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스는 자신 안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길을 오는 내내 흰머리의 위쳐를 다시 만나기 전에 느끼는 두려움과, 그 만남에 대한 기대와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지친, 힘 빠진 얼굴. 모든 것을 보고 있는, 아픈 눈. 부자연스럽게 차분한, 차갑고 정리된 말들, 하지만 감정으로 가득한…….
『위쳐1: 엘프의 피』, p. 85.
이 뒤에 등장하는 트리스 메리골드와 위쳐들이 세계의 운명을 주제로 벌이는 설전 역시 압권이지만,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내는 위의 장면도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부분입니다. 이토록 좋은 글을 한국어로 읽을 수 있다는 것뿐 아니라, 번역의 거름망이 무척 성겨서 그 감동이 그대로 전해진다는 것도 정말이지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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