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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왕

마법세계의 검감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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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휴학왕
작품등록일 :
2022.06.20 11:54
최근연재일 :
2022.07.21 20:0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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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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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7,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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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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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화

<마법세계의 검감 용사>




DUMMY

폭풍우가 치며 바람이 나무를 뒤흔들던 10년 전 어느 날. 로는 그 날을 잊을 수가 없었다. 아니 잊고 싶어도 잊혀지지 않았다. 지옥같은 나날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였으니까.


폭우 속에서도 또렷하게 들리던 한 남자의 굵은 목소리에 매료되기라도 한 듯이 로를 울리던 그 목소리의 남자, 아버지인 판크라이 신지다가 아들인 판크라이 로에게 한 말이었다.


“판크라이 로, 네가 그 어린 나이에 100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한 두 개의 심장에다가 4서클까지 올라갔기에 내 친히 영약도 매일매일 주고 성수도 직접 먹였거늘. 너는 왜 올라가기는커녕 서클이 1서클로 내려갔느냐. 네 누이에게 들었다. 누가 너에게 독약을 먹여서 그 꼴이 난 거라지?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거냐. 마법만이 최고인 이 세계에 갓난아기나 다름 없는 1서클이면 어쩌자는 거냐. 넌 이 백작가인 판크라이 가의 수치다.”


그의 말은 길지 않았다. 그렇다고 짧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어린 나이의 로에게 마음의 상처가 되기엔 충분했다.

가문의 수치. 그것도 백작가의 수치. 즉 필라포티아 왕국에서도 수치라는 것이다.


그렇게 10년, 하루 아침 만에 재능충에서 아무것도 없는 녀석으로 내려오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많은 일들이 있지 않았다. 그저 다시 아버지에게 기대를 받기 위해 1서클 마법 중 하나인 ‘읽음’을 극한으로 익혀 마법서와 교과서를 달달 외웠다. 마법을 쓸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기 봐라. 저 등신 아직도 저러네.”

“1서클 주제에 파이어 볼도 못 날리는 게 말이 되냐. 저러니까 판크라이 가의 수치라고 듣는 거지.”

“언제까지 저럴지 내기 할래?”

“콜, 난 1시간.”


마법의 기초인 파이어 볼은커녕 ‘형상화’조차 하지 못했다. 아침 6시부터 4시간 가까이 기마 자세로 힘을 주고 있지만 정작 나오는 건 세어나오는 마나뿐. 10년이란 세월 동안 평민들에게까지 내기 거리로 취급받는 귀족은 로, 단 한 명이었다.


서러웠다. 서러워 미칠 것 같았다. 무간지옥 같았다. 800년 전 사라진 서대륙인들이 말하던 지옥인 무간지옥. 자신을 조롱하는 그림자가 로를 가두고 10년이란 긴 세월 동안 아무런 성과도 없게 만드는 지옥. 그것이 현재 로가 겪는 지옥이다.


어디선가 깊은 한숨이 들려온다.


“도련님, 이제 갈 시간입니다.”

“어, 잠깐..... 이제 나올 것 같거든. 조금만 기다려줘.”


누가 봐도 메이드 복같은 복장을 한 검은 장발의 여성은 자신의 덩치만한 가방을 양손 가득히 들고 로를 기다렸다. 그녀를 본 일꾼 평민들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휘파람을 불며 자기 갈 길 나섰다.


“후, 도련님.”

“어, 왜”

“10년이면 충분해요. 충분하잖아요. 왜 그렇게 노력하는 거예요. 설마 아직도 가주님께 관심을 받고 싶어서 그러시는 거예요?”


로는 기마 자세를 멈추었다. 그리곤 자신의 전속 메이드인 피나에게 다가갔다.


천천히, 한 걸음 또 한 걸음. 피나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로는 피나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가방 무거웠지. 이제 가자.”

“도련님!”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금방이라도 잠깐이라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면 흐를 것 같은 눈물이다. 자신이 7살 때부터 돌봐오던 소년의 헛된 노력. 이것이 피나 본인의 잘못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나오는 눈물이었다.


“아버지에게 관심받자고 하는 게 아니야. 내 자신이 부끄러워서 그래.”

“......”

“답이 됐음 어서 가자. 학교 늦겠다.”

“........네.”


피나는 힘 빠진 목소리를 내며 로를 앞장섰다. 그들의 앞에는 말이 없는 마차만이 있었다. 그렇게 고급지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손으로 건드리면 떨어질 것 같은 방석과 삐걱거리는 바퀴등이 있었다. 말을 이끄는 이도 그 자리도 없었지만 로는 그 마차에 탔다. 그 뒤엔 피나도 합승했다.


그러자 마차는 천천히 바퀴를 굴리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시 마법은 신기하단 말이야. 내가 10년 전에는 이런 부양마법도 썼던 걸 생각하니 진짜 멋지네.”

“조용히 하세요. 제 서클로는 집중해야 어찌저찌 마차를 움직이는 게 가능하니까요.”

“네에.”


로는 턱을 괴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노랗게 물든 보리들이 고개를 푹 숙이며 농부가 쓰는 바람마법에 산들산들 움직였다. 또 누구는 절삭마법으로 다 익은 보리를 베고 있었으며 그들을 돕는 것은 뒤에서 부양마법으로 베어진 보리를 담는 사람들이었다.


마법, 400년 전 악마 사태를 겪은 이후 사람들은 개나 소나 마법을 쓰기 시작한 시대다. 어디까지나 동화책에나 나온 소리지만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기엔 충분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부터 2학기 시작이네. 아카데미 들어온 지도 벌써 반년이야.”

“그렇네요.”

“저기 말이야.”

“말 걸지 마세요.”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그럼 아무 말도 하지 마시죠. 집중 안돼요.”


피나는 로의 말에 계속 튕겨냈다. 어떠한 말을 하더라도.


“됐네요. 아, 저기 보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듀클립스라고 이름이 적혀있는 조각이었다.


듀클립스 아카데미. 전 대륙을 보더라도 가장 뛰어난 학생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아카데미다. 방대한 마력과 신분만으론 들어갈 수 없는 아카데미다. 매년 많은 학생들이 지원을 하고 많은 학생들이 떨어지는 순환되는 학교다. 절대적인 실력과 인성만 갖추고 있다면 누구든지 들어갈 수는 있다. 다만 무한 경쟁 사회라는 문턱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 들어가 이 무한한 경쟁에서 이기게 된다면 공작가의 후견인도 될 수 있고 4대기사단의 단원으로 들어갈 수 있다. 또한 마탑에서 데리고 갈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무한 경쟁에서 이기지 못한다면?


“크크 저기 봐, 저 똥마차.”

“저거 노력충 맞지?”


로처럼 놀림거리만 될 뿐이다.


“야 노력충! 학교 왜 다니냐. 나 같으면 집 나왔다.”


교복을 입은 한 남학생의 한 마디에 로는 열어두고 있던 창문을 닫으며 그들을 외면했다. 그렇다고 마음만은 귀를 열고 있나보다.

자신을 욕하는 소리가 들려오면 귀를 막고 시선이 느껴지면 눈을 감는다.


‘눈, 귀 막는다고 안 들리겠냐.’


로의 생각이 맞았다. 눈을 감아도 귀를 막아도 자신을 보며 삿대질하는 웃음소리들은 끊이지 않았다. 이미 학교에서까지 그를 판크라이 가의 수치라고 소문이 퍼져있는 상황이었다.


2학기가 된다면 괜찮아 질줄 알았건만...... 취급은 변하지 않는가보다. 여전히 집에서 듣는 소리를 여기까지 듣게 된다.


“도착했습니다. 1교시는 소환마법 시간이니 잘 들어주세요.”

“알았어...”


로의 목소리는 저택에 있을 때보다 더 힘이 없어진 상황이었다. 마치 기운이 다 빠져나간 것처럼 말이다.


“그럼 짐은 기숙사에 놔두겠습니다.”

“그래.”


로가 마차에서 내리자 마자 그를 향한 수군거리는 소리는 점차 커져갔고.


“하이, 등신사따바리.”


그의 앞을 막는 세 사람이 있었다.


“.......”


그럼에도 로는 그들을 무시하고 수업을 들으러 가려고 했다.


“네 메이드, 존나 예쁘드라.”

“크으, 내거였으면 바로 딱! 하는 건데.”


그때, 로는 그들을 향해 살벌한 눈빛을 날려주며 일침을 가했다. 그의 일침에 그를 비웃던 이들의 웃음소리가 잠시나마 멈췄다.


“나를 욕하는 건 참을 수 있어. 하지만 피나를 욕하는 건 못 참아.”


라며 로는 앞에 있는 남청색 머리 남학생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이 새끼가! 어딜 치려고 해.”


그때 그의 옆에 있던 쌍둥이 형제가 로를 향해 발길질을 해대었다. 어설펐지만 마법으로 강화된 근육으로 친 프론트 킥은 로의 오장육부를 지끈거리기엔 충분했다. 쌍둥이 형의 발에 아파하던 것도 잠시 주춤거리며 그는 땅바닥으로 넘어졌다.


“너 같은 새끼는 죽어도 우리 대장 못 건드려!”

“알아?”

“몰라!”

쌍둥이는 번갈아가며 말을 했다. 그와 동시에 넘어진 로를 밟았다. 그의 교복은 온통 흙과 육체적 아픔으로 남아있었다.


“그만하자. 얘도 반성하겠대.”


누가, 언제?


“역시 배포가 넓네 대장.”

“에잇, 퉤. 드릅은 자식. 네 아버지 빽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우리한테 죽었어.”


배포가 넓다고? 저 자식이?

아버지 빽?

그딴 건 없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오로지 로의 노력 뿐이었다.

하지만 알아주는 이도 없다. 성과도 없다.


그렇게 자신을 밟던 무리들이 가고 구경꾼들도 종치는 소리에 각자 교실로 향했다. 어느 누구도 말리는 사람 없이. 이것이 무한 경쟁 사회의 도태된 인물의 최후다.


“이제 일어나자.”


로는 교복을 탈탈 털어내며 교실로 향했다. 온몸이 쑤셨지만 그래도 꾹 참으며 교실의 문을 열자 그를 향해 날아온 것은 책 한권이었다.


“판크라이 로, 2학기 첫날부터 지각하다니. 넌 뒤에 서서 수업 듣거라. 자, 계속해서 소환마법에 가장 중요한 핵심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는 억지로라도 귀를 열어 들었다. 아니 들어야 했다. 다시 아버지에게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그 날까지. 로는 이글거리는 눈동자를 뜨며 수업을 들었다.




<마법세계의 검감 용사>끝 [email protected] 휴학왕


작가의말

사와노 히로야키 노래 들으면서 쓰니까 술술 써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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