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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마신, 지금 잡으러 갑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Ninese
그림/삽화
문피아
작품등록일 :
2019.08.13 09:52
최근연재일 :
2019.08.26 14:2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981
추천수 :
61
글자수 :
77,118

작성
19.08.24 14:20
조회
128
추천
4
글자
11쪽

마신, 지금 잡으로 갑니다 012화

연재시작합니다




DUMMY

물론 죽일 생각은 없다. 비싼 돈을 주고 사오자 마자 죽여버리는 건 너무 아깝지 않은가. 물론 돈이 아깝지 않다고 해도 고작 나를 보고 겁을 먹었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일 만큼 살육에 굶주리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겁을 주는 편이 다루기 쉽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은 정답이었다.

“자, 자기소개!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도둑질을 아주 잘 합니다. 즉, 손이 아주 빠릅니다. 매달 금화 한 개 정도는 상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잡히지 않는다면, 그리고 도망도 잘 다니는 편입니다. 물론 싸움은 못 해서 궁지에 몰리면 끝이지만. 아! 또, 탐색이나 함정 해체도 잘하기 때문에 도둑질을 못 해도 돈을 벌 수 있습니다. 물론 몬스터는 못 잡지만.”

자기소개치고는 뭔가 미묘했지만, 나름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심했다가는 웃음이 튀어나올 뻔했다. 도둑질이나 도망은 별로 쓸모가 없는 능력이지만 탐색과 함정 해체는 아주 도움이 되는 능력이다.

물론 나 같은 경우에는 힘으로 돌파할 수도 있겠지만 함정은 해체하는 게 제일 좋다.

무엇보다 상대의 대한 정보를 알 수 있다는 건 무척이나 좋은 이점이다. 나를 두려워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고 싶어서 샀지만 생각외의 큰 수확이다.

“간단한 마법은 사용할 수 있어?”

“불이나 물, 바람을 만드는 마법 정도는 가능합니다만,”

기본 조건도 만족했다.

“요리는?”

“어릴 때부터 혼자 살아서 간단한 거라면···.”

퍼펙트, 완벽 그 자체.

“좋아. 그 정도면 됐어. 앞으로 내 말만 잘 듣는다면 죽이지는 않을게.”

“가, 감사합니다!”

푸르는 이제야 살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조금 전과는 다르게 조금은 표정이 풀린 상태였다.

“그뿐만이 아니야. 말만 잘 들으면 좋은 옷과 먹을 걸 주겠어.”

“저, 정말인가요!?”

“물론이지. 거기다가 그 밖에도 필요한 물건이 있다면 사줄 의향이 있어. 물론 말을 잘 듣는다는 가정하에 말이지.”

“뭐든 시켜만 주세요!”

예상과는 조금 다르지만, 이걸로 아주 쓸모 있는 노예가 생겼다. 원래는 나와 대등하게 대해줄 생각이었지만 이게 더 재밌으니깐 당분간은 이런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당연하지만 나쁘게 대할 생각은 없다.

“내가 불편하다면 방도 따로 잡아줄 수도 있는데?”

“아, 그건 괜찮습니다. 투신님이 적이 아니라면 가장 안전한 곳은 투신님의 옆일 테니까요.”

“그렇다면. 뭐. 그보다 투신님이라는 호칭은 좀 그런데.”

밖에서도 투신님이라 부른다면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 것은 물론이고 귀찮은 일도 잔뜩 생길 거다.

“그럼··· 주인님?”

어떻게 보면 가장 무난한 호칭이지만 왠지 모르게 등이 간지러워지는 호칭이다. 애초에 주종의 관계를 원한 건 아니니깐 주인이라는 호칭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냥 이름으로 불러. 내 이름은 헤로스야.”

“그럼 헤로스님이라고 부를게요.”

존칭을 뺀다는 선택지는 없는 모양이다. 그 정도는 딱히 문제가 없어 보이니깐 괜찮겠지.

“좋아. 생각보다 조금 늦은 시간이 됐으니깐 오늘은 그냥 자고 내일은 네가 입을 옷이랑 물품들을 사러 가자.”

“네!”

아직도 조금은 나를 무서워하는 것 같았지만 말만 잘 들으면 괜찮다고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저기···”

그렇게 얘기를 마치고 저녁거리라도 사올까 하는 생각에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푸르가 나를 불렀다.

“왜?”

“옷은 제가 벗는 편이 좋으세요?”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기에 오해를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거 필요 없으니깐 나갈 준비나 해.”


§


다음 날. 날이 밝자마자 푸르와 함께 가죽 제품을 파는 가게로 향했다.

좋은 가죽을 구해 맞춤 제작을 하는 게 가장 좋지만 지금은 좋은 가죽도 없고 이 도시에서 시간을 보낼 여유도 없다. 당분간만 사용할 수 있는 적당한 옷 정도면 충분하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푸르는 눈을 반짝거리며 제품들을 둘러봤다. 괜찮은 물건이 있다면 나도 살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노예를 전문적으로 파는 도시이기 때문에 좋은 물건은 없는 모양이다.

잠시 후 푸르가 고른 것은 움직임을 중시한 가벼운 차림의 상, 하의였다. 바지는 발목까지 내려오는 타이트한 바지였고, 상의는 팔이 다 드러나는 민소매 같은 옷이었다.

“그거면 돼?”

“네!”

내가 보기엔 평범한 옷이었지만 푸르는 무척이나 마음에 든 모양이다. 나는 가게의 주인이 부르는 값을 지불하고 푸르와 함께 가게를 나왔다. 그 밖에도 푸르가 사용할 물건들을 더 구매한 다음 곧바로 도시를 나왔다.

“헤로스님? 저희는 어디로 가는 거예요?”

“리몬이라고 불리는 도시야.”

“리몬이면 거기죠? 그 던전이 있는.”

“맞아.”

리몬. 도시의 중앙에 거대한 던전이 존재하고, 도시 주변에도 크고 작은 던전들이 널린 모험가들의 천국이다.

던전이라는 것은 지맥을 따라 흐르는 마력이 뭉치는 곳으로 몬스터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던전의 중심에는 던전에서 가장 강한. 게임에서 던전 보스라고 불리는 몬스터가 존재한다.

던전에 모이는 마력을 가장 많이 잡아 먹은 던전 보스는 보통의 몬스터와 다른 특별한 몬스터로 변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던전 보스를 잡으면 얻을 수 있는 드랍 아이템이다. 원래라면 다른 곳을 먼저 들렸다가, 갈 생각이었지만 운 좋게 얻은 노예에게 던전에 딱 맞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기에 순서를 바꾸기로 했다.

게임 속에서 여러 번 그곳의 던전을 돌파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리몬의 던전에 대해서는 아주 빠삭하다고 할 수 있다. 어디에 어떤 보스가 있고, 어떤 아이템을 드랍하고,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모험가들이라면 웃돈을 줘서라도 구입하고 싶어 하는 고급 정보가 나에게는 수두룩하다. 즉, 나에게 리몬이란 일종의 뷔페인 셈이다.


§


쿵. 쿵. 땅을 통해 울림이 느껴지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새들이 날아오른다.

무언가가 있음을 알아차린 나는 곧바로 검을 꺼냈고, 푸르 역시 언제라도 도망칠 수 있도록 맘을 먹는다. 잠시 후 나타난 것은 거대한 나무 몽둥이를 들고 있는 근육질의 몬스터. 오거였다.

총 다섯 마리로 구성된 오거 무리는 족히 3미터가 넘는 거구의 몸이었고, 무리의 주인으로 보이는 오거는 4미터 가까이 되어 보였다. 하나 같이 손에는 성인 남자만한 나무 몽둥이를 들고 있었고 몽둥이는 곳곳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헤로스님?”

명백하게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오거 무리에게 위협감을 느낀 푸르가 내 이름을 불렀다. 전투 능력이 없는 푸르는 오거 한 마리에게도 쉽게 죽을 수 있다. 물론 나는 아니다.

나는 꺼낸 검을 들고 오거 무리에게 다가갔다. 오거들은 하나같이 자신들보다 훨씬 작은 나를 보고 사냥감이라고 생각할 뿐 조금도 경계하지 않았다. 내가 다가가는 것을 경계하지도 않고, 자신들의 앞에 내가 도착하자 거대한 몽둥이를 들고 내려칠 뿐이었다.

나는 아주 손쉽게 종이 한 장 차이로 오거의 공격을 피한다. 나를 스쳐 내 옆에 떨어진 오거의 공격은 땅을 움푹 파이게 할 정도의 위력을 가졌지만, 너무나도 느렸다.

가볍게 공격을 피한 나는 대충 검을 휘둘렀고, 그것만으로도 내게 공격을 한 오거는 피를 흘리며 절명했다.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한 오거들은 도망칠 생각도 하지 않고 나를 적으로 간주, 곧바로 몽둥이를 휘둘렀다. 하지만 그보다 빠르게 나는 검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스승님의 곁에서 셀 수도 없을 만큼 휘두른 검이다. 보통의 사람은 눈으로 쫓을 수도 없을 정도로 빠른 검은 오거들의 공격이 내게 닿기도 전에 오거들을 양단했고, 보통의 모험가들도 긴장을 하며 싸워야 할 오거 무리는 순식간에 시체로 돌변했다.

그렇게 오거들을 양단하고 뒤를 돌아보자 겁에 잔뜩 질린 푸르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공포의 대상이 오거들이 아닌 나라는 점. 푸르는 왜인지 모르지만 투신인 나를 굉장히 무서워하고 있다. 특히 이렇게 힘을 보여주고 나서는 더욱 더. 덕분에 말을 잘 듣기는 하지만 계속 같이 있으면서 괴물처럼 바라보면 아무리 나라도 조금은 상처를 받을 것 같다.

계속 같이 지내다 보면 언젠가는 오해가 풀릴 거라고 생각하고, 내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믿을 것 같지 않기에 일단은 지금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안전하니깐 따라와.”

이 상태로 공포심이 커질 뿐이니 나는 거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먼저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푸르는 내게서 약간 거리를 두고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숲을 3분의 1정도 돌파했을 무렵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나는 적당한 곳을 찾아 잠잘 준비를 했다. 물론 대부분의 준비는 노예인 푸르가 한다. 처음에는 도와줄 생각이었지만, 내가 도와주면 상당히 불편해하기에 도와주지 않는 게 도와주는 거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간단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푸르는 작은 불꽃을 만들어 불을 피우고, 내가 꺼내준 냄비에 물을 만들어 담았다. 나는 재료만 꺼내주면 푸르가 알아서 요리해서 내게 가져다준다.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무척이나 불편하다.

“내일이면 리몬에 도착할 것 같아.”

“와! 정말요?”

식사를 하다 보니 조금은 무서운 게 사라진 모양이다.

“알다시피 나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고 탐색의 ‘탐’자도 모르는 초심자야. 싸울 줄만 알지. 그래서 던전 탐색은 너에게 부탁할 생각인데 괜찮지?”

“네!”

“그래서 말인데, 탐색에 필요한 물품 같은 게 있을까? 도깨비 분말이나, 실프의 실 같은 거.”

도깨비 분말이나 실프의 실은 게임 속에서 던전을 탐색할 때 사용하는 아이템이다.

도깨비 분말은 마법과 만나면 빛을 내는 아이템으로 마법 장치나 마법으로 숨겨진 문 같은 걸 찾는 데 사용한다. 실프의 실은 공중에 두면 바람이 통하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아이템으로 던전에서 길을 잃을 경우 사용하면 밖으로 나오는 데 도움을 주는 아이템이다.

“있으면 좋은 아이템들이 있기는 한데···.”

예상대로 푸르는 탐색용 아이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말끝을 흐리는 이유는 아이템을 사기 위해서는 내 돈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겠지.

“그럼 도착하면 탐색용 아이템을 사러 가자. 돈은 걱정하지 말고 필요할지도 모르는 건 전부 사. 편하게 던전을 탐색하고 싶으니깐.”

“그럼 살 만한 물건들을 생각해볼게요.”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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