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영상노트 님의 서재입니다.

마신, 지금 잡으러 갑니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Ninese
그림/삽화
문피아
작품등록일 :
2019.08.13 09:52
최근연재일 :
2019.08.26 14:20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3,982
추천수 :
61
글자수 :
77,118

작성
19.08.13 14:20
조회
938
추천
9
글자
11쪽

마신, 지금 잡으러 갑니다 [프롤로그]

연재시작합니다




DUMMY

【 YOU DIE 】


화면이 어두워지고 내 케릭터가 죽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문구가 화면에 떠오른다. 도대체 이 x같은 문구를 몇 번이나 본 걸까? 적어도 만 번은 넘게 봤을 거다. 화를 참지 못하고 내면에 쌓인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무엇이든 박살 내고 싶지만 아쉽게도 내게 그런 여유는 없다.


저번 주에 아이템 사기를 당했을 때 박살 낸 키보드 때문에 이번 주 내내 컵라면만 먹은 것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화를 참을 수가 있었다. 나는 참을 인 세 번을 마음속으로 되새긴 다음 게임용 키보드값 17만원을 아낄 수 있었다.


“시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도 듣지 않는 작은 방에서 혼자 욕을 하는 것뿐이었다. 욕은 돈이 안 드니깐. 돈을 들이지 않고 이렇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다른 수단이 어디 있을까. 정말이지. 욕을 만든 사람에게는 노벨상도 아깝지 않으리라.


게임을 하다 보면 수십 번도 넘게 죽는 게 당연하다. 난이도가 높기로 소문난 게임인 『영웅전기』의 경우 보스를 잡다가 죽는 건 일상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보통 보스를 잡지 못했다고 이렇게 화를 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다르다.


게임 『영웅전기』의 최종 보스이자 일주일에 한 번만 도전할 수 있는 마신. 게임이 출시되고 아무도 잡지 못했던 마신에게 도전하고 실패해 죽는 건 상위권 유저들에게는 일주일에 한 번씩 반복하는 일상인 셈이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마신을 잡기 직전에 죽어버렸다.


지금까지 마신의 HP를 4분의 1 이상 깎은 파티는 없었다. 그 어떤 최상위권의 유저들이 모여도 마신의 피를 4분의 1 이상 깎지 못했다. 내가 속한 파티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 주에 나는 파티원들과 마신에게 도전하려고 했을 때 팅겨버렸고, 나를 제외한 파티원들은 마신의 던전에 들어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를 뺀 인원들끼리 마신에게 도전하고 실패했다.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팅긴 덕분에 도전권을 소모하지 않은 나는 도전권을 버리기도 아깝다는 생각에 혼자 마신의 던전에 들어가기로 했다. 4인 파티로도 잡지 못했던 것을 당연히 혼자 잡을 수가 없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가벼운 마음으로 마신에게 도전한 순간 나는 엄청난 사실을 알아챘다. 마신에게 혼자 도전할 경우 마신에게 들어가는 데미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것을.


파티원이 없기에 신경 쓸 것도 줄었고 반면에 내가 줄 수 있는 데미지는 엄청나게 늘었다. 그 사실을 알아챈 나는 뒤늦게 마신을 깰 수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고 인생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마신을 몰아붙였다.


그 결과 누구도 보지 못했던 마신의 다양한 패턴을 볼 수 있었고 마신의 피를 9할 이상 깎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소비 아이템의 부족, 처음 보는 패턴에 의한 피해, 기본적인 능력치의 부족 등의 이유로 아쉽게 마신을 잡지 못했다.


잡을 수 없는 것을 잡지 못한 경우에는 화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잡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잡지 못한 경우를 게이머는 용납하지 못한다. 나처럼 게임에 목숨을 건 게이머라면 더더욱.


하지만 괜찮다. 마신의 모든 패턴을 파악했고 혼자서 도전하면 데미지가 급증한다는 가장 중요한 공략 방법도 깨달았다. 이번 주의 도전권은 이미 소비해 더 도전하지 못하지만 다음 주에는 확실하게 잡을 수 있을 거다.


지금까지 그 어떤 뛰어난 게이머도 잡지 못했던 마신을 내가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깐 살면서 느껴보지 못했던 희열을 느낄 수 있었다. 일주일. 딱 일주일 후에 나는 게임계에서 전설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은 그런 나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마신 도전에 실패하고 1일이 지난 날 『영웅전기』의 게임 제작사의 비리 기사가 9시 뉴스에 나왔다. 나는 그 뉴스를 보며 역시 쓰레기 회사라며 욕을 했다. 하지만 비리 없는 회사가 몇이나 될까. 나는 언제나 그렇듯 헬조선다운 기사라며 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2일째에는 『영웅전기』를 만든 회사인 히어로즈의 주요 인사들이 검찰에 출두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언제나 하는 쇼겠거니 하고 나는 이번에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3일째. 각종 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 히어로즈 회사가 망할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고작 비리 하나에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게임 회사가 망하겠냐. 나는 멍청이들을 비웃으며 잠이 들었다.


4일째 『영웅전기』에 접속할 수가 없었다. 공식 사이트에 들어가자 당분간 서버를 열 수 없다는 공지가 올라와 있었다. 나는 아주 약간.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6일째. 인터넷은 『영웅전기』의 서비스 종료라는 내용으로 가득했다. 그런 정보들을 믿을 수 없었던 나는 빠르게 공식 사이트에 들어갔다. 운영자들이 올린 공지는 『영웅전기』의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것과 죄송하다는 말로 가득했다.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나를 상대로 장난을 치는 것 같아서 몇 번이고 새로고침을 눌렀다. 당연한 소리지만 공지사항의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현실을 직시하고 내가 가장 먼저 느낀 감정은 분노였다. 마치 날 노리는 듯한 현실에 분노한 나는 키보드, 모니터.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을 닥치는 데로 집어 던졌고 10분도 지나지 않아서 내 방은 난장판이 되었다.


그다음은 슬픔. 실컷 분노를 표출한 나는 난장판이 된 방 안에서 엎드린 다음 하염없이 울었다. 철이 든 이후 처음으로 애처럼 하염없이 울고 또 울었다. 옆집에서 시끄럽다고 문을 두들긴 것 같았지만, 나는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저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울고 또 울었다.


해가 지고 밖이 어두워지니 더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났지만, 배가 고프지는 않았다. 먹고 싶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


다음 날 아침. 핸드폰 알람이 울리기 시작한다. 어제 분명 집어 던졌던 것 같은데 망가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움직이고 싶지는 않았지만 알람 소리가 거슬리기에 나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화면에는 ‘영웅이 되는 날!’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 오늘이 일주일째였나. 하지만 다 부질없다. 내가 몇 년을 바친 게임은 이제 이 세상에 없고 마신을 잡을 수 있는 기회조차 사라졌다. 나는 영웅이 될 수 없다. 나는 알람을 끄고 핸드폰을 대충 던지고 침대에 누웠다.


이제 다 부질없다. 별 볼 일 없는 평범한 인생에서 한 줄기 빛과 같은 게임이었는데 세상은 그마저도 빼앗아 갔다. 세상은 나를 버린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끔찍한 일을 당하게 할 리가 없다.


정신이 조금 돌아오자 피곤이 몰려왔다. 나는 모든 걸 잊기 위해 살며시 눈을 감았고 잠에 들─


“띵동!”


옆집인가. 고작 알람 소리 때문에 찾아왔을 리는 없고. 어제 일로 찾아온 건가? 미안하지만 지금의 나는 누군가를 상대해 줄 여유가 없다. 미안하지만 다음에 다시 와라. 나는 다시 눈을 감았고 잠에 들─


“띵동! 띵동!”


시발. 그냥 가라 좀. 짜증나게.


“띵동! 띵동! 띵동!”


···


시발.


누군지는 몰라도 분명 이대로 멈출 새끼가 아니다. 내가 나올 때까지 계속 벨을 누르겠지. 나는 짜증스러운 얼굴을 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별것도 아닌걸로 벨을 누른 거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그곳에는 정갈하게 생긴 긴 생머리의 여자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옆집에 사는 사람은 돼지 새끼였으니깐 옆집 사람은 아니다. 택배기사가 이런 여자일 가능성은 없으니깐 택배도 아니다. 그렇다면 남은 건 단 하나.


“죄송하지만 무교에요. 기분 별로니깐 그냥 가세요. 험한 꼴 당하기 싫으면.”


남은 건 종교 권유 밖에 없겠지. 종교에 미친 여자에게 화를 내도 별 소용없을 테니깐 그냥 돌려보내자. 이 정도면 알아들었겠지. 나는 할 말을 마치고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여자가 문틈으로 발을 밀어 넣었다.


“···. 발 치워요.”


“영웅전기 랭킹 1024위. 닉네임은 Jo_in. 직업은 소드마스터. 맞으시죠?”


여자는 내 게임 닉네임과 직업. 거기다 랭킹까지 알고 있었다. 물론 공식 사이트에 전부 나와 있는 정보라 얻기 어려운 정보는 아니지만, 내가 Jo_in이라는 사실을 아는 건 쉽지 않았을 텐데. 뭐 하는 여자지?


“누구세요.”


“음···. 게임 회사 직원 정도라고 보면 되겠네요.”


히어로즈의 직원? 망한 회사의 직원이 나를 왜 찾아왔지?


“뭐 때문에 온 건데요?”


“마신. 잡고 싶지 않으세요?”


여자가 한 말은 무척이나 짧았지만, 그 짧은 문장이 내 심장을 뛰게 했다. 나는 문을 활짝 열고 여자의 팔을 잡으며 간절하게 물었다.


“방법이 있나요?!”


갑자기 내가 손을 잡자 여자는 조금 놀란 것 같았지만 이내 침착하게 내 질문에 대답해주었다.


“뭐. 없지는 않은데···.”


“알려주세요! 뭐든지 할게요!”


여자는 재밌다는 듯 웃음을 지으며 내 손을 뿌리치고 허리에 매고 있던 가방에서 서류와 펜을 꺼낸 다음 내게 건내 주었다.


“그 계약서에 싸인만 하면 마신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드리도록 하죠.”


이 계약서에 싸인만 하면 마신을 잡을 수 있다고? 나는 계약서를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싸인만 한 뒤에 여자에게 건네주었다. 신체 포기 각서나 보증서였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런 상황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여자는 내가 보지도 않고 싸인을 한 뒤 계약서를 건네주자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계약서를 받은 다음 가방에 넣었다.


“보지도 않고 싸인을 하는 사람은 처음이네요.”


“마신은 어떻게 하면 잡을 수 있죠?”


나는 흥분한 채로 여자에게 물었고 여자는 가방에서 총을 꺼낸 다음 내 머리에 겨누었다. 이게···무슨···상황이지? 낯선 여자가 찾아와 내 머리에 총을 겨눈다? 평범한 삶을 살아온 나의 머리로는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여자는 그런 나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금의 주저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고 곧바로 머리에서 느껴지는 극심한 고통과 함께 나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느껴지는 건 차가운 바닥의 온기. 보이는 건 여자의 다리. 그것이 이 세계에서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


작가의말

연재시작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모두 즐겁게 읽으셨으면 하네요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신, 지금 잡으러 갑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 마신, 지금 잡으로 갑니다 014화 19.08.26 135 0 11쪽
14 마신, 지금 잡으로 갑니다 013화 19.08.25 109 2 11쪽
13 마신, 지금 잡으로 갑니다 012화 19.08.24 129 4 11쪽
12 마신, 지금 잡으로 갑니다 011화 19.08.23 160 2 11쪽
11 마신, 지금 잡으로 갑니다 010화 19.08.22 141 2 12쪽
10 마신, 지금 잡으로 갑니다 009화 19.08.21 160 3 11쪽
9 마신, 지금 잡으로 갑니다 008화 19.08.20 172 2 13쪽
8 마신, 지금 잡으로 갑니다 007화 19.08.19 218 4 12쪽
7 마신, 지금 잡으로 갑니다 006화 19.08.18 208 7 11쪽
6 마신, 지금 잡으로 갑니다 005화 +1 19.08.17 228 5 12쪽
5 마신, 지금 잡으로 갑니다 004화 +1 19.08.16 242 4 11쪽
4 마신, 지금 잡으로 갑니다 003화 19.08.15 278 6 11쪽
3 마신, 지금 잡으로 갑니다 002화 19.08.14 341 6 12쪽
2 마신, 지금 잡으로 갑니다 001화 19.08.14 523 5 12쪽
» 마신, 지금 잡으러 갑니다 [프롤로그] +1 19.08.13 939 9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