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단영의 서재입니다.

텍스트 - 교차


[텍스트 - 교차] 안개와 비 - 샤를 보들레르(황현산 譯)

안개와 비


오 가을의 끝, 겨울, 흙물에 젖은 봄,

졸음을 몰고 오는 계절들! 나는 사랑하고 기리노라,

안개 수의와 몽롱한 무덤으로

내 마음과 뇌수를 이처럼 감싸 주는 그대들을.


이 허허벌판에, 차가운 바람 뛰놀고,

긴긴 밤 새워 바람개비 목이 쉬는데,

내 혼은 제 까마귀의 날개를

다사로운 새봄에서보다 더 활짝 펴리라.


음산한 것들 가득한 데다, 오래 전부터

서리 내린 이 가슴에, 더 아늑한 것은 없구나,

오 우중충한 계절, 우리네 기후의 여왕이여,


그대 창백한 어둠의 한결같은 모습보다,

달도 없는 어느 저녁에, 둘씩 둘씩,

아슬아슬한 침대에서 고뇌를 잠재우기가 아니라면.



샤를 보들레르. (1861). 『악의 꽃』. 황현산 역. 민음사. 2017. pp. 72-73.





댓글 0

  •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10 텍스트 - 교차 | 『모래의 여자』 - 아베 코보 20-05-09
9 텍스트 - 교차 | 절망에 대한 반항 - 루쉰 19-03-27
8 텍스트 - 교차 | 『위쳐1: 엘프의 피』 - 안제이 사프콥스키 18-09-30
7 텍스트 - 교차 | 『소설의 현대 시학』 - S. 리몬-케넌 *1 18-08-29
6 텍스트 - 교차 |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 - 마이클 셔머 *2 18-08-18
5 텍스트 - 교차 | 〈We Don't Need a Hero〉 - Edguy 18-08-17
4 텍스트 - 교차 | 『엔드게임』 - 사무엘 베케트 18-08-02
3 텍스트 - 교차 | 『중세교회사』 - R. W. 서던 18-07-29
» 텍스트 - 교차 | 안개와 비 - 샤를 보들레르(황현산 譯) 18-05-15
1 텍스트 - 교차 | 십자로에서 우는 여인 - 위스턴 휴 오든(봉준수 譯) 18-04-17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