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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엔지니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연재 주기
현필
그림/삽화
창조
작품등록일 :
2015.11.06 19:03
최근연재일 :
2015.11.24 15:25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41,528
추천수 :
4,232
글자수 :
51,000

작성
15.11.20 20:45
조회
8,295
추천
274
글자
8쪽

리턴 엔지니어 13화

본작품은 픽션입니다 본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국명, 사건 등은 실존과는 일절 관계가 없습니다




DUMMY




“독일의 연구소로 성분검사 시험편을 보낸다고요?”

진강단조 이사장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네, 독일 애들이 원체 까다로워서요. 한국의 검사업체를 신뢰할 수 없다는 군요.”

민재는 현재 방문 중인 곳은 경상남도 사천. 사천에는 단조주물공장들이 밀집해 들어서있는 공업단지가 조성돼 있었다.

민재가 사천의 단조공업단지를 방문한 것은 물론 S-16 바디 제작을 위한 단조철판을 주문하기 위해서였다.

“흠! 우리 공장의 기술력을 테스트 해보는 의미에서 해보고 싶기는 하지만, 주문량이 너무 적어요. 이런 소량을 단조로 뽑아내려면 공장손해를 감수해야 하는데...”

이사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민재를 바라봤다.

“사장님, 성분검사는 독일 RMG 연구소에서 할 겁니다. 통과만 된다면 그 정도 손해쯤은 충분히 상쇄되고 남을 만한 광고효과를 얻으실 겁니다.”

민재의 눈빛이 강해졌다.

그의 말 그대로였다.

자신의 단조공장에서 만든 제품이 세계 유수의 연구소에서 인증을 받는다. 충분히 손해를 감수하고 탐낼만한 일이었다.

“좋아요. 한번 해봅시다. 막내 동생 놈에게서 전화도 걸려 왔었으니까. 기현이놈 대학 후배라면서요?”

한동안 고민하던 이사장이 악수를 청해 왔다.

“기현 선배는 저보다 2학번 위십니다.”

민재가 밝게 웃으며 이사장의 손을 잡았다.

S-16의 바디 개발 중에서 가장 난관이었던 단조소재를 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진강단조를 나온 민재는 곧바로 경부고속도로에 올랐다.

추풍령 휴게소 부근에 도달할 즈음,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네, 양 사장님.”

재성인더스트리로 배관자재를 세영 배관상사 양 사장의 전화였다.

“미국에서 수입된 20인치 *심레스(seamless) 파이프가 부산가스공사에 남아있다고요?”

민재의 입에서 맥빠지는 한숨소리가 흘러 나왔다.

방금 전에 부산에서 출발했는데, 또다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피곤했지만 RMG에서 요구하는 자재 스펙을 맞추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민재가 설계한 S-16 바디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20인치 파이프가 1.5m 정도 필요하다.

그런데 문제는 아무 파이프나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


RMG에는 자체적인 기기제작 규정집이 존재한다. 웬만한 법전의 두께보다 훨씬 두꺼운 그 규정집에는 기기제작에 소요되는 소재들의 재질과 스펙까지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규정집 내용을 보면 12인치 이상의 기기제작에는 반드시 ASTM A106-B 심레스 파이프를 사용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민재가 필요한 파이프는 20인치.

20인치 파이프에 대한 규정집의 내용은 ASTM A106-B 심레스 파이프 *SCH160이다.

거기에 더해 RMG에서는 서브벤더 리스트까지 규정하고 있다.


RMG 기기제작 규정집의 서브벤더 리스트에는 아예 한국 업체가 등록되어 있지 않았다.

당시 유럽에서 한국 제품을 바라보는 시각은, 2010년대 후반 한국인이 MADE IN CHINA를 보는 시각과 무척이나 흡사한 면이 있었다.

첨단기기를 생산하는 유럽 유수의 기업에서는 단순 부품이라 할지라도 한국산 사용을 금지하던 시기였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산 제품에 대한 불신이 생긴 계기가 있었다.

1994년 10월 21일에 일어난 성수대교 붕괴사고.

결코 일어나서는 안되는 참담하고 어이없는 사고가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일어난 것이 원인이었다.

얼마나 기술력이 떨어지면 대교의 상부 트러스가 붕괴할 수 있느냐는 것이 당시 세계 산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었다.

그 사고의 여파로 한국산 제품에 대한 불신이 생겨났고 그 분위기가 10년 가까이 이어진 것이었다.

그런 분위기 때문에 세계 유수의 기업에서는 공사 시방서에 한국산을 아예 배제하고 있었던 것이 당시의 현실이었다.


민재의 목표는 RMG와 총판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S-16의 바디를 개발해야 했고, RMG의 기기제작 규정에 따라 자재를 구해야 했다.

민재가 재성에 입사하자마자 세영배관에 부탁했던 것이 ASTM A106-B 심레스 파이프였다.

국내산이 아닌 RMG 서브벤더인 미국의 메리슨 스틸에서 생산된 파이프가 필요했다.


그리고 오늘, 근 2개월 만에 세영 배관에서 국내에 수입된 파이프의 행방을 밝혀낸 것이다.

몸이 조금 피곤하다고 해서 일을 미룰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민재는 곧바로 부산으로 되돌아가 가스공사에 근무하는 선배를 만났다.

웃돈을 얹어주고 제품 성적서와 6m 길이의 파이프 1본(本)을 구매했다.


바디 제작의 가장 난관이라고 생각했던 자재 두 가지가 해결된 그 날은 2003년 3월 5일.

RMG 경영진과 약속했던 날짜를 2개월 정도 남겨둔 시점이었다.


(*심레스(seamless) 파이프 – 이음매 부분이 없는 파이프. 환봉에 열을 가하면서 가운데 부분을 천공하는 공법으로 제작됨. 철판을 둥글게 말고 그 이음매를 용접해서 제작되는 일반 파이프보다 내압, 내열성이 월등함.)

(*SCH- 배관용 파이프의 티크니스(두께)를 나타내는 단위, 20인치 파이프의 경우, SCH160이면 티크니스가 약 50mm이다.)


* * *


“덕수 형님, 이번 제작품은 용접에 신경을 더 써야 해요.”

아무도 출근하지 않은 일요일.

재성인더스트리의 공장에는 민재와 덕수, 단 둘만 나와 있었다.

S-16의 바디를 제작한다는 것이 외부로 알려져서는 재성에 좋을 것이 없었다.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직원들이 모두 퇴근한 시간과 휴일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리, 이번에 제작한 시험편을 독일로 보낸다고 했지?”

“그랬죠.”

“독일의 숙련된 용접사들은 대기업 과장급이상으로 월급을 받는다던데, 그거 진짜야?”

용접을 마치고 용접면을 벗은 덕수가 흥미로운 눈빛을 보내왔다.

“마이스터라고 불리는 독일의 기능장들은 대기업 임원들보다 훨씬 많은 급여를 받죠. 왜 독일로 이민이라도 가시게요?”

“뭔 소리야? 난 한국이 좋다고. 근데 좀 부럽기는 하구만. 한국에서는 공돌이라고 천대 받는 게 우리네 현실인데...”

덕수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나라하고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죠.”

“급여수준도 그렇지만 기능공들을 인정해 주는 독일의 사회 분위기가 너무 부러워. 우리 아들이 아빠 직업이 뭐냐고 물어볼 때마다 가슴이 뜨끔뜨끔하거든.”

“공학자와 기능공들의 존재에 대한 사회적인 시각이 별로인 건 맞죠.”

민재의 입에서도 착잡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민재도 한국사회의 세태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덕수와 같았다. 기능공들을 무시하고 천대하는 한국 사회의 분위기상 독일 수준을 따라가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세인들이 공돌이라고 무시하는 기능공들과 공학자들.

그들이 산업계 전반에서 얼마나 많은 역할을 하는지, 그것에 대해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2000년대나 2020년대나 매한가지였다.


“에휴~ 그런 우울한 얘기는 그만하고 용접이나 하자구. 벌써 5시가 다 됐어.”

덕수가 다시 용접면을 뒤집어썼다.

“그것만 마저 하시고 퇴근하세요. 저는 RT필름 좀 확인 할게요.”

“그려.”

덕수의 대답을 뒤로하고 한국공업 파견사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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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1

  • 작성자
    Lv.80 북마스터
    작성일
    15.11.20 20:55
    No. 1

    그런 사회풍조를 만든게 정치쓰레기들하고 대기업 개새끼들이 작당해서 함 싼값에 막 부려먹으려고 솔직히 능력있는 과학자 공학자들 이나라에 있는거 보면 참 어이없음 그렇게 막 부림 당하고 싶은가 애국심때문이라고 하면 정신병원에 가보라고 하겟음 쯧쯧..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2 똘이당
    작성일
    15.11.20 22:22
    No. 2

    현재 조선업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경영진이 하는게 20~30년 된 용접공 1명 자르고 1~3년 용접공 2명 으로... 왜 기술력으로 승부안하고 단가로 승부.. 몇년뒤를 생각을 안하는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Elder
    작성일
    15.11.20 22:35
    No. 3

    회사를 성장시킨 세대가 가고 그 뒷세대가 회사를 말아먹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는 모양이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4 브라이언
    작성일
    15.11.21 02:02
    No. 4

    배관자재를 세영 -> 배관자재를 납품하는 세영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왕콩알
    작성일
    15.11.21 03:54
    No. 5

    솔직히 기능공을 비롯한 현장직에 대한 천시는 그냥 우리나라의 고유전통이라고 보는게 나을 겁니다. 고려시대 이래로 문과를 제외한 관직이나 직업은 죄다 천시되어 왔으니까요. 유럽권에선 의사월급이 현장 기능공과 비슷하거나 낮은 곳도 있다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8 세메크
    작성일
    15.11.21 12:27
    No. 6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의설
    작성일
    15.11.21 23:28
    No. 7

    회귀까지 했는데..약간은 스케일이 적은느낌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자요
    작성일
    15.11.24 07:41
    No. 8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4 그대와나
    작성일
    15.11.24 16:16
    No. 9

    공돌이가 우대받는 세상을 보고 싶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15.12.12 14:45
    No. 10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Nuan
    작성일
    16.06.22 11:49
    No. 11
    비밀댓글

    비밀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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