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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마신, 지금 잡으러 갑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Ninese
그림/삽화
문피아
작품등록일 :
2019.08.13 09:52
최근연재일 :
2019.08.26 14:2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966
추천수 :
61
글자수 :
77,118

작성
19.08.14 16:05
조회
340
추천
6
글자
12쪽

마신, 지금 잡으로 갑니다 002화

연재시작합니다




DUMMY

영웅전기_002화




“끄응···.”

전날의 과음 때문인지 오랜만에 느끼는 두통에 정신이 혼미하다.

이 세계는 술을 만드는 기술이 좋지 않은 건지, 아니면 그냥 마을에 있는 술이 싸구려인 건지 숙취가 엄청나다. 이럴 때는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먹으면 소원이 없겠는데··· 이 세계에 국밥집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어이! 헤로스! 얼른 일어나!”

헤로스는 이 세계에서 내가 사용하기로 한 이름이다.

마을 사람들의 이름이 전부 서양식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즉석에서 만들어낸 이름이다. 나는 자연스럽게 다시 이불로 얼굴을 덮었지만 이내 촌장님이 다시 한 번 소리를 질러서 어쩔 수 없이 밖으로 기어 나왔다.

방을 나가자 맛있는 냄새가 집 안 곳곳에 퍼져 있었다. 어떤 음식일까?

이 세계에서는 처음 맡아보는 냄새인데.

묘하게 익숙한 것 같기도 하고···.

“늦게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어제 그렇게 먹었으니깐 그러는 게 당연하지. 괜찮으니깐 얼른 밥이나 먹어.”

상냥하게 대답을 해 준 것은 촌장의 부인이었다. 무뚝뚝하고 체격이 큰 촌장과는 다르게 상냥하고 날씬한 사람이었다.

“남자가 고작 그 정도 술을 먹고 그 모양이라니. 쯧쯧.”

“어머? 당신도 옛날에는 술에 취해서 하루를 꼬박 앓아누운 적이 있지 않았나?”

“그, 그건! 에잇 밥이나 줘라. 해가 지기 전에 가야 하니깐.”

촌장은 창피한 과거를 묻기 위해 다급하게 말을 돌렸다. 부인은 웃으며 촌장과 내가 앉은 식탁에 음식을 내놓기 시작했다.

“이건 무슨 음식이에요?”

“동쪽에서 술 먹은 다음 날 먹는 음식 중 하나라고 하더구나, 돼지의 내장을 손질해서 넣은 다음 오랫동안 끓인 요리야.”

돼지의 내장?

그냥 돼지국밥이잖아?

실제로 한 입 먹어보니 내가 알고 있는 돼지국밥과 거의 똑같은 맛이었다. 역시 세계 어디든 음식은 다 거기서 거기인 건가. 오랜만에 한국의 맛을 경험한 나는 배가 터지도록 먹은 후 촌장과 함께 그라두스로 향했다.


§


타스타 마을을 떠나고 3일째 되는 날 목적지인 그라두스가 보이기 시작했다.

돌로 만들어진 거대한 성벽에 둘러싸인 그라두스는 말 그대로 중세 도시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 이 세계에서는 저게 보통이겠지.

“헤로스. 저기가 그라두스다.”

“그런 것 같네요.”

모니터로만 보던 도시가 막상 눈앞에 나타나니깐 무척이나 신기하다. 살면서 이런 도시를 직접 보게 될 줄이야. 마치 중세시대로 시간 여행을 온 기분이다.

그라두스는 아주 옛날 신이 강림했던 지역이라는 전설이 있다. 그 때문인지 그라두스의 주변에는 강력한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동대륙에서도 손에 꼽히는 평화 지대. 그곳이 바로 그라두스다.

“도시로 도착하면 어디로 갈 생각이냐?”

“일단은 상인 길드에 갈 생각이에요. 거기서 길드증을 받으면 다른 도시에도 쉽게 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요.”

“뭐, 네가 제법 똑똑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상인들 역시 다들 교활하고 돈에 눈이 먼 녀석들이다. 충분히 의심하고 조심하는 게 좋을 게야.”

“물론이죠.”

수중에는 금화 10개 밖에 없다.

당분간을 사용할 수 있는 돈이겠지만 이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마침 근처에 있는 도시가 그라두스라서 다행이다. 다른 도시였다면 좀 더 어렵게 돈을 모았겠지만 이 도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꼼수가 있으니깐.

잠시 후 그라두스에 도착한 나는 촌장의 도움으로 별문제 없이 성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다행히도 성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와 촌장이 친분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순조롭게 도시의 안으로 들어온 나는 마차에서 내린 다음 촌장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지금의 나는 촌장의 도움으로 이 도시에 들어온 셈이니깐 내가 사고를 치면 촌장에게도 민폐가 된다. 그러니 이 도시에서는 얌전히 있어야겠다.

“상인 길드는 동쪽이라고 했나?”

나는 미리 알아둔 상인길드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


평화롭기로 유명한 도시인 덕분인지 상인 길드가 제법 컸다. 몬스터들이 많이 없는 지역이니깐 상인들에게는 그만큼 오기 좋은 도시겠지.

길드 안으로 들어가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용무를 보고 있었고, 길드 안을 구경하는 나에게는 덩치가 좋은 한 남자가 다가와 88이라는 숫자가 적힌 목패를 건네주었다.

이게 뭐지? 하는 순간 창구에 있던 직원 한 명이 ‘78번 고객님.’이라고 외쳤다. 그러자 한 남자가 목패를 손에 들고 해당 창구로 향했다. 그렇군. 이 목패는 일종의 번호표인 모양이다. 종이가 귀한 시대일 테니깐 이렇게 목패를 이용하는 모양이다.

20분 정도 기다리자 3번이라고 적힌 창구에서 88번을 불렀고 나는 그곳으로 향했다. 창구에 도착하니 안경은 쓰고 지적으로 보이는 여자가 앉아 있었다. 이 세계에도 안경은 있구나. 게임에서도 안경을 낀 NPC가 있기는 있었지만 조금 의외다.

“용무가 어떻게 되시죠?”

“상인 등록을 하려고 합니다.”

“잠시만요.”

여자는 책상 밑에서 서류를 한 장 꺼내더니 내게 건낸다.

“작성해서 주세요.”

이 세계에서도 원래 세계에서 사용하던 문자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이미 마을에서 확인해 두었다. 간단한 사칙연산이 적힌 종이였다.

아마도 상인이 되기 위한 시험 같은 게 아닐까? 이 나이 먹고 덧셈 뺄셈이라니. 나는 순식간에 문제를 다 풀고 직원에게 건냈다.

여자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종이를 받은 다음 눈앞에서 채점을 시작했다. 볼 필요도 없이 만점. 여자는 조금 더 놀란 표정으로 내 얼굴을 한 번 바라본 다음 다른 서류를 꺼내 내게 주었다.

“시험은 합격입니다. 이걸 제출해서 주세요.”

이번에는 간단한 인적사항과 어떤 장사를 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적는 서류였다. 굳이 열심히 작성할 필요는 없겠지. 나는 빠르게 내용을 채운 다음 직원에게 넘겼다.

직원은 내가 건낸 서류를 한 번 훑어보고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는지 도장을 몇 개 찍은 다음 내가 상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상인 길드증을 만들어서 내게 주었다. 이제 이걸로 다른 도시에 가도 별 어려움 없이 들어갈 수 있다.

“수고하세요.”

나는 간단하게 인사를 마친 다음 길드를 나왔다. 이후 적당한 숙소를 잡은 다음 도시를 돌아다니기로 했다. 도시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대화나 분위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깐.

게임 『영웅전기』의 스토리는 대충 기억하고 있지만 너무 세세한 내용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틈틈이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해가 질 때까지 도시를 돌아다닌 결과 도시에 존재하는 물건들의 시세와 도시의 분위기 등을 알 수 있었다. 내일부터는 할 일에 필요한 물건들도 거의 구매해두었다. 나는 마지막 물건을 사기 위해 대장간이 모여 있는 골목으로 향했다.

해가 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망치 두들기는 소리가 나는 곳 중에 가장 허름한 간판의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 안에서는 수염이 지저분하게 나 있는 아저씨가 철을 두들기고 있었고 벽에는 다양한 무기들이 걸려 있었다.

아저씨는 일에 열중하고 있는지 내가 들어온 것도 모르고 철을 두들기고 있었고 나 역시 그런 아저씨를 신경 쓰지 않고 주변에 걸린 무기들을 구경했다. 하나같이 모두 좋은 무기들이었다. 특별한 능력이 있는 아이템은 아니었지만 무기 자체의 무게 균형 같은 게 잘 맞는 기본에 충실한 무기들이었다.

가게 안의 무기들을 거의 다 구경했을 때 주변에 계속 울리던 철 두들기는 소리가 사라지고 낮은 음의 목소리가 들렸다.

“뭘 사러 왔냐.”

대장장이는 단박에 내가 초보자라는 사실을 알아챈 것 같았다.

“좋은 검을 사고 싶은데요.”

“그러니깐 어떤 좋은 검.”

“음··· 일단은 튼튼하고 가볍고 잘 베이는 검이요.”

“미친놈.”

대장장이는 내 요구사항을 듣고 신랄하게 욕을 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구석에 있던 검 가운데 하나를 꺼내 내게 던져주었다.

“받아라.”

대장장이에게 받은 검은 도신이 보통의 검보다 조금 짧고 가벼워서 초보자가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인 검이었다. 초보자에게 이만큼 좋은 검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검이었다.

“가격은요?”

“금화 1개다.”

“···.”

“비싸다고 생각되면 두고 나가라. 검의 가치도 모르는 놈에게 팔 검은 없으니깐.”

비싸? 이 검이? 그럴 리가. 내가 놀란 건, 이 검이 내 생각보다 너무 저렴해서다. 게임에서 살려면 금화 10개는 줬어야 할 그런 검인데. 고작 금화 1개라니. 살면서 내게도 이렇게 아이템 복이 있는 날이 있을 줄이야.

참고로 나는 게임에서 좋은 아이템이라면 사용하지 않아도 일단 구매하고 아이템을 얻기 위해 몇 달을 노력할 정도로 물욕의 화신이었다. 그 성향은 아마 이곳에 와서도 변함이 없는 모양이다.

나는 곧바로 금화 1개를 꺼내서 대장장이에 건네고 좋은 물건을 싸게 팔아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대장장이는 예상하지 못한 반응인지 당황하면서 내가 주는 돈을 받았다.

이걸로 필요한 물건은 전부 구매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늦었기 때문에 일단은 여관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


다음 날 아침이 되고 나는 필요한 물건들을 챙긴 다음 도시 밖으로 나갔다. 참고로 촌장님은 이미 타스타 마을로 돌아간 모양이다.

목적지는 도시 동쪽에 있는 숲. 그중에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동굴이다. 지금 시기에는 밝혀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사실 이 도시의 주변에는 성스러운 광물이라고 불리는 미스릴이 잔뜩 매장되어 있다.

과거 이곳에 도시가 세워지기 전에 빛의 여신이 강림했던 적이 있다. 빛의 여신은 이곳에서 제법 긴 시간을 보냈고 그 결과 여신의 힘이 지역에 흘러 들어갔다. 여신의 힘은 이 땅에 매장되어 있던 은을 변질시켜 미스릴로 바꾸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가는 곳이 바로 이 미스릴이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는 동굴이다.

상업으로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는 도시이기 때문에 주변에 자원이 있는지 조사조차 한 적이 없다. 애초에 겉모습만 봐서는 광맥이 있을 거라고 예상이 되는 지역도 아니다.

게임에서는 우연히 한 소년이 숲에서 빛나는 돌을 주워오는 것으로 퀘스트가 시작된다. 소년이 주워온 돌이 미스릴이라는 걸 밝히고 이 도시 주변에 미스릴이 묻혀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주변을 수색. 결과적으로 미스릴이 매장된 동굴을 찾고 그 대가로 대량의 금화를 받는다. 라는 게 게임 내에서의 스토리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족히 몇 년은 지난 다음의 일이다.

즉 지금 그 미스릴 광산은 그대로 존재하고 있고 아무도 그 존재를 모른다는 것이다. 내 목적은 그곳에서 미스릴을 캐고 마지막에는 그 광산을 도시의 영주나 거대한 상단에게 통째로 팔아넘기는 것이다. 그러면 평생 써도 괜찮을 만큼의 돈을 벌 수 있겠지.

“저긴가?”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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