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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리턴 엔지니어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현필
그림/삽화
창조
작품등록일 :
2015.11.06 19:03
최근연재일 :
2015.11.24 15:25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142,969
추천수 :
4,232
글자수 :
51,000

작성
15.11.06 19:17
조회
10,180
추천
266
글자
6쪽

리턴 엔지니어 1화

본작품은 픽션입니다 본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단체, 지명, 국명, 사건 등은 실존과는 일절 관계가 없습니다




DUMMY

1화 – 회귀(1)


‘따르릉~ 따르르릉~’


귓속으로 파고드는 시끄러운 벨소리.

머리맡에서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가 잠을 깨웠다.


“으~ 머리야.”


숙취로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난 민재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이거… 뭐야?”


촌스럽고 투박한 디자인의 2G 폴더폰.

2000년대에나 유행했음직한 투박한 전화기가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다.

그리고 액정 화면에 뜬 발신자 표시.

‘엄마’라는 글자가 그의 눈을 찔러왔다.

급하게 통화버튼을 눌렀다.


-민재야, 엄마다. 자는데 깨운 거니?-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어머니의 목소리였다.


“어, 어머니?”


이미 5년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그 어머니의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에서 생생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


“이 녀석, 엄마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


대문을 열어주며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는 어머니.

환갑을 한해 앞둔 어머니는 20년 전 그 모습 그대로였다.


“어머니….”


절대로 울지 않으리라 다짐 했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모습을 직접 대면하자 눈물이 왈칵 솟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어머니를 껴안으며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게 감사를 했다.

자신의 시간을 되돌려 준 미지의 존재.

신인지 악마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머니를 다시 볼 수 있게 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를 받기에 충분한 존재였다.


***


아침에 어머니의 전화를 받고나서 한동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거울에 비춰지는 20대의 팽팽한 얼굴을 보고 경악했다.

달력을 보고 TV뉴스를 봤다.

2002년 11월 중순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20년 전의 과거로 회귀했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것을 깨닫자마자 동서울터미널로 달려가 버스를 타고 속초로 내려온 길이었다.


“한잔 할래?”


과수원 일을 마치고 돌아온 아버지가 소주잔을 내밀었다.


“SJ그룹 입사시험에 합격 했다면서, 졸업식 끝나고 3월부터 출근 하는 거냐?”

“합격은 했지만 아직 그 회사로 갈지 어떨지는 모르겠어요.”


민재가 잔을 비우고 아버지의 빈 잔에 소주를 따랐다.


“니가 알아서 잘 할 테지만, 뭐든지 첫걸음이 제일 중요한 법이다. 깊이 생각하고 많이 고심해서 결정해.”


군을 제대한 이후부터는 한사람의 남자로 민재를 대하는 아버지였다.

이번에도 아들의 결정이 뭐든 지지한다는 태도를 취하셨다.


“네, 아버지.”


초등학교 평교사로 정년퇴임을 하고 과수원을 일구시다가 돌아가셨던 분.

예전에는 알지 못했었다.

아들을 믿어주고 응원해 주는 당신의 마음을.

아버지의 그 따뜻한 마음이 민재의 가슴속으로 뭉클하게 밀려 들어왔다.


민재는 또다시 SJ에 입사할 생각이 없었다.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동료를 죽여야 하는 삭막하고 비열한 세계.

대기업 내부의 그 치열한 생존경쟁을 다시 겪고 싶지는 않았다.

전생에서는 인맥과 로비를 무기로 전쟁에서 승리했었다.


그리고 승리자의 상징인 이사 진급을 코앞에 두었었다.

하지만 최후에 남은 것이라고는 비참한 현실뿐이었다.

40대 이혼남에 시한부 생명.


이번 생에서는 결코 그런 전철을 되밟고 싶지 않았다.


***


과수원이 보이는 야트막한 뒷동산에 올랐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뛰어놀던 곳.

그곳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 봤다.

평화롭고 고즈넉한 마을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무얼 하며 살아야 하지?’


노란 잔디가 곱게 자란 할머니의 무덤가에 앉아 미래를 생각했다.


‘참 웃긴 일이구나.’


한동안 고민하던 민재가 피식 웃었다.

지금 그의 고민이 회귀 전 SJ에너지 빌딩을 나서며 했던, 바로 그 고민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4학년 2학기 말,

SJ그룹의 입사시험 합격통지를 받았던 전생의 기억이 떠올랐다.

기계공학과 동기들이 합격한 턱을 내라며 부추기는 바람에 술을 진탕 퍼마셨었다.

아직 IMF라는 매서운 한파가 남아있던 2002년.


굴지의 대기업에서도 신입사원들을 최소한으로 선발하던 불경기였다.

그런 불경기에 국내 재계서열 4위의 SJ그룹 입사가 확정된 민재였다.

당시의 상황에서는 분명 축하받을 만한 일이었다.


소주집, 맥주집, 그리고 포장마차까지 술자리가 이어졌었다.

그렇게 퍼마셨던 그날이 회귀하기 바로 전날이었다는 걸 기억해 낼 수 있었다.


‘내게 주어진 두 번째 인생. 여유를 가지고 주변을 돌아보며 살자.’


회귀 전처럼 성공만을 추구하며, 앞만 보고 달리는 그런 삶을 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 점에서 대기업에 입사하는 건 절대 사양이지.’


대기업의 치열한 생태계.

수십 명 중, 한 명만 생존 가능한 그 정글로 들어갈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배우고 구른 게 에너지 쪽 바닥이란 말이지.’


민재가 손가락으로 나뭇가지를 톡톡 두들겼다.


‘그걸 기반으로 뭔가를 해야 할 텐데.’


차갑고 푸른 늦가을의 하늘.

흰 구름 한 뭉치가 한가롭게 떠다니는 오후였다.


‘독일 RMG의 바흐만이 『매몰형 가바나』를 개발한 게 이맘때쯤이었지.’

(*주 - 가바나: 도시가스용 정압기.)


2000년대 중후반, 도시가스 업계의 최고 히트상품이었던 상품 하나가 떠올랐다.

민재가 SJ에너지 기기사업부 대리시절에 국내 독점 총판계약을 성사시켰던 제품이었다.

그 제품으로 민재는 매년 200억원대 이상의 매출을 올렸었다.


동기들 보다 1년 이상 빠르게 과장 진급을 한 것도 매몰형 가바나 덕분이었다.


‘매몰형 가바나로 뭔가 그럴듯한 그림을 그릴 수 있을 거 같은데….’


두 시간 넘게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계획하던 민재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멀리 서산 너머로 붉은 석양이 비추고 있었다.

고향에 내려온 지 나흘째 되던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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