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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턴 엔지니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연재 주기
현필
그림/삽화
창조
작품등록일 :
2015.11.06 19:03
최근연재일 :
2015.11.24 15:25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41,541
추천수 :
4,232
글자수 :
51,000

작성
15.11.07 20:38
조회
9,601
추천
245
글자
9쪽

리턴 엔지니어 2화

본작품은 픽션입니다 본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국명, 사건 등은 실존과는 일절 관계가 없습니다




DUMMY

서울로 돌아온 민재는 가장먼저 한 일은 바흐만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었다.

2005년도에 인연을 맺고 15년 이상을 친구로 지낸 바흐만.

회사 메일이 아닌 개인 이메일 주소가 그의 기억에 남아 있었다.


“바흐만이 이메일을 읽는다면 답장을 안 보낼 수 없을 거야.”

메일을 전송한 민재가 싱긋 웃었다.

매몰형 가바나의 개발 초창기인 요즘 바흐만은 풀리지 않는 고민이 생겼을 시기였다.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이메일이었던 것이다.


이메일을 보낸 후 민재는 한동안 슬럼프에 빠져 있어야 했다.

2020년대를 살다온 민재였다.

2002년의 투박한 사회가 커다란 괴리감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HDTV의 선명한 화질에 길들여진 눈에는 2002년의 컬러 TV 화질이 너무 조악하게 느껴졌다.

거리로 나가봐도 매한가지였다.

땅에 끌리는 통이 엄청 넒은 힙합바지를 입은 또래의 젊은이들.

해골이 그려진 검은 두건과 뗏목만큼 커다란 신발을 신고 건들거리며 걷는 그 모습에는 영 적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보름가량 지나자 2002년의 모습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익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고체계도 2002년, 20대 중반의 나이대로 맞춰졌다.

‘젊은 몸으로 회귀해서 사고체계까지 유연하게 바뀌었나?’

고개를 갸웃 했지만 어쨌든 반가운 일임에는 틀림없었다.

“일단 움직여 보자.”

한동안 칩거하며 회귀 후의 시대에 적응하던 민재가 몸을 일으켰다.


‘박 사장님의 모습도 예전 그대로 일까?’

덜컹거리는 전철에 앉은 민재가 예전 인연을 떠올렸다.

경인선 전철을 타고 인천으로 내려가는 길이었다.

낙엽이 모두 떨어진 앙상한 나뭇가지가 뿌연 차창을 스치며 지나갔다.



“S대학 공대 졸업반이라면 대기업에서도 선호하는 인재일 텐데요.”

민재의 이력서를 훑어보던 박 재신 사장이 미심쩍은 눈길을 보냈다.

“그런 분이 작고 열악한 환경의 우리 회사에 입사하려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군요.”

기계 공고를 졸업하고 공장 노동자로 시작해 지금의 사업을 일군 박 사장이었다.

자수성가한 40대 후반의 남자, 그의 눈길은 예리하고 매서웠다.

“제가 도시가스 설비와 기기 쪽에 관심이 많아서요.”

담담한 어조로 답변하는 눈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전생에 산전수전도 모자라 공중전까지 경험했다. 박 사장의 눈길 정도에 흔들릴 정도로 민재의 경험은 얕지 않았다.

“그리고 제가 알아보니까, 얼마 전에 ‘재성 인더스트리’가 아스메(ASME) 규격의 압력용기 제조 면허를 취득하셨더군요.”

“그 사실은 동종업계 사람들도 잘 모르는 일인데?”

박 사장이 약간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외람된 말이지만, 재성의 기술력에 제가 배운 지식을 합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구요.”

민재가 박 사장의 눈을 또렷이 응시했다.

“시너지 효과라….”

“때문에 무례한 일인 줄 알면서도 사장님과의 면담을 요청한 겁니다. 무례했던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민재가 고개를 숙였다.

“아스메 규격의 압력용기 제조 면허 때문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

혼잣말을 하던 박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메(ASME).

‘American Society of Mechanical Engineers(미국기계학회)’를 일컫는 말이다.

ASME는 자국 내의 보일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1910년 초부터 보일러 부품들에게 ASME 규격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1916년 미국 기계시장에 ASME 규격을 적용하기 시작한 이후, 가스 기계, 보일러 기계, 열 교환기까지 그 적용 범위가 급속도로 확산되었다.

현재는 원자력 기계를 비롯해 산업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 아스메 코드와 아스메 규격이다.

당시 미국과 유럽에서는 가스, 석유등 위험물품에 사용되는 산업기기 부품의 경,우 아스메 규격을 통과하지 못한 제품들의 사용을 엄금했다.

그리고 ASME STAMP가 찍히지 않은 제품의 국내 수입을 금지하기도 했다.


2002년 당시, 한국에서 ASME 인증을 받을 수 있는 수준의 기술력을 지닌 곳은 대림과 현대를 비롯한 대기업 일부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재성 인더스트리가 ASME 규격의 압력용기 제조 면허를 취득한 것이다. 동종 업계 사람들이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민재의 향후 계획을 위해 재성의 기술력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가 인천 남동공단까지 내려온 이유였다.


“민재씨가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도시가스 쪽의 일이 무척 거칠고 힘들어요. 노가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죠.”

“각오하고 있습니다.”

“때로는 밤을 지새워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몸으로 때워야 할 때도 있을 겁니다. 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박 사장은 자신이 가진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대학 졸업을 앞둔 26살의 사회초년생에게 하는 일종의 경고이자 충고였다.

치기어린 공명심 때문이라면 이쯤에서 그만 두라는 의미를 품고 있었다.


“걱정 마십시오. 사장님. 제가 그 정도로 허약한 놈은 아닙니다.”

박 사장의 말을 듣던 민재가 그의 눈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제가 이렇게 보여도 해병대 제대한 남자거든요,”

“아! 그래. 몇 기인가?”

박 사장이 반가운 표정을 하며 말을 놓았다. 그도 해병대 출신이었던 것이다.

대화 주제가 갑자기 해병대 이야기로 바뀌었다.

한동안 두 남자는 군 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스기기 계통을 잘 아는 직원이 필요하긴 하다만.”

“그럼 일단 한번 써보십시오. 수습기간 동안 지켜보시다가 괜찮다 싶으면 정직원으로 채용해 주시면 됩니다.”

“뭐,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내가 거부할 명분이 없군.”

면접 30분 만에 드디어 박 사장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지?”

“입사하기 전에 전국을 한 바퀴 돌며 도시 가스 쪽 일을 하는 선배들을 찾아 볼 생각입니다.”

“그래. 일을 시작하기 전에 조언을 받는 것도 괜찮겠지.”

박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대신 정공의 오 사장도 자네 선배겠군. S대 기계과 출신이니까?”

“오 태식선배님은 80년대 학번입니다. 저와 까마득히 차이나는 대선배님이시죠.”

“그렇겠지. 나와 비슷한 연배니까.”

“얼마 전 대신정공이 미국 ‘피셔’사(社)와 국내 총판 계약을 했다고 하던데요.”

민재가 의미 있는 미소를 지으며 박 사장을 바라봤다.

“자네, 도시가스 쪽의 실태에 대해 공부를 많이 한 모양이군. 맞아, 피셔의 국내 총판이 대신정공이지.”

박 사장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가지지 못한 총판권에 대한 아쉬움일 것이다.


재성 인더스트리는 가스설비 제조업체다.

그런 제조업체가 해외 유명 가스기기 메이커의 국내 총판권만 잡고 있으면 따로 영업을 하지 않아도 주문이 밀려들던 시절이었다.

대신정공이 근래 들어 욱일승천의 기세로 사세를 확장하는 연유도 거기에 있었다.

2000년대는 가스설비업체들의 최고 호황기였다.

그 전까지만 해도 도시가스 배관이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일부에만 깔린 상태였다.

그 상황이 변하게 되는 시점이 2000년대 초반이었다.

2000년 들어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특히 도시가스를 집중 확대 공급 하는 정책을 입안하고 실시하던 때가 국민의 정부 말기였다.

그 정책 덕분에 도시가스 배관이 전국적으로 확장되던 때가 2002년~2010년이었다.

그리고 재성인더스트리와 대신정공이 도시가스 설비시장에서 치열하게 맞붙던 시점도 그즈음 이었다.

인맥과 메이커 파워의 대신정공, 그리고 기술력의 재성인더스트리.

그 전쟁에서 재성은 연전연패하고 있었다.


“선배들을 만나서 재성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찾아보겠습니다.”

“하하하… 이 친구 이거. 입사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업을 하겠다는 건가.”

박 사장이 호탕하게 웃었다.

“저도 이제 재성인더스트리 식구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민재도 마주 웃었다.

“그럼 출근 날짜가 확정되면 전화 해.”

공장 앞까지 나온 박 사장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조만간 뵙도록 하겠습니다.”

박 사장에게 고개를 숙여 보인 민재가 재성인더스트리 공장을 돌아봤다.



SJ에너지에서 대리직책을 맡고 있던 시절, 거의 매일 들르던 곳이었다.

회귀해 다시 들른 재성인더스트리,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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