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옐리아 님의 서재입니다.

아인슈타인 바이러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옐리아
작품등록일 :
2013.08.26 12:36
최근연재일 :
2014.02.04 11:45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193,435
추천수 :
2,716
글자수 :
340,015

작성
13.09.02 19:17
조회
5,685
추천
81
글자
23쪽

제 2 장 연구노트 - 우라늄 235

DUMMY

(8) 우라늄 235



아침에 눈을 뜨니 수잔이 돌아와 있었다.


“아~ 언니 오셨어요? 어디 갔다 왔어요. 걱정했잖아요.”

“호호, 날 걱정해주는 사람도 있고 기분 좋은데. 참, 닥터 지니 저 좀 봐요.”


서재에서 수잔과 마주앉았다.


“닥터 지니, 조만간 큰일이 일어날 것 같아요.”

“큰일? 지금도 내 주위는 큰일이 일어나고 있소.”

“아니 그보다 더 큰일이요. 전쟁이 일어날 지도 몰라요.”


금세기 초 제국들의 대륙 쟁탈전 이후 소규모의 국지전을 제외하곤 약 사백년 동안 유래 없는 평화가 지속되었다. 전쟁이란 말이 일반인들에겐 굉장히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평화로운 시기였다. 가문의 정보로 전쟁 발발가능성을 알고 있었지만 놀란 척 했다.


“전쟁? 어디에 말이요. 우리 왕국에?”

“아뇨. 동대륙의 아르카 제국이 심상치 않아요. 작년부터 그런 얘기들이 나돌더니 동대륙 통일 전쟁을 시작하려나 봐요. 중앙대륙의 베르딘 제국과 왕국들도 연합군을 형성하여 참전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여요.”

“연합국? 무슨 자격으로 말이오.”

“딴에는 세계 평화를 어지럽히는 아르카 제국에 반대한다고 하지만 왕국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술책으로 파악되고 있어요.”

“그럼 표면적으론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는 것이군.”

“네. 아마 서대륙과 남대륙에서도 어떤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여요.”

“아니 우리 남대륙에선 왜?”

“베르딘 제국에서 연합국으로 참전하라는 압력이 들어올 거예요.”

“흠, 그럼 우리 왕국도 바빠지겠군요.”

“네. 동대륙과는 멀리 떨어져있어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겠지만 여러모로 연관된 반응이 일어날 거예요.”

“그런데, 왜 날 보자고 한 거요?”

“닥터 지니를 저희 조직으로 초대하고자 해요.”

“나를 말이오?”

“네. 당신의 능력이 필요하니까요.”

“내가 뭘할 수 있다고 그 대단한 IAEA에서 날 찾는단 말이오. 난 이번 일에만 관여할 거요. 이번 일도 앤드류 일만 아니라면 상관하지 않았을 거요.”

수잔이 의심스러웠기 때문일까, 내 대답도 그렇게 우호적이지 않았다.

“닥터 지니, 제가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절 봐서라도 한번만 만나주면 안돼요? 만나보고 판단해줬으면 해요.”

“당신을 봐서라....... 흐음.”


어떤 절박한 사정이 있는지 간곡한 말투로 청하는 수잔의 말에 조금 생각해본다 하고 서재를 나왔다. 연구노트에 대한 단서를 찾았는지 물어왔지만 찾기 힘들어 프로이트 박사의 연구를 내 나름대로 진행해 보기로 했다하고 아침을 간단히 먹은 후 연구실로 향했다.


연구실에서 앤드류의 마법월렛의 마법진을 해독하여 사용자를 나로 변경했다.


‘자 그럼, 앤드류, 네가 알리고 싶었던 게 무엇인지 볼까?’


마법월렛에선 영상플레이어 하나와 대여섯 권의 연구노트가 나왔다. 먼저 영상플레이어를 작동시켰다. 벽면을 배경으로 앤드류의 홀로그램 영상이 안개처럼 나타나며 점점 또렷해졌다. 체포직전 찍은 영상인 듯 다급한 표정이었지만 여유를 잃지 않으려 애쓰는 듯 보였다.


[“지니, 자네가 분명 이 영상을 발견할 것으로 나는 믿네. 당황해하는 자네 모습을 직접 봐야 하는데 아쉽군. 하하. 나도 곧 체포될 게야. 수년 동안 장인이 연구한 것은 무척 충격적인 내용이라, 아마 연구노트를 보면 자네도 무척 놀랄 것이야. 나로선 지금도 믿고 싶지 않다네. 지난번에 장인이 자네에게 시치리스 섬을 조사해보라 하셨던 것은, 우리가 추정하고 있는 게 너무 충격적이라 자네가 어떤 선입견도 없이 그걸 알아보길 원했던 거네. 하지만 제국의 압박이 심해지는 것 같아 자네에게 이 연구노트를 남기네. 장인이 그걸 눈치 챈 건 약 2년 전이네. 거의 확신을 가진 것이 약 1년 전이고.”]


여기까지 말하고 이후 말할 내용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는 듯 눈을 감고 심호흡을 몇 차례 한다. 심호흡하는 듯 그의 볼 살이 움직인다.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하는 앤드류의 습관적 행동임을 익히 아는 나는 더욱 집중하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먼저 장인이 발견한 내용을 얘기하자면, 시치리스 섬의 마법진을 해석하던 중, 일부 마법진이 지구 내부에 있는 특정 자원을 수집한다는 것과, 그것을 어딘가로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었네. 알다시피 시치리스 섬의 마법진은 무슨 용도인지 누가 새긴 건지 밝혀진 것이 없잖나. 그 마법진을 토대로 마도문명이 발전했지만 섬 전체의 마법진은 너무나 복잡해 분석할 엄두가 나지 않는 마법진이지. 그걸 분석할 단서를 장인께서 발견하셨던 거네. 그 단서도 연구노트에 있으니 한번 살펴보게.”]


‘호~ 분석할 단서를 찾으셨던 건가? 사실이라면 대단한 발견인데?’


시치리스 섬의 마법진은 단순하지 않다. 발견 당시부터 꽤 오랫동안 전 세계의 학자들도 그걸 해석해 내려고 애썼던 과거도 있었다. 어떤 규칙을 발견했다고 학계에 보고되기도 했지만 그런 규칙에 여러 가지 오류가 발견되면서 갑론을박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런 단서가 될 만한 것을 프로이트 박사가 발견을 했고 그걸로 일부를 해석해 본 결과 지구 내부의 자원이 수집되어 어딘가로 보내지고 있다는 것은 그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장인이 자네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시치리스 섬 마법진 모두를 해석하는 것이네. 그것을 무두 해석해야 어디로 그 자원들이 보내지는 지, 어떤 의도가 있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아서네. 문제는 우리가 해석한 좌표네. 분명 좌표가 있어야 할 부분이 너무 복잡했네. 직각좌표계로 추정한다면 x축과 y축 좌표는 해석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네. 그나마 해석된 z축 좌표도 받아들이기 힘든 숫자였지. 물론 이 z축 좌표도 보정 값에 의해 약간씩 변하네만, 대강 계산 해본 결과 우린 사십만 킬로미터라는 어마어마한 숫자를 볼 수 있었지.”]


홀로그램에 나타난 앤드류의 배경으로 여러 가지 그래프와 숫자들이 나열되고 있었다. 아마 연구노트의 내용 중 일부일 것이다. 숨도 쉬지 않고 여기까지 말한 앤드류는 바깥의 동정을 살피는 듯 문 쪽을 힐끗 기웃거리더니 다시 말을 계속했다. 더욱 말이 빨라지는 것 보니 바깥 상황이 별로 좋지 않아보였다.


[“자네에게 너무 큰 짐을 주는 것 같아 미안하네. 동봉한 여섯 권의 연구노트 중 하나는 내 개인 연구노트네. 그건 마법진하고 상관은 없네만 그걸 보면 내 고민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있을 거야. 그리고 그것에 대한 자료는 여기 영상플레이어에 모두 담겨있네. 그럼 건투를 비네. 그리고 자네가 내 친구란 게 너무나 고맙네.”]


이렇게 영상은 끝나있었다.


‘흐음, 지구 내부의 자원을 수집하고 그걸 사십만 킬로미터라는 높이로 올려보낸다?’


창밖을 바라보니 약간의 구름만 있는 파란 하늘이 보였다. 사십만 킬로미터라면 저 파란 하늘 밖의 세상이다. 여섯 권의 연구노트 중 앤드류의 연구노트부터 확인했다.


‘응? 이건?’


아무도 없는 방이었지만 혹시 누가 없는지 두리번거렸다. 그 정도로 위험한 내용이었다.


‘제길, 갑자기 이게 왜 여기서 나오는 거야. 이것 때문이군. 제국이 앤드류를 체포한 이유가. 호~ 그래도 대단하네. 이 정도까지 연구할 정도면.’


그랬다. 앤드류가 연구한 것은 무기였다. 그것도 고대인의 무기, 고대인의 멸망과 관련된 무기인 악마의 무기였다. 앤드류의 소설에서도 나오듯 앤드류가 생각한 극강의 무기는 바로 핵무기였던 것이다.


[찰싹, 찰싹]


정신을 차리기 위해 손바닥으로 얼굴을 몇 번 두드려보고는 앤드류의 개인 연구노트와 영상플레이어를 마법월렛에 넣고 이중암호까지 걸었다.


‘이건 이번에 본가로 돌아갈 때 비고(秘庫)에 넣어둬야겠다. 드러나선 안 될 내용이야.’


앤드류의 개인노트를 숨긴 나는 프로이트 박사의 연구노트를 펴들었다. 총 다섯 권으로, 앤드류의 설명을 듣고 난 후라 그런지 내용들이 쉽게 읽혔다. 좌표는 계산을 다시 해봐야겠지만 분명 수집(收集)마법진으로 보였고 그것도 증폭마법들이 중복적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아, 얼핏 보기에도 상당히 광범위한 범위까지 영향을 미치게 설계되어있었다. 무엇을 모으기 위한 것인지도 따로 계산이 필요할 듯 보였다.


‘시치리스 섬에 가보지 않고는 알 방법이 없겠군.’


언제가 될지 모르는 시치리스 섬 방문, 그전에 무엇을 모으는지, 어디로 보내는 지를 계산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프로이트 박사와 앤드류의 계산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를 신뢰하기에는 그것이 가리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다. 갑자기 대기권 밖으로 뭔가를 보내는 마법진이라니. 그렇게 프로이트 박사의 연구노트를 분석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제니가 찾아왔다. 벌써 시간은 오후 세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아~ 제니 어서와. 오늘부터 수업 끝나면 나에게 과외를 좀 받아야겠어.”


제니의 능력이 필요했기에 제니의 학문적 수준을 높일 필요성이 있었다.


“우선 제니가 해야 할 것은 5대 마법진 원형을 외우는 거야. 그 도형을 안보고도 그릴 수 있도록 정확히 훈련해야 돼. 주의할 점은 선들의 간격이야. 도형이 크든 적든 선들의 간격은 정확히 맞아 떨어져야 효력을 발휘하니까.”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내 설명을 듣는 제니, 그녀의 눈에도 의지가 읽혀졌다.


“그러고 나면 응용이야. 이제 그 선들의 간격을 변화시켰을 때 나타나는 기본 유형들을 다시 배워야 해. 그리고 두 가지 이상의 마법진이 중첩되었을 때 나타나는......”


장황한 설명을 이어가자 제니가 난색을 표한다.


“교수님! 그것 다 하려면 십년도 더 걸리는 거잖아요. 당장 해야 할 것부터 말씀해주세요.”


욕심이 과했나보다. 말을 하다 보니 마법학자가 일반적으로 걷게 되는 길을 제니에게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 우선 5대 마법진 외우는 것부터, 그걸 못하면 시치리스 섬에 가더라도 별 소득 없어. 아까도 말했듯 선과 선, 그 간격 비율을 외워야 해.”


과외의 시작은 순조로웠다. 무엇보다 배우는 제니의 수준이 높았다. 언제 될지 모르는 시치리스 섬 방문 전에 제니의 실력을 최대한 올려놓아야 했다.

그렇게 제니에게 각 마법진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을 때 수잔이 찾아왔다.


“닥터 지니, 뉴스 들었어요?”


문을 열고 들어오며 수잔이 급하게 묻는다. 무엇이 그렇게 급한지 모르지만 그녀답지 않게 서두르는 느낌이다. 리모콘을 찾아 뉴스 채널을 누르자 한쪽 벽에서 뉴스 캐스터가 등장했다.


[“아르카 제국에서 선전포고와 함께 남진(南進)을 시작했습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세계 전도(全圖)가 나타나며 빨갛게 칠해진 동대륙 아르카제국 영토 밑으로 화살표가 진격방향을 나타내고 있었다.


[“오늘 새벽 6시를 기해 시작된 전쟁은 현재 단숨에 노르딘 왕국을 초토화 시켰습니다. 아르카 제국의 무차별한 공중 포격이 약 3시간여 지속되었으며 왕궁을 비롯한 왕성 전체가 포화에 휩싸였습니다. 자료화면 보시죠.”]


노르딘 왕국의 왕성 상공으로 전투기가 지나가는 모습과 포격모습, 폐허가 된 왕성의 모습, 그리고 그 안에서 울고 있는 어린아이와 왕국민들의 모습이 잠깐 잠깐씩 스쳐지나갔다.


[“중앙대륙의 베르딘 제국이 전쟁에 반대하는 규탄 성명을 발표했으며, 베르딘 제국을 비롯한 연합군의 참전이 시작되면 세계대전으로 확전될 것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습니다.”]


“흐음, 드디어 시작되었군.”

“네, 그래서 말인데 지금 시간 어떠세요?”


시계를 보던 수잔이 말한다.


“약속은 없지만 여기에 있어야 할 듯 하오만.”

“잠시 시간을 내 주세요.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난 당신의 조직에 관심 없소.”

“알아요. 그래도 시간을 좀 내 주세요. 왕국 지부장이 조금 있다 올 거예요.”

“흐음, 좋소. 만나는 거야 어렵지 않지. 무슨 말을 하는지 한번 들어는 보겠소.”

“고마워요. 호호”


그러면서 갑자기 내 볼에다 키스를 한다. 몇 번 당해본 기습 키스지만 오늘 받는 키스는 의미가 달라보였다. 늘 장난 가득한 키스였는데 오늘은 진심으로 고맙다는 느낌이 전해져 온다. 수잔이 말하는 고맙다는 말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녀는 왜 내 곁에 머물려고 할까, 현재론 짐작이 가지 않는다.


“언니!”

“호호, 그럼 모시고 올게요. 잠시 기다려요.”


제니와 수잔의 신경전, 언제나 같은 광경이다. 수잔이 나가고 십분 정도 지났을 때쯤 그녀가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인을 데리고 들어왔다.


“안녕하시오. 닥터 지니. 헤르만이라하오. 당신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소. 여기선 말하기 그러니 잠시 자리 좀 옮깁시다.”


처음 만나자 마자 자리부터 옮기자고 한다. 뭔가 꼬장꼬장한 성격일 것 같은 선입견이 든다. 제니의 눈치를 보는 것이 제니가 있어 말하기 껄끄러운 것 같다.


“흠, 제니는 아마 아실 테고, 제니가 있어 말할 수 없는 내용이라면 나도 듣지 않겠소.”

“아~ 그러시지 말고.”


수잔이 중재하려 하자 난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이젠 상황에 이끌려 가지 않겠다는 내 나름대로의 의지표현이었다.


“흐음, 좋소. 제니양은 신뢰할 만하니 상관은 없소.”


헤르만이 잠시 생각더니 이내 동의를 표한다.


“그럼 이쪽으로 앉으시죠.”


그렇게 회의용 탁자에 그들을 앉히고 커피를 넉 잔 타서 돌린 후 나도 자리에 앉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소. 우리 IAEA에서 당신의 도움을 바라고 있소. 지금 조직에서는 현재의 전쟁 상황을 무척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편이오. 우리가 파악하기론 아르카 제국의 야심이 동대륙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고 서대륙의 리만제국도 조만간 통일전쟁을 시작 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소.”

“전쟁에 관한 얘기라면 일개 마법학자인 내가 무슨 도움이 된단 말이오.”

“아~ 그전에 먼저 전쟁 판도부터 말씀드리는 게 이해하기 쉬울 거예요.”


수잔이 끼어들었다. 그녀와 헤르만은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은 듯 그녀의 태도는 사무적일 뿐이었다.


“아르카 제국과 리만제국이 각각의 대륙 통일전쟁을 시작하거나 할 거예요. 중앙대륙의 베르딘 제국은 현재의 질서를 옹호하는 입장이라 아마 아르카 제국과 리만제국을 동시에 상대해야 할 거고요. 아시다시피 남대륙의 각 왕국은 각기 따르는 제국들이 있어 통일된 행동을 보이지 않을 테고, 그래서 중앙대륙의 베르딘 제국과 각 대륙의 몇몇 왕국들이 연합하여 연합군을 꾸리고 있는 실정이죠. 우리 IAEA는 곧 연합군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할 거고요. 현재까지 IAEA가 개발한 무기들도 공개하여 베르딘 제국에 공급할 예정이에요.”


헤르만이 힘들다는 표정으로 첨언한다.


“후~ 그렇다고 해도 힘이 부치는 건 사실이오.”

“IAEA가 공개하는 무기는 모두 마법적 요소가 없는 무기요. 그리고 반마법장을 광범위하게 형성하는 방법들도 공개될 것이오.”

“반마법장? 안티 매직 필드를 말하는 것이오?”

“그렇소. 그래서 당신이 필요하오. 안티 매직 필드를 광범위한 범위에 펼치기엔 한계가 있소. 닥터 지니, 당신의 3차원 입체 마법이 필요하오.”

“흐음......”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누가 옳고 그르다는 판단을 할 수 없는 것이 전쟁이라는 괴물이다. 우리 왕국이 전쟁을 치르는 것이라면 또 다른 문제지만, 다른 나라의 전쟁에 누가 옳고 그르고를 따질 수는 없다. 각국 나름대로의 생각과 의도가 있는 것이 전쟁이기 때문이다.


“난 전쟁 자체를 반대하오. 그리고 현재로선 남의 나라 전쟁에 내가 관여할 상황은 아니라 보이오만. 제국이나 당신들 IAEA도 당신네들의 이익을 위해 이 전쟁을 수행하는 것이지 않소. 나는 누가 선인지 악인지 모르오. 아니 전쟁에 선과 악은 없소.”

“......”


단호한 나의 말에 약간의 정적이 흘렀지만 헤르만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연합군이 이겨야 하는 이유를 몇 분에 걸쳐 장황하게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공감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자기들의 잣대로 모든 걸 판단하고 있다는 편협함 마저 들었다. 어쨌든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 내 반응은 그대로 냉소적일 수밖에 없었다.


“다음에 다시 오겠소. 그땐 좋은 결과를 얻길 바라오.”

“그때도 마찬가지 일 거요. 만나서 반가웠소. 모쪼록 하시는 일 잘 되길 바라오.”


그렇게 그는 소득 없이 돌아가야만 했다. 같이 따라 나서는 수잔이 문을 나서다말고 뒤 돌아 보며 날 향해 방긋 웃으며 윙크한다. 분위기와 맞지 않게 만족한 표정이다.


‘저 여잔 왜 저런 표정을 지을까, 저들의 의도가 틀어졌는데?’


알 수 없다. 그녀는 정말 내가 예상할 수 없는 곳에 사는 사람인 것 같다.


다음날, 프로이트 박사의 연구노트를 더욱 세밀히 알아보기로 했다. 먼저 프로이트 박사가 찍은 사진들을 벽에 이어 붙여 마법진을 완성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퍼즐작업이다. 백여 장의 사진을 이어 붙이자 거대한 마법진이 벽에 그려졌다.


‘중앙부분이 수집마법진이군. 프로이트 박사의 분석대로라면 그 둘레가 이송 마법진인가? 왼쪽 숲속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건 나중에 직접 가서 확인하면 되겠고, 일단 수집 마법진은 거의 온전한 형태로 보이니 이것부터 분석해 보자.’


스캔 스크롤을 찢어 원하는 중앙 부분을 스캔하고는 대형 스크린에 띄웠다. 마우스를 이리저리 조작하여 원하는 부분을 확대해보기도 하고 이곳저곳 마법선이 간섭된 부분을 확인했다.


“3차원 마법진이군. 마크, 해체 작업이 만만치 않겠어. 내가 해체해서 넘겨주는 화면을 종류별로 분류해주고, 제니는 내가 해체하는 부분에서 혹시 중복된 건 없는지, 연구노트와 비교해보고 내가 못보고 넘어가는 게 있으면 지적해 줘.”


관찰력이 뛰어난 제니에게 혹시 내가 발견하지 못하는 게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했다. 물론 나의 공간 지각력이라면 3차원 마법진이 내 머릿속에 해체해서 떠오르기에 놓치는 부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제니에겐 이렇게 비교 검토하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한 장 크기의 3차원 마법진은 책 한권 분량의 2차원 마법진과 동일할 정도로 복잡하다. 이것이 섬 전체에 그려져 있다. 물론 종이위에 그리듯 선과 선사이가 그렇게 가깝진 않았지만 그래도 엄청난 크기다.

수집(收集) 마법진을 응시하자 눈앞으로 3차원 마법진이 입체적으로 떠올랐다. 이정도로 복잡한 도형을 프로이트 박사 그룹에서 ‘지구 내부의 어떤 자원을 수집하는 마법진’이라 결론 내릴 수 있었다는 것만 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뛰어난 마법학자라도 3차원 마법진을 분석하기는 지난한 노릇이다. 아마 그들은 거의 2년 동안, 대부분의 시간을 마법진 해체에 매달렸을지도 모른다. 수년 전에 학계에 발표한 나의 3차원 마법진 개념을 몰랐다면 시치리스 섬에 그려진 마법진이 3차원 마법진이란 것도 몰랐을 것이다. 지금까지 시치리스 섬의 비밀이 밝혀지지 않았던 건 그것을 2차원 마법진으로만 바라보니, 5대 마법진의 원형을 벗어난 마법선들이 기묘하게 얽혀있는 걸 알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한 달 정도는 이것에 매달려야 할 거야. 해체만도 일주일은 더 걸릴 것 같아.”


내 눈앞에 입체적으로 떠오르는 걸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한다. 아니 눈앞에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평면에 보이는 사진이 내 머리 속에서 해체되고 재조립되어 떠오르는 것이다. 그걸 각각의 도형으로 해체해서 마크에게 넘겨주는 작업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교수님, 결론이.......”

“그래, 결론은 났어. 상상하지도 못하겠군.”


마크가 조심스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 나도 믿기지 않는 음성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다. 수집 마법진의 분석결과, 차라리 잘못 해석한 것이라면 좋겠단 생각이 먼저 들었다. 3차원 수집 마법진, 그것은 프로이트 박사 그룹이 예상했던 대로 지구 내부의 자원을 오랜 시간동안 수집하는 도형이긴 했다. 하지만 조금 더 심각했다. 수집하는 것까진 맞았지만 수집과 함께 추출을 목적으로 하는 마법진이었다. 그 마법진의 힘은 대단하여 시치리스 섬 주위의 바다 전체에 미치고 있었다. 사나야 왕국에서도 멀리 떨어져 외따로 떨어져 있는 시치리스 섬, 그 마법진이 미치는 영역은 수백 킬로미터에 달했다.


“추출 마법진이야. 그것도 질량차이를 이용한 추출,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아?”


나의 물음에 조심스레 마크가 대답한다.


“중요도로 봤을 때 일반 물질은 아닐 거고 그것도 정밀한 질량차이를 이용한 추출은.......”

“그래 맞아, 우라늄 235.”

“.......”

“우라늄 235가 뭐예요?”


마크의 심각한 표정에 제니가 의문을 표한다. 심상치 않은 기류를 느낀 탓인지 그녀의 물음도 떨려왔다.


“확실하진 않아. 시치리스 섬 주위에 천연우라늄이 매장되어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 확실해 지겠지.

“우라늄이 뭐냐니까요?”

“지구에서 가장 무거운 물질중 하나.”


마크가 짧게 대답한다.


“에이, 그럼 광산이란 말이에요, 시치리스 섬 전체가? 누가 그런 걸 힘들게 그런 섬에 설치한 거야. 일주일 내내 연구한 결과치고는 너무 허무하잖아!”


‘그래. 광산은 광산이지. 문제는 우라늄235를 추출하는 시설이라는 게 문제지. 그리고 그걸 어딘가로 보내는 것이라면. 후~’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어떤 복잡한 음모의 한 귀퉁이를 본 것 같다.


“뭐 그래도 일주일 간 재밌었어요. 마법진 분석이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교수님이랑 해서 그런가. 호호”


속편한 제니의 웃음소리가 나에겐 공허하게 들렸다. 이 아이에게 자세한 얘기를 할 필요는 없으리라. 그냥 지금의 청춘을 즐기며 미래를 준비해 가면 되는 것이다.


“그래, 제니도 수고했어. 참, 주말엔 고향에 다녀와야 혼자 있어야겠다. 수잔에겐 내가 말해놓을게.”

“피~ 교수님, 저도 성인이라고요. 무슨 보호자가 필요한 것처럼 얘길 해요? 언니랑 열심히 놀고 있을게요. 근데 방학 땐 꼭 데려가 주는 거 약속했어요.”

“그래, 다음엔 같이 가기로 하자.”


르노아 가(家)가 제기한 TCD회의, 그걸 위해서 이젠 본가로 출발해야 한다. 무거운 짐이 내 어깨에 얹어 있는 것 같아 괜히 축 늘어지는 느낌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Personacon ANU
    작성일
    13.09.02 19:31
    No. 1

    지니와 제니는 이름이 비슷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작가님이 정해놓으신 히로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옐리아
    작성일
    13.09.02 19:55
    No. 2

    이런 글 쓸때 줄거리나 표현보다 가장 어려운게 사람이름인것 같아요. 한국이름이 아니니 무지 힘듦.
    지니 옆에 있는 여자들은 세명이죠. 수잔, 제니, 세잔 주인공 네명이 비슷하죠? 세잔이란 이름을 분리하면 수잔과 제니가 될 것 같은.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수면선인
    작성일
    13.10.09 15:09
    No. 3

    시치리스섬이 북한 강계 근처쯤되나보군요. 세계 최대 우라늄 매장지역..!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 옐리아
    작성일
    13.10.11 18:42
    No. 4

    음. 아주 뒤에 나옵니다. 어떤 곳인지 ^^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인슈타인 바이러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변경 +1 13.09.15 5,299 0 -
59 제 10 장 영웅의 전설 +3 14.02.04 608 16 9쪽
58 제 9 장 현실이 된 위협 - 시치리스섬의 비밀 +4 13.11.22 521 19 10쪽
57 제 9 장 현실이 된 위협 - 나의 비밀 +4 13.11.21 391 14 13쪽
56 제 9 장 현실이 된 위협 - 제 1 차 우주 타이틀 매치 2 +5 13.11.12 1,063 25 13쪽
55 제 9 장 현실이 된 위협 - 제 1 차 우주 타이틀 매치 +2 13.11.11 747 17 16쪽
54 제 8 장 찬란하게 빛나는 청춘이여 - 행성 대 탈출 +2 13.11.01 688 17 18쪽
53 제 8 장 찬란하게 빛나는 청춘이여 - 단 한번의 공격과 두 번의 멸망 +1 13.10.31 531 13 7쪽
52 제 8 장 찬란하게 빛나는 청춘이여 - 작전명 붉은 아레나 13.10.31 1,028 14 14쪽
51 제 8 장 찬란하게 빛나는 청춘이여 - 센타우루스 +6 13.10.30 894 21 14쪽
50 제 8 장 찬란하게 빛나는 청춘이여 - 보답과 욕심 +1 13.10.30 688 22 11쪽
49 제 8 장 찬란하게 빛나는 청춘이여 - 데이트라는 욕심 +1 13.10.29 729 17 7쪽
48 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성숙한 인류 +2 13.10.28 758 24 12쪽
47 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외계의 침공 2차전 +1 13.10.23 653 23 11쪽
46 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예기치 않은 침공 +2 13.10.21 759 23 10쪽
45 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결전을 위해 +5 13.10.16 1,015 16 10쪽
44 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외계인 +4 13.10.14 1,491 43 13쪽
43 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첫 대면 3. +2 13.10.10 862 20 10쪽
42 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첫 대면 2. +5 13.10.07 807 24 8쪽
41 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첫 대면 1 +4 13.10.04 913 21 11쪽
40 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경호 +4 13.10.03 2,287 41 12쪽
39 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지구방위군 합동참모회의 +4 13.10.02 880 19 19쪽
38 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지구 방위군 창설 +5 13.10.01 1,081 22 9쪽
37 제 6 장 시간여행 - 탐사대 +3 13.09.30 860 25 10쪽
36 제 6 장 시간 여행 - 우주전쟁의 단서 +6 13.09.27 925 30 21쪽
35 제 6 장 시간 여행 - 워프 항법 +4 13.09.25 1,009 18 14쪽
34 제 6 장 시간 여행 - 이방인 +4 13.09.25 755 18 8쪽
33 제 5 장 맨해튼 프로젝트 - 세잔의 목걸이 2 +5 13.09.22 886 14 14쪽
32 제 5 장 맨해튼 프로젝트 - 착용로봇 +3 13.09.21 1,538 28 11쪽
31 제 5 장 맨해튼 프로젝트 - 세잔의 목걸이 1 +3 13.09.20 969 24 8쪽
30 제 5 장 맨해튼 프로젝트 - 대를 위한 소의 희생 +3 13.09.20 1,082 26 9쪽
29 제 5 장 맨해튼 프로젝트 - 핵심 연구인력 +4 13.09.17 6,285 114 15쪽
28 제 5 장 맨해튼 프로젝트 - 목숨의 무게 +3 13.09.16 5,086 92 15쪽
27 제 5 장 맨해튼 프로젝트 - 드래곤 프로젝트 +4 13.09.16 4,649 56 15쪽
26 제 4 장 E=mc^2 - 2차 타격 +6 13.09.14 5,925 74 9쪽
25 제 4 장 E=mc^2 - 중수공장 +4 13.09.14 5,735 53 16쪽
24 제 4 장 E=mc^2 - 에너지와 질량의 교환 +4 13.09.14 4,989 36 12쪽
23 제 4 장 E=mc^2 - 핵무기 개발계획 +4 13.09.14 5,173 52 11쪽
22 제 4 장 E=mc^2 - 전쟁억제력 +2 13.09.11 764 18 9쪽
21 제 4 장 E=mc^2 - 알폰소 왕자 +1 13.09.08 5,431 66 11쪽
20 제 3 장 드래곤의 알 - 다중우주, 차원의 분리 +3 13.09.06 6,078 83 12쪽
19 제 3 장 드래곤의 알 - TCD 회의 +1 13.09.06 4,118 54 9쪽
18 제 3 장 드래곤의 알 - 고대의 유물 +3 13.09.05 5,256 91 11쪽
17 제 3 장 드래곤의 알 - 가문의 비밀 +6 13.09.04 4,376 61 13쪽
16 제 3 장 드래곤의 알 - 가문의 비고(秘庫) +5 13.09.03 5,002 56 18쪽
» 제 2 장 연구노트 - 우라늄 235 +4 13.09.02 5,686 81 23쪽
14 제 2 장 연구노트 - 연구노트의 행방 +6 13.09.01 7,362 68 19쪽
13 제 2 장 연구노트 - 천재소년과 나 +2 13.09.01 5,845 46 14쪽
12 제 2 장 연구노트 - 사첼 백과 채찍 그리고 자전거 +4 13.08.31 5,513 97 15쪽
11 제 2 장 연구노트 - 단서 2 +2 13.08.29 4,739 70 12쪽
10 제 2 장 연구노트 - 드러난 숫자 88, 14, 79 +7 13.08.28 5,632 54 16쪽
9 제 2 장 연구노트 - 단서 1 +2 13.08.28 9,299 93 11쪽
8 제 2 장 연구노트 - 제국의 음모 +2 13.08.27 6,655 68 17쪽
7 제 1 장 위대한 발견 - 닥터 수잔과 제니 그리고....... +2 13.08.27 6,620 120 23쪽
6 제 1 장 위대한 발견 - 제니아 로렌스 +4 13.08.27 5,298 84 25쪽
5 제 1 장 위대한 발견 - 닥터 수잔 +4 13.08.26 4,268 79 13쪽
4 제 1 장 위대한 발견 - 바람의 마법도형 +2 13.08.26 7,079 83 11쪽
3 제 1 장 위대한 발견 - 프로이트 박사 +3 13.08.26 7,941 86 9쪽
2 제 1 장 위대한 발견 - 마법공학 발전사 +2 13.08.26 4,175 35 13쪽
1 Prologue +2 13.08.26 6,424 92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