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막 7장
새벽의 공기가 조금은 내려앉았을 때 희민은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전날 마셨던 술 때문인지 속이 좋지 않은 듯 물을 찾아 탁상위에 올려져 있는 주전자를 더듬거렸다. 그러나 곧 주전자에 물이 떨어진 걸 깨닫고는 절망을 하고 한숨을 쉬고는 비척비척 일어나 물을 찾아 주방으로 향했다.
촤악
“후아... 살거같다.”
주방에는 우물이 붙어있었는데 새벽에 떠 마신 우물물은 시원하다 못해 얼음장 같았다. 그래도 찬 물을 마시니 속이 좀 진정됐다. 그러나 아쉽게도 꿀 같은 아침잠은 결국 다 날려버렸다. 그녀는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리고 어제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촌장님이랑 논의를 하고... 마시고...마시고...마셨지?’
촌장이랑 논의가 끝나자 촌장은 그녀를 축제장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휘랑이 여러 청년들에게 휩싸여서 술 마시기 대결을 하고 있었는데 말릴까 하다가 즐거워 보이는 모습에 관두고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때 마을의 여자들이 그녀에게 술을 권했다. 술맛은 좋았지만 꽤 독한 술이었는지 곧 정신을 잃고 말았다. 그래도 객잔에 잘 온 거 보니 다른 일은 없었나 보다.
‘흐음... 그런데 내 옷은 객주님이 벗겨주셨나?’
나올 때 잠깐 보니 탁상위에 외투로 입고 갔던 장삼이 곱게 개어져 있었다. 무지막지하게 마셔 결국 정신을 잃은 자신이 기특하게도(?) 장삼을 개고 잠에 들었을 리는 없었으니 아마도 휘랑이 벗겨 정리해주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주정은 안 부렸으려나?’
그녀는 살짝 걱정이 되었다. 이렇게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신적은 처음이라 더더욱 걱정이 되었다.
“으아... 모르겠다.”
그녀는 귀찮은 걱정을 그만두고 기지개를 켰다. 나중에 물어보면 대답정도는 해주지 않겠는가? 의외로 털털한 성격에 그녀였다.
‘조금 이르지만 산보(散步)나 할까?’
희민은 기지개를 키고는 고민했다. 그녀의 몇 안 되는 취미중 하나가 바로 산보(散步)였는데 이곳에 지낸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그동안 단 한 번도 거르지 않은 취미였다. 보통 일각정도 걸었는데 대부분 객잔 주위를 돌면서 쓰레기를 줍거나 객잔의 앞으로의 행보를 생각하거나 했다. 보통은 진시 초입에 산책을 하는데 지금은 묘시 초입이었다. 산보를 하긴 이른 시간이었으나 잠도 다 깻겠다 싶어 그녀는 산보를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새벽 산책도 꽤 좋은걸?”
새벽공기는 제법 쌀쌀하게 그녀에게 다가왔지만 그건 그것대로 상쾌한 느낌을 주었다. 그녀는 그 공기를 맡으며 기지개를 켜며 별채 뒤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별채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이 시간에 누구지?’
꽤 이른 시간이었기에 그녀는 조심스럽게 벽 뒤에 숨어 살폈다. 그곳에는 뜻밖에도 휘랑이 있었다. 그는 윗옷을 벗고 춤인지 무술인지 모를 애매모호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자세는 천천히 변화했다. 지루할 정도로 천천히 움직였기에 혹시라도 무공이라면 그것에 당할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휘랑의 모습이 너무 진지해 보여 그녀는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몸에 흉터가 좀 많으시네...?’
휘랑의 몸은 근육이 촘촘하게 짜여있었다. 휘랑이 움직일 때마다 그 근육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였는데 그와 같이 휘랑의 몸을 뒤덮은 흉터들도 같이 움직였다. 짐승의 발톱에 당한 듯 한 들이 많아 보였다.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열심히 하시네...?’
그녀는 그동안 휘랑이 늦잠을 자는줄 알았다. 또한 그녀는 그녀 자신이 제일 처음 일어나는 줄 알고 뿌듯해 했는데, 휘랑은 그녀보다 훨씬 먼저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었다. 그 모습을 보자 뿌듯해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진 그녀였다. 그녀는 들키지 않게 조심히 객잔으로 들어가 천을 가져와서는 휘랑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의 행위는 일각정도 이어졌다.
“후우...”
휘랑이 숨을 들이 내쉴 때 그녀는 조용히 그에게 다가가 천을 건넸다. 그 모습에 당황할 법도 했지만 휘랑은 알고 있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천을 받아 땀을 닦았다. 땀을 닦으며 휘랑은 그녀에게 물었다.
“잘 잤어요?”
“예, 객주님은요?”
그녀의 물음에 휘랑은 빙긋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저도요”
휘랑은 대답을 해주고는 윗옷을 입었다. 그런 그에게 그녀는 궁금한 듯 물었다.
“객주님은 항상 이 시간에 일어나세요?”
“예? 아아, 네 뭐 그런 편이죠.”
“대단하시네요... 그런데 지금 하신 건 뭐에요? 무공?”
그녀의 질문에 휘랑은 난감한 듯 얼굴을 긁적이고는 대답해주었다.
“무공이랄까... 그냥 몸이 굳지 않게 움직이는 정도에요.”
슬쩍 말을 흐리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더는 묻지 않았다. 그 모습에 휘랑은 그녀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에 그녀는 살짝 놀랐지만 가만히 있었고 휘랑은 그녀의 그런 모습에 빙긋 웃고는 말했다.
“속 많이 쓰리죠? 속이 풀릴 만한 거 만들어 줄게요.”
그의 말에 희민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사실 조금 출출하기도 했고 아직까지 속이 쓰렸기 때문이다. 화색이 도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휘랑은 무언가 생각난 듯 한 표정을 짓고는 그녀에게 말했다.
“맞다. 당부하고 싶은 게 있는데...”
그의 말에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짓고는 물었다.
“예, 말씀하세요.”
그녀의 물음에 휘랑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저 없을 때 다른 사람이랑 술 마시지 마요.”
휘랑은 이 말을 남기고 객잔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그녀는 들어간 휘랑을 황급히 쫒아가며 소리 지르듯이 물었다.
“객주님-! 제가 무슨 추태라도 부렸어요? 네에!?”
그 물음에 휘랑은 대답해주지 않고 그저 생글생글 웃고만 있었다.
- 작가의말
(,_, 노룡... 늦어서 죄송합니다... 변명이랄까... 모의고사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용서해주세요! 어서 어서 진행을 시켜야 하는데 흐규흐규...
얼른 진행시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Commen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