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첫 대면 1
(4) 첫 대면 1
윤진 소령에게 따라붙은 건 3명이었다.
‘나에게 많이 붙었군. 근데 아그들아, 내가 이래 뵈도 사단 100m 기록자란 말이지. 에고, 그래도 좀 끌고 가줘야겠지.’
일부러 속도를 늦출 것도 없었다. 신고 있는 구두가 영 어색했던지 속도가 나지 않는다. 순식간에 따라 잡혔다.
“야, 너희들,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나 오늘 조용히 살고 싶거든, 말로할 때 그냥 가라~.”
“......”
한 놈이 무작정 덤벼온다. 무모한 공격 같지만 주먹을 예리하게 썼다. 그렇다고 맞아줄 윤진 소령도 아니다. 고개를 약간 움직여 가볍게 피하자 연속으로 무릎 공격이 이어진다. 슬쩍 손바닥으로 무릎 옆쪽을 쳐 방향을 약간 틀었다. 그러자 그것도 예상했는지 강하게 땅을 박차며 뛰어올라 돌려차기를 시도한다.
‘호오, 이 자식 장난 아니네. 3단 콤보까지! 정통 무술을 배운 놈인데.’
머릿속으로 빠르게 각국의 무술들을 훑었다.
‘우리 쪽은 아니고, 중국 쪽도 아닌데, 힘으로 싸우는 유럽 쪽은 더더욱 아니고, 남미 쪽처럼 웅크린 것 도 아닌데.’
생소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상당히 날카로웠다.
“아~ 정말, 제대로 해보잔 거야? 오늘은 ‘형아’가 정말 싸우기 싫거든. 좋은 말할 때 그냥가라. 응!”
최소한의 동작으로 슬쩍 슬쩍 피하자 세 명이 한꺼번에 덤벼왔다. 한명은 어디서 났는지 중간크기의 칼까지 들었다.
“아 썅! 좋아. 깨지는 게 그렇게 소원이라면 내가 걸레 한번 닦는다.”
일명 마루 닦기. 어릴 때 이걸 배우면서 투덜거리던 버릇이 나왔다. 유(流), 태극을 그리며 회피하는 기술이다. 팔로 원을 그리듯 안에서 바깥으로 밀어내기도 하고 바깥에서 안으로 감아오는 동작, 이것을 배우기 위해 마루를 얼마나 닦았던가. 마루에 초칠을 하고 엎드려서 걸레로 닦고, 발로도 닦고. 반질거릴 때까지 닦고 닦았다. 닦을 땐 반드시 원을 그리며 닦아야 한다는 게 단 하나의 규칙이었다. 무언가 직선으로 얼굴이나 몸으로 날아오면 자동 마루 닦기가 나온다. 유(流)라는 명칭이 있었지만, 마루 닦기라 표현하고 그렇게 가르침을 받는다. 배울 때도 실재로 마루를 닦으며 배우니 틀린 말도 아니다.
팔을 뻗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원을 그리며 들어오는 팔을 쳐냈다. 돌려차기는 두 손으로 마루를 닦았다. 칼이 날아오자 최소한의 동작으로 피하며 마찬가지로 마루를 닦았다. 칼이라고 해서 겁먹을 필요는 없다. 피하는 동작이 커지면 칼에 당하기 쉽다. 최소한의 동작만으로 회피할 수 있다면 팔이 긴 원숭이일 뿐이다. 합공을 많이 연습한 듯 치고 빠지는 모양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공방이 계속될수록 손발이 꼬이는 건 상대다. 그들은 뛰고 휘두르고 난리를 쳐야 했지만 윤진 소령은 마루만 닦았기에 여유로운 건 윤진 소령이었다.
“너희들 꽤 하는데, 근데 날 따라오려면 100년은 이르거든. 이제 그만 하면 안 되겠니?”
묵직한 한방, 남자의 로망은 한방이다. 처음 달려들던 놈의 명치에 묵직한 한방을 날린 것이다.
‘크윽, 뭐 뭐야. 갑옷이라도 입었나. 아 썅, 손 아파.’
그때 무전이 날아들었다.
“대대장, 아니 형님. 접니다 짱돌. 이놈들 이상합니다.”
“아, 잠깐, 십분간 휴식! 나 전화 좀 받고.”
적들에게 잠시 양해(?)를 구하고 무전을 받았다. 주먹이 날아왔지만 한 팔로 막으며 무전을 계속했다.
“아~ 전화하는데 반칙이다. 너! 딱 봐 놨다.”
공격하던 놈을 한번 째려본 후 무전을 계속했다.
“뭐야 바빠 죽겠는데, 왜?”
“피부가 무지 딱딱해요. 갑옷이라도 입었나 봐요.”
“나도 느끼고 있다. 근데 왜?”
“문제는 급소를 맞아도 안 쓰러져요. 한방을 진하게 찼거든요. 깨질 정도로요. 근데 멀쩡해요.”
“뭐야? 에이 그럴 리가. 그곳을 단련한단 소린 들어본 적도 없다. 설마, 그런 게 있음 내가 도시락을 싸들고 가서 진작 배웠지.”
무전을 하는 도중에도 합공은 계속되었다.
“그쪽은 몇 명 있어?”
“저한텐 한명 붙었어요. 각기 한명 아니면 두 명 정도 붙은 거 같습니다. 형님.”
“그래, 그럼 기다려봐. 내가 다시 연락할게. 이상”
“자, 통화 끝. 그럼, 다시 해볼까.”
해볼까라는 말과 동시에 뛰어올라 휘돌려 차기를 머리에 꽂는다. 다행히(?) 머리는 단련하지 못했는지 한 놈이 나가 떨어졌다.
“자, 한 놈 끝. 참, 넌 좀 기다려. 칼 들고 설치는 놈은 한방에 안 끝내. 넌 교육, 잠시대기.”
[씨익]
아까 몸통에 한방 먹였던 놈을 보며 씨익 웃어주는 윤 소령, 자신도 모르게 움찔거리는 대상, 발을 뻗는 시늉을 하자, 자동으로 움찔거린다. 그때 칼이 재차 머리를 노리고 날아왔다.
“이봐, 넌 대기라니까, 그리고 너, 뭐가 그리 단단해?”
아까 때린 그 자리를 다시 가격했다. 오기가 났기 때문이다. 갑옷을 입었다 해도 언젠가는 깨지는 게 자연의 이치다. 그게 자기 ‘주먹에 대한 예의다’라고 굳게 믿고 있는 윤진 소령에겐 때린 자리 또 때리는 고집은 남아 있었다.
‘어쭈, 정말 단단한데. 이래도, 이래도, 이래도.’
연속으로 5단 콤보가 들어갔다. 그제야 조금 반응이 오는 듯 비틀거린다. 다시 몇 대를 더 치자 그제야 무너져 쓰러졌다.
‘아이구, 때리는 것도 힘드네. 딱 열대 채워야 쓰러져?’
칼이 또 날아왔다. 슬쩍 고개를 틀어 피하며 손목을 잡고 업어치기를 하자 근처 쓰레기통까지 날아가 쳐 박힌다.
“넌, 좀 거기 그대로 있어라 엉! ‘형아’가 좀 바쁘거든.”
처음 쓰러진 놈이 정신이 들었는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타격을 입었는지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보였다. 비칠거리며 바로 서려 노력한다. 그러자 딱 급소가 눈에 들어왔다.
‘어디, 이놈도 단단 하려나.’
[빡]
‘어라, 빠각이 아니라 빡? 어디 다시.’
[빡]
“헉, 야~ 너 혹시 여자냐? 그렇다면 미안해, 난 여잔 안패는 주의거든, 근데 여자치곤 너무 산적처럼 생겼잖아. 자, 마무리.”
마무리로 안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두 놈은 이제 완전히 뻗었다.
“자, 두 명, 디 엔드. 오케이?”
짧은 영어쓰면 싸보인다 했는데 잘도 짧은 영어를 쓰는 윤 소령, 쓰레기통에 널브러져 있는 놈에게 다가가 칼을 발로 차 옆으로 치웠다. 그리고 그 놈 옆에 쪼그리고 앉아 뺨을 찰싹찰싹 때렸다.
“야, 정신 차려, 넌 아직 덜 맞았거든. 어쭈구리 기절하는 척하는 거 다 알거든. 좋은 말할 때 일어나지?”
“......”
“이게 확.”
주먹을 들어 머리를 때리려는 시늉을 하자 움찔한다.
“또 확. 야! 눈떠봐. 안 그럼 진짜 팬다.”
그 놈이 살짝 실눈을 떴다.
“야, 이 ‘형아’가 궁금한 게 있거든. 이거 대답해주면 오늘 일 없었던 일로 해주고, 어때?”
“크윽, 할 말 없다. 그냥 죽여라.”
“떼끼, 내가 무슨 백정이냐. 사람을 막 죽이게. 나 그렇게 모진 놈 아니거든, 그냥 딱 하나만 물어본다니까.”
“쓸모없는 짓 하지 말고 그냥 죽여라. 죽어도 말 못한다.”
아~ 무지 비싸게 구네.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하다고 목숨까지 거냐. 그냥 불지. 맞고 불래?”
“절대 말 안한다. 복수는 우리 동료들이 반드시 해줄 것이다. 날 모욕하지 말고 어서 죽여라.”
“......”
그원망 가득한 표정과 표독스런 눈빛으로 째려본다.
“히유~ 그 놈 참, 그래 그게 니 소원이라면. 근데, 그게 그렇게 큰 비밀이야? 그길 어떻게 단련했는지 좀 가르쳐 주는 게 그렇게 비싼가. 하긴 나 같아도 흐흐.”
주먹을 들었다.
“아~ 자 잠깐.”
무시하고 그대로 한방을 먹였다. 이제 와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모습에 정나미가 다 떨어졌다.
[휘잉~]
그렇게 방금까지 활투가 벌어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요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흠, 안 죽였다 이놈아. 죽이라더니 정말인줄 알았나 보네. 에고 삭신이야. 오랜만에 움직였더니.”
손을 탈탈 털고 일어났다.
“모두 무사해?”
“네, 형님.”
“네, 형님.”
여기저기서 무사하다는 무전이 들어왔다.
“하긴, 이런 놈들에게 당할 정도면 진작 데졌겠지. 전부 일루 모여. 몸 좀 풀었더니 술이 다 깼다. 한잔 더하자.”
“근데 형님, 이놈들 이상합니다.”
어느 선술집, 둥그런 탁자 앞에 모두 모였다.
“아까부터 뭐가 그렇게 이상하다는 거야?”
“아까 그놈 갑옷이라도 입었나 뒤졌는데요. 없어요. 아무것도! 그래서 통통 두드려보니 무슨 강철피부도 아니고 쇠 소리가 다 나더라니까요.”
아까 묵직하게 반응하던 그 감각이 아직 주먹에 남아 있다. 강철 갑옷도 꽤 두꺼운 갑옷이어야 될 정도로 단단했다.
“야, 그것보다, 막내랑 폭탄. 너희들은 낼부터 훈련 두 배다. 그런 놈들에게 몇 대 허용해?”
“아니, 전 두 놈이었다니까요. 두 놈. 그리고 이건 일부러 맞아 준 거 라고요.”
“에라이, 이놈아. 나도 두 놈이었거든, 형님은 세 놈이었고.”
“에이, 형님하고 저희랑 급이 같습니까? 프라이급하고 헤비급 차인데.”
‘막내’가 억울한 듯 툴툴거린다.
“근데, 형님. 그놈들 왜 덤빈 겁니까?”
“나도 모르지. 뭐 심심했나보지. 뭐.”
“저~ 음, 저기 말입니다. 형님.”
“왜, 짱돌, 뭐 짚이는 거라도 있어?”
“아까, 막내랑 시비 붙었던 그 여자 있잖습니까.”
“제가 언제 시비 붙었어요. 그 여자 구해줬지.”
[쓰읍~]
‘막내’를 쏘아보며 입맛을 다시자 그래도 불만인지 입을 삐죽거린다.
“그 여자가 왜?”
“그 여자, 대상 같습니다.”
“뭔 대상?”
“경호 대상이요. 세잔이라는.”
“......”
윤진 소령도 머리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다. 머리를 일부러 안 쓰려 해서 그렇지 대상이란 말에 상황정리가 되었다.
“그럼, 짱돌, 네 말은 그거야?”
“네, 맞습니다. 형님”
“그럼, 그렇겠네.”
“그렇습니다. 형님.”
“에이, 또 두 분이서 암호로 말하시네. 좀 알아듣게 설명 좀 해봐요. 짱돌 형님.”
답답했는지 모두가 궁금해 하는 눈빛이다.
“아까 그 여자가 대상, 막내가 시비 붙은 사람이 전임 경호원, 그리고 방금 붙은 놈들이 적, 언더스탠드?”
“헉, 정말?”
“헉, 하필 오늘?”
“흠, 그놈들도 정보가 꽤 빠른 놈들이군.”
“맞습니다. 형님. 내부에서 정보가 줄줄 새지 않고서야. 교대 때가 제일이죠. 가장 방심할 때니까요.”
“그럼, 지금 대상이 위험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형님.”
“그래! 모두 시간이 없으니 폭탄주 말아라. 한 번에 쭉 들이켜고 작전으로 간다. 짱돌은 상황실 꾸리고 ‘왕재수’에게 우리 무기 당장 보내라고 해. 다른 사람은 모두 전투복으로 갈아입고 대기. 이상.”
‘막내’와 ‘땅개’를 집 밖으로 내 보내 혹시 모를 주변 상황을 파악하게하고 모두 전투복으로 갈아입었다. 전투복으로 갈아입자 전투게이지가 급상승하는 기분에 절로 흥이 났다.
- 작가의말
무슨 즐거운 일 없을까요?
취미는 재밌고 흥미있고,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 풀고 이래야하는데, 취미로 시작한 일이 별로 재미가 없군요.
그래서 고민고민하다 제 나름대로 재미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피할 수 없음 즐겨야지요^^
추리한번 해보세요. ^^
주 1회 이상은 무조건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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