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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님의 서재입니다.

T.E.S(true ending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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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작품등록일 :
2012.11.24 17:41
최근연재일 :
2014.02.13 18:15
연재수 :
1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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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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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3.11.0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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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chapter. 21 - 꿈의 온도

DUMMY

꽉 막혀 있을 것 만 같던 동공의 끝.

하지만 율하는 절로 시야에 들어오는 검붉은 기운을 따라 그 끝에 교묘하게 가려진 좁은 통로를 찾아내었고 별 다른 주저함 없이 그 안으로 몸을 던졌다.


“너무 서두르는 거 아냐? 차라리 내가...”


그 뒤를 따르던 콜린은 걱정스럽게 자신이 먼저 가 보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했지만 율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지금은 내 뒤에 있어 콜린.”


“우웅.”


“지금 이곳 정도는 내가 지켜줄 수 있으니까.”


율하는 그렇게 가파르게 위로 향하는 통로를 딛고 성큼성큼 올라선다.

잠시 멈칫하여 율하의 그 말을 곱씹어 보던 콜린은 순간 어딘지 기쁜 듯한 빛을 온몸에 두르며 그 뒤를 졸래졸래 따른다.


“응. 에헤헤.”


“하지만 그래도 조심해. 거짓이라고는 해도...사신은 사신이니까.”


율하는 그렇게 말을 하고는 자신의 손에 든 영봉을 꽉 쥐어 보인다.


지금까지 주로 사용하던 퇴마봉의 모델이 되었던 상위세계의 신물 [영봉 - 염봉].

물론 아직 자신의 영감 lv도 그러하고 끌어 모을 수 있는 구현의 구성요소 역시 가벼운 질량의 가상요소이기에 레플레카로 복제하는 것이 전부였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영왕을 잠시 놀라게 할 정도의 물건.


그래, 그건 전에 영왕이 잠시 만들어 보여주었던 전대 영계의 관리자의 신물이라는 환령의 창 - 섬령과 같은 등급의 물건. 물론 그걸 누가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모른다. 이것을 그저 바라보어 관찰로서 그 내면을 들여 보려고 해도 그리 자세한 정보는 주지 않는다. 그건 자신이 만들어 낸 이 물건이 레플레카 여서인지, 아니면 이 가상세계의 데이터베이스가 완전하지 않아서인지는 모른다. 어쩌면 그 둘 다 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다.


“알고 있어. 그 보다도 율하야 말로 괜찮은 거야?”


“응. 아까 전 보다는 훨씬.”


“하지만...꺘! 유, 율하!!”


“느끼고 있어.”


율하가 괜찮다고 말했던 그 순간에 그 주변에서 공간을 가르며 스윽, 아무런 기척 없이 모습을 드러내는 작은 사령 두 마리. 그것은 율하의 목 앞과 뒤를 감싸며 자신의 낫을 휘둘러 그대로 율하의 목을 베려는 듯 했다. 하지만 처음 그것과 대면했을 때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던 것과는 달리 이미 그것들의 출현을 감지하고 있던 율하는 그저 가볍게 마도의 힘과 강화된 영적장막을 일으켜 작은 사령들을 그대로 튕겨낸 다음 곧 바로 손을 뻗어 한 손으로 튕겨진 두 마리의 사신들을 그대로 붙잡았다.


“에?”


“지금의 내가 지닌 영적인 능력은 이 가상세계의 한계에 근접했어. 상위 세계나 시스템이 잡아내지 못하는 게 아니라면 대충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어. 영적인 것이라면 말이야.”


“헤에?”


그런 율하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는 콜린.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자신의 손을 율하의 목덜미가 있는 곳에 가볍게 가져다 대었다.


“뭐야? 갑자기?”


“감촉이 어때?”


“감촉? 아니...잠깐.”


율하는 언제나 그렇듯이 자신의 어깨, 머리, 목에 자주 올라타는 콜린의 원래 감촉과 조금은 다른 것 같은 느낌. 뭐지? 그러나 지금은 거기에 집중을 할 시간은 없었다.


“느껴져?”


“조금은. 하지만 그거 조금 있다가 하면 안 될까?”


“우후후. 물론. 하지만 괜찮아. 율하가 조금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면 지금은 그걸로 족해. 그 보다도 그게...사령?”


“응. 이게 나타났다는 건 레문트가 나를 분명히 인지했다는 거겠지.”


“영왕님은 괜찮으실까?”


“아마. 그 분은 괜찮을 거야. 시스템의 [외부]에서 다른 변수를 차단해 주신다고 하셨으니.”


“결국 레문트와 그 외의 것들은 율하가 처리해야 한다는 거구나.”


“내가 그게 가능하다고 했으니까.”


율하는 그렇게 자신이 잡은 두 마리의 사령을 염봉으로 꾹 눌러 소멸시킨 다음 계속 그 좁은 외길을 따라 흐린 빛이 흐르는 곳을 따라 올라간다. 그리고 그렇게 세 번 정도 사령들의 습격을 막아내고 거의 끝자락에 다다른 둘.


이제 여기를 나서면 거짓이라고는 하지만 사신이, 그리고 그의 세력이, 삼각산의 여러 괴물들이 자신을 맞이할 것이다. 콜린에게는 자신 있다고, 염려하지 말라고는 하지만 사실 지금 그의 심장은 쿵쾅쿵쾅 뛰고 있었다.


사실 냉정하게 생각을 해 보면 항상 자신이 자신 있다고 생각했을 때는 그만큼의 성과를 냈던 적이 없다. 오히려 막막하며 이젠 끝이라고 생각했을 때 의외의 방향에서 탈출구가 생겨 보다 좋은 성과를 냈지, 지금처럼 자신 있다고 했을 때는...실패할 때가 더 많았다. 그것은 비단 이곳에서의 일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실에서도...어디에서도 자신은 성공보다는 실패가 더 익숙했다. 그래서 사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그렇게 까지 믿어주는 지 말이다.

아니, 이해가가지 않는 게 아니라 불안했다. 불안해서 피하고 싶었다. 자신이 내성적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새가슴인 것마냥...큰일에 대해 책임을 지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실패를 할 가능성이 높았고, 그렇게 되면 비난을 받고 또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잃거나 또 자신의 주변을 떠날 것만 같았으니까.


왜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지금까지는 잘 몰랐다.

하지만 이번 일로 인해 자신의 과거 기억이 왜곡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했고, 아직은 분명하지 않지만 그 왜곡된 과거에 자신이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된 원인이 있을 것이다. 그래, 지금까지 자신이 본 자신의 [과거]는...완전하지 않다. 그리고 자신이 왜 자신이 구축한 마도세계를 자신의 손으로, 어떻게 소멸로 이끌었는지도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


알고 싶었다.

그게 판도라의 상자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 싶었다.

진짜 자신을 말이다. 최소한 진짜 자신과 직면한 다음에 무언가 결정을 내리고 싶었다. 자신이 그런 결정을 내렸기에 게이져의 두 번째 조각이 보여준 그 기분나쁜 광경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가고자 하는 것이다.


“콜린.”


“응?”


“너는 끝까지 내 옆에 있어 줄 거지?”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냥.”


“...지금 그 말을 해야 할 건 율하가 아닌 건 같지만. 뭐...당연한 소리라고 일단 답을 해 둘게.”


“고마워.”


율하는 입술을 삐죽 내미는 콜린을 바라보며 슬쩍 웃어 보인 다음 다시 등을 돌린다.

한 번, 두 번.

호흡을 길게 내 쉰 다음 몸을 박차 통로의 좁은 틈을 나서 밖으로 나선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는지는 몰라도 하늘 저 멀리에서 여명의 빛이 그가 선 좁은 협곡을 비추기 시작한다. 아직은 어둠과 나무그림자에 잠겨 어두운 좁은 협곡. 그 협곡을 따라 좀 더 위로 올라가야 하는 그 오르막를 차단 한 채 아래쪽을, 자신이 있는 방향을 내려다보는 한 무리의 괴물들.


“크르르릉.”


“니야-”


“우우-”


개와 고양이, 늑대와 이리, 참매등 지금까지 삼각산을 중심으로 주변을 습격하며 다른 괴물들을 이끌었던 수장 급의 괴물들 다수가 거기에서 자신을 향해 살기를 드러낸다. 이전이었다고 하면, 아니 사실 지금도 그리 좋다고 볼 수 없는 상황. 특히 그 가운데는...


“인간!! 이런 곳 까지...죽고 싶어서 왔나?!”


“흑랑.”


“죽인다! 반드시!! 죽어---!!”


자신과 이미 안면이 있는 흑랑을 비롯하여 자신을 보자마자 문답무용으로 그 거리에서 총알새를 쏘아내는 참매의 괴물까지. 율하는 침착하게 이미 그 의도와 흐름을 읽고 영적인 장막에 마도의 강화를 씌워 총알새를 옆으로 비껴내고는 고개를 흔들었다.


생각보다 기운이 강하지는 않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저들 가운데 단 하나를 만나도 벅차했을 자신이었지만 지금은 그럭저럭 할 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우선 무엇보다도 저들 가운데 그 누구도 아래서 보았던 가이젠 주르만큼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후우.”


“율하. 정말 괜찮겠어?”


“콜린. 지원을 조금 해 줘. 그리고 아지단도.”


“마도술을 쓸 생각인가?”


율하의 부름에 어디선가 그 모습을 드러내는 아지단. 그와 함께 율하의 바로 옆에는 다시 마도서 사령의 책이 공중에 떠올라 파르르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다.


“사자의 군대가 저 가운데 절반밖에 안 되니까. 나머지는 마도술로 상대해야지.”


율하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 번 참매괴물이 내 뱉는 총알새와 그 옆에서 지원하듯이 돌멩이를 던지는 원숭이 괴물의 공격을 가볍게 튕겨낸 다음 손에 든 염봉을 앞으로 향했다.


“침착해라. 서응.”


“닥쳐! 흑랑. 저 놈은 내 아내를, 내 자식들을 죽였어. 절대...절대 용서 할 수 없어!!”


분노로 눈이 먼 참매.

흑랑은 그를 서응이라 부르며 침착하라 했지만 그를 막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계속 멀리에서 총알새를 쏘아 공격을 했지만 이전과는 달리 전혀 통하지 않자 서응은 더욱 더 분노하며 다른 괴물들이 이루고 있는 대열에서 벗어나 직접 율하를 공격하고자 하늘로 높이 치솟아 오른다.


“기다려! 서응!”


“닥쳐!!!”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가 율하를 타겟으로 하여 곧바로 직하강하여 먹잇감을 낚아채듯 내리꽂히는 서응. 어설픈 방비나 회피로는 도저히 어찌 할 수 없는 강력한 일격. 아마 그것으로 인해 자신 역시 큰 피해를 받겠지만 분노로 눈이 먼 서응에게는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는 일이었던 모양이다.


“콜린.”


“응. [나한패(羅漢牌)]-[철거배(鐵巨杯)]”


율하는 그런 서응에 대해 콜린을 부르며 한 발을 뒤로 물러났고 그에 콜린은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나한패를 그 앞에 소환하여 거기에서 제법 큰 철나한을 불러 내었고, 그 철나한은 검이나 다른 무구가 아닌 커다란 잔을 든 채로 나타나 율하를 향해 내리 꽂히는 서응을 가로막은 다음 그 커다란 잔으로 내리 눌러 버렸다.


“크-아아아!”


앞으로 내리 꽂히는 강력함 대신 다른 부위에서 가해지는 압력에 대한 저항을 잃은 탓인지 철나한의 거대한 몸통과 나한패를 부리로 그대로 꿰뚫어 버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대신 나한이 누르는 철제 잔에 그대로 짓눌려 땅에 처박혀 율하까지는 닿지 않았던 그의 공격. 하지만 그는 그대로 눈을 부라리며 핏발이 선 눈으로 율하를 바라보았다. 거기에 서려있는 강한 증오와 살의. 그렇지만 율하는...그것을 마주보며 무심한 듯 고개를 저었다.


“물들었군.”


“뭣?”


“살아 있는 것이지만...역시 사신과 사자의 군대의 영향이 있는 건가? 하긴...마음의 틈새가 있는 이상 더 쉽게 그리 되었겠지만.”


율하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바로 앞에서 무력화 된 서응이 그 거리에서 총알새를 내 뱉거나 다른 어떤 몸부림을 하기 전에 곧장 염봉으로 머리를 꾸욱 하니 눌러 버렸다.


“크아아아....”


그리 강하게 누른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크게 괴로워하며 몸부림을 치는 서응. 그와 함께 다른 자들에게는 어찌 보일지 모르겠지만 율하의 눈에는 서응의 몸에서 상당히 끈적거리는 사이한 기운이 빠져나오는 것이 그대로 잡혔다.


“가지가지 하는 군.”


그리고 그렇게 율하가 서응을 상대하자 거기에 틈이 있을까 하여 다시금 율하의 목덜미에 모습을 드러낸 세 마리의 사령. 그렇지만 이미 자신의 몸에 강화된 영적인 장막을 걸어두었기에 그것들은 별 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사라졌고 율하는 서응에 대한 [정화]를 마친 다음 괴물의 수장들이 진열을 갖추어 서 있는 오르막길을 올려다보았다.


“인수대호는 어디에 있지?”


“그 입으로 그 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나약한 인간.”


“겉으로 보는 것에 현혹되면 이렇게 될 뿐이지.”


율하는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으르렁 거리는 흑랑을 무심히 바라보며 여전히 염봉으로 그 머리를 꾹 무르고 있는 서응을 가리킨다.


“크르르릉.”


“다시 한 번 말하지. 어차피 너희 가운데 [절반]은 진심으로 인수대호를 따르지도 않지 않나? 자신의 힘도 아닌 다른 사이한 힘으로 되살려진 그것을 계속 따를 생각인가?”


“......”


“다시 한 번 제안하지. 흑랑. 그리고 살아 있는 다른 놈들도 똑똑히 들어라. 너희들이 받들기 위해 원래의 터전을 버리고 합류한 인수대호는 이미 죽었다. 지금 다시 살아나 움직이는 것은 사이한 힘에 의해 되살려 난 인형. 그런 것들을 과거의 이름만 보아 따를 생각인가?”


율하는 그렇게 말하며 흑랑과 그 뒤에 선 괴물들을 차분히 응시했다.

흔들린다. 분명히 흔들리고 있다. 전에 자신이 흑랑에게 보았던 망설임의 근원은 아마 지금 율하가 언급한 그것이었을 것이다. 그 역시, 다른 살아 있는 괴물들 역시 삼각산에 합류하여 부활한 인수대호를 본 다음 이상함을 느꼈을 것이다. 자신들과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 자신의 선대로 부터 들었던 것과는 다른...그 미묘한 이질감을 말이다.


그 때문인지 대열을 갖추고 있는 와중에도 두 패로 나누어진 것 처럼 보이는 것은 착각이 아닐 것이다. 자신의 말과 도발에도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것들은 거의 대부분은 사자의 군대. 그렇지 않고 동요하거나 반응하는 자들은 살아 있는 괴물들. 그리고 지금 자신은...엄밀히 그 살아 있는 괴물 보다는 이미 죽은 것들을 처리하러 온 것이니 그들 사이에 분열이 일어나거나 최소한 전력이 절반으로만 줄어 주어도 움직이기 편할 것이다.


“이상한 말로 우리 아이들을 흔드는 구나.”


하지만 그 순간 오르막의 끝, 언덕배기에 어슴푸레한 여명을 받으며 모습을 드러내는 거대한 그림자.


“읏...”


율하는 그것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거대한 악의와 사기가 이 일대를 뒤덮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순간 몰려오는 욕지기. 가이젠 주르가 온몸에 거대한 악의와 사기를 두르고 자신의 마음을 완전히 타락에 물들게 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과 감각.


“대왕...이시어.”


“대왕님.”


그의 등장에 따라 오르막에 대열을 갖추어 선 모든 괴물들, 지금까지 흔들리고 의심했던 살아 있는 괴물들도,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던 사자의 군대 까지 전부 그곳을 향해 고개를 숙인다.


인수대호.

과거 삼각산을 점거하여 한양을 거의 손에 넣기 일보직전까지 몰아 붙였다는 거대한 호랑이 괴물. 일견하기에도 거대한 바위 두개를 붙여 놓은 것 같은 거대한 크기의 괴물. 지금까지 꽤나 크다고 느꼈던 흑랑, 서응, 가이젠 주르도 그것에 비하면 난쟁이처럼 보일 정도로 거대한 그것이 바로 인수대호였던 것이다.


“기다리고 있었다. 인간.”


“인수대호.”


“들어 보니 아주 재미있는 말을 하더군. 내가...무어라고?”


그것은 그 위에서 단 한 번의 도약으로 괴물의 대열을 넘어 율하의 앞까지 내려온 인수대호. 새하얀 바탕에 검붉은 줄무늬를 지닌 거대한 호랑이를 바로 앞에서 보는 기분은 상당히 미묘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율하는 그의 온몸에서 사이한 검은 기운에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율하는 인수대호를 바라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 뒤를 바라보았다.

아까 전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히 이제는 [움직여서] 자신이 있는 곳의 머리 위에 떠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거대한 거짓 사신 [레문트]의 모습이 말이다. 게다가 그 레문트로 부터 연결된 검붉은 기운은 인수대호에만 이어져 있지 않았다.


“...후우.”


“인간. 다시 한 번 그 입을 놀려보려무나.”


“그럴까? 죽었다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사악함을 등에 업고 되살아난 망령.”


“건방지군.”


“허나 사실이지.”


율하는 그리 말하면서도 자신에 대한 방비와 주변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아지단과 콜린을 양옆 뒤로 두어 영창을 하게하고는 자신은 염봉을 손에 든 채 정면을 가로막는다. 물론 그 외에도 콜린이 불러 소환한 제법 많은 숫자의 동제, 철제 나한들이 자신을 도와주고 있었으며 자신도 자체적으로 역탄을 소환하여 상대의 기습을 막아낸다.


“크어어어엉!!”


율하의 그 대응에 분노한 것인지 인수대호는 바로 앞에서 포효를 내지른다. 찌릿찌릿 온 몸이 저려올 정도로 강력한 기운이 담겨 있는 울부짖음. 그렇지만 사이함에 몸을 맡긴 그 포효는 원래 그것이 지녔을 효용에 한참 미치지 못했고, 원래라면 상대의 정신을 능히 잃게 만들었을 울부짖음은 단지 상대를 압박하는 정도로 끝이 났다. 그렇지만 그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한 것.


“가라!! 나의 아이들아.”


“아지단-”


“가시군주를 다시 준비하겠다.”


“그래. 그걸로 가자. 그리고 콜린은 아지단을 도와주고.”


“율하는?”


“저건 가이젠 주르가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며 한 발을 앞으로 내딛는 율하.

그런 그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거대한 백호. 인수대호. 그리고 그런 그의 명에 따라 오르막은 물론이고 사방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거대한 여러 괴물들이 일제히 율하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율하에게 있어 그 괴물들, 특히 사자의 군대는 그리 염려의 대상이 아니다. 그는 그저 염봉을 꽉 쥔 채 인수대호와 그 뒤쪽에 떠 있는 레문트의 망령. 그리고 그 망령으로 부터 이어진 또 다른 검붉은 기운을 갖춘 네 개의 기운이 이어진 방향을 바라보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율하는 그 가운데 하나인 흑랑이 있는 곳을 바라본다.

인수대호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소극적으로 움직이는 그들은 자신이 정말 저 인수대호를 어떻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지를 가늠하고 있었다.


“좋아. 보여주지.”


율하는 오른손으로 잡은 염봉을 양손으로 나누어 잡는다.

그와 함께 자신의 머릿속에, 온몸에 자연스럽게 각인되는 어떤 움직임과 자세. 율하는 거기에 저항하지 않고 그대로 따라 몸을 움직인다.


[염봉 상(常) 제일세(第一勢) - 정념(正念)]


그는 그렇게 그 염봉의 레플레카가 자신에게 전해주는 자세를 한 발을 앞으로 내미는 자세를 취해 염봉을 겨드랑이에 끼워 옆으로 돌리고는 그 끝에 노란 기운을 집중시킨 다음 바로 앞까지 몰려든 사자의 군대 일진을 향해 가볍게 휘둘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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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14 1,826 58 25쪽
142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1.13 1,824 43 24쪽
141 chapter. 21 - 꿈의 온도 +3 13.11.12 1,923 48 25쪽
140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1.11 1,831 42 26쪽
» chapter. 21 - 꿈의 온도 +9 13.11.05 1,689 54 18쪽
138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03 2,143 40 19쪽
137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0.31 1,643 42 18쪽
136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0.28 1,845 44 20쪽
13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7 1,638 48 17쪽
134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6 1,888 49 22쪽
133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24 1,177 51 19쪽
132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20 1,359 47 26쪽
131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7 1,579 52 25쪽
130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4 1,388 46 24쪽
129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09 1,996 54 20쪽
128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7 1,274 51 16쪽
127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5 1,316 52 16쪽
126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02 1,933 44 19쪽
12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1 1,848 49 20쪽
124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9 13.09.28 2,491 44 17쪽
123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9 1,513 51 19쪽
122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4 5,802 61 19쪽
121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5 13.08.30 3,440 59 23쪽
120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3 13.08.27 5,631 66 16쪽
119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11 13.08.20 5,837 59 23쪽
118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7 13.08.18 4,346 46 19쪽
117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29 13.08.11 4,666 64 19쪽
116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5 13.08.08 3,613 63 18쪽
115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9 13.07.31 3,582 74 24쪽
114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10 13.07.30 5,281 72 29쪽
113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6 13.07.29 5,891 65 26쪽
112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5 13.07.27 4,335 70 24쪽
111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6 13.07.26 5,456 78 25쪽
110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6 13.07.25 2,124 64 24쪽
109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4 1,996 68 25쪽
108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9 13.07.23 2,912 72 24쪽
107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2 2,331 70 27쪽
106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20 2,753 65 26쪽
105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9 1,988 81 25쪽
104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9 13.07.18 1,986 76 27쪽
103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7 1,935 57 28쪽
102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6 3,793 93 29쪽
101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5 4,341 73 23쪽
100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8 13.07.13 5,666 80 24쪽
99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2 4,991 72 25쪽
98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1 2,664 79 21쪽
97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10 4,464 74 23쪽
96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05 5,147 56 21쪽
95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8 13.07.03 6,058 54 18쪽
94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3 13.07.02 4,903 52 16쪽
93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6 13.06.30 4,325 62 20쪽
92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9 13.06.28 5,245 62 21쪽
91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6 13.06.27 3,752 74 35쪽
90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22 4,979 56 16쪽
89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11 13.06.19 4,089 64 18쪽
88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16 5,249 73 16쪽
87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08 3,660 59 18쪽
86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6.01 4,438 58 19쪽
85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9 13.05.27 4,220 56 14쪽
84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4.30 2,618 59 11쪽
83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5 13.04.27 5,947 60 18쪽
82 EP.2 epilogue - 흐르는 밤, 흐르는 마음. +10 13.04.09 2,633 59 17쪽
81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8 13.04.06 4,989 60 17쪽
80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6 13.04.04 4,900 52 19쪽
79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9 13.04.02 3,270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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