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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리턴 엔지니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현필
그림/삽화
창조
작품등록일 :
2015.11.06 19:03
최근연재일 :
2015.11.24 15:25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42,964
추천수 :
4,232
글자수 :
51,000

작성
15.11.10 21:00
조회
8,912
추천
246
글자
8쪽

리턴 엔지니어 5화

본작품은 픽션입니다 본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국명, 사건 등은 실존과는 일절 관계가 없습니다




DUMMY



“수진씨, 제일 가스에서 발주한 특정 정압기 도면 말인데요?”

“네, 그게 왜요?”

“정압기에 배관라인에 구성되는 3인치 SSV가 어느 회사 제품이죠?”

“최 과장님께서 직접 표기한 거거든요. 도면 리마크에 보면 미국 AMC 제품인걸로 표기되어 있을 텐데...”

뭔가를 감지한 수진이 민재의 책상으로 다가왔다.


SSV((Slam Shut Valve), 긴급차단 밸브라고 불리기도 한다. 도시가스 압력에 이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가스를 차단하는 역할을 하는 장치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AMC 사(社)의 모든 기기들이 모두 미국 규격인 것은 아시죠?”

민재가 물었다.

“아!”

그제 서야 뭔가를 깨달은 듯 탄성을 토해냈다. 그리고 당황한 표정으로 최 과장의 자리를 바라봤다. 방금 전, 담배를 피우러 사무실 밖으로 나간 탓에 자리에 없었다.


문제는 연결 플랜지에 있었다.

AMC의 SSV는 미국 규격인 안시(ANSI) 150파운드 규격의 플랜지로 제작된다.

그런데 도면에 표기된 SSV의 상대 플랜지가 KS 10K로 표기되어 공장에 내려간 것이다.

같은 3인치 사이즈라고 해도 안시와 KS는 플랜지 크기가 다르다. 볼트를 체결하는 홀도 서로 맞지 않는다.

도면대로 제작할 경우, 힘들여 제작을 해 놓고도 조립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되는 것이다.

해결 방법은 제작을 다시 하는 것뿐이다.


“어쩌죠?”

수진이 난처한 얼굴로 물었다.

“어쩌기는요. 공장에 내려가서 제작 여부부터 살펴봐야죠.”

민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진씨가 최 과장님께 전화를 한번 해보세요.”

수진에게 말하고 재빠른 발걸음으로 공장에 내려갔다. 다행히도 SSV라인은 배관작업 전이었다. 용접하기 직전의 상황에서 민재가 내려온 것이다.

공장장에게 제작 보류를 부탁하고 사무실로 올라왔다.

자재로스는 있었을지언정 *맨데이(man-day) 로스를 막을 수 있었다.

(*man-day:어떤 작업을 완료하기까지 들여야 하는 품. 작업인원과 작업시간이라는 의미)



얼굴이 일그러진 최 과장이 보였다.

SSV는 그의 실수였다.

수진은 그가 설계한대로 도면을 그렸을 뿐이었다.

잠시 민재를 지켜보던 최 과장이 벌떡 일어나더니 사무실을 나갔다.

차마 민재에게 물어보지는 못하고 직접 공장으로 내려가 상황을 확인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수진씨, 잠깐만 이리 와보실래요.”

최 과장의 모습을 지켜보던 민재가 수진을 불렀다.

“네, 왜요?”

“이런 내용은 수진씨가 알아두면 앞으로 좋을 것 같아서요.”

민재가 정압기 도면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이건 터빈 *메타(meter)잖아요. 이게 왜요?”

수진이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민재를 바라봤다.

이 똘똘한 신입사원이 또 무슨 말을 하려는지 무척 궁금한 모양이었다.

“로타리나 터빈 계량기는 막식과 달라서 무척 민감하거든요.”

20년 경력의 노하우를 지닌 민재가 세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터빈하고 로타리의 배관 설계를 할 때는 그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거죠.”

“아! 그렇네요. 이거 메모해놔야겠어요. 제가 기억력이 별로라서. 헤헤헤..”

민재의 설명을 듣던 수진이 귀엽게 웃으며 혀를 날름 내밀었다.



(*메타(meter)-메타기는 가스의 사용량을 표시해 주는 계량기를 일컫는 말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메타기가 막식 메타기다.

도시가스 배관에 연결해 각 가정의 가스 사용량을 표시하는 가정용 막식 메타기.

각 지역의 도시가스사들은 그 막식에 표시된 숫자를 보고 각 가정에 가스요금을 부과한다.

그런데 가정용과는 다르게 산업용으로 쓰이는 메타기들이 있다.

터빈으로 구동하는 터빈 메타와 로터리 형식으로 구동하는 로터리 메타가 그것이다.

무척 비싸고 민감한 제품인 로터리와 터빈은 설치에 반드시 적용해야 하는 법칙이 있다.

메타기의 전후 배관시에 일정 길이 이상의 직관 형태를 유지해야 하는 것이 그것이다.

관경에 따라 달라지는 배관의 직관 유지 길이는 보통 3D, 5D로 정해진다.

4인치 메타기의 경우 메타기 앞쪽에 연결되는 직관의 최소길이는 300mm 이상이어야 하고 뒤쪽으로 연결되는 직관의 길이는 500mm 이상이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가스 배관에서 배관이 분기 되거나 굽어지게 되면 배관 내부에 와류가 형성된다.

메타기에 연결되는 직관이 최소 길이가 되지 못할 경우 생성된 와류가 민감한 메타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그럼 메타기가 오작동 하게 되고 가스 사용량을 바르게 계량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가스 기기를 오래 만져본 사람이 아니면 흔히 간과하는 것이 그 부분이었다.

그리고 2002년은 터빈 메타가 사용되기 시작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이런 오류들을 많이 범했었다.)



수진에게 3D와 5D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사이에 최 과장이 올라왔다.

“민재씨, 고마웠어.”

최 과장이 웃으며 감사를 표해 왔다.

그 행동으로 봐서는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아닙니다, 과장님.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 걸요.”

민재가 고개를 숙였다.

‘그래, 그렇게 행동 해. 나와 대립각을 세워 봐야 당신만 피곤해 지는 거야.’

민재가 머릿속으로 한 생각이었다.


사장실 창문에 서있던 박 사장이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 * *


“민재씨, 잠깐 들어와 봐”

사장실에서 호출이 왔다.

바흐만에게 온 메일을 읽고 답장을 보내려던 참이었다.

바흐만과는 벌써 세 번째 메일을 주고받았다. 몸이 바짝 달아있는 바흐만은 민재의 독일방문을 종용하고 있었다.


“민재씨, 이거 제작 견적서 한번 작성해 봐.”

사장이 민재에게 도면을 하나 건네주었다.

민재가 재성 인더스트리로 출근한 지 보름 정도가 지나던 시점이었다.

이주일.

자신의 역량을 드러내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민재는 이주일 만에 재성의 설계 파트의 모든 업무를 파악하고 장악했다.

요즘은 민재가 하는 업무가 최 과장보다 훨씬 많은 상황이었다.

그것을 눈여겨보던 사장이 다른 업무를 준 것이다.

“오전 중으로 견적서 작성해서 보고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빨리 되겠어?”

사장의 눈이 커졌다.

“네, 중부도시가스 지역에 납품될 3*4인치 가바나 아닙니까? 시간이 많이 소요될 만큼 복잡한 설계도 아니구요. 문제없습니다.”

순식간에 도면 파악을 끝낸 민재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답했다.

“좋아, 기대해 보지.”

민재의 어깨를 두드리며 싱긋 웃는 박 사장의 얼굴이 보였다.


견적서를 작성하려면 소요되는 자재리스트부터 뽑아야 했다..

밸브, 필터, 플랜지, 파이프, 볼트, 튜브에 도장용 페인트에 가바나 하우징까지.

3*4인치의 작은 정압기 세트였지만 소요되는 자재들은 수백 가지가 넘었다.

재성 인더스트리가 완성품을 만들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완성품 출고 회사였기 때문에 이처럼 많은 자재가 필요한 것이다.


“영주씨, 바쁘시지 않으면, 세영 배관과 인성 볼트의 단가표 파일 좀 제 PC로 넘겨주실래요?”

자재 리스트를 작성한 민재가 경리일을 보는 영주를 불렀다.

“네, 민재씨. 제가 아무리 바빠도 민재씨의 요청을 거절하면 안되죠.”

영주의 답변은 시원스러웠다.

지난 이주일 동안 민재가 영주의 일을 여러 번 도와준 덕분이었다.


영주에게서 넘겨받은 단가표를 기준으로 자재비를 산정했다.

그리고 가바나 제작시 투입해야 하는 공장 인원들의 맨데이까지 계산을 마쳤다.

재성인더스트리의 견적서 양식에 내용을 입력하고 프린트 버튼을 눌렀다.

사장에게 도면을 받은 후 약 1시간 30분 가량이 지난 시점이었다.


회귀 전, 대규모 열병합 발전소의 전체 설계와 견적을 맡아서 했던 민재였다.

재성 인더스트리의 간단한 가바나 도면 견적서는 너무 쉬웠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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