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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왕

마법세계의 검감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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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휴학왕
작품등록일 :
2022.06.20 11:54
최근연재일 :
2022.07.21 20:0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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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7,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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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1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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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마법세계의 검감 용사>




DUMMY

무슨 뜻이지. 무슨 뜻일까? 아키가 가주가 되는 걸 원하기에 저런 말을 하는 걸까? 로는 여러 생각이라는 바다에 잠겼다. 헤어나올 수 없는, 또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실존하지 않는 바다지만 그를 깊은 죽음이란 해저로 끌어내리기엔 충분했다.


그래, 사건을 정리해보자.


갑작스레 찾아온 누나가 나를 칼로 찔렀다. 그리고 쓰러졌다.


이게 지금 닥친 현실이다. 피는 흐르고 흘러 바닥을 적셨다. 움직이고 싶지만 칼에 신경독이 묻었는지 움직일 수 없었다. 속으로는 ‘움직여’를 외치고 있지만 몸이 멋대로 되지 않는다. 이대로 죽는다 싶을 때였다.


“정신 차려라, 꼬마!”


익숙한 목소리가 귀에 들려온다. 검은 일식마냥 그 목소리를 들으면 들을수록 귓가에서 잊고 싶지 않은 목소리였다. 그다지 정겨운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그 목소리에 위안을 조금이라도 받고 싶었다. 지금 같은 나약한 모습이 아닌.


“검감을 써라.”


순간이었다. 로가 아는 수정구의 모습이 아닌, 그렇다고 검은 검의 모습도 아닌 흑발의 붉은 눈동자를 가진 한 사내가 바라보고 있는 게 보였다. 그 사내의 눈동자엔 억울함과 걱정이 섞여 있었다. 눈동자만으로 이기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는 것만은 충분히 알 것 같았다. 무엇을 이기라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천천히 눈을 감으니 이번엔 한 달 전에 계약한 악마가 봉인된 검이 스스로 낑낑거리며 로에게 다가오는 것이 아닌가. 동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사람은 온데간데없었다.


“검감을 써라, 꼬마!”

“커억 허어어.”


로의 입엔 침이 섞인 붉은 혈토가 그에게 죽음을 앞당기고 있었다. 그보다 검감을 쓰라니? 지금 상황에서 쓸 수 없다. 아니 쓰고 싶어도 왜 써야 하는지 모르겠다. 몸도 움직이지 않고 힘도 빠진다. 이럴 때 피나라도 있으면 참 좋을텐데.....


“나약한 생각하지 마라. 지금 그 피나가 위험하다고!”


실없는 소리 같았다. 피나가 위험할 리가 없어. 없다고. 하지만 이 떨림은 뭘까? 이 불안감은 또 뭐지? 마치 이보다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이 마구마구 들었다. 진짜로 느낌 자체가 이상했다. 지금보다 더 큰 재앙이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로는 생각을 박차고 몸을 움직였다.


그래, 검감을 쓰자.


로는 천천히 몸에 응축된 검감을 느꼈다. 자신의 신경독과 상처로 엉켜버린 길에서 올바른 길로 이끌어 주는 검감. 사람에겐 5대 감각이 있다고 했던가. 하지만 검감을 익히면서 5개가 아닌 6개의 감각으로 나눠진 것 같았다.


“쓰으읍 후.”


로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자 자신의 몸에 흐르는 검감이 스스로 조절하며 몸 안에 있는 신경독을 뿜어져 나오는 피와 함께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는 신경독이 빠져나가자 로의 안색이 점차 돌아왔다. 이젠 어느 정도 힘도 나서 스스로 걸을 수도 있게 되었다.


“이젠 좀 괜찮느냐?”

“어.... 그보다 피나가 위험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눈앞에 보이는 문을 열어봐라.”


문, 그 단어를 듣자마자 로는 비틀거리는 몸을 일으키며 아키가 닫고 간 문을 힘겹게 열었다. 떨리는 손과 피냄새로 진동하는 밖을 나가는 문을 열자 로가 알고 있는 한 여성이 쓰러져 있는 게 아닌가.


“으아아아아!”


피나였다. 익숙한 얼굴과 익숙한 머리카락을 가진 그녀는 복도에서 코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었다. 피나뿐 아니었다. 다른 학생들도 코피를 흘린 채 바닥을 기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고 눈동자만 위아래로 부들거리며 구르고 있는 학생들도 있었다. 어떤 학생은 있지도 않은 손톱으로 바닥을 벅벅 긁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야말로 재앙 그 자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었다. 힘겹게 서 있는 건 로 한 명뿐이었다. 피를 많이 쏟아서 환각을 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꼬마! 옷으로 입과 코를 막아라. 이건 독이다!”


로에겐 그럴 힘조차 남지 않았다. 이 절망적인 상황을 보니 힘을 낼 수 없었다. 아니 살고 싶지도 않았다. 이대로 죽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걸 보니 그런 생각은 싸그리 사라져버렸다.


이제 자세히 보니 아키의 머릿결과 같은 불투명한 색의 무언가가 공중에 떠다니는 것이 보였다. 그렇군, 이제야 알 것 같다. 로 한 명을 죽이기 위해 이 사태를 벌인 거라니. 정말 미친년이 따로 없었다.


무언가가 속에서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빨리!!”

“알았다고...”


로는 떨리는 팔을 억지로 이빨로 잡으면서 끌어올려 입과 코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명색의 마법사답게 주변을 살폈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고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피나에게 손을 가져댔다.


“사...살아 있어.”

“......잠시 기절한 것 뿐이다. 그나저나 심하군.”


판크라이 아키. 그녀가 왜 그랬는지는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 경계가 삼엄한 기숙사를 습격해 로를 찔러 죽이려면 이런 테러를 해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


그렇다고 해도 이건 너무 심하다! 이런 판단과 행동을 스스럼 없이 하다니. 잔인무도한 여자다. 어렸을 적에 주고 받은 수신호를 이렇게 이용할 줄이야.

로는 이빨을 꽉 물었다. 입술이 찢어질 때까지.


“진정해라. 진정.”

“크윽.....!”


지금 현재로써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을 보니 너무 비참했다. 뒤늦게 뛰어오는 선생님들이 조치를 해주었지만 모두 제대로 일어날 수 없었다. 악몽에 헤매는 꼬마들처럼 몸부림을 치는 그들. 하지만 그중에 단 한 명만이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도...도련님?”

“피나!!”

“학생, 배에서 피나. 학생도 병원에 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피나가 일어났다고요.”

“도련님, 전 걱정하지 마시고 먼저 도련님의 상처부터 치료하시길 바래요...”

“피나......”


엉뚱발랄한 그녀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지금 피나의 모습은 다 죽어가다가 겨우 살아난 사람같았다. 아니 그게 맞을 거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소중한 사람도 지킬 수 없었고 칼에 찔릴 때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없었다.


로는 나약하다.


“도련님.”

“어?”


피나는 힘없는 손으로 로의 뺨을 때렸다. 너무나도 실낱같은 힘이었다. 맞은 느낌도 없었고 그러한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왜...왜 때리는 거야.”

“그냥, 그냥 때리고 싶어서요. 뭣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우왕좌왕하지 마세요. 정신 차리시고 도련님 몸만 잘 관리하세요. 그게 제 소원이에요.”


그게 맞는 말이었다. 지금의 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여기로 갔다가 저기로 갔다가하는 정신을 붙잡을 수 없었다. 자신의 몸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뚫린 배를 움켜쥐고 막을 정신도 없다는 걸 깨달은 로는 피식거리는 미소를 띄었다.


“고마워, 네 덕에 정신 차렸어.”

“고마우면 문병 올 때 초콜릿 잔뜩 사들고 오세요.”

“네네, 누가 주인인지 모르겠네요.”


얕은 장난을 친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쓰러지며 병원에 실려갔다.


훗날 이 사건은 듀클립스 아카데미 가스 테러로 찍히며 범인은 판크라이 로를 칼로 찌르기 위해 이런 극악무도한 마법을 써서 발자국과 증인들을 지웠다는 결론이 나왔다.


***


“그럼 다시 한번 말하겠습니다. 범인을 직접 목격했는데 그게 판크라이 아키라고요?”

“네. 베르고르 교장님.”

“교장이 아니라 임시 교장입니다. 하, 당신한텐 어떻게 이런 일들이 생겨나는지 참 모르겠군요. 누가 보면 사신인줄 알겠어요.”

“농담, 재밌네요.”

“농담 같습니까? 첫 만남부터 범인으로 오인받은 상태지 않나. 1서클인 분이 4서클 두 명의 합동과 5서클을 한 방에 이겨버리질 않나. 이번엔 또 뭡니까. 가스 테러의 직접적인 피해자 아닙니까. 진짜 당신 주변에 이런 일들이 너무 자주 일어나는 거 아닙니까?”

“그렇죠, 뭐.”

“하.... 일단 알겠습니다. 당신이 제일 환자니까 일단 쉬세요. 쓸데없이 회복력만 좋아서 10일 뒤 면 금방 퇴원해도 된다고 하네요. 젊은 게 좋긴 하군요.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네, 수고하세요.”


그렇게 여러 가지를 물어보던 베르고르 임시 교장은 자리를 박차고 병실 문 밖으로 나갔다. 그를 따라 움직인 로는 닫혔던 커튼을 걷히고 환하게 내리쬐는 태양을 향해 올려다보았다. 눈이 부실 정도로 화끈한 10시를 알리는 태양이었다.


그 사건이 있는지 얼마 후 다른 학생들과 기숙사 사감 등, 많은 사람들이 깨어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기숙사의 경비는 강화되었고 많은 학생들이 바보같이 로를 탓하기도 했다. 또 나라를 지키는 기사단의 단원이던 베르고르는 얼떨결에 사건과 교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임시 교장직을 맡게 되었다.


5일.


단 5일 만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로! 나 왔어. 뭐야, 의사 선생님이 움직이지 말라고 했잖아.”


물론 로에게도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또 왔냐? 리제.”

“에헤헤헤, 그보다 배틀리움 대진표 봤어? 진짜 매칭 대박이던데.”

“무슨 매칭이길래....”


리제는 자신의 웃옷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아카데미 교복엔 아공간 마법이 발라져 있다. 그래서 원하는 물건은 자신의 서클에 맞게 꺼낼 수 있었다.


“여기.”

“.......!”


로는 그 대진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이유는 바로....


“너랑 6서클의 3학년 선배랑 먼저 싸우더라.”

“누군가가 조정했군.”


원래 로의 실력대로라면 가장 낮은 서클과 싸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금 대진표를 보면 코끼리와 개미의 싸움 정도였다.

이딴 촌극을 만들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다. 그건 바로 아키. 판크라이 아키 뿐이다. 일개 학생에 불과하지만 백작가의 힘인 로의 아버지의 힘을 빌린다면 이런 문제는 아무것도 아니다. 분명히 누군가의 힘이 들어가 있는 게 맞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나 같으면 차라리 포기 하는 게 좋겠어. 넌 파이어 볼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1서클이잖아. 6서클을 어떻게 이겨.”

“.......이길 거다. 저 녀석은 반드시.”

“수정구씨! 수정구씨도 말려봐. 저 녀석 눈빛만 보면 무조건 나갈 것 같단 말이야.”

“난 말릴 수 없다. 저건 저 녀석의 의지니까.”


로는 사자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복수심에 불탄 눈이 아닌 상대를 뛰어 넘어버리겠다는 눈빛을. 그런 눈빛을 보곤 악마는 크게 한바탕 웃었다.


“꼬마, 썩은 동아줄 인줄 알았는데 진또배기구나. 크하하하.”




<마법세계의 검감 용사>끝 [email protected] 휴학왕


작가의말

최근 고전소설을 읽고 있는데 재밌는 책들이 많네요. 댓글로 좋은 책들과 웹소설 추천 받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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