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옐리아 님의 서재입니다.

아인슈타인 바이러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판타지

옐리아
작품등록일 :
2013.08.26 12:36
최근연재일 :
2014.02.04 11:45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193,437
추천수 :
2,716
글자수 :
340,015

작성
13.09.01 18:29
조회
7,362
추천
68
글자
19쪽

제 2 장 연구노트 - 연구노트의 행방

DUMMY

(7) 연구노트의 행방


대충 외출준비를 하고 제니와 함께 앤드류 집으로 향했다. 튜브나 자전거를 애용하던 나는 오랜만에 차고에 있던 자동차를 꺼냈다.


“남몰래 가는 거 아니었어요?”

“아냐, 이럴 때일수록 일부러라도 공식적인 행동을 해야 돼. 참, 앤드류 부인인 수지는 알고 있지?”

“아뇨. 저는 그 집안사람들 중 할아버지 밖에 몰라요. 제 이름을 들으면 알지도 모르지만 직접 뵌 적은 없어요.”


30여 분 차를 몰자 앤드류의 동네가 보였다. 이곳 어딘가로 연구노트가 블링크 되었을 거라 생각하니 모든 게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수지 오랜만이야. 경황이 없어 이제야 왔네. 이쪽은 내 제자 제니라고 해.”

“안녕하세요?”

“잘 오셨어요. 안 그래도 당신 걱정도 되었는데, 별 일없죠?”

“정보국에서 감시는 하고 있어. 다행이다. 네가 기운을 차려서.”

“나라도 힘을 내야하잖아요. 혹시 남편 소식 들어온 것은 없어요?”

“집에도 소식이 없나보군. 아카데미도 뒤숭숭해. 총장에게도 물어봤는데 아는 게 없다더군.”

“변호사를 선임해서 면담을 요청했지만 이상하게 답을 주지 않아요.”

“변호사 면담도 거부한다는 거야?”

“네. 맡겠다는 곳도 겨우 찾았어요. 처음엔 맡겠다는 곳이 있었는데 두 군데나 번복했어요. 이번 변호사는 그래도 계속 맡는다고는 하는데 어찌될 진 몰라요. 그렇게 열성적이지도 않고.”

“아버님 쪽은 어떤가?”

“그쪽도 마찬가지에요. 학계에서 공개 질의서도 보내고 구원운동을 하겠다는데, 반역죄라 상당히 조심스러운가 봐요.”

“이런 말한다고 위로가 안 되겠지만, 너무 걱정 하지마. 다 잘 될 거니까. 나도 나름대로 알아보고 있으니.”

“말씀만이라도 고마워요.”

“참, 그날 앤드류가 나한테 남긴 말이나 다른 게 없었어?”

“네. 정보국에서도 같은 질문을 하더군요. 그때 집으로 온 뒤 바로 서재로 들어가서 뭔가를 하는 것 같았어요. 그리곤 바로 체포 되어서......, 너무 허둥대서 진정하라고 제가 몇 번을 말했거든요.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서재로 갔었어요.”

“서재는 그대로야?”

“경찰들이 들쑤시고 가서 이제 겨우 정리 해놓은 상태에요.”


수지의 안내로 서재로 갔다. 정리를 다시 한 듯 깨끗하게 정돈되어있었다.


‘이래가지곤 단서 될 만한 것도 없겠는 걸. 흠.’


혹시나 싶어 제니를 봤지만 제니도 별반 차이 없는 듯 어깨를 으쓱인다.


“아 여기도 있네. 이건 제본까지 해두었군.”


1479라는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아시잖아요. 첫 소설이라며 무척 아낀 걸.”

“그래 그랬지. 내가 조수로 나와서 상당히 기분 나쁜 책이지만 말이야. 후후”

“아마 늘 비교되는 남편의 열등감 같은 거였을 거예요. 호호”


수지가 웃으니 좋았다. 이렇게라도 걱정을 잠시나마 떨쳐낼 수 있으니 잘 왔다 싶었다.


“아냐 열등감이라니, 학계에서 앤드류를 얼마나 높이 평가하는데, 늘 그 열정은 닮고 싶은 친구지.”

“어머 그이가 들으면 좋아하겠어요. 집에 오기만 하면 닥터 지니 당신 말밖에 안 했어요. 친구이자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내가 할 소릴 다 했군. 그 열정은 언제나 존경할 만했지.”


이런저런 덕담을 주고받으며 제본되어있는 책을 꺼냈다. 원고를 수정한 듯 조금 세련된 문장으로 다듬어져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인 줄거리는 그대로라 출판했더라도 팔리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역시 들었다.


“오호~ 그래도 좀 더 리얼하고 박진감 넘치게 리메이크했는걸. 흠, 난 더 멍청하게 그려져 있군.”

“호호, 얼마 전까지도 글을 수정했었어요. 제본된 것은 결혼 선물로 제게 준거고요. 어디보자. 어디 있을 텐데, 아 여기 있네요. 다시 수정한 원고에요. 이젠 단편이 아닌 장편으로 봐야 할 거에요.”

“이것은 으음, 그렇군. 앤드류도 평행우주에 대해 미련을 못 버렸군.”


건네받은 꽤 두꺼운 원고를 대강 읽어보니 고민의 흔적이 보인다. 단순히 천재 소년이 무기를 개발해 외계인의 침략에 맞선다는 내용에서 그 외계인과의 싸움이후에도 멸망해 가는 은하를 탈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더해져 있었다. 평행우주로 여행하는 방법도 상상력을 동원해 몇 가지 아이디어를 내놓은 것이, 아마도 그녀의 실종에 대해 상심하고 몸부림치던 내 모습을 보며 상상으로나마 친구에게 도움을 주기위한 그만의 우정 표현 같았다. 갑자기 감정이 올라와 나도 모르게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얼른 고개를 돌렸지만 내 표정만 보고 있던 제니에게 들켜버렸다.


“교 교수님.”

“아 아냐, 좀 기분이 그러네.”


‘앤드류, 반드시 너의 억울함을 내가 풀어줄게. 조금만 더 고생하시게.’


제니가 가만히 내 손을 잡아주었고 수지는 묵묵히 찻잔에 차를 더 따라주었다.


‘응? 시간차마법이라, 꽤 흥미롭군. 다른 우주로 가면 돌아올 방법이 없으니 자동으로 시간이 지나면 발현되는 마법을 걸고 다른 차원으로 간다는 말이지? 역시 앤드류, 상상력은 따라갈 수가 없군. 시간 안에 볼일을 보고 그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돌아오게 한다? 일종의 마법 끈을 연결해 놓고 하는 거군. 호오, 그럴듯해. 현실에도 가능할 것 같은데.’


“아참, 이맘때가 결혼기념일이지?”

“네, 오늘이 결혼기념일이에요. 오늘 같이 영화보기로 했었는데, 흑흑.”


결혼기념일이란 단어에 감정이 복받쳤는지 흐느끼며 지갑에서 영화티켓을 꺼낸다. 미리 예매를 해두었던 두 장의 티켓, 요즘 화제를 몰고 다니는 영화 ‘첫날밤에 생긴 일’이란 영화제목이 보인다. 앤드류의 취향인 멜로물이다.


‘응? 첫날? 결혼기념일?’


갑자기 머리를 스쳐가는 어떤 영감이 떠올랐다.


“수지, 앤드류가 체포된 것이 몇 시쯤인지 기억해?

“저녁이 한참 지나서니까 한 아홉 시쯤 되요. 왜요?”

“아 아니야. 그게 아니고 연극이 언제 시작하지?”

“이건 일곱 시에 시작해요. 왜요, 이 티켓 필요하세요?”


티켓을 확인하곤 수지가 대답했다. 시계를 확인하니 다섯 시가 조금 지났다.


“아냐. 요즘엔 몇 시에 하나 해서.”

“싱겁긴, 하긴 당신 그런 문화생활 한지 벌써 십여 년 된 거 같네요. 그 일이 있은 후니, 아 미안해요. 이런 말해서.”

“아냐, 이젠 여기가 그렇게 아프진 않아. 이런 벌써 다섯 시군. 차만 마시고 가려 했는데 시장한 걸. 수지가 해준 밥 오랜만에 먹고 갈까?”


내 심장을 가리키며 너스레를 떨었다.


“교수님! 제가 오늘 저녁 해드린다고 했잖아요. 어서가요.”


제니가 옆구리를 찌르며 눈총을 준다.


“그건 내일 해줘도 되잖아. 오늘은 여기 좀 더 있다가 가.”


그러면서 한쪽 눈을 찡긋거려 양해를 구했다. 수지가 깜짝 놀라더니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와 제니를 번갈아 보았다.


[“이제 드디어 여자가 생긴 거예요? 동거?”]

[“아냐, 동거라니, 그건 그렇고 스크롤도 없는데 어떻게 메시지를 하는 거야?”]

[“치~ 말 돌리기는 이것 봐요.”]


수지가 손목안쪽을 보여준다.


[“응? 그거 마법도형이잖아. 바탕색은 어떻게 한 거야,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르겠는 걸.”]

[“흰색 바탕 시약을 약간 변형했죠. 얼마 전에 완성해서 그이만 아는 거예요. 겨우 피부색과 비슷해졌어요.”]

[“와~ 이건 정말 획기적인 거야. 역시 당신은 이방면으론 소질이 있어. 그럼 두 팔을 엇갈리게 부딪치면 시동되는 거지? 나중에 좀 구해줄 수 있지?”]

[“여전히 당신은 마법밖에 모르는 군요. 얼마 안돼요. 아직 실험실 수준이라. 이제 방법을 찾았으니 좀 만들면 드릴게요. 근데, 말 돌리지 말고 누구예요? 저 아가씨.”]

[“프로이트 박사님이 맡긴 아이야. 친척이라던데 몰라? 덜컥 맡긴 했는데, 당신이 좀 알아봐줘 정말 친척인지.”]

[“아버님이오? 친척이면 내가 모를 리 없는데.”]


“제니라고 했지? 나와 친척이라고?”


메시지를 끝내고 수잔이 제니에게 물었다.


“네. 프로이트 박사님을 할아버지라 불러요.”

“그럼 내가 고모?”

“뭐 그런 셈이죠. ‘로렌스’라고 아세요?”

“로렌스? 그럼 네가 그 아이구나. 얘기는 들었다. 왕성에 왔으면 찾아오지 않고. 아카데미에 다니니?”

“네. 올해 들어왔어요. 고모님은 여기 계셔서 모르겠지만 할아버지 네는 자주 갔었어요.”

“그럼 어디서 살아? 우리 집으로 와. 방도 빈 게 있으니.”

“아뇨. 지금 교수님과 같이 살아요. 교수님과 있는 게 전 좋아요.”


그러면서 내 팔짱을 낀다.


“어쨌든 반가워. 근데 고모 집에 왔으면서 이렇게 일찍 가려고. 안 돼. 밥은 먹고 가야지. 닥터 지니, 어서 가요.”


식당으로 안내되었다. 여자둘이 모이니 수다가 끊이질 않는다. 소외되었지만 난 묵묵히 식사를 하며 갑자기 찾아온 영감을 되새겼다.

일곱 시가 되어가자 수지에게 양해를 구하고 서재로 들어갔다. 제니가 따라오려 했지만 나 혼자 소설 좀 더 자세히 보고 싶다는 핑계를 댔다. 그러자 눈치 빠른 수지가 설거지를 도와달라며 제니를 데리고 부엌으로 향했다.

서재로 들어간 나는 블라인드를 내려 방안의 불빛이 새어나가지 않게 조절했다. 벗어둔 외투로 문틈까지 막았다.


‘지금은 모르는 게 나아. 혹시라도 정보국에서 오늘 일을 캐묻더라도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지. 흐음, 그럼 기다리는 일만 남았군. 자 앤드류, 모습을 보여 봐. 기다리고 있으니.’


[똑딱, 똑딱]


서재 벽에 걸려있는 시계가 유난히 큰소리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자~ 난 준비가 되었다고. 어서 오라고.’


마음속으로 계속 이런 말들을 되 내이며 무언가를 재촉했다. 일곱 시를 알리는 시계소리가 울릴 때였다.


[번쩍]


갑자기 서재에 불빛이 번쩍였다. 그리고 탁자위로 두툼한 주머니 하나가 나타났다. 뭔가가 블링크로 이송되어 온 것이다.


‘그래 왔구나, 앤드류. 잘했어. 조금만 더 고생하시게. 내가 반드시 구해 낼 테니.’


서둘러 주머니를 챙긴 나는 옷을 챙겨 입고 서재를 나섰다.


“수지, 이거 잠깐 빌려줘. 집에 가서 정독을 해봐야 할 것 같아. 저녁 잘 먹었어.”

“벌써 가시게요? 차나 더 하고 가시지.”

“아냐, 이제 가봐야 돼. 너무 걱정하지 말고, 네가 건강해야 앤드류도 안심하지. 제니야, 우린 이제 가자.”


작별인사를 하는 것처럼 수지의 손을 잡으며 그녀의 두 팔목을 엇갈리게 해 메시지 마법을 실현시켰다.


[“내가 온 일로 정보국에서 찾아올 지도 몰라, 적당히 둘러대 줘. 그리고 마법 시약은 아직 공개안하는 게 낫겠어. 앤드류 일에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으니, 일단 우리만의 비밀로 하자.”]

[“네. 그렇게 할게요.”]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제니가 물었다.


“뭐에요. 뜬금없이 저녁 먹고 가자하질 않나, 갑자기 집에 가자고 서두르고.”

“아 미안, 으음, 그리고 말이야 제니, 부탁인데 오늘 있었던 일 수잔에겐 당분간 비밀이다.”

“왜요? 앤드류 박사 댁에 간 것도요?”

“아니, 거기 간 건 정보국이든 IAEA든 어디든 벌써 알고 있을 거야. 그러니 그건 말해도 돼. 그냥 밥 먹고 온 정도, 특별한 일 없었다는 정도만 말해.”

“물어보면 그렇게 할게요. 뭐 사실 우리가 밥 먹고 차 마신 거 빼곤 한 것도 없잖아요.”

“없긴, 아~ 오랜만에 나왔는데 강이나 보러갈까?”

“피~ 말 돌리시긴, 좋아요.”


돌아가는 길, 조금 돌아가기로 했다. 아카데미 옆을 흐르는 강, 아니 강이라기엔 조금 작고 개울이라기엔 큰 어중간한 크기, 어쨌든 우린 강이라 부르는 그곳으로 향했다.


“와~ 여기 좋은데요? 한적하고 인공 구조물도 별로 없고, 이런 곳은 어떻게 아셨어요?”

“그냥 우연히, 여긴 아카데미와 가깝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

“으음, 알았다. 교수님 데이트 코스였구나, 맞죠?”

“.......”

“피~ 어때요. 지나간 일인데요.”

“좀 걷자.”


비탈길을 조심스레 내려가 잔잔히 흐르는 강을 끼고 걸었다. 조금 더 가면 낡은 다리가 하나 나올 것이다. 아무런 장식도 없이 큰 돌만으로 이루어진 다리, 그 다리를 건너 건너편으로 향했다. 왜 이곳에 와 보고 싶었을까? 한걸음, 한걸음마다 추억이 서려있는 장소다.

그냥 말없이 걸었다. 하염없이 떠오르는 그리움에 주변 풍광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제니가 무언가 말을 걸어온 것 같은데 귓가에 맴돌 뿐 인지하진 못했다. 그렇게 삼십여 분을 더 걸어 다리 있는 곳까지 다시 돌아왔다.


“이제 추억이잖아요. 아름다운 추억! 그리고 이젠 제가 있잖아요. 치~ 못됐어. 날 두고 그런 생각이나 하고.”


조잘대며 내 팔짱을 끼어온다. 눈치가 빠른 아이다. 내 표정이 심각하자 말없이 보조만 맞춰 따라오더니 어느 정도 털어내는 듯하자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린다.


“그래, 추억은 추억이겠지. 가슴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추억.”

“맞아요. 추억은 잊으려고 해도 안 되는 거예요. 그냥 그대로 놔두는 거지.”

“맞아. 그대로 놔두는 거지. 그대로.......”


‘그대로 놔두는 거’란 말이 계속 입안을 맴돈다.


“와~ 교수님, 별이 참 많아요. 아깐 못 느꼈는데 갑자기 많아졌어요.”

“그래, 여기서 보는 별이 특히 아름답지. 가만히 보고 있으면 쏟아져 내릴 것 같아.”

“나중에, 나중에요. 우리 다시 와요. 이번 일 끝나면 꼭 다시 와요.”

“그래 좋지. 나중에 우리 모든 게 다 해결되면 다시 꼭 오자.”

“전 별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 지는 것 같아 좋아요. 뭔가 미지의 세계를 보는 것 같은, 어떤 성스러움이 느껴져요.”


고갤 들어 별을 바라보는 제니의 커다란 눈에도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제니가 표현했듯 별은 사람들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마력의 존재다.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기도 하고 꿈을 키우기도 한다.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혀냈던 고대의 대 현자 뉴톤도 아인슈타인도 별을 보며 그들의 위대한 발견을 완성시켰을 것이다.

별을 바라보며 다리 중간쯤까지 그렇게 걸었다. 잔잔히 흐르는 물결소리만 들릴 뿐 조용한 밤이었다.


“제니야, 이거 봐봐.”


매고 있던 사첼 백에서 원고와 주머니를 내밀었다.


“뭐에요. 소설이라면서요. 으응, 이건 뭐예요? 마법월렛 같은데요. 설마 그거예요? 드디어 찾았군요. 어떻게 찾았어요?”


소설이라 생각했던지 별 기대 없이 건네주는 걸 받다 반색하며 특유의 빠른 말투로 묻는다.


“그래. 당분간 비밀이야. 누구에게도 이걸 찾았단 말을 하면 안 돼. 수잔에게도 알았지?”

“네. 근데 어떻게 찾았어요? 서재에 있었어요?”

“아니, 앤드류가 말한 첫날은 결혼기념일에 보기로 한 연극 제목이었어. ‘경’ 뭐라고 했던 것은 경마로 오해했지만 결혼기념일 얘기였고.”

“이해 안돼요. 연극 제목하고 연구노트랑 무슨 관련이 있다고요.”

“관련이 있지. 그건 시간이야. ‘첫날밤에 생긴 일’이란 연극이 시작하는 시간, 바로 일곱 시. 오늘 일곱 시였어.”

“그럼 숫자는요?”

“‘88’, ‘14’, ‘79’ 이건 앤드류가 쓴 소설에 나오는 숫자야. 나와 수지만 이 숫자를 보면 소설을 생각할 수 있어. 이건 이중 트릭이야. 누군가 이 숫자를 알아내더라도 좌표로 알거니까.”

“그렇죠. 수잔 언니랑 나도 좌표로만 생각해서 건물만 찾아 다녔잖아요. 아마 언닌 아직도 건물만 찾고 있을 거예요.”

“나도 그랬어. 건물만 찾았지. 다행이야, 오늘 마침 앤드류 집에 가게 돼서.”

“시간은 그렇다 치고, 좌표가 아니면 어디서 찾은 거예요?”

“시간차였어. 그 소설을 보고 시간차 마법을 유추해 내란 거였어. 뜀뛰기도 경마가 아니라 그 장소로 온다는 표현이었던 거야. 풀고 나니 그렇게 어렵지 않은 수수께끼였어.”

“시간차요?”

“그래. 모종의 장소로 블링크를 하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블링크해서 돌아오게 한 거야. 아마 땅속 어딘 가였을 거야.”

“정말 우연이라면 다행이네요. 오늘 안 갔으면 블링크 돼서 돌아왔을 거고, 그럼 정보국에서 발견했을 지도 모르겠네요.”

“그렇지. 앤드류는 내가 발견하면 제일 낫겠다고 생각했겠지만, 혹시 내가 단서를 못 찾더라도 수지가 발견할 수 있도록 한 거지. 물론 그렇게 되면 마법불빛 때문에 정보국에서 눈치 챌 수도 있으니 운에 맡긴 것 같아.”

“근데 시간차 마법이 가능하다면 그냥 몇 번 더 블링크해서 멀리로 옮길 수도 있잖아요.”

“오~ 날카로운 질문인데, 제법이야. 후후”

“놀리지 말고요.”

“물론 가능해 이론상으론. 무슨 뜻인지 알지?”

“에이 또 머리 굴리라 하시네. 그냥 답을 말해주면 좋잖아요. 흠, 이론상으론 가능하다면......,”

“......”

“아~ 난 왜 이리 단순한 걸 놓치죠? 마나석, 마법도형. 맞죠? 마나석이 더 많이 필요하고 도형도 더 복잡해진다.”

“빙고. 맞아, 텔레포트라는 개념이 있어. 워프라는 것도 있고. 이건 장거리 이송에 대한 개념인데 단순 계산해도 1km를 보내려면 블링크의 열 배정도의 마나석이 필요해. 그래서 이걸 줄이는 연구를......”


설명하다 내가 갑자기 가만히 하늘 만 쳐다보자 의아해 하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

“고마워 제니, 너 때문에 뭔가 실마리를 잡은 것 같아.”

“네? 연구노트는 찾았잖아요. 근데 또 찾을 게 있어요?”

“아냐 텔레포트, 마나석을 줄일 수 있는 방법. 그래, 시간차야 그럼 마나석을 분배할 수 있어. 정말 고마워.”

“에이 또 마법 얘기였어요. 못 말려. 근데 그냥 수잔 언니한테 말해도 되잖아요.”

“당분간 비밀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연구노트에 무슨 내용이 있는지 알아볼 때까지 만이라도. 난 솔직히 그 IAEA 조직을 신뢰할 수 없어. 앤드류도 뭔가 다른 생각이 있으니 나만 알아볼 수 있게 한 걸 거야.”

“그건 그렇네요. 제일 중요한 시간차란 말을 하지 않고 소설로 유추하란 걸로 보면 교수님만 알아보게 한 거 같아요.”

“그래, 그러니 제니도 수업 끝나면 내 연구실에서 날 좀 도와줘야겠어. 연구노트는 나 혼자 분석하긴 힘들 것 같아.”

“네. 그럼 오늘부터 당장 시작해요.”

“아니, 내일부터. 앤드류 집에 다녀온 뒤 바로 뭔가를 하면 그것도 이상하잖아. 밤도 깊었고. 집에 들러 닥터 수잔이 왔는지부터 알아보자.”


그렇게 여러 가지 일들을 얘기하며 집에 왔지만 수잔은 아직 소식이 없었다. 마법월렛엔 사용자가 등록되어있어 마법진을 해독해야 한다. 괜히 지금 풀어보다 일이 커질 것 같아 내일 연구실에서 풀어보기로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앤드류가 그렇게 숨기려고 한 것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연구노트를 찾았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오랜만에 숙면을 취한 밤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인슈타인 바이러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변경 +1 13.09.15 5,299 0 -
59 제 10 장 영웅의 전설 +3 14.02.04 608 16 9쪽
58 제 9 장 현실이 된 위협 - 시치리스섬의 비밀 +4 13.11.22 521 19 10쪽
57 제 9 장 현실이 된 위협 - 나의 비밀 +4 13.11.21 391 14 13쪽
56 제 9 장 현실이 된 위협 - 제 1 차 우주 타이틀 매치 2 +5 13.11.12 1,063 25 13쪽
55 제 9 장 현실이 된 위협 - 제 1 차 우주 타이틀 매치 +2 13.11.11 747 17 16쪽
54 제 8 장 찬란하게 빛나는 청춘이여 - 행성 대 탈출 +2 13.11.01 688 17 18쪽
53 제 8 장 찬란하게 빛나는 청춘이여 - 단 한번의 공격과 두 번의 멸망 +1 13.10.31 531 13 7쪽
52 제 8 장 찬란하게 빛나는 청춘이여 - 작전명 붉은 아레나 13.10.31 1,028 14 14쪽
51 제 8 장 찬란하게 빛나는 청춘이여 - 센타우루스 +6 13.10.30 894 21 14쪽
50 제 8 장 찬란하게 빛나는 청춘이여 - 보답과 욕심 +1 13.10.30 688 22 11쪽
49 제 8 장 찬란하게 빛나는 청춘이여 - 데이트라는 욕심 +1 13.10.29 729 17 7쪽
48 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성숙한 인류 +2 13.10.28 758 24 12쪽
47 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외계의 침공 2차전 +1 13.10.23 653 23 11쪽
46 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예기치 않은 침공 +2 13.10.21 759 23 10쪽
45 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결전을 위해 +5 13.10.16 1,015 16 10쪽
44 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외계인 +4 13.10.14 1,491 43 13쪽
43 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첫 대면 3. +2 13.10.10 862 20 10쪽
42 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첫 대면 2. +5 13.10.07 807 24 8쪽
41 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첫 대면 1 +4 13.10.04 913 21 11쪽
40 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경호 +4 13.10.03 2,287 41 12쪽
39 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지구방위군 합동참모회의 +4 13.10.02 880 19 19쪽
38 제 7 장 드러나는 실체 - 지구 방위군 창설 +5 13.10.01 1,081 22 9쪽
37 제 6 장 시간여행 - 탐사대 +3 13.09.30 860 25 10쪽
36 제 6 장 시간 여행 - 우주전쟁의 단서 +6 13.09.27 925 30 21쪽
35 제 6 장 시간 여행 - 워프 항법 +4 13.09.25 1,009 18 14쪽
34 제 6 장 시간 여행 - 이방인 +4 13.09.25 755 18 8쪽
33 제 5 장 맨해튼 프로젝트 - 세잔의 목걸이 2 +5 13.09.22 886 14 14쪽
32 제 5 장 맨해튼 프로젝트 - 착용로봇 +3 13.09.21 1,538 28 11쪽
31 제 5 장 맨해튼 프로젝트 - 세잔의 목걸이 1 +3 13.09.20 969 24 8쪽
30 제 5 장 맨해튼 프로젝트 - 대를 위한 소의 희생 +3 13.09.20 1,082 26 9쪽
29 제 5 장 맨해튼 프로젝트 - 핵심 연구인력 +4 13.09.17 6,285 114 15쪽
28 제 5 장 맨해튼 프로젝트 - 목숨의 무게 +3 13.09.16 5,086 92 15쪽
27 제 5 장 맨해튼 프로젝트 - 드래곤 프로젝트 +4 13.09.16 4,649 56 15쪽
26 제 4 장 E=mc^2 - 2차 타격 +6 13.09.14 5,925 74 9쪽
25 제 4 장 E=mc^2 - 중수공장 +4 13.09.14 5,735 53 16쪽
24 제 4 장 E=mc^2 - 에너지와 질량의 교환 +4 13.09.14 4,989 36 12쪽
23 제 4 장 E=mc^2 - 핵무기 개발계획 +4 13.09.14 5,173 52 11쪽
22 제 4 장 E=mc^2 - 전쟁억제력 +2 13.09.11 764 18 9쪽
21 제 4 장 E=mc^2 - 알폰소 왕자 +1 13.09.08 5,431 66 11쪽
20 제 3 장 드래곤의 알 - 다중우주, 차원의 분리 +3 13.09.06 6,078 83 12쪽
19 제 3 장 드래곤의 알 - TCD 회의 +1 13.09.06 4,118 54 9쪽
18 제 3 장 드래곤의 알 - 고대의 유물 +3 13.09.05 5,256 91 11쪽
17 제 3 장 드래곤의 알 - 가문의 비밀 +6 13.09.04 4,376 61 13쪽
16 제 3 장 드래곤의 알 - 가문의 비고(秘庫) +5 13.09.03 5,002 56 18쪽
15 제 2 장 연구노트 - 우라늄 235 +4 13.09.02 5,686 81 23쪽
» 제 2 장 연구노트 - 연구노트의 행방 +6 13.09.01 7,363 68 19쪽
13 제 2 장 연구노트 - 천재소년과 나 +2 13.09.01 5,845 46 14쪽
12 제 2 장 연구노트 - 사첼 백과 채찍 그리고 자전거 +4 13.08.31 5,513 97 15쪽
11 제 2 장 연구노트 - 단서 2 +2 13.08.29 4,739 70 12쪽
10 제 2 장 연구노트 - 드러난 숫자 88, 14, 79 +7 13.08.28 5,632 54 16쪽
9 제 2 장 연구노트 - 단서 1 +2 13.08.28 9,300 93 11쪽
8 제 2 장 연구노트 - 제국의 음모 +2 13.08.27 6,655 68 17쪽
7 제 1 장 위대한 발견 - 닥터 수잔과 제니 그리고....... +2 13.08.27 6,620 120 23쪽
6 제 1 장 위대한 발견 - 제니아 로렌스 +4 13.08.27 5,298 84 25쪽
5 제 1 장 위대한 발견 - 닥터 수잔 +4 13.08.26 4,268 79 13쪽
4 제 1 장 위대한 발견 - 바람의 마법도형 +2 13.08.26 7,079 83 11쪽
3 제 1 장 위대한 발견 - 프로이트 박사 +3 13.08.26 7,941 86 9쪽
2 제 1 장 위대한 발견 - 마법공학 발전사 +2 13.08.26 4,175 35 13쪽
1 Prologue +2 13.08.26 6,424 92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