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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왕

마법세계의 검감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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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휴학왕
작품등록일 :
2022.06.20 11:54
최근연재일 :
2022.07.21 20:0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116
추천수 :
10
글자수 :
97,480

작성
22.06.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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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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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화

<마법세계의 검감 용사>




DUMMY

“아무 일도 없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딱 이 한마디가 모든 현 상황을 꿰뚫고 있었다.

전설과 관련된 문헌에 이런 말이 있다. 드래곤과 같은 고귀한 마나로 응축된 존재들과 계약을 맺으면 계약자가 막대한 마나를 갖게 된다고. 하지만 그런 기대를 했던 로에게 보여지는 지금의 현상은 계약의 증표인 ‘마크’도 없었다. 마치 사람과 사람끼리 그냥 계약을 맺은 것 마냥.


로의 그 한마디에 악마는 콧방귀를 끼는 소리를 내었다.


“계약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설마 악마와 계약을 맺는다는 걸 거창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쉽지만 아까 보여줬던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 거라.”

“드래곤과 계약처럼 뭔가 특별한 거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네. 생각보다 싱겁구나.”


그 순간이었다. 누군가가 문에 대고 노크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련님?”

“.......”

“분명히 소리가 들렸는데.”


망했다. 잠시 후면 피나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게 분명하다. 그녀의 성격상 강제로라도 문을 열고 들어오겠지. 그리곤 이 주워온 것은 뭐냐고 물을 게 분명하다. 그렇게 되면 상황은 곤란해질 게 뻔하다. 그녀의 2시간이 넘는 설교는 고문관 뺨치니까. 아마도 지금 눈앞에 있는 악마에 대해 물어볼거다.


그리고 그 잠시 후가 지났다.


“도련님 일어나셨어요? 일어나셨으면 점심부터 드시겠어요? 아니면 목욕? 사흘 만에 일어난 김에 파티라도 열까요?”

“....아.”


환한 얼굴의 그녀와 다르게 당황한 기색의 로는 이불로 악마가 깃든 검을 짓눌러 막았다. 워낙 당황스러워서 악마가 검이 아닌 수정구로도 변신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른 체 말이다.


“뭐하고 있어요? 설마.....”

“꿀꺽.”

“그 나이에 이불에 지도 그리신 거 아니겠죠?”


그녀의 혐오스럽다는 눈빛에 로는 아무 말도 못한 체 고개를 좌우로 이리저리 흔들었다.


“아니라고요? 그럼 뭘 숨키셨나?”

“.........”

“정답인가 보네.... 제 허락 없이 아무 물건이나 들고 오지 말라고요!”


피나는 큼직한 발걸음을 옮기면서 로에게 점점 더 다가왔다. 그녀가 걸어올 때마다 진동이. 로의 심장은 점차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녀의 한 걸음 한 걸음이 다가오고 나서 그녀는 걸음을 멈추었다.

이유는 로가 꽉 쥐고 있는 이불을 잡고 있으니까. 그녀는 천천히 힘을 주며 있는 힘껏 힘주고 있던 이불을 들어내려고 했다.


“도련님? 이불 찢어지겠네요. 뭘 숨겼길래 그러시나.”

“아...아무것도 안 숨겼는디요.”


한숨을 내쉰 피나는 잡고 있던 이불을 서서히 내려놓았다. 그에 맞춰 로도 함께 잡고 있던 이불에 손아귀를 천천히 풀었다.


“빈틈!”“안돼!!”


그녀의 입꼬리엔 미소가 번져 있었고 그의 입꼬리는 ‘망했다’를 외치고 있었다.


“뭐야, 또 고양인 줄 알았네. 웬 수정구에요. 마법도 제대로 못 쓰는 사람이.”

“수정....구라고?”

“그럼 이게 수정구지. 새끼 고양이에요?”

질끈 감긴 눈을 천천히 뜬 로의 시아엔 천하게 생긴 검은 온데간데 사라졌다. 그의 눈앞엔 오직 처음에 봤던 수정구만이 남아있었다. 유리로 된 수정구.


“어...어! 수정구지. 아하하하하. 그래 수정구 좀 현장학습 때 주었다고 뭐라 하려고? 피나! 넌 의심이 너무 많아. 좀 더 주인을 믿어봐.”

“네...... 죄송합니다. 그보다 도련님, 학교에서 편지가 왔어요.”

“편지? 무슨 편지.”


식은땀을 닦으며 로는 편지 봉투를 열었다. 편지는 1서클이라도 열 수 있도록 지문만으로 충분히 봉해진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편지의 내용을 확인한 로는 그 편지를 반으로 찢었다.


“왜 찢으세요. 기껏 듀클립스 아카데미에서 온 건데.”

“.......나를 용의자로 찍었다는 말이야.”

“네? 그게 무슨 말이세요.”


피나는 로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그러나 그녀의 걱정 어린 행동과 함께 로는 피나의 손을 치웠다.


“아카데미에서 내가 클르시스를 죽인 용의자로 보고 있어. 젠장할, 그 자식 날 죽이려고 한 주제에 죽었단 말이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학교에 상의해야겠어. 피나, 내가 자고 있던 사흘동안 무슨 일 없었어?”

“....그게 도련님 친구분이라는 분이 찾아온 적이 있어요.”

“친구? 친구 누구? 나 친구 없는 거 알잖아. 그 친구라는 놈, 어떻게 생겼어?”

“밝은 연두색머리를 한 반장이라는 분이요......”


클르시스다. 클르시스가 로가 잠든 사이에 찾아온 것이었다. 그 얘기를 들은 로는 온몸에 닭살이 돋았으며 알 수 없는 공포감이 느껴졌다. 자신을 죽이러 온 자가 왜 온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것만은 확실하게 넘어갈 수 있다.


뒤에 누군가가 있다.


학기 초부터 성격이 밝던 클르시스가 아무 이유없이 로를 죽이려 할 이유 따윈 없다. 원수를 졌나? 그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유가 뭘까? 이렇게까지 로를 압박하는 이유는 뭐지? 그리고 찾아왔다가 죽었다고? 알 수 없다.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상황을 타파해야 한다.


“나 학교에 갔다 올게. 마차 좀 끌어줘.”

“지.... 지금이요?”

“갑자기 초대 받았으니 내 쪽에서도 응해야겠지?”


***


오랜만에 보는 학교엔 그를 놀리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텅 빈 입구와 꽉 찬 강의실만이 지금 수업시간임을 알리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칠판에 뭔가를 남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또 어디서는 실전 마법 연습을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기합만 가득한 연무장의 소리가 울려 퍼진다. 눈에 보이는 건 없다. 그저 어둠과 한 줄기의 빛만이 로에게 길을 열고 있을 뿐이었다.


“이건 환영마법?”

“아니, 틀렸어 피나. 현상화야. 마나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더러운 윗놈들의 수작.”


로가 발을 내딛자마자 누군가가 그를 바라보는 눈빛들을 내보였다.


“저 학생이요? 그 판크라이 가의 멍청이가.”

“그렇소.”

“저 학생이 미켈레나가의 외동아들을 죽였단 말이지...”

“그럴 리가 있나. 1서클이 4서클을 죽인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안 그렇소, 교장?”

“내 의견은 아직 모르겠다는 거요. 혹시 모르지. 저 아해가 사나운 짐승일지 아니면 순한 양일지. 그건 차차 알아보면 되는 겁니다.”


수상한 시선을 느낀 로는 형상화로 만들어진 눈에 보이는 빛길로 천천히 따라 나갔다. 그의 뒤엔 전속 메이드인 피나가 로에게 행운을 빈다는 마음이 담긴 인사를 했다. 그의 곁에는 이제 아무도 없다. 아니 수정구로 변한 악마만이 있을 뿐이었다.


“멍청한 녀석들이 이 시대에도 남아있단 말인가.”

“그러게 말이야. 그보다 너, 날아다닐 수 있는 거야?”


악마는 수정구의 형태로 날고 있었다. 원래 수정구들은 날 수 있긴 하지만 그건 마나를 밀어 넣어야 가능한 거고. 로의 1서클로는 악마는 원래 비행이 불가능하다. 애초에 마나를 집어 넣은 적도 없으니까.


“네 검감을 빌리면 날 수 있으니까. 그건 걱정 안 해도 된다네.”

“검감? 그게 뭐야?”

“이 일이 끝나면 알려주지. 그보다 도착한 거 같은데.”


악마와 얘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샌가 로는 의문의 문에 도착해 있었다. 듀클립스 아카데미에 이런 문이 있었나? 이렇게 거대하고 성스러워보이는 문이 있었나? 아니 전혀. 전혀 없었다. 이것마저 형상화로 만들 정도로 아카데미의 윗놈들은 뭔가 꽁꽁 숨키고 싶은 거다.


이건 도전장에 불과했다. 그리고 로는 그 도전장이란 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눈앞은 어느새 새하얀 재질의 돌로 아름답게 꾸며진 공간이 펼쳐졌다. 양옆에는 사자처럼 만들어진 동상이 있었고 가운데는 정의를 상징하는 방패가 걸려 있었으며 그 중심으로 각각 아카데미의 높은 인물들이 로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판크라이 로! 네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아나.”

“전 모릅니다.”


신성해보이는 방패 바로 옆에 앉은 머리숱이 적은 남성이 한 마디를 거들었다.


“모른다니! 넌 살인을 저질렀다!! 아무리 우리 아카데미가 경쟁이 엄격하다고 한들 사람을 죽여선 될 일이냐. 내 40년 넘게 위원회를 맡고 있다지만 너 같은 녀석은 처음 보는 구나. 이 뻔뻔한 살인마야.”

“전 사흘 동안 기절했습니다. 그런 제가 어떻게 움직일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클르시스 그 자식이 먼저 저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뻔뻔하구나. 참으로 뻔뻔해. 모든 정황이 너를 가리키고 있다. 알고 있나?”


이번엔 그의 반대편에 있는 위원회의 위원이 로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그의 길게 늘어진 수염처럼 그는 말이 길어졌다.


“어제 너의 지문이 피해자의 몸에 나왔다. 게다가 흉기는 칼! 이 대 마법시대에 칼로 사람을 찌르고 이 자리에 있는 주제에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다니 참으로 뻔뻔하구나. 가해자 판크라이 로, 넌 죽은 피해자를 어떻게 생각하지?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길래 뻔뻔스럽게 그의 방에 들어와 죽였냐 이 말이야.”

“..........”


말이 안 나왔다. 아니 할 말이 없었다. 모든 정황이 조작된 걸 수도 있다는 걸 모르나? 역시 멍청한 윗놈들이야.

로가 쓰러진 뒤에 클르시스는 로를 찾아왔다. 물론 그 뒤에 피나에게 이야기를 듣진 못했지만 중요한 단서는 그녀가 들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마법의 향이 피어올랐다. 로가 나간 문고리에.


이 말은 마법으로 로의 지문을 채취하여 죽었다는 건데 이 멍청한 위원회들은 마법으로 지문을 채취한 게 아니라 직접 지문을 채취한 거다. 게다가 입학하자마자 지문과 고유마나를 주었으니 얼마든지 학교 내에서 조작이 가능하다.


“너 때문에 미켈레나 가의 가주는 자살했단 말이야! 이 딜레마를 생각도 안 해보고 죽였느냐.”

“꼭 제가 죽였다는 것처럼 말하는군요.”

“뭐라?”

“전 사람을 한 번도 죽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전 사흘 동안 쓰러져 있었습니다. 오늘래서야 일어난 사람이 어떻게 어제 사람을 죽입니까. 그 증거, 확실합니까.”

“이 자식이!”

“그만.”


그만이란 목소리가 중앙의 방패 밑에 있는 한 늙은 노인에게서 들려왔다. 맑은 목소리. 이 한마디가 그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


“내가 누군지 아느냐.”

“플랜트 교장님이십니다.”

“그래, 잘 알고 있구나. 딱 한 번. 입학식 때 봤을 텐데 나를 알아보다니 그게 그 대단한 읽기마법인가. 각설하고, 너는 오늘 일어났단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판결을 내리겠다. 이 사건은 정확히 1달 뒤에 다시 이 자리에서 열 생각이다. 다들 혼란해서 수사가 진행이 되지 않겠지. 그러니 1달 뒤에 판크라이 로가 미켈레나 클르시스를 죽였는지 판결하도록. 아, 깜박한 것이 있지. 판크라이 로는 그동안 정학이네. 이상!”


교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 위엄을 뽐내던 공간은 어디갔는 지 사라져버렸다. 로는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만 땅바닥에 주저 앉았다.


“도련님!”


그가 쓰러진 모습을 본 피나는 로를 향해 달려갔다.


***


모두가 나간 방에는 플랜트 교장과 한 인물만이 조용한 담화를 나누었다.


“교장, 왜 그 아이에게 기회를 준 거요? 난 이해가 되지 않소.”

“기회? 자네는 그걸 기회라고 생각했나. 멍청하게 사람이 죽었다고 그 지문만 가지고 범인으로 몰아세운 당신들에게 기회를 준 거지. 이번엔 확실히 증거를 만드시오. 이번이 마지막 기회요.”




<마법세계의 검감 용사>끝 [email protected] 휴학왕


작가의말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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