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B둘기의 서재

모험이 떠나고 싶었기에 떠나보았습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B둘기
작품등록일 :
2020.05.10 03:18
최근연재일 :
2020.07.23 00:47
연재수 :
38 회
조회수 :
1,141
추천수 :
7
글자수 :
224,703

작성
20.07.04 17:25
조회
34
추천
0
글자
13쪽

마법을 연습하자

DUMMY

손가락은 없지만, 그곳에 의식을 집중시키는 건 가능하다.

존재하지 않는 존재를 존재한다고 믿는 것.

가정이 아닌, 엄연한 증명이라고 인식하는 것.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이곳에 있다.

존재한다.

은은한 빛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집중을 끊지 않고, 빛을 거머쥔다.

손바닥을 오므려서 마력을 움켜쥐는 건 결코 쉽지는 않다. 하지만 가능은 하다.


츠츠츠츠츠츠츠츠츠츠츠츠···


밖으로 뛰쳐나오려는 마력을 억지로 가둬서 응축시킨다.

한계까지 손 안에 머금고 있다가 팔을 앞으로 펴고, 동시에 놓는다.


파앙.


하얀 빛을 띤 구체가 날아갔다.

구체는 빠른 속도로 날아가 장작을 강타했다.

날아가다가 떨어지고 데굴데굴 바닥을 구르는 장작.


"···성공이다."


후우. 숨을 내쉬며 손을 거둬들였다.

이제야 뭔가 마법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실감이 났다.

방금 발사한 구체는 「에너지 볼」이라고 하는 기초 공격 마법 중 하나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손 위에서 피어난 마력을 응축시키고 응축시켜서 불안정하면서도 짙은 농도를 띠게 만들어 손을 피는 순간 날아가도록 하는 것.

물론 불안정하기 때문에 명중률은 저조하다.

그래서 죽도록 연습해서 그럭저럭 잘 맞는 정도까지 올려놓았다.

아침부터 시작해서 점심을 먹도까지 연습한 탓인지 어질어질하다.

이게 마력중독이란 건가.

에너지 볼은 마력 소모가 가장 적은 공격 마법인데도 많이 쓰니 힘들다.


"리시스! 성공했나요?"


여관의 창문을 열고서 아루아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어, 뭐, 그렇지."


아루아를 신경쓰지 않고 마법을 단련하겠다고 마음 먹기는 했다지만, 막상 이렇게 물어오면 곤란해진다.

그동안에는 마법을 못 쓰는 아루아를 위해 연습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에 일을 겪고 나서는 그럴 수가 없게 되었다.

나는 강해져야만 한다.

아루아에게는 잔인한 짓일지 모르지만, 하는 수 없다.

손가락을 잃은 내가 강해질 방법이라곤 마법을 단련하고 단련하는 방법밖에 없다.

지금은 그것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장작을 세웠다.

거리를 벌리고, 손을 앞으로 뻗었다.

정신을 집중한다.


츠츠츠츠츠츠츠츠츠츠츠···


파앙.


...


한 남자가 걷고 있었다.

새까만 갑주의 뒤를 따라 걷고 있었다.

그들은 단지 걷는 것만으로 동경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영 달갑지 않았던 크리섬은 쯧 하고 혀를 차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영웅급 모험가가 뭐 대수라고···."


단테는 가볍게 흘려들으며 크리섬에게 물었다.


"그래서, 작은 영웅의 상태는 어땠지?"

"참 빨리도 묻는다."


귀찮음으로 가득찬 한숨을 내뱉으며 크리섬은 말을 이었다.


"나였으면 적어도 세 번은 죽었어. 대단한 생명력이더라."

"범상치 않군···."

"그렇다고 해서 자연치유 능력이 뛰어난 건 아니야. 목숨도 간당간당하게 붙어있던 거였어."


단테는 고개를 숙이고 내키지 않는 듯이 흠 하고 고민했다.


"엘리한테는 감사해야겠군."

"네가 감사할 일은 아니지. 그 녀석 싫어하잖아, 너."

"하지만 사람을 살렸다. 너의 기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 그건 감사해야할 일이다."


하긴. 크리섬은 깍지를 끼고 머리를 받친 채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적당한 하늘이었다.


...


"자, 리시스, 아~!"


아루아가 스푼을 떠밀어주었다.


"아~"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녀가 떠밀어주는 스푼을 덥석 입에 넣었다.

그리고 들리는 주위의 웃음 소리.


여관의 메인 홀에 위치한 식당.

몸상태가 많이 호전되지는 않았지만 혼자 걸을 수는 있게 된 나는 가끔은 밖에서 먹어보자는 아루아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젠장.

생각이 짧았다.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려서 주위의 사람들의 표정을 확인했다.

나도 한 때는 저랬지 하고 흐뭇한 표정.

왜 이런 곳에서 꽁냥대냐며 대신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는 표정.

저런 녀석의 어디가 좋은 건지 모르겠다고 예쁜 아루아에게 떠먹여지는 나를 향해 질투를 쏟아내는 표정.


음.


망했다.


단테 씨는 우리들을 위해 한 달 정도의 숙박비와 식사비를 지불하고 떠났다. 그리고 지금은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

앞으로 2주는 더 있어야 한다만···.

마음 편히 지내기는 글러먹은 것 같다.

이봐요들, 거 손가락 없어져서 세상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미녀에게 밥 떠먹여지는 남자 처음 봅니까.

네, 처음 보겠지요.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방에서 먹겠습니다.


"하아···"


여기저기서 원망과 질투의 시선을 받는 내 기분을 흐뭇하고 따스한 시선만 받는 아루아가 알기나 할까.

이어서 마늘 바게트가 입 앞에 도착했다.


바삭바삭. 촉촉. 짭쪼름.


맛있다. 맛있는데.

맛있는데 말이야.

남들이 내 얼굴보고 쯧 하고 혀를 차는 분위기에서 도저히 그렇게 느낄 수가 없거든!


"저어, 아루아, 우리 들어가서 먹으면···"

"네? 왜죠?"


젠장. 그렇게 해맑게 웃으면서 '나, 지금 진심으로 행복해요.'라는 표정으로 물어보면 뭐라고 할 수가 없잖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럼 아, 하세요."

"아···"


바삭바삭. 촉촉. 짭쪼름.

이어서 풍겨오는 마늘향.


따갑게 찔러오는 시선들은 없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아루아에게 의지하지 않고서는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하자.

의수라던가, 어떨까.

비싸기는 하겠지만 잃어버린 손가락은 돌아오지 않으니 그 방법밖에 없겠지.


"의수···인가. 아루아, 의수 잘 만드는 종족에 대해 아는 건 없어?"

"의수를 잘 만드는 종족이요? 아마 드워프이지 않을까요? 드워프들 손재주 좋은 건 누구나가 아는 사실이잖아요?"


확실히 그렇기는 하다.

하지만 내키지는 않는다.

드워프들은 자신이 만든 무기에 대한 자부심이 지나치게 높다고 한다. 그래서 아무리 비싼 값을 제시해도, '뭐? 내 무기가 이 정도밖에 안 해?!'라는 식의 반응이 다반사.

의수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런데, 얘네들 빼면 의수를 만들 정도로 기술력이 발전하고 섬세한 작업이 가능한 종족은 듣지도 못했단 말이지···

하는 수 없나···.


"아루아, 다음은 달란으로 가자."

"그. 전. 에. 일단 몸이 나아야겠죠?"

"몸이라면 충분히···"


푹.


아루아가 검지로 옆구리를 찔러왔다.

불타는 바늘이 살을 파고드는 통증.


"끄아아악?!"


숨을 헐떡이며 식탁 위로 엎어졌다.


"하아···! 하아···! 무슨, 짓이야···!"

"봐요, 다 낫지도 않았으면서. 거짓말 할 생각 마요. 당신 몸 상태는 밤마다 소리로 들어서 다 아니까요."


어쩐지 요즘 잘 때마다 나한테 은근슬쩍 귀를 붙이더니.

내 몸을 확인하려고 했던 거였군.

걱정해주는 건 기쁘지만, 허세가 다 들통나는 건 썩 기분이 좋지 않네.

걱정해주는 건 기쁘지만.


허세쟁이인 나는 기쁜 쪽으로 감정을 치우치며 식사를 마쳤다.

방으로 돌아와서는 소설을 읽는 아루아의 곁에서 개나 소나 다 배우는 완전 간단 마법서 1권을 읽었다.

에너지 볼의 다음 마법을 살펴보았다.


"에너지 커터···?"


어디보자,

'에지너 볼의 응용 마법으로서 응축시킨 구체를 얇게 펴서 던지는 마법. 따끈따끈한 식빵을 짓누른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음··· 제목에 걸맞게 일상적으로 와닿는 묘사로군.

한 번 해볼까.


"어라? 리시스, 어디 가시나요?"

"잠깐 연습하러."

"저녁에는 쉬는 편이 회복에 좋지 않나요?"

"···무리하진 않을게."


밖으로 나왔다.

여관의 뒤뜰에서 장작을 세워두고 정신을 집중했다.

마력을 발생시키는 것쯤은 능숙하다. 에너지 볼은 마력의 발생과 응축을 연습하기에 좋은 마법.

그걸 지난 사흘간 꾸준히 연습한 결과겠지.


츠츠츠츠츠츠츠츠츠츠츠···


좋다. 에너지 볼이 생성됐다.

이제 손을 펴고 따끈따끈한 식빵을 짓누르듯···


피슈웅.


"엉?"


손을 폈다.

그리고 따끈따끈한 식빵을 이미지하며 짓누르려고 했다.


그런데 말이야.

손을 피자마자 밤하늘을 향해 승천해버리면···

어떻게 짓누르라는 겁니까.


이봐, 엘무리아스. 나의 마법 스승이여.

설명이 너무 불친절하잖아!

뭐가 개나 소나 다 배우는 완전 간단 마법서냐!

이론 수업도 대충하더니! 어!


···후우.

침착하자. 무언가 깨달음이 필요한 단계인 거겠지.

손을 피면 에너지 볼은 날아간다.

그렇다면···

날아가기 전에 짓누르면 되는 거 아니냐?

···내가 이런 기발한 발상을 해내다니. 오, 맙소사. 신이시여, 드디어 평범한 저에게도 재능을 부여해주신 거군요.


곧바로 시도해보자.

마력을 집중시킨다. 발생한 마력을 거머쥐어 압축시킨다.

이어서 왼손으로 짓누를 준비를 한다.


"하나, 둘··· 셋!"


손을 폈다.

따끈따끈한 식빵을 짓누른···


퍽.


"끄에에엑!"


덜컥.

창문이 열렸다.

아루아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리시스?! 괜찮나요?!"


에너지 볼을 힘으로 짓누르려 했다는 멍청하기 짝이 없는 발상을 했고, 그걸 그대로 시도했다고는 절대로 말 못한다.


"어, 어어···."

"정말···. 에너지 볼을 손으로 짓누르려 하다니, 무모한 것도 정도가 있죠."


아. 다 들렸구나. 하하.

자괴감이 나의 머리통을 강하게 후려쳤다.


"아시겠어요? 에너지 볼을 억지로 누르는 게 아니라, 머물게 하는 걸 연습해야 하는 거에요."


흠, 그렇군.

아루아의 말도 일리가 있다. 랄까, 그냥 그게 정답인 것 같다.

마법을 힘으로 하려고 했던 것부터가 이상했다.

아루아는 마법을 쓰지는 모르지만, 쓰는 법은 알고 있다.

지식의 양과 경험을 따지자면 아루아가 선배다.


"충고 고마워!"

창문을 향해 외쳤다.


"적당히 하고 돌아와주세요. 외롭단 말이에요."


남자로서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수줍음을 듣고서, 나는 의욕을 불태웠다.

좋아. 빠르게 성공시키고 돌아가자.

아루아가 외롭단다.


"스읍··· 후우···"

심호흡을 했다.


에너지 볼을 근거리에서 직격한 왼손이 저릿했지만, 이제는 괜찮다.

마력을 발생시켰다.

손바닥을 오므리고, 응축시켰다.

날아가지 않도록 천천히 힘을 풀었다.


파앙.


하늘을 향해 날아갔다.


"쳇."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다.

손가락이 있었다면 성공했을까.


아니아니. 고개를 저었다.

잃은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없으면 없는대로 성공시키는 수밖에 없다.

에너지 볼도 성공했으니, 커터도 노력만 한다면 터득할 수 있을 거다.


다시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손바닥 안에서 작은 구체를 만들었다.

보이지 않는 손가락으로 붙잡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꼬집고 있던 구체를 놓았다.


파앙.


기대를 품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실망스럽게 하늘 위로 치솟았다.


다시.


파앙.


다시.


파앙.


다시. 이번에는 성공한다.


파앙.


한 번 더···!


파앙.


"읏···!"

머리가 지끈거렸다. 시야가 흔들리며 어지러웠다.


아무래도 오늘은 더 연습하긴 글러 먹은 모양이다.

갈피는 잡았으니, 진전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나머지는 내일 해도 되겠지. 이 정도로 납득하자.


...


어느 영주의 성.


성의 주인은 호화로운 방안에서 호화로운 식탁을 내리쳤다.


쾅.


"이봐! 얘기가 다르잖아!"


호통을 치며 그는 맞은 편에 앉아 미소를 머금고 와인을 들이키는 금발의 남성에게 호소했다.


"나에게는 아내가 필요하다! 나의 자손을 남길 여자가 필요하단 말이다! 오늘까지 데려온다고 약속했잖나!"


금발의 남성은 자신의 장신을 이용하여, 어린애처럼 떼를 쓰는 늙고 뚱뚱한 노인네를 내려다보며 사과했다.


"하하, 면목없습니다. 도중에 정의감에 찌든 기사한테 방해를 받아서요."

"사과를 하는데 웃음은 왜 나와! 웃음은!"


금발을 가진 장신의 남성. 구르게스는 능구렁이처럼 말을 돌렸다.

"그런데 말입니다. 구태여 엘프를 아내로 맞으셔야겠습니까? 이곳에도 어여쁜 처녀들은 있을 텐데요."


이 노인네는 하나의 일을 물고 늘어지는 성격이 아니다. 뭐든지 금새 흥미를 잃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엘프족 아내를 구하겠다는 집념만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걸 알고 있었기에, 구르게스는 답이 뻔한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화를 내던 노인은 껄껄 웃었다.


"그야 당연하지 않나. 그게 즐겁기 때문이지. 자존심 강한 엘프를 마구 범해서 굴복시키고 망가뜨린 뒤에 나의 자손을 품는 그릇으로 만들어버리는 걸 상상만 해도 아랫도리가 뜨거워진다네."

"상당한 변태시군요. 하하하. ···딱. 제 취향이에요."


구르게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인 맛이 좋더군요. 보답으로 조만간 '그 아이'를 데려오도록 하지요."


웃옷을 어깨에 걸쳐매고, 성을 나온 구르게스는 작게 중얼거렸다.


"당신의 성욕도 잘 알겠지만, 그건 제가 보기엔 재미가 없군요. 지루해요."


달빛이 구름에 가려진 밤.


구르게스는 뒷골목으로 흘러들어가 모습을 감추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모험이 떠나고 싶었기에 떠나보았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갈아엎겠습니다. 20.07.25 32 0 -
38 잠깐의 휴식 20.07.23 23 0 15쪽
37 도적의 가르침 20.07.22 21 0 12쪽
36 신, 그리고 모험가의 국가 20.07.21 22 0 11쪽
35 새로운 손가락 20.07.20 25 0 12쪽
34 돌팔이 의사 20.07.19 18 0 13쪽
33 갸르키카의 솜-完 20.07.18 21 0 17쪽
32 갸르키카의 솜-7 +2 20.07.17 30 1 13쪽
31 갸르키카의 솜-6 20.07.15 29 1 12쪽
30 갸르키카의 솜-5 +2 20.07.14 33 1 12쪽
29 외전 - 그 소녀가 살아가는 이유 +2 20.07.13 33 1 17쪽
28 갸르키카의 솜-4 +2 20.07.13 25 1 12쪽
27 갸르키카의 솜-3 20.07.11 22 0 14쪽
26 갸르키카의 솜-2 20.07.10 21 0 11쪽
25 갸르키카의 솜 20.07.10 29 0 12쪽
24 인형을 만드는 대장장이 20.07.08 30 0 13쪽
23 지하국가 달란 20.07.08 26 0 11쪽
22 변수 20.07.06 26 0 12쪽
21 편치 않은 몸을 이끌고 20.07.05 25 0 12쪽
» 마법을 연습하자 20.07.04 35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