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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 님의 서재입니다.

육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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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onjoo
작품등록일 :
2017.06.26 20:03
최근연재일 :
2017.06.27 00:20
연재수 :
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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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추천수 :
0
글자수 :
6,182

작성
17.06.2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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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0_채식인류의 시작

DUMMY

0_채식인류의 시작


끊임없는 전쟁과 전염병이 인류를 멸종 위기에 놓이게 했을 때, 살아남아 있는 자들은 육식을 할 수 없던 노인과 아기들, 육식을 거부하던 종교의 교도들뿐이었다.


고기를 매우 좋아해 수라간에 피비린내가 멈추지 않게 했던 왕과 그 덕에 얼굴과 가슴에 살이 풍만하게 올랐던 왕비와 후궁들부터 매일 같이 소고기를 익히고 구워 채소와 곁들여 먹던 귀족들, 지역 사이를 돌아다니며 온갖 종류의 고기를 먹던 상인들, 가축을 기르던 농부들, 그것들을 썰고 다듬던 백정들까지 모두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그 첫 번째 원인은 가축을 대량으로 기르던 당시의 풍습에 있었다. 좁은 울타리 안에다 가축을 욱여넣고 움직일 수 없게 한 후, 먹이를 다섯 끼씩 주어 최대한 살을 찌게 하면서도 위생관리를 전혀 하지 않아 온갖 악취로 가득하게 하는 방식.


그런 풍습은 동양과 서양을 가릴 것 없이 모든 나라에서 유행했다. 단백질 위주의 풍부한 식사는 곡물과 채소 위주의 식습관과 달리 신체를 건장하게 만들었고 그것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죽어가는 동물들의 모습은 비참했다. 닭은 병아리에서 완전한 성체가 되기 전에 이미 멀쩡한 닭의 세배쯤 되는 몸을 하고 있었고, 손바닥만 한 공간에서 결코 움직일 수 없어 서로를 쪼거나 자학을 하는 정신병적 행동을 보였다.


그러나 그 덕에 튀기거나 삶아져 향긋하고 담백한 소스와 함께 식탁에 오르는 닭들은 모두 부드러운 살을 갖고 있었다. 사람으로 치면 서너 살 정도였기에 살은 말랑말랑했고, 움직이지 못해 근육이 적어 먹기에 아주 적합했다. 그것이 병아리인지 닭인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부드러운 닭의 알은 반숙의 상태로 늘 식탁에 올라갔고, 이것을 반쯤 깨서 먹을 때 흐르는 노른자와 흰자는 출처에 대한 궁금증을 잊게 했다. 아침 혹은 간식으로 대접되던 그것은 담백하고 고소한 맛을 혀와 입안 가득 넘치게 해주었고 사람들은 닭고기에 노른자를 뚝뚝 떨어트리거나 찍어 먹는 것을 즐겨 했다. 그러나 역시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밀가루를 묻힌 닭의 살덩어리를 닭의 알에 묻혀 기름에 튀긴 것이었다.


태어나자마자 송곳니가 뽑힌 돼지는 어미의 젖을 제대로 물어보지도 못하고 탕이나 튀김 등의 반찬으로 사용되었다. 이런 탕은 보통 어미의 젖과 함께 끓여져 제공되었는데, 보드라운 새끼 돼지의 덜 여문 살이 고소한 젖과 함께 어우러져 사람들의 인기를 끌었다.


움직이지 못하는 공간에서 세 달 가까이 있는 돼지들은 대부분 살이 피둥피둥하게 쪄서 삶아지거나 구워졌다. 그들도 감정이 있는 것처럼 소리를 지르거나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듯이 우리를 코와 발로 미는 것 같았는데,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서 싸는 오줌과 똥은 후각이 뛰어난 돼지들의 코를 역하게 했지만, 어차피 며칠 있으면 살이 도려질 것들에게 자비는 없었다.


가장 고통을 받던 것들은 어쩌면 소였는데, 소의 젖은 사람들에게 매우 인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 젖은 갓 짜진 상태로 혹은 끓여지거나 부패가 된 상태로, 덩어리가 지거나 그렇지 않은 상태로 다른 고기와 함께 먹혔다. 좋은 단백질 공급원인 소의 젖을 만들기 위해 암컷 소의 일부는 '젖소'라는 기이한 이름이 붙혀진 채 계속해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해야 했다.


그러나 '젖소'들은 막상 송아지들에게 젖을 물릴 수 없었고, 송아지와 어미가 함께 하기에 그들이 있는 공간은 너무 좁았다. 대부분의 송아지들은 몇 달간 길러진 후 굽거나 삶아져 그 어미의 젖과 함께 사람들의 뱃속으로 들어가졌다. 더 이상 임신을 하지 못하는 '젖소'들의 삶이 어떻게 되었을지는 말을 안 해도 알 것이다.


어쨌든 이런 악취와 고통의 축제 속에서 자란 동물들은 인류가 동물을 기르기 시작한 이래 가장 싼값에 팔려나가 왕부터 노비의 혀까지 모두가 평등하게 행복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다. 굶주리는 사람이 없었고, 모두가 건강하고 튼튼한 신체를 가진 것처럼 보였다. 왕은 이런 사육 방식을 개발한 이에게 큰 상을 내렸고, 농부는 점차 사육을 하는 사람으로, 백정은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이로 변화했다.


안타깝게도 바로 그 사육 방식은 수의학은커녕 감기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시대에 큰 재앙을 불러왔는데, 그 시발점에 대전쟁이 있었다.


옆 나라 적군의 목을 수차례 배고 승리의 기쁨을 누리는 군사들의 잔칫상은 패전국의 고기로 넘쳐났고, 일부 가축들은 우리 채로 이동해 승전국에 도달하곤 했다. 삶거나 굽거나 튀겨진 후 그 지역 특유의 채소와 양념으로 버무려진 고기는 고소하고 담백한, 향긋하고 감칠맛이 도는 따뜻한 냄새를 풍기며 승리의 기쁨을 누리게 했다.


그러나 풍토병에 걸려 있던 패전국의 일부 가축들이 승전국의 사육 방식으로 길러지면서 상황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지역을 옮겨가는 과정에서 가축들은 다양한 병에 걸리게 되었고, 가축우리에 놓이면서 병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워낙 좁은 곳에 있던 동물들은 떼로 병에 걸렸는데, 과학이나 의학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대에 사람들은 그것을 쉽게 알지 못했다.


패전국을 다스리기 위해 승전국의 사람들이 그곳으로 옮겨가 거주했고, 좁은 곳에서 다량으로 잔인하게 가축을 기르는 방식이 풍습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는 동안 병은 점점 퍼져갔고, 병 때문에 죽기 전에 먹혔던 지라, 동물들이 병에 걸린 것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런 병들은 대부분 사람에게도 발현되었는데, 설사를 멈추지 못하거나, 온몸이 까맣게 타 들어가거나, 피부에 끔찍한 습진이 나거나 완전히 미쳐버리는 증상을 나타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것이 고기로 인한 것이라는 것을 몰랐고, 약해져서 그런 것이라며 외려 밤낮으로 고기를 먹었다.


마침내 이 모든 전염병이 가축과 사육 방식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농가를 모조리 불태우기로 했을 때 남아있는 자들은 이가 없어 고기를 못 먹던 노인들과 아이들, 그리고 종교적인 이유로 먹지 않던 이들뿐이었다.


그들 중 살생을 반대하는 종교의 교도들이 중심이 되어 마을을 불 지르고 아이들과 노인들을 모아 새로운 부락을 형성했다. 그 부락은 점차 발전해 국가가 되었는데, 이 국가의 율법 제1항은 다음과 같다.


[제1조 1항. 모든 동물은 사람과 같은 생명이므로 결코 죽이거나 먹어서는 안된다. 동물을 먹는 것은 곧 재앙의 시작으로, 그것을 먹는 자를 사형에 처한다.]


작가의말

프롤로그인지라 설명 위주입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재미의 요소가 적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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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36 하얀서리
    작성일
    17.06.27 01:48
    No. 1

    소개 게시판 보고 왔습니다.

    일단, 소재와 제목이 요즘 유행하는 형태가 아니긴 하네요.

    하지만 유행 타는 걸 건너 뛰더라도, 각 문장이 길거나 묘사가 너무 많습니다.

    적절한 묘사는 상상을 돕지만, 문장 문장 마다 묘사가 있는 건 너무 많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이건 사견임으로, 아니다 싶으시면 무시하셔도 무방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 ye*****
    작성일
    17.06.27 03:37
    No. 2

    좋은 의견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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