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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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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njoo
작품등록일 :
2017.06.26 20:03
최근연재일 :
2017.06.27 00:20
연재수 :
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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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82

작성
17.06.2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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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_장의사

DUMMY

1_장의사


그로부터 만년이 넘는 시간이 지난 후, 더 이상 고기를 먹는 인간은 없었다. 아주 오랜 시간의 채식이 거듭되자 사람은 초식동물과 같은 온순한 외모와 넓적한 송곳니를 갖게 되었고, 무엇보다 체내에 기생하는 기생충과 박테리아가 달라져 고기를 먹지 않아도 살 수 있게 진화하였다.


그러나 종종 진화의 방향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태어났다. 뾰족한 송곳니 네 개와 어금니, 사나운 눈빛과 예민한 성격, 늘 피곤해 보이는 외모는 만년 전의 인류를 보는 듯했다.


식습관도 독특하여 각종 채소와 견과류, 과일과 버섯들을 많이 먹어도 늘 굶주려 했고, 그 굶주림은 개미, 지렁이, 메뚜기, 바퀴벌레, 애벌레, 새의 알, 소의 젖으로 채워졌다. 현생 인류에게 그것은 너무나 원시적인 것이라, 모두가 그런 사람들의 외형과 식습관을 보고 기겁했다.


무엇보다 그들을 완전히 배척하게 만든 것은 동물 시체에 대한 선호와 집착이었다. 기이하게도 죽은 동물의 역겨운 피비린내와 붉은, 누렇게 뜬, 혹은 핏기 없이 하얗게 부운 살을 혐오하지 않고 외려 선호하여 입맛을 다시거나 침을 넘기는 모습이 목격 되었다.


맛있는 음식이라도 된다는 듯이, 혹은 시체와 피의 냄새가 자신들을 이끄는 듯 갈망하는 눈으로 쳐다보는 그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치를 떨곤 했다. 그렇기에 육식인들은 사회에서 최하위 계층으로, 차별과 배척을 받으며 자랐지만, 완전히 소외되지는 않았다.


동물과 사람이 죽은 후 장례를 치러주는 장의사로서 쓸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종 이들이 동물의 시체를 태운 후 땅에 묻는 것이 아니라, 입에 넣는다는 소문이 있어 사람들을 역겹게 했는데, 놀랍게도 그것이 사실로 밝혀져 화형 혹은 참수형에 처해지는 경우가 있었다.


사람들은 이들을 마치 육식동물 같다 하여, 육식인이라고 불렀다.


우리 이야기의 주인공인 치연은 그런 육식인 중의 하나로, 시체 썩은 내가 진동하던 재난 현장에서, 그것도 물난리로 인해 온갖 동물과 사람의 시체에서 배설물이 빠져나와 악취로 가득하던 강가에서 태어났다.


육식인의 진료를 거부하는 의사들로 인해 치연의 어머니는 임신의 여부를 제대로 알지 못했고, 알았다 하더라도 아버지가 누구인지, 출산이 언제인지 알리 없었다.


다만 그녀는 임신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육식인 사이의 자녀는 언제나 육식인이었고, 그런 아이가 태어나 봤자 죽는 것이 낫다는 생각에서였다. 무엇보다 그녀는 육식인이 아닌 사람과 결혼을 해서 이 지긋지긋한 장의사 일을 끝내고 싶었고, 적어도 반반의 확률을 가진 정상적인 아이를 갖고 싶은 꿈도 있었다.


그래서 진통이 시작되었을 때, 이미 시체로 가득한 물속을 보며 저곳에서 아이를 낳겠노라는 다짐을 했다. 어쩌면 사람들의 비명소리와 동물의 울부짖음으로 가득한 그곳에서 갓 태어난 아기가 울어도 사람들이 모를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생각을 마치자마자 강한 진통으로 인해 자리에 주저앉았고 시체를 치우고 있던 구급대원 덕분에 강에서 뭍으로 옮겨질 수 있었다.


이미 온몸에 퍼진 성병, 필요한 영양분의 불충분한 공급 등으로 그녀는 치연을 낳던 날 사망했다. 짧은 한 평생을 장의사로 살아온 그녀에게 장례식은 없었다.


둘은 보통의 남매와 다르게 어릴 때부터 격리되어 자랐는데, 그들의 어머니가 그녀를 자신의 자식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여덟 살 때 그녀를 어느 장의사에게 팔았고, 이후 둘은 마주한 적이 없었다.


몇 해가 지나 그녀는 완전히 그의 집에서 잊혔고, 대부분의 육식인처럼 스무 살을 넘기지 못하고 죽었으리라는 추측만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나이 스물다섯에 그녀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자식을 남기고 죽었다.


건강하게 태어난 치연의 모습은 마치 어머니를 잡아먹고 태어난 듯했는데, 젖병을 빠는 잇몸과 입술이 유독 사나워 병원의 간호사들도 치연을 안거나 만지는 것을 징그러워했다.


병원의 전화 한 통으로, 그는 이제 아이의 보호자가 되어 삶을 책임져야 하는 운명이 되었다. 주엽은 준비한 바구니에 얼굴이 터져라 울어대는 아이를 던져 넣다시피 한 후, 병원에 얼마의 돈을 지불하고 집으로 향했다.


1-2

주엽의 아내 소영은 양과 같은 외모에 온순한 성격을 가진, 감자와 파프리카 먹는 것을 즐겨 하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제비콩과 상추를 좋아하는, 물소처럼 생긴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에 안도감을 느껴왔고, 조금이라도 다른, 그 이름조차 불결한 육···아니, 장의사 같은 사람들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어쩌다 동물의 시체가 발견될 때 뉴스에서 보이는 장의사들은 그녀가 초등학교 때 딱 한번 실제로 보았던 ‘그런 사람들’과 똑같이 징그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들과 말을 섞는다는 것, 혹은 같은 화장실을 사용하거나, 식당의 옆 테이블에 앉는 것은 그녀의 털이 곤두서게 하는 끔찍한 일이었다.


그런 그녀가 치연을 처음 봤을 때, 치연의 어머니가 진통으로 쓰러진 것처럼 소리를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은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분명 남편이 여러 번 울리던 전화를 받고 한숨을 쉴 때만 해도, 그녀는 으깬 감자와 두유를 끓여 만든 고소한 맛의 스프를 준비하며 뉴스에 나오는 홍수를 걱정할 뿐이었다. 너무 많은 동물이 죽은 것이 개탄스러워 눈물이 핑 돌려고 했지만, ‘사람이 죽이 것이 아니니 다행이지’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이 제비콩과 강낭콩, 약간의 완두콩이 들어간 포실 포실한 떡을 먹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그녀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남편은 친구의 병문안을 간다며 다급히 나갔는데, 그 순간, 그녀의 삶에 무언가 끼어서는 안될 것이 닥쳤다는 기분 나쁜 예감이 들어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마치 그녀가 방금 눈물을 흘리려 했던 재난 상황이 자신을 비웃는 듯 다가와 진짜 눈물을 흘리게 할 것 같았다. 그럴수록 그녀는 이미 완성해 놓은 과일 화채를 괜히 뒤적이고 냉장고에서 부산스럽게 과일을 더 꺼내며 이 불길한 징조를 떨치려 애를 썼다.


하지만 남편이 들고나간 과일 바구니는 지쳐 잠에 든 아기로 채워져 돌아왔고, 그 아기의 얼굴은 그녀가 어릴 때 딱 한번 실제로 본,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녀가 소리를 지르자, 아기는 앞니도 나지 않은 그 잇몸을 붉게 내보이며 잡아먹으려는 듯, 찢기는 울음소리를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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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_채식인류의 시작 +2 17.06.26 4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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