 폴리나. 그녀는 문예부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쉬쉬하는 분위기 속에서 감금된다. 그리고, 미하일이 그녀를 담당하게 되었다.
 미하일은 그녀를 보며, 옛날 일을 떠올린다. 본디는 정신 분석에 손댄 적 없었던 평범한 의사였지만, 견습생 시절에 자살 미수자를 맡았다가 최종 자살을 막지 못했던 경험 때문에 몸과 마음을 함께 치료하겠다는 사명감을 갖고 추가로 공부한 바가 있었다.
 ‘목숨만을 살리는 게 치료가 아니었어.’
 하지만, 폴리나의 행동은 결혼식 축가로 쓰였던 연가에 민감한 것을 제외하면, 지극히 정상적이었다. 특히 친동생이라는 타티아나의 행동은 수상쩍었다. 타티아나는 예전에 중급 학교에서 중상모략을 일삼은 악행이 탄로났을 때 언니인 폴리나가 전혀 감싸주지 않고 앞장서서 자신을 고발하는 증인이 되었던 일로 앙심을 품고 있었다. 또한, 그 일 때문에 정혼자에게도 파혼당한 전력이 있었다.
 그런 내막을 모르는 미하일로서는, 연가에 얽힌 사연이 더욱 궁금할 뿐이었다. 폴리나가 그 상처만 극복한다면 더 이상 감금생활을 하지 않아도 될 듯했기 때문이었다. 미하일은 심층 진료를 위해, 폴리나가 작업실로 쓰던 별장을 알아내서 찾아갔다. 그리고, 그 안에 가득한 남자의 초상화들을 목격하고 경악한다. 초상화 속 남자는 폴리나를 가르쳤던 교사 에브게니였다.
 에브게니는 문예부 서기 라리사와 결혼했지만, 신혼 1년도 지나기 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몇 년 전에 죽고 없는 사람의 흔적을 밀실에 가득 채우고 집착하는 폴리나의 모습은, 결코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다른 일상생활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이었지만 그 집착만큼이나 특정 노래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결국, 미하일은 몇 달에 걸친 노력 끝에 폴리나의 문하생 시절 비화를 모조리 알아낸다.
 
 문학 분야에서 우수한 학생이자 감수성이 풍부했던 폴리나는, 젊은 교사인 예브게니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문예사 기관에서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연락을 담당하던 라리사 또한 예브게니를 연모했다. 라리사는 폴리나의 존재를 의식하고 그녀를 견제하기 위해, 그녀의 동생 타티아나를 찾아내서 매수한다. 결국 두 사람은 예브게니와 폴리나가 사제지간 이상으로 가까워지는 것을 교묘하게 방해한다.
 몇 년에 걸친 합동 방해 공작 때문에, 예브게니는 폴리나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자각하지 못한 채 라리사에게 청혼해서 부부가 된다. 이 때 청혼하면서 예브게니가 써서 암송한 시는 나중에 한 음악가가 곡을 붙여서 결혼식에서도 축가로 쓰이게 된 것이었다. 폴리나에게는 절망할 여력도, 증오할 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녀에게 남은 예브게니의 흔적은 오로지 문학이고 글뿐이었다.
 그가 가르친 것에 충실하고 자신의 창조력을 더하여, 결국 국내 최초로 자신의 본명으로 활동할 수 있는 여성 작가로 공인될 수 있었다.(그전에는 실제 여성 문필가가 있었어도, 대개는 남자 이름을 빌리거나 아예 남자를 위해 대필하는 선에서 그쳤었다. 그런 내막도 당사자가 죽은 뒤에야 밝혀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미하일이 거기까지 알아냈을 때, 폴리나는 자신이 예브게니와 맺어질 수 없었던 이유가 단순히 엇갈린 인연이 아니라 타티아나의 마지막 방해 공작이 결정적이었음을 알고, 그녀를 살해했다.   
 “대체 왜 그랬는데?”
 “언니… 니가 무너지는 모습 정말… 평생… 보고 싶었거든.”
 모든 것은,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미하일은 사랑하게 된 여자를 구할 수 없다는 절망감을 안고, 폴리나의 사형 집행 과정을 끝까지 지켜본다. 그리고, 그녀를 따라가고 싶다는 열망 속에서 서서히 죽어간다. 심리적인 갈망이, 육체적인 효과로 나타난 것이었다.
 그녀가 짊어진 어둠을, 그 자신이 온전히 품겠다는 광기 어린 사랑 때문에.
  ‘절대 당신 혼자 가게… 두진 않을 테니.’

 

 (* 폴리나 역 : 지나이다 브론스카야 / 미하일, 에브게니의 그림자 1인 2역 : 샤샤(초연), 카스얀(대역) / 연출 : 니콜라이 케렌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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