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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님의 서재입니다.

T.E.S(true ending see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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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무(율무)
작품등록일 :
2012.11.24 17:41
최근연재일 :
2014.02.13 18:15
연재수 :
1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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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0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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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DUMMY

그리고 잠시 후의 시간.


“그래서, 지금 네가 말하는 것의 핵심은 무엇인가?”


개인적인 사정에 의해 하룻밤 동안 남쪽 대구에 잠시 내려갔다가 지금 막 올라온 소군은 피곤함 절반, 의아함 절반을 담아 그녀에게 무언가를 고하는 수하, 율하를 내려다본다. 노원구의 자치대 본부 내에 임시로 마련된 그녀의 집무실의 의자에 앉아 무슨 말도 되지 않는소리를 하느냐는 표정을 짓는 그녀.


“단순합니다. 오늘 아침부터 강화되어 늘어나기 시작한 괴물들은 무언가의 술법에 의해 죽은 것들이 되살아난 것입니다. 그것들을 효과적으로 막아내기 위해서는 불암과 용산의 무가의 힘이 필요합니다.”


“너는 지금 본 군주에게 그것을 믿으라고 하는 것이냐?”


“군주님도 보셨을 겁니다. 제가 도봉에서 이곳으로 넘어가는 다리에 쌓아두었던 멧돼지 괴물들의 사체들을 말입니다.”


“......”


“그리고 그게 아니라고 해도 이미 군주님께서는 알고 계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아까 전 전화하셔서 괴물들이 불암쪽으로 가는 것을 막으라는 명을 내리시지 않았을 겁니다.”


율하는 그녀의 앞에서 큰 주저함 없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담담히 내 뱉는다. 단지 커다란 책상 하나와 편안한 의자 하나, 그리고 업무용 PC 하나만이 놓여 있을 뿐 다른 아무것도 없는 적당한 크기의 방. 그 안에 있는 것은 그와 그가 모시는 군주 단 둘 뿐. 다른 상황 같았으면 그의 그런 태도를 불경스럽다느니 했을 테지만 적어도 그녀는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 율하는 자신의 말이 그녀의 심기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본 군주는 단지 그들이 삼각산을 벗어나는 것을 막고 싶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속하의 눈을 피하시는 겁니까?”


“지, 지금 본 군주를 추궁하는 게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속하는 군주님의 참 뜻을 알고 싶을 뿐입니다.”


“......”


“그게 아니라면 불암으로 가는 길을 막으라는 군주님의 명, 그건 단지 군주님의 뜻만이 아니었을 지도 모른다는 제 추측을 확신해도 되는 걸까요?”


“본 군주는 너를 너무 풀어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구나.”


“군주님.”


“허나 좋다. 그것은 본 군주가 자초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게다가 본 군주도 별로 그런 것을 싫어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단, 거기에도 선이 있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해라.”


“며, 명심하겠습니다.”


“흠...그렇다고 지금 그것으로 너를 탓하고자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조금 주의를 하라는 것뿐이다. 그런 것이 습관이 되면 나중에 허물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네. 군주님.”


율하는 소군을 향해 허리를 한 번 깊게 숙여 보였다. 그녀의 말처럼 자신이 약간, 아니 약간이 아니라 많이 건방졌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등으로 식은땀을 살짝 흘리고는 반성하는 기색을 보인다.


“어차피...나중에는...”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그 보다도...그건 너의 말이 사실이다. 본 군주가 너를 이곳으로 보낸 것은 환주다. 그가 괴물들이 불암으로 넘어가는 것 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하더군. 그리고 그가 직접 너를 보내는 게 좋다고 했다.”


“환주...가 말입니까?”


“그래. 하지만 너의 말이 사실이라면 무언가 있기는 한 모양이구나.”


“......”


“죽은 괴물들이 되살아난 것이라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그러고 보면 그러하구나. 지난 번 흑랑이라는 괴물의 우두머리를 상대하며 네가 보여주었던 그 마도의 술법도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던가?”


“네. 확실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네가 말하는 것 처럼 이번에 괴물들이 되살아난 것 또한 그 마도의 술법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


“그것은 모릅니다. 하지만 결과는 같습니다.”


“결과는 같다라...”


“사령술의 근원이 되는 힘이 비단 마도술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율하는 이것이 어느 정도 마도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굳이 그 사실을 다 말하지는 않았다.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말해 또 다시 의심 받는 것도 좋은 경험은 아니기 때문에.


“그렇군. 하지만 본 군주가 알고 있는 바로는 다른 어떤 종족적인 능력이나 도력에도 그런 힘은 없다고 알고 있다.”


“그렇습니까?”


“그래. 허나 본 군주가 거기에 정통한 것도 아니고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을 수 있는 법. 그 가능성을 무시할 생각은 없다. 그러니 그대도 여기에 마도가 개입되어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도록.”


“알겠습니다.”


“좋다. 그러면 본 군주가 무얼 해주기를 바라나.”


“불암과 용산을 군주님의 명으로 움직여서 자치군을 지원하도록 하여 주십시오.”


“본 군주가 말한다고 그들이 쉽게 움직일 거라는 보장은 없다.”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이번에 군주님께서 한양에서 보여주신 모습이라면 그들 또한 움직일 것입니다. 최소한 용산은 그렇습니다.”


“그쪽은...최가라고 했던가? 너와 연관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나는군.”


“네. 조금 인연이 있습니다. 사실 오늘도 오전에 그쪽의 사람을 조금 만나서 지원을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흔쾌히 지원을 해 준다 하였습니다.”


“다행이군. 하지만 본 군주는 잘 모르겠다. 정말 그들의 도움이...도움이 될까?”


“네. 적어도 살아있지 않은 괴물들을 상대할 때는 그들이 큰 힘을 발휘합니다. 적어도 오늘 저 혼자서 멧돼지 군단을 막아선 것 처럼 말입니다.”


“그렇군. 네가 그런 성과를 보여준 이상 마냥 믿지 않을 수도 없군. 좋다. 본 군주가 신임하기로 한 수하의 말을 믿는 것 또한 군주의 도리. 그러하기로 하지.”


소군은 마침내 율하의 말을 받아들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군주님. 그리고 또 한 가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이지?”


“현재 이 괴물들의 우두머리로 여겨지는 부활한 인수대호 역시 저는 같다고 생각합니다.”


“......”


“그리고 그건 아마 환주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군. 죽었다가 되살아난 괴물들이 사령술에 의한 것이라면 그들의 우두머리 역시...일리는 있군. 게다가 환주 또한 그것을 부활한 인수대호 역시 사령술로 되살아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군. 그런데 그게 가능한 겐가? 30년 전에 죽어 이미 흙으로 돌아갔을 그런 것이...아니, 이건 추궁이 아니라 본 군주가 거기에 대해 잘 몰라서 묻는 것이네.”


“저도 자세한 건 모릅니다. 아직 정식 마도사는 아니라 말입니다. 하지만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적당한 보완을 할 수 있다면 말입니다.”


“그렇군.”


“그렇기에 군주님께 감히 제안을 드려보자면...제가 그것을 처리하고자 합니다.”


“네가?”


“네. 저라면, 그리고 그것이 정말로 죽었다가 되살아난 것이라면 충분히 상대 할 수 있습니다.”


율하는 짙은 자신감을 드러낸다. 이전에 비해 확실히 좀 더 현기가 엿보이는 그의 눈동자. 소군은 잠시 그런 율하의 눈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약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분명 다른 날도 아닌 바로 어제 보았던 아이다. 어제 저녁, 그리 늦지 않은 시간까지 보았던 아이로 시간으로 따져 채 하루라는 시간도 흐르지 않은 지금, 자신이 과연 같은 사람을 보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상당히 다른 기운을 내 뿜고 있는 아이.


“이율하.”


“네, 군주님.”


“너는 진정 이율하가 맞는 것이더냐?”


“네? 그것이 무슨...”


“아니, 본 군주가 쓸데없는 말을 하였구나. 흠- 네가 부활한 인수대호를 상대한다라...하지만 너 혼자 될 것이라 생각하느냐?”


“안될까요?”


“너의 말처럼 그것이 혼자서 돌아다닌다면 가능성이 있겠지. 하지만 그럴 것이라 생각하는가?”


“그렇지는 않겠지요.”


“그리고 너의 말이라면 그것을 누군가가 부활시켰다는 의미일터. 그 배후에 대한 대책은 마련되어 있느냐?”


“그것까지는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어디에 위치해있는지는 알고 있느냐?”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정확한 것은 무엇이더냐.”


“그것을 제가 상대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군주님, 대체적인 청사진은 그려두고 있지만 아직 세부적인 계획은 세우지 않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도 거의 지금 막 상황을 파악했기에 솔직히 그럴 시간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아직 군주님께 허락도 맡지 않은 상태에서 무언가를 하는 건 그다지 좋은 모습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가?”


“그렇습니다.”


“말은 그럴듯하구나.”


“......”


“허나 믿어주마. 그래, 믿어주도록 하마.”


“가, 감사합니다.”


소군은 자신을 향해 다행이라는 듯 얼굴을 펴는 율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지금 그녀는 사실 조금 다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지금 말하는 것은 사실 아무래도 좋은 것. 그녀가 지금 막 그에게 믿어준다고 말로 표현하기는 했지만 그게 아니라고 해도 정말로 그를 믿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환주를 설득하는 것 또한 네가 감당해야 할 일이다.”


“윽?”


“그 반응, 환주가 보면 아주 좋아 할 것 같구나.”


“구, 군주님.”


“가벼운 한담이다. 후후, 인수대호는 무서워하지 않지만 환주는 꺼려하다니 아주 재미 있구나.”


“그, 그거야...환주는 아직 살아있으니까요.”


“그런가? 그 말은 그대는 죽은 것이 더 익숙하다는 건가?”


“딱히 그런 건 아닙니다. 하지만 감히 제 입으로 말하건대 영적인 능력이 필요한 일에는 저 보다 더 많은 것을 아는 자는 거의 없다고 하고 싶습니다.”


“자신감이 넘쳐 보이는 구나.”


“아하하- 건방질까요?”


“그렇지.”


“끄, 끄응.”


“하지만 본 군주는 너의 그런 자신감. 싫지 않구나.”


“네?”


소군은 여전히 율하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인다.

크고 안락한 의자의 손잡이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괸 다음에 자신과 마찬가지로, 그러나 자신과는 달리 멍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소년을 바라보며 미소를 유지하는 그녀.


“네 그 자신감이 지난 날 본 군주를 살리지 않았더냐. 그리고 본 군주는 지레 짐짓 겁을 먹고 포기하거나 단념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무모한 것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그녀는 그렇게 알듯 모를 듯한 말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 그렇습니까.”


“그것은 본 군주 뿐 아니라 우리 가문 대부분, 그러니까 황족의 대부분이 그러하다고 보면 된다.”


“그렇군요.”


“그러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


“네? 무, 무엇을 말입니까?”


“아까 전 전화로 했던 이야기 말이다. 다시 한 번 제대로 본 군주를 수행하고 싶다고 했던가?”


“그, 그건. 군주님.”


“후후후. 말했듯이 본 군주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 싫어하지 않는다.”


그녀는 그렇게 즐거운 듯한 웃음을 흘렸다.



그리고 시간은 다시 흘러 저녁.

율하의 제안을 받아들인 소군이 빠르게 움직여 불암에 연락을 넣어 움직이게 만든 직후 크게 밀리기 시작하던 자치방어군이 다시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었고 고착을 유지하는 것을 넘어 다시 전날과 비슷한 위치까지 전진 할 수 있었다는 고리의 정보를 무전으로 전해들은 율하는 한숨을 내 쉬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후우-”


“수고했어. 율하.”


“수고는...콜린이 더 많이 했지.”


이미 해가 지고 흐릿하게 두터운 구름이 잔뜩 하늘을 가리는 것을 보며 고개를 내 젓는 율하와 그런 그의 머리 위에서 빙글빙글 떠도는 콜린. 그 주변에는 다른 아무도 없다. 전선도 절반정도 끊어진 탓에 가로등의 불빛도 거의 없는 어두운 주변의 거리. 곳곳에 보이는 거라고는 반 이상 파괴된 여러 집들이나 반파된 자동차들. 그리고 그것과 거의 비슷하게 망가져서 더는 일어나지 못하는 여러 종류 괴물들의 반쯤 썩어 들어간 사체가 그들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래도 이쪽은 살아 있는 놈들의 숫자가 적어서 다행이야. 우두머리도 사자의 군대였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으니까.”


율하는 그렇게 양 손을 뒤로 집으며 하늘을 바라본다.

얼마나 여기에서 시간을 보냈을까?

사실 그런 것을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 군주가 불암에 연락하고 용산이 움직일 시간을 벌 때 까지 급격히 밀리는 전선들을 차례로 지원하여 돌아다녔고, 지금 이곳 은평구의 연신내 쪽에서 은평구 자치대가 후퇴하는 것을 도와 사자의 군세를 막기까지 삼각산의 남쪽을 거의 반바퀴 돌다시피 하며 계속 싸우고 돌아다녔으니 말이다.


“그런 것 치고는 율하에게서 전달되는 마력의 기운이 이제 희미한데.”


“그거야 그렇게 쓰고 돌아다녔으니까.”


“후후. 알고 있어. 수고했어.”


“뭐, 나도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돌아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율하는 여전히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도 보람 있지 않아?”


“보람?”


“응. 적어도 요 며칠 사이에 율하로 인해 살아난 한양의 사람들의 숫자, 적어도 수백단위는 넘을걸? 자치군의 숫자만 따져도 말이야.”


“그, 그럴까?”


“응. 아무리 여기가 율하에게는 다른 세계, 가상의 세계라고 해도 나나 그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유일한 발판이며 유일한 목숨이니까.”


“그건, 알고 있어.”


“그러니까 율하는 좀 더 자랑스러워해도 된다고 생각해. 응. 그래.”


“그럴까?”


“응. 내가 늘 말하는 것 처럼...그들에게 있어 율하는 구세주가 된 거 아냐?”


“글쎄, 그럴까?”


“율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음- 단지 한 번, 두 번 목숨을 살려주는 게 구세주라고는 생각하지 않거든.”


“그러면?”


“적어도 숙원을 풀어주거나 그런 게 되야 하지 않을까? 아니면 근본적인 어떤 부조리를 해결하거나.”


“헤에-나처럼?”


“그, 그게 그런 의미가 되나?”


“후후후. 그렇든 아니든 율하는 나한테 그런 존재니까. 응. 설사...영계에서 들은 그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말이야.”


“콜린.”


“응. 괜찮아. 이미 충분히 받아들이고 있으니까. 후후후.”


“그래?”


“응.”


둘은 잠시 말을 멈춘다.

그들 사이를 스쳐 지나는 후끈한 바람.

습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 더운 바람에 흩날리는 옷자락.


“비가 올 것 같네.”


“응. 그럴지도 모르겠어.”


“어쨌건 이렇게 된 이상 오늘의 계획도 어그러졌네.”


“그렇게 되겠네.”


“끄응, 요우가 또 화를 내겠지?”


“후후, 그럴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아아. 어쩔 수 없지. 읏차.”


율하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우득우득-

몸을 돌릴 때 마다 그의 뼈마디에서 울리는 소리.

뻐근하다. 그리고 피곤하다.

아침, 아니 아침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로 일찍부터 돌아다니며 일을 하고 싸우고 또 돌아다니고 싸우고 한 통에 몸이 몸이 아닌 것만 같았다. 아까 콜린이 말을 한 것 처럼 마도력 또한 거의 고갈에 가깝게 바닥나 있었다. 이대로라면 한 번만 더 퇴마봉을 만드는 술법을 쓰면 거의 완전히 고갈될 만한 그런 상황.


“그래서- 율하가 느끼기에는 어디가 가까워?”


“역시 남쪽이야.”


“남쪽?”


“아아. 가장 가깝게 그 흔적이 느껴진 곳은 구기동을 지원할 때였어.”


“그건 단순히 거기가 산에서 가장 가까운 전선이어서 그런 건 아니었을까?”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남쪽부터 접근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


“서쪽부터가 아니라?”


“음. 일단 동쪽은 그들이 진출하고자 하는 주 전선이기 때문이기에 루트를 잡는 것도 힘들어. 그리고 지금 느끼는 거지만 여기는 너무 멀어.”


“그렇구나.”


“응. 그리고 무엇보다도 방향이 맞지 않아.”


“방향?”


“응. 이건 분명한 게 아닌 단순한 추측일 뿐이지만- 한양은 상당한 지하미궁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거든. 그 말은 그것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어떤 연관을 지니는 구조를 가지지 않을까 생각을 했을 뿐이야.”


“그 말은 인왕의 지하미궁을 기준으로 판단한 거구나.”


“응. 그래서 일단은- 구기계곡을 따라 올라갈 생각이야.”


“그런데 너무 멀지 않을까? 인수대호나 괴물들의 본거는 아무래도 보다 깊은 곳에 있을 거 아냐. 그걸 생각해 보면 구기계곡이나 보현봉은 너무 멀지 않아?”


“응.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말했잖아? 시간을 끌 필요도 있다고.”


“아. 그랬었지?”


콜린은 율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면 오늘은 우리도 후퇴를 해 볼까?”


“응. 응. 가서 쉬자. 율하도 명색이 방학인데 말이야.”


“끄, 끄응.”


그렇게 율하는 고요한 폐허를 뒤로 한 채 뒤로 돌아선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응?”


“어?”


섬뜩하게 그들의 뒤쪽에서 느껴지는 감각.

가까운가? 아니, 가까운 건 아니다.

율하는 뒤를 돌아본다. 달라지는 건 없다. 거기에는 여전히 아무것도 없다. 있는 것은 폐허와 이미 한 번 죽었다가 되살아났던 사체들의 흔적 뿐. 그러나 그가 고개를 들어 산을 바라보자 거기에는 지금까지 없던 기이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저건.”


“몰라. 하지만 불길해.”


겉으로 보기에는 조금 붉을 뿐인 하늘.

그러나 율하와 콜린이 보는 영적인 흐름상 그것은 굉장히 불길한 파장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래, 마치 지난 날 나한의 제단에서 자신들을 공격하다가 도망갔던 검붉은 그것과 비슷한 파장. 그것일까? 아직은 모른다. 그러나 가능성은 있다. 그리고 그 말은 역시 이번 사건의 배후에는...


“율하.”


“아아. 상담을 조금 해 볼 필요가 있겠어.”


“누구하고?”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아니 정말 싫지만...환주, 그와 상담을 해 볼 필요가 있겠어. 만상회의 건도 분명히 해 두어야 할 것 같고.”


“환주.”


“응. 그러니까 일단 가자. 저게 뭐건 지금의 우리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까.”


“알겠어.”


그렇게 말하며 둘은 다시 그들이 오늘 하루 빌려 몸을 실은 중국집 배달 바이크게 몸을 실고 남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작가의말

휴가는 잘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온 몸이 아프군요.

아마도 몸살인 것 같습니다...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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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1.13 1,824 43 24쪽
141 chapter. 21 - 꿈의 온도 +3 13.11.12 1,923 48 25쪽
140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1.11 1,831 42 26쪽
139 chapter. 21 - 꿈의 온도 +9 13.11.05 1,688 54 18쪽
138 chapter. 21 - 꿈의 온도 +7 13.11.03 2,143 40 19쪽
137 chapter. 21 - 꿈의 온도 +4 13.10.31 1,643 42 18쪽
136 chapter. 21 - 꿈의 온도 +5 13.10.28 1,845 44 20쪽
13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7 1,638 48 17쪽
134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26 1,888 49 22쪽
133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24 1,177 51 19쪽
132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20 1,359 47 26쪽
131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7 1,579 52 25쪽
130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14 1,387 46 24쪽
129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7 13.10.09 1,996 54 20쪽
128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7 1,274 51 16쪽
127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5 1,316 52 16쪽
126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8 13.10.02 1,933 44 19쪽
125 chapter. 20 - 사신의 목을 비틀어도 죽음은 온다. +6 13.10.01 1,848 49 20쪽
124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9 13.09.28 2,491 44 17쪽
123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9 1,513 51 19쪽
122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8 13.09.04 5,802 61 19쪽
121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5 13.08.30 3,440 59 23쪽
120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3 13.08.27 5,631 66 16쪽
119 chapter. 19 - 태초에 아무것도 없었다. +11 13.08.20 5,837 59 23쪽
118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7 13.08.18 4,346 46 19쪽
117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29 13.08.11 4,666 64 19쪽
»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5 13.08.08 3,612 63 18쪽
115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9 13.07.31 3,582 74 24쪽
114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10 13.07.30 5,281 72 29쪽
113 chapter. 18 - 되살아난 망령 +6 13.07.29 5,891 65 26쪽
112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5 13.07.27 4,335 70 24쪽
111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6 13.07.26 5,456 78 25쪽
110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6 13.07.25 2,124 64 24쪽
109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4 1,996 68 25쪽
108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9 13.07.23 2,912 72 24쪽
107 chapter. 17 - 낙원의 파수꾼 +11 13.07.22 2,331 70 27쪽
106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20 2,753 65 26쪽
105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9 1,988 81 25쪽
104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9 13.07.18 1,986 76 27쪽
103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7 1,935 57 28쪽
102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5 13.07.16 3,793 93 29쪽
101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5 4,341 73 23쪽
100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8 13.07.13 5,666 80 24쪽
99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7 13.07.12 4,991 72 25쪽
98 chapter. 16 - 역습의 흑랑 +6 13.07.11 2,664 79 21쪽
97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10 4,464 74 23쪽
96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5 13.07.05 5,147 56 21쪽
95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8 13.07.03 6,058 54 18쪽
94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3 13.07.02 4,903 52 16쪽
93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6 13.06.30 4,325 62 20쪽
92 chapter. 15 - 인왕의 주인 +9 13.06.28 5,244 62 21쪽
91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6 13.06.27 3,752 74 35쪽
90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22 4,979 56 16쪽
89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11 13.06.19 4,089 64 18쪽
88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16 5,249 73 16쪽
87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3 13.06.08 3,660 59 18쪽
86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6.01 4,438 58 19쪽
85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9 13.05.27 4,220 56 14쪽
84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8 13.04.30 2,618 59 11쪽
83 chapter. 14 - 빠르게 흔들리는 시계추의 아래에서 +5 13.04.27 5,947 60 18쪽
82 EP.2 epilogue - 흐르는 밤, 흐르는 마음. +10 13.04.09 2,633 59 17쪽
81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8 13.04.06 4,989 60 17쪽
80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6 13.04.04 4,900 52 19쪽
79 chapter. 13 - 과거와 미래의 천칭 +9 13.04.02 3,270 5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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