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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리턴 엔지니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현필
그림/삽화
창조
작품등록일 :
2015.11.06 19:03
최근연재일 :
2015.11.24 15:25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42,965
추천수 :
4,232
글자수 :
51,000

작성
15.11.16 20:35
조회
8,653
추천
280
글자
8쪽

리턴 엔지니어 9화

본작품은 픽션입니다 본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국명, 사건 등은 실존과는 일절 관계가 없습니다




DUMMY

“독일 RMG라고? 정말 매몰형 가바나가 상용화 되는 거야?”

박 사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장님, 목소리를 낮추시죠. 아직 국내는 물론이고 아시아 권역에서는 아무도 모르는 일입니다.”

민재가 박 사장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두 사람은 지금 송도 유원지 근처의 닭 백숙집에 와 있었다.

민재가 먼저 청한 술자리였다.

“아!”

박 사장이 흠칫 놀라며 주위를 돌아봤다.

다행이 방문이 닫힌 밀실이라 둘의 대화를 엿들은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이봐, 이 대리. 우리 회사에서 그 매몰형 레귤레이터를 수입할 수 없을까? 일부만이라도 말이야.”

박 사장의 말투가 다급해졌다.‘

가스계통에서 구른 시간이 20년이 넘는 박 사장이었다.

매몰형 가바나가 가지는 파괴력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있었다.

“일부만 수입해서 되나요? 아예 국내 독점 총판계약을 해야죠.”

“그..그게 가능해? 바흐만 박사가 그 정도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야?”

민재의 호언에 박 사장의 눈이 커졌다.

민재의 말대로만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지금 RMG와 기기판매 총판 계약을 맺은 곳이 SJ에너지 기기사업부일 겁니다.”

“그렇지.”

박 사장이 얼굴을 찌푸렸다.

SJ같은 굴지의 대기업에서 파이가 작은 도시가스 기기까지 손대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그 계약서에 허점이 있어요.”

“허점이라니?”

“95년도에 SJ가 RMG와 계약을 체결했거든요.”

“맞아, 중부 도시가스 지역에 RMG기기가 깔리기 시작했던 시기가 그때쯤이었을 거야.”

박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충청도 일부와 강원도 등을 관할 구역으로 하는 중부도시가스는 SJ그룹의 산하회사였다.

“그 당시 계약할 때 현재까지 개발 완료된 기기에 대해서만 총판계약을 했어요. 덕분에 SJ에서는 2년에 한 번씩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불편이 생겼죠.”

“그래! 그게 정말이야?”

“제가 사장님 앞에서 없는 말을 하겠습니까?”

민재가 싱긋 웃었다.

회귀 전. SJ에너지의 핵심에 있던 민재는 그 계약서 내용에 대해 빠삭하게 꿰뚫고 있었다.

“이 대리가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겠지. 그런데 뭣 때문에 그런 불편한 계약을 했을까?”

“당시 SJ에서는 연구 중인 기기들까지도 계약을 하자고 했지만 RMG 연구소에서 거부를 했다고 합니다. 덕분에 우리가 치고 들어갈 구멍이 생긴 거죠.”

민재가 해맑게 웃으며 박 사장을 바라봤다.

“그래서 어떤 방법이 있는데?”

박 사장이 바짝 다가앉았다.

“이게 잘 되면 국내 총판뿐 아니라 아시아 총판까지 가능할 겁니다.”

깊어가는 겨울밤. 두 남자의 이야기가 끝도 없이 이어졌다.

아직 삼분의 일도 먹지 않은 닭백숙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도시가스설비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기기가 바로 레귤레이터다.

고압이나 중압의 가스를 받아 일정한 압력의 저압으로 공급해 주는 기기.

그 기기의 통칭을 레귤레이터라고 한다.

레귤레이터는 가바나 세트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기기다.

그 레귤레이터 제조사들 중에 세계 시장의 95% 점유하고 있는 파워 메이커 4개가 있다.

미국에 본사를 둔 피셔와 AMC, 그리고 독일의 던킨RMG, 마지막 하나는 이탈리아의 피에르트로라는 메이커다.

이 4개의 메이커가 국내는 물론이고 세계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 메이커의 국내 총판권을 가진 곳들은 앉아서 떼돈을 벌어들인다.

피셔는 대신 정공이 국내 총판을 맡고 있고, 피에르트로는 월드 테크라는 곳이 국내 총판이다.

그리고 AMC는 한국에 직접 자회사를 설립했다. 그 자회사가 총판 업무를 겸하는 것이다.


RMG의 국내 총판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SJ에너지다.

훗날 SJ에너지는 대기업이 작은 가스기기 골목 상권까지 넘본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된다.

비난에 직면한 SJ에너지는 도시가스 사업부를 독립시키는 ‘눈 가리고 아웅’ 짓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에 휘말려 재성인더스트리가 부도를 내고 파산하게 되는 미래였다.

송도의 백숙집에서 그 불행한 미래를 바꾸기 위한 작은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 * *


“그럼 다음 주 월요일에 떠나시는 건가요?”

명진이 반짝이는 눈으로 민재를 바라봤다.

“네, 아침 비행기로 예약을 했습니다.”

민재가 알맞게 익은 고기를 집어 명진의 접시에 놓아준다.

수원 본 갈비라는 이름의 고기집의 등심은 제법 괜찮았다.

“민재씨가 방문할 곳이 독일 북부의 헤센주라고 하셨죠?”

“헤센주의 카셀이라는 도시죠.”

“헤센… 과거 헤센 대공국이 존재했던 곳이라고 책에서 읽은 적이 있어요. 저도 한번쯤은 방문해 보고 싶은 곳인데….”

민재의 빈 잔에 소주를 따라주던 명진이 아쉬운 눈빛을 보내왔다.

무척 부러운 모양이었다. 당시는 외국을 나가기가 그리 쉽지 않은 시절이었다.

“이번 방문에서 일이 잘 풀리게 되면 앞으로 자주 나가게 될 겁니다. 나중에 명진씨를 한번 모실게요.”

민재가 따스한 미소로 명진을 위로했다.

“말만이라도 고맙네요. 그런데 며칠 일정이에요?”

명진이 예쁘게 미소를 지었다.

“독일에서 나흘간 체류하고 이탈리아를 돌아보고 올 겁니다. 일정은 7일 정도로 잡고 있어요.”

“그럼 설날을 외국에서 보내시겠네요.”

“어쩌다 보니 일정이 그렇게 꼬여버렸네요. 명진씨도 소주 한 잔 하세요.”

난처한 표정을 짓던 민재가 소주병을 들어 명진의 잔에 채워줬다.

“크으~ 써요.”

이마를 살짝 찌푸리는 모습이 귀여웠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는 친구들과 자주 마셨는데, 요즘은 마실 기회가 없어서인지 유난히 쓰게 느껴지네요.”

솔직한 것이 명진의 장점중 하나다.

다른 여자들처럼 술을 마시지 못한다며 내숭을 떨지 않는다.

아름다운 여자가 가끔씩 보여주는 털털한 모습. 그 모습이 남자에게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민재에게는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었다.

“하하하… 앞으로 저를 만나게 되면 자주 마시게 될 걸요.”

민재가 설레는 마음을 숨기며 호탕하게 웃었다.

어색한 웃음소리가 고기 집에 울려 퍼지는 토요일 밤이었다.


부산에서 첫 만남을 가진 후 민재와 명진은 자주 통화를 했고 가끔씩 만나기도 했다.

차량을 가진 민재가 주로 수원으로 찾아왔다.

당시 또래의 젊은 연인들이 유행처럼 들락거리던 락카페나 호프집을 찾지는 않았다.

주로 남문의 산성근처를 산책하거나 조용한 맛 집을 찾아 밥을 먹었다.

민재의 성격이 원래 시끄럽고 번잡한 곳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명진 역시 그랬다.

민재로서는 다행이었다.

회귀 전, 민재의 아내는 명진과는 정 반대의 여자였다..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시끄러운 술집을 좋아했고 조용한 맛집보다는 시끌벅적한 시내의 음식점을 선호했다.

속물근성이 가득했던 아내였다.

명진의 성격과 취향이 회귀 전의 아내와 정 반대인 것이 민재의 마음에 쏙 들었다.


“민재씨, 잠깐만요.”

차에 올라 출발하려던 민재를 불러 세웠다.

“이거 제가 한번 만들어 본 거거든요. 볼품없는 솜씨지만 받아주시면 고맙겠어요.”

차창을 내린 민재의 목에 보라색 털목도리를 둘러준 명진이 총총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고마워요. 명진씨. 귀국하면 연락드릴게요.”

“네,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대문 앞에 서 손을 흔들어준 명진이 안으로 사라졌다.

수원 장안동, 그녀의 집 앞이었다.

“후~”

보라색 목도리에 얼굴을 묻은 민재가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상큼한 명진의 체향이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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