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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리턴 엔지니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현필
그림/삽화
창조
작품등록일 :
2015.11.06 19:03
최근연재일 :
2015.11.24 15:25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42,962
추천수 :
4,232
글자수 :
51,000

작성
15.11.09 21:47
조회
8,888
추천
241
글자
8쪽

리턴 엔지니어 4화

본작품은 픽션입니다 본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국명, 사건 등은 실존과는 일절 관계가 없습니다




DUMMY

“너, 전에 우리 처제 만난 적 있어?”

“명진아, 니가 민재씨를 어떻게 알아?”

선배와 선배 와이프가 동시에 물었다.

자리에 앉아 기차에서 만난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히야! 인연이 따로 없네. 안 그래도 오늘 너한테 처제 소개해 주려고 했는데.”

소주를 따라주며 눈을 찡긋 했다.

“하하하….”

민재도 이 기막힌 우연에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우연히 마주친 명진의 눈도 환하게 웃고 있었다.


작년에 유아 교육과를 졸업한 24살의 명진.

미소가 예쁜 그녀는 수원에서 유치원 교사를 하는 여인이었다.

어머니가 유치원 원장인 탓인지, 그녀의 언니도 유아 교육과를 나왔다고 한다.

언니도 그렇고 명진도 그렇고 티 없이 맑고 밝았다.


“민재, 이 자식 말이야. 강원도 촌놈이긴 하지만 4년 내내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거든.”

“형, 오늘 비행기 너무 태우시는데요. 떨어질까 겁납니다.”

“시끄러 인마.”

“저도 이이 말이 맞다고 생각해요. 사실 없는 이야기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처제, 그렇다고 이놈이 공부만 하는 샌님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해.”

“맞아. 민재씨 운동도 잘하잖아.”

선배와 형수의 민재 띄워주기가 계속됐다.

“그렇지. 거기다가 상식도 풍부하고 나름 사회의식도 있어. 내 생각으로는 우리 처제하고 무척 잘 어울릴 것 같거든.”

“내 생각도 그래. 둘이 잘 됐으면 좋겠다.”

두 사람은 민재의 어디를 그렇게 좋게 본 것인지 명진과 그를 이어주려고 애쓰고 있었다.


“하하하… 형, 됐어요. 명진씨가 난감해 하잖아요.”

“호호, 아유! 언니도 그만 좀 해. 여기가 무슨 선보는 자리야.”

눈이 마주친 민재와 명진이 참고 있던 웃음을 동시에 터뜨렸다.


깊어가는 가을밤과 함께 전어도 노릇노릇 맛있게 구워지고 있었다.


* * *


2002년 대선을 며칠 앞둔 12월 중순.

민재가 재성 인더스트리로 첫 출근을 했다.


“인사들 해. 오늘부터 우리 회사에 근무하게 될 이 민재씨야.”

박 재성 사장이 사무실 식구들에게 민재를 소개했다.

“이 민재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최 영훈이라고 합니다.”

“잘 오셨어요. 앞으로 잘 지내봐요.”

민재가 고개를 숙이자 사무실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줬다.

사장을 포함한 사무실 직원이 8명밖에 되지 않아서인지 가족적이고 따스한 분위기였다.

“공장 직원들과는 나중에 인사 나누는 걸로 하고. 일단 최 과장이 업무 지시를 하고 잘 좀 보살펴 줘.”

“네, 사장님.”

최 과장에게 민재를 인계한 사장이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민재씨, 기계공학을 전공했으니까 배관도면 볼 줄은 아시겠죠?”

“도시가스 설비 도면이라면 대충은 볼 줄 압니다.”

“그럼 공장에 내려간 이번 주 도면부터 한번 검토해 보세요. 모르는 게 있으면 저에게 물어 보시구요.”

입사 6년차의 최 과장이 민재를 약간 경계하는 듯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민재의 학벌 때문인 것 같았다.

후기 지방대의 재료공학과를 졸업한 최 과장은 30대 중반이었다.


“수진씨, 공장에 내려 보낸 정압기 제작도면 있죠. 그거 한부씩 출력해서 민재씨에게 주세요.”

“네, 과장님.”

전문대를 졸업하고 재성에 입사한 24살의 수진. 그녀는 CAD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다.

“민재씨, 커피 한잔 드실래요?”

영주가 생긋 웃으며 물어왔다.

“주시면 고맙죠.”

“잠깐만 기다리세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아메리카노를 금방 내려서 가져다 드릴게요.”

쾌활한 웃음을 지어보인 영주가 활기찬 발걸음으로 탕비실로 향했다.

경리 업무를 보고 있는 영주는 씩씩하고 에너지 넘치는 친구였다.

수진과 같은 학교를 졸업한 친구사이라고 했다.


“여기요.”

“고마워요. 영주씨.”

배정된 자리에 앉아 PC를 부팅 시키는 사이 영주가 커피를 가져왔다.

그리고 수진이 프린트 된 정압기 도면을 10장 남짓이나 건네줬다.

“수진씨, 이왕이면 캐드 파일도 제 PC로 넘겨주실래요?”

재성에서 제작중인 도시가스용 정압기 도면을 훑어보던 민재가 수진을 바라봤다.


LNG 혹은 도시가스라고 불리는 연료.

액화천연가스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선박을 통해 수입될 때 액체의 형태를 지닌다.

인천 송도, 평택 등지에 LNG 인수기지들이 있다.

초대형 선박으로 들여오는 액화가스를 넘겨받기 위해 해상에 설치된 인수기지들이다.

인수기지를 운영하는 주체는 바로 한국가스공사, 당시 가스를 수입할 수 있는 곳은 국내에서 오직 한곳. 가스공사뿐이었다.

이런 독점 시스템은 2010년 즈음이 되어서야 풀린다.

민간업자들도 일정 자격만 갖추면 수입이 가능하도록 규제가 풀리는 것이다.

하지만 민재가 회귀한 2002년은 가스공사의 독점 공급체계가 공고했던 시기였다.


선박으로 들여온 액화가스는 인수기지에 설치된 기화시스템을 거치게 된다. 액체였던 LNG를 기체로 변환시키는 시스템을 기화 시스템이라고 한다.

기체로 변환된 LNG 가스가 가스공사의 1차 정압시스템을 거친 후 각 지역으로 퍼져 나가게 되는 것이다.

기화 시스템과 1차 정압시스템을 모두 거친 LNG.

그 고압의 가스가 가스공사에서 매설한 대형 관로를 통해 각 지역에 분배되면서 비로소 도시가스라는 명칭이 붙게 된다.


가스공사의 매설된 관로를 통해 공급되는 도시가스는 모두 *15kgf/cm² 이상의 고압이다.

그 고압의 가스는 각 지역 도시가스사(社)들은 2차 정압 시스템을 거치면서 4~10kgf/cm²의 중압으로 낮춰진다. 이 2차 정압 시스템을 통칭해 지구(地區)정압기라고 한다.

지구정압기는 보통 광역시의 구 단위, 지방의 시 단위에 한 세트씩 설치되는 것이 통념이다.

도시가스사에서 매설한 관로를 통해 시내로 공급되는 중압의 가스는 다시 한 번 정압시스템을 거친다.

3차 정압시스템을 거치게 되면 4~10kgf/cm²의 중압가스가 9000mmH2O이하의 저압과 900mmH2O 이하의 미압으로 낮아진다.

이 3차 정압시스템은 공급 되는 용량에 따라 지역(地域)정압기와 특정 정압기로 분류된다.

3차 정압시스템을 거친 후에서야 비로소 사용자들이 안전하게 쓸 수 있는 압력이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쓰고 있는 도시 가스.

그 가스는 이처럼 3~4차례의 복잡한 정압시스템을 거쳐 각 가정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가정의 가스레인지 등에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압력은 200~300mmH2O.

아주 미미한 압력이라는 의미에서 미압(微壓)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 외에 대형공장이나 소각로에서 사용되는 도시가스의 압력은 1000~4000mmH2O다.

흔히 저압이라고 부르는 압력이 1000~9000mmH2O 사이의 압력이다.


(*압력단위: 1kgf/cm²=10000mmH2O=100kPa=0.1MPa=1bar)


재성인더스트리가 바로 이런 도시가스 정압 세트를 제작해 판매하는 회사였다.


“네, 바로 넘겨 드릴게요.”

파티션 너머에서 들려오는 친절한 수진의 목소리와 함께 캐드 파일이 넘어왔다.

도면은 복잡할 것도 없었고 어려울 것도 없었다.

민재가 회귀 전에 처리했던 업무 도면에 비하면 어린애 그림 같은 수준이었다.

잠깐 훑어본 것만으로도 서너 가지의 도면 오류를 잡아 낼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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