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xx******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바위산 지대

                                                                                                                         [바위산 지대]

​ "형. 전화기 진동으로 해 놨네."

​ "응 누군데?"

​ "종민이 형."

​핸드폰 액정을 들여다 보던 민우가 민스를 향해 스마트 혼을 내밀었다. 그러나 민스는 쳐다 보지도 않고 귀찮은 듯이 손사래질까지 쳤다.

​ "그 시끼. 무슨 아침부터 전화 질이냐? 귀찮으니까 내비둬. 받지 않으면 끊겠지."

​ "그래도 모르니까 받아 봐."

​ "뭐 하려고, 정 뭐하면 니가 받던지. 알아서 해라. 에휴~ 뭐가 이렇게 금방 망가지냐? 도대체 이 짓을 언제까지 해야 하냐고? 젠장 하필이면 냉각기가 고장나고 지랄이냐. 쩝."

​입맛을 다신 민수가 능숙한 동작으로 파워뿐 아니라 그래픽 카드까지 교체하고 나서야 컴퓨터를 켰다. 그의 밥줄이 걸린 보물 1호 품이었다. 그때 민우가 통화극 끝냈는지 헨드폰을 내려 놓으며 민수의 곁으로 다가왔다.

​ "종민이 형이 잠깐 보자는데?"

 "뭐여 그 시끼? 볼일 있으면 지가 오면 되지. 감히 누구한테 오라 가라야. 짜식이 아침부터 예의 없이 말이야. 요즘 한창 바쁘게 돌아가는데 귀찮게 하네."

​ "짐깐이면 되니까 같이 오래."

​ "됐어. 그 도둑놈의 시끼. 보나마나 뻔하지 뭐. 나는 그놈 볼일 없다. 그냥 너 혼자 갔다 와. 형은 그냥 테혼에나 들어가 볼께. 너도 알다시피 그나마 아침 시간대가 제일 잘 벌리는 시간이 아니냐? 형이 먼저 들어 가서 여기저기 간 보고 있을테니까 너 혼자 갔다 오도록 해."

​ "하긴 그것도 그렇네."

​ 자, 그럼 어디 한번 달려 볼까? 자고로 돈이란 것은 벌수 있을 때 벌어야 하는거다. 바짝 벌어서 예쁜이들 엉덩이도 좀 두드리면서 살아야지."

​ "알았어. 갔다 올께."

​ "그려, 그럼 나도 가보다!"

​호창하게 외친 민수가 사우나 의자에 철퍼덕 앉으며 테론 접속기를 들어 올렸다. 그 사이 주섬주섬 옷을 걸친 민우가 집밖으로 나서며 말했다.

​ "갔다 올께. 형."

​ "오야. 어여 갔다와. 테론은 형이 지키고 있을 테니까. 간만에 대박 한번 쳐 놓을께."

​ "응"

 철컥,

문 닫치는 소리를 끝으로 작은 원룸에는 컴퓨터 돌아가는 소리만이 들려 왔다. 프로펠러 돌아가는 소리가 힘찬 것이 당분간 고장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민수는 그런 단조로운 소리가 싫은지 버릇처럼 혼잣말을 하기 시작했다.

 "이놈의 컴퓨터가 꼬져 가지고 말이야. 아침부터 그냥 사람 고생을 시키고 있어. 에휴~ 쩝, 이만하면 열이 식었겠지. 빨리 돈이나 벌러 가자. 그래야 럭셔리한 차도 구입하고, 안락한 집도 한체 장만하지. 슬슬 이짓도 지겨워지기 시작하는데 말이야. 흠, 그나저나 오늘도 어김없이 한시간 손해 본 건가? 민수한테 컴퓨터 먼저 사라해야겠다. 이러다 한방에 훅 간단 말이지. 갑자기 접속이 끊키면 나만 손해잖아..."

중얼중얼, 혼잣말의 달인 민수의 중얼거림은 헬멧 같은 접속기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도 이어졌다.

 [삐익, 접속을 원하시는 아이디를 불러 주십시요. 또는 새로운 계정을 원하시는 분은 계정 생성을 외쳐 주십시요.]

​지극히 단조로운 기계음이 들려 왔다. 테론 접속기에 내장 되어 있는 메뉴얼이었다. 민수는 두달 동안 나금 열심히 키운 엘프 케릭이 있는 계정을 말해줬다.

​ "xxpoad"

​ [비밀 번호를 불러 주십시요.]

​ "xxxxxx'

​ [다먹자님. 오늘도 대박나는 하루가 되십시요.]

​ "알았으니까 빨리 접속이나 해라. 대박이 뉘집 애 이름이냐? 아무때나 대박나게. 쳇, 길 가다가 돈 다발이나 한번 주워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젠장."

​궁시렁거리는 민수의 반응에도 접속기 상의 메뉴얼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 [다먹자님의 레벨은 155입니다. 제한 레벨까지는 45남았습니다. 부적절한 행위시 그에 따른 법적인 조치가 취해집니다. 그럼 행복한 하루 되십시요.]

​정해진 멘트가 끝남과 동시에 민수의 시야가 갑자기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워졌다.

​지난 2개월간 매번 느끼는 것이었지만 어두워도 너무 어두웠다. 칠흑같은 어둠은 이내 사라 질 것이다. 그러나 비록 짮은 시간이지만 대다수의 유저들은 이 어둠을 무지하게 싫어 했고. 민수 역시 싫어했다.

​ "쳇, 하루 이틀도 아니고 뭐가 이렇게 어둡냐고? 흠, 아니지 아니야. 내가 지금 뭘 걱정하는거냐? 어둡던 말던 내가 신경 쓸 일이 아니잖아. 자, 오늘도 한번 가보자구. 열나게 한번 달리는거야! 아닌말로 눈 앞에 아이템이 떨어져 있는데 그럼 안먹냐구? 그게 무엇이던 일단 먹고 보는거지. 여하튼 요즘 세상은 당하는 놈이 병신 쪼다인거야. 오늘도 아주 그냥 싸그리 먹어 주겠어. 내 아이디가 괜히 다먹자가 아니란 말이다."

혼잣말을 하던 민수의 눈이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 익숙 해질때쯤,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천둥 번개가 칠때처럼 빛 보다 음파의 비중이 더 크게 차지 했던 것이다.

그것도 한 두명이 아니라 수백명이 한꺼번에 떠드는지 각기 다른 소리가 들려오자 청각이라도 마비 된 것처럼 먹먹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시야를 방해하던 어둠이 단 한순간에 걷히며 활성화 된 아론 광장의 정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말그대로 바글바글하다는 표현처럼 진짜 수 많은 유저들이 보였다. 중세 시대에나 사용했을 법한 두터운 갑주를 착용한 기사와 회색의 로브를 착용한 마법사들이 활보를 치고 다녔고, 뾰족한 귀가 트레이드 마크인 엘프들까지 보였다. 아주 전형적인 판타지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민수가 서있는 아론 광장은 한눈에 보이는 전경이 장날 재래 시장처럼 사방에 좌판이 펼쳐진 상태였고, 수백명의 유저들이 저마다 거래를 하느라 바쁘게 떠들어대는 중이었다.

​ "이거 너무 비싸. 조금만 깍아 줘."

​ "나도 남는거 없어. 사지 않으려면 잡소리 말고 저리 꺼져버려. 너 말고도 사려고 하는 사람 졸 섰어."

​ "요 쓰럽넘. 보아하니 아주 닳고 닳은 놈이구만. 야, 그렇게 각지게 굴지말고 좀 깍아 줘! 세상에 에누리 없는 장사가 어딨냐? 몇 골드만 깍아 줘."

​ "안 팔아. 임마. 꺼져!"

​깍아 달라 말라, 사니 안사니, 보편적으로 오고 가는 말이 험했다. 그렇게 사방에서 떠들어대니 시끄러울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민수는 접속 종료 전 다음 사냥을 위해 미리 최상급 포션과 화살을 구입했었다. 보통 엘프는 무게 게이지가 무거운 상태로 다니면 민첩성이 떨어져 버린다. 그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애당초 물건을 많이 들고 다니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민수 형제의 사냥 타임은 그다지 길지 않은 편이었다.

​그나마 테론 세상은 이동 주문서가 활성화 되어 있었기에 사냥에 어려움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또한 각 마을 마다 텔레포트 사가 상주해 있는 관계로 이동하는데 불편한 점은 전혀 없었다.

​민수가 잠시 테론 세상에 적응하려 서 있는 사이 수많은 인파에 밀려 이리저리 치이기 시작했다.

 "아씨, 쫌 밀지마!"

엘프족 특징의 뾰족한 귀에 날렵한 몸매를 지닌 민수의 얼굴이 불만으로 잔뜩 찡그려졌다. 인파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다보니 원하지도 않는데 어느새 10여미터나 밀려왔기 때문이다. 민수의 짜증스러운 외침에 지나가던 커다린 덩치의 기사가 또 한번 거칠게 밀어내며 말했다.

 "길 한복판에 멍청하게 서있는 네가 잘 못한거다. 짜식이 기본적인 매너도 모르는 초짜냐? 잘 들어 임마. 엉아가 가르쳐 줄께. 항상 로그 아웃 할때는 한적한 곳에서 하는거다. 이 허접한 시끼야. 무슨 말인지 알아 들었냐?"

 "뭐라 떠드는거야? 이 어린놈의 시끼가 감히 어디서 잘난척이야. 집에 가서 니그 엄마......"

 [삐익, 부모님에 관한 욕설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자제해 주십시요. 다먹자님.]

 “이런 젠장할.”

테론의 필터기가 자체 기는으로 부모님에 관한 욕설을 알아서 차단했다. 역시 가상 현실은 뭐가 달라도 달랐다. 그렇그에 유저들이 환장하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 덕에 기현 소프트 사는 접속기 팔아 돈 벌고, 계정비 받아 돈 벌고, 그냥 돈일 갈퀴로 쓸어 담고 있었다. 테론은 한달 계정비가 20만원이나 했다. 동시 접속자 수가 백만명이 넘어섰으니 매달 계정비로만 2천억 정도를 벌어드린다는 소리였다. 그런 고 수익을 안정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 기현 소프트 사에서는 기현 메니아까지 만들어 물가를 조절하고 있었다.

 "..........."

 "뭐래니? 허접 시끼가 별 꼴갑을 다 떨어요. 멍청한 놈 계속 그러고 있었라. 엉아는 간다."

아무런 소리없이 그저 손짓 발짓을 하며 입만 뻥긋거리는 민수의 모습에 한덩치 하던 기사가 한번 더 눈을 희번뜩 거리고는 제 갈길로 가 버렸다. 어차피 이런 일 자체가 하루에도 수백번 이상으로 벌어지는 일이었기에 다른 유저들은 그다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식후 디저트처럼 다반사로 벌어지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민수 또한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보니 덩치 큰 기사가 조용히 사라져 버리자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또 다시 혼자 중얼거렸다.

​ "알았다고 알았어. 부모 욕은 하지 않으면 될거 아니야. 젠장, 그나저나 화살을 너무 많이 구입했나? 무게 게이지가 80%를 넘었네. 이러니 몸이 천근만근이지. 도대체 뭐가 이렇게 무거운거야? 인벤토리 오픈!"

민수의 명령어 한마디에 가로 세로 20칸으로 이루어진 투명한 아이템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쓰윽하고 훑어 봐도 변한 것은 없어 보였다.

그렇다는 것은 파워업을 했던 것이 사라지면서 본래의 능력치로 돌아 왔다는 소리였다. 민수는 원인을 파악하자 그 즉시 인벤토리를 닫아버렸다.

더 이상 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보통 인벤토리 칸에는 1번부터 200번까지 칸칸마다 번호가 있어 탄축키 만으로도 사용 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현실 시간과 테론 세계의 시간이 1대1로 같았기에 기현 소프트 사에서는 가능한 고객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방식으로 운영을 했다.

​물론 중차대한 사안이 벌어졌을 때는 다르겠지만 표면적으로는 유저가 우선이라는 정책을 펼쳤고, 그 일환으로 단축키 사용이 나왔다해도 관언이 아니었다.

​단축키 사용법은 창 번호와 아이템명을 일치하게 말하면 명령어 만으로도 사용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보통 체력 회복제 1번, 마력 회복제 2번, 귀환 주문서 3번, 이런 식으로 주로 사용하는 것을 앞쪽에다 놓고 사용했다.

​테론은 단축키 사용으로인해 모든 흐름이 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흘러 갈 수 있었다. 몬스터를 사냥할 때나 유저간에 대인전을 할때도 아조 유용하게 사용 할 수가 있는 단축키였던 것이다.

​이런 편리성이 테론 세상의 두번째 장점이었다.

​민수 역시 그런 현리성을 최대한 사용하는 사람중 하나였고, 차츰 테론의 재미에 빠져들고 있는 상태였다.

​ "에휴~ 바보처럼 파워업을 생각 못 하고 화살을 너무 많이 구입했구나. 흠,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고, 일단 1천발만 처리해야겠다. 이왕이면 필요한 사람 가지라고 주는게 좋겠지. 자, 미스릴 화살1천발 가질 사람!"

​무작정 허공에다 소리친 민수의 외침에 지나가던 마법사 한명이 받아쳤다.

​ "쳇, 난 또 뭐라고, 너 지금 장난하냐? 화살 1천발이 뭐냐고? 어디 거지 적선하냐? 이왕에 뿌리려면 쓰레기말고 좋은 것을 뿌려라. 요즘 세상은 얼라도 만원짜리 주면 오히려 주고도 욕을 먹는거 모르냐?"

​ "뭔 개소리야?"

​ "크크크."

​ "뭐여? 이 바보 시끼는 좋은 말로 할때 그냥 가던 길이나 가시지. 왜 남의일에 콩나라 팥나라 참견이냐? 괜히 깝죽거리다 한대 쳐 맞지말고 당장 꺼져버려!"

​ "멍청한 중생아 넌 어째 가르쳐 줘도 이상하게 받아드리냐? 오냐 알았느니라. 어차피 인생살이 제 멋에 사는거지. 그럼 엉아는 간다 잘 있거하. 크케케케."

​ "쯔쯔쯔, 저런 덜 떨어진 놈을 봤나? 욕 먹고도 좋단다. 짜식 실실 쳐 웃기는 꽤나 심심했나 보군. 하여간 이놈의 테론 세상에는 정상적인 놈이 드물단 말이지. 에휴~ 잡스런 놈들은 그렇게 살라고 하고 신경 끄자. 그냥 하던 일이나 하는게 속 편하지. 자, 사랑하는 엘프님들 미스릴 화살 1천발인데 가져 가실분 어서 오십시요. 날이면 날마다 오는 기회가 아니랍니다. 선착순 한분에게만 드립니다. 어서 오세요!"

​민수의 외침에 지나가던 유저들이 마치 미친좀 쳐다 보듯이 힐끔 거리며 지나갔다. 바깥 세상이나 가상 현실 속이나 남의 일에 톡톡 끼여드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무심하게 지나쳐갔다. 솔직히 자기 밥 그릇에다 숟가락을 올리지 않는 이상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테론 세상이었다.

​민수가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무시한 채, 한번 더 크게 외쳤을 때, 드디어 여 엘프 한명이 그의 앞에 멈춰 서서 짧게 물어왔다.

​ "님, 사기꾼?"

​ "으잉, 아니 예쁜 엘프님, 무슨 그런 마음 상하는 말을 합니까? 님은 파워업 한 상태에서 화살 구입한적 없습니까? 어쩌다보니 무게 게이지가 높아져서 그런 것인데 그렇다고 무작정 버려버리면 아깝지 않습니까? 어차피 삭제 시킬거 엘프끼리 나누어 쓰면 좋지 않냐 이거죠. 도불어 사는 세상 도와가며 살면 서로에게 좋은거 아니겠습니까?"

​ "그것도 그렇네요. 헤헤헤."

​천진하게 웃는 여 엘프의 모습에 민수 역시 덩달아 미소를 짓고는 재차 말했다.

​ "어떻게? 님이 쓰실래요?"

​ "그말 정말이죠?"
 "네? 뭐가요?"

​ "엘프끼리 나누어 쓴다는 말이요."

​ "아놔, 싫으면 말아요. 엘프님 생긴거와 달리 의심이 많네요. 혹시 떼놈 빤스를 입으셨나요? 내가 그걸 속여서 무슨 이득을 취하겠습니까? 에이 그냥 삭제 시켜야겠다."

​ "아니에요. 아깝게 그걸 왜 삭제 시키나요. 요즘 사기꾼이 하도 많아서 그런거죠. 버리지 말고 저 주세요. 고맙게 잘 쓰도록 하겠습니다."

​ “쳇, 진작에 그럴 것이지. 이게 나 좋으라고 그런거냐? 어차피 가져 갈거 튕기긴 왜 튕겨?”

​속으로 중얼거린 민수가 무덤덤한 표정으로 머리를 끄덕거렸다.

​ "알았어요. 교환 걸께요."

​ "네."

​쭈빗거리며 서 있는 여 엘프 앞으로 성큼 다가선 민수가 바로 교환 신청을 했다.

​ "아이템 교환!"

​민수의 교환 신청을 여 엘프가 바로 받아 들이자 투명한 교환창이 눈 앞에 떠올랐다.

​그 위에다 주고 싶은 아이템을 올리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보편적으로 교환창을 통해서 아이템을 교환해야 데이터 상에 정보가 남는다. 그래야만 차후에 문제가 생겼을때 증거 자료로 쓸 수가 있었다. 그만큼 테론 세상에 먹튀와 양아치가 많다는 소리였다.

​고로 본인 스스로가 알아서 조심하는 것이 상책인 것이다.

​ "22번 미스릴 화살 1천발 교환 등록!"

​ [띠링, 교환 등록 완료.]

​메시지가 뜨자 민수는 바로 yes를 선택했다. 여 엘프 또한 같은 절차를 밟았고, 이내 거래가 완료 되었다.

​ "감사해요. 님."

​ "뭘요. 겨우 이까짓것로 인사 받기는 조금 민망한 일이네요. 그저 버리기 아까워서 그런 것이니 마음 쓰지 않아도 됩니다. 작은 물건이라도 서로 나누며 살자이거죠. 어쩌다 세상 인심이 이렇게 각박해졌는지. 이러니 가상 현실에서까지 인심이 야박해졌잖아요. 서로 도우며 살면 서로 기분도 좋고, 얼마나 좋습니까? 그냥 그런 생각으로 이런 것이니 신경쓰지 마십시요."

민수의 장황한 설명에 여 엘프가 피식 웃고는 머리를 까딱이며 이별의 말을 건넸다.

 "네. 그럼 수고 하세요."

 "님도 수고 하시고 득템 하십시요."

 "넹 감사."

기분 좋은 만남을 뒤로 한 채, 여 엘프가 잠깐 사이에 인파속으로 들어가 버렸고. 그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민수가 여 엘프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뭔가 악쉬운지 짧게 한숨을 내 쉬고는 중얼거렸다.

 "에휴~ 역시 영계가 좋은거야. 그저 말만 섞었는데도 내가 젊어진거 같으니 말이야. 쩝, 일단 가볍게 몸이나 풀러 가볼까? 7번 순간 이동 주문서 사용!"

단축키 사용 명령어가 내려진 순간 민수가 그동안 테론을 하며 저장 기억 시겼던 위치들이 눈앞에 나열 되었다. 그 곳이 50여 곳이나 되었으니 지난 2개월간 나름 열심히 테론을 했다는 증거였다.

 1. 엘프족 아이템 만드는 대장간.

 2. 아론 마을 무기 상점.

 3. 통한의 계곡 입구.

 4. 뼈다귀 사냥터 초입.

 5. 바위산 지대.

 6. 아론 물품 보관소.

 7. 오우거 잘 나오는 곳.

 8. 주사위 게임장.

 9. 첫번째 명당 자리.

                 .

                 .

​                 .

​순간 이동 주문서는 한장에 100골드나 하는 고가의 주문서였다. 기현 메니아에서 1천 골드가 현금으로 1만원에 거래가 되고 있었다. 고로 주문서 한장을 사용 할때마다 현찰로 1천원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보통 버스비가 1천원이 조금 넘었기에 순간 이동 주문서를 버스에 비유 하기도 했다. 또한 귀환 주문서는 한장에 3백 골드나 나가서 흔히들 택시라고 부르고 있었다. 그만큼 귀환 주문서는 요긴하게 써먹었다.

몬스터 사냥을 하고 있는 상황만 아니면 그 어떤 딜레마도 없었고, 바로 가까운 마을로 이동을 시켜 주기 때문에 가격이 엄청나게 비쌌던 것이다. 그럼에도 유저들은 각종 주문서를 사용 할 수 밖에 없었다. 만약 그 돈이 아깝다면 몸소 뛰어 다니는 방법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곧 돈이라 할수 있는 테론에서 그럴 사람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았다. 하물며 짠돌이인 민수까지 사용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자.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을까? 가만 있자, 흠, 솔로잉이니 아무래도 바위산 지대가 좋겠지?”

혼자서 사냥해야 하는 것이니 바위산 지대가 무난 할 것 같았다. 시간 대비 떨어지는 골드나 아이템이 괜찮은 사냥터 중 한 곳이없던 것이다.

민수는 그렇게 가야 할 곳이 정해지자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곧 바로 실행에 옮겼다.

 “바위산 지대 이동!”

 번쩍!

명령어 한 마디에 밝은 빛 무리가 민수의 온몸을 휘감았다. 이어 빛 무리가 사라지자 북쩍거리던 아론 광장에 있던 민수의 몸이 한순간에 사라지더니 바위산 지대의 불모지에 서 나타났다. 사방팔방 시야가 닿는 모든 지역이 검은색 일색이다. 그 흔한 흙에서부터 돌맹이 하나까지 생명체가 살아 갈 수 있는 환경 조건이 아니었다.

그러나 바위산 지대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은 대부분이 덩치가 컸기에 눈에 잘 띌 수 밖에 없었다. 4m 크기의 대형 골렘부터 시작해 바위 전갈과 바위 코뿔소 그 외에도 10여 종류의 바위씨리즈가 무작위로 리젠이 되었다.

모든 몬스터가 바위로 이루어진 관계로 무기 손상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한곳이었다. 그런 이유에서인 드립 되는 아이템 또한 150레벨대의 중급 사냥터 치고 잘 나오는 편이었다. 당연히 떨어지는 머니도 보통 50실버에서 1골드로 하루 종일 작업하면 돈 십만원은 벌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그렇다보니 툭하면 자리 차지한다고 싸움 박질이었다. 어디 바위산 지대가 시골 동네고 아니고 반경 10km 이상으로 넓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대형 길드들이 통제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물며 몬스터가 많고 지리상 사냥하기 좋은 곳은 이곳 저곳에 구역을 나누 듯이 바리케이트가 놓여져 있기까지 했다. 기본적으로 바리케이트는 유저들이 설치 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었다. 고로 통제 구역을 설치 할 수 있는 자를 생각한다면 여렵지 않게 운영자가 개입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더군다나 실로 얄밉게도 바리케이트 안쪽을 부분 pk 지역으로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애초에 분쟁 지역을 목적으로 만든 것이 틀림 없었다. 또한 여기 저기에다 수십 구역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은 곧 힘 있는 놈이 독식을 하라는 소리와 같았다.

 “쳇, 더러운 것들 바깥 세상이나 가상 현실 속이나 있는 놈들이 모조리 차지하는구만, 이 불합리한 구조를 깨트려야 하는데 말이야. 나에게 힘이 없으니 그럴 수도 없고, 흠, 아니지 나한테 그런 힘이 있으면 내가 다 차지하지 뭐하러 그 구조를 깨트리냐. 암, 그렇고 말고.

머리까지 끄덕이며 중얼대는 민수를 작업장 입구에 서서 지켜 보고 있던 기사들이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재수없는 그들의 작태에 말 없이 넘어 갈 민수가 아니었다.

 “뭘봐? 이것들아.”

 “.........”

 “엉아가 하는 말 안 들리냐? 확 그냥 머리통을 날려벌라. 니들도 알잖아 엉아 화나면 무섭다는거. 좋게 말할때 눈 깔아라. 그러다 피똥 싸게 맞는다.”

 “..........”

민수의 도발에도 문지기들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그의 말이 그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았기때문이다.

 “그려. 이것들아 엉아가 오늘 한번은 봐주마. 앞으로 조심들 해라 알것냐?”

응얼응얼, 민수가 소리없이 입을 놀려대자 바리케이트 입구를 지키고 있던 기사들이 더욱 집중해서 노려보기 시작했다.

민수가 응얼대는 것이 마치 누군가와 귓속말을 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혹시라도 작업장을 빼앗기위해 치고 들어 오려는 다른 혈의 끄나풀이 아닌가 싶어 감시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 더욱 가관인 것은 대여섯명이 당장이라도 덤벼들 것처럼 노골적으로 적의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이 지키고 있는 바리케이트 입구에는 명패처럼 무슨무슨 길드 구역이라고 적혀 있는 팻말까지 걸려 있었다. 한 마디로 자기네 집이니 들어 오지말라 이 소리였다. 그때 바리케이트를 지키고 있던 기사 한명이 민수를 향해 소리쳤다.

“죽고 싶냐? 용건 있으면 가까이 와서 떠들어. 임마. 뭐라고 중어거리는거야?”

 “........”

민수는 말없이 뒤를 돌아다 봤다. 누구한테 말한 것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로 썩을 놈들이 자신한테 욕을 한 것이다. 순간 민수의 얼굴이 똥이라도 십은 듯이 찌그러졌다.

 “짜식이 능청을 떨기는 지금 장난하냐? 임마. 너 말이야! 멍청한 놈이 귀까지 먹었냐?”

“나? 내가 뭘?”

 “이런 허접 시끼야! 우리 눈이 동태 눈깔인지 아냐? 좋은 말로 할때 꺼져라!”

 “지금 시비거는거냐?”

 “병신 지랄하네. 그래 시비거는거다. 어쩔래 병신아. 감히 어디서 귓속말을 날리면서 꼼수를 부려?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꺼져. 아니면 덤벼보던지?”

 “끄으응”

신음성을 뱉어낸 민수가 바리케이트 앞에 있는 놈들의 얼굴을 뼈에 각인이라도 시키 듯이 노려봤다. 당장 그가 취 할 수 있는 제스처가 그정도가 다였으니 힘 없는 자의 비애라 할 수 있었다.

진짜 손 끝이 덜덜 떨릴 정도로 열이 받았지만 덤벼들지 못 하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면서 말이다. 뱃속의 창자가 뒤틀릴 정도로 배알이 꼴렸지만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보니 민수는 이를 악물며 그들 앞을 지나쳐갔다. 그렇게 민수가 꼬리를 말아버리자 정해진 수순처럼 뒤에서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벨도 없는 놈. 저거 뭐하는 놈이냐?”

 “그러게 말이야. 혼자 중얼대기에 간만에 전투 한번하나 했더니 완전 병신이엇네.”

 “크크크. 심심하던 참인데 좀 덤벼주지. 아주 그냥 아작을 내버리게 말이야.”

 “야. 그럴만한 위인도 아니다. 꽁지가 빠져라 도망 치는데 뭘 할 수야 있겠냐?”

“이런 젠장할 진짜 열받게 하네.”

순간 멈칫 걸음을 멈추려던 민수가 더러워서 피한다는 생각으로 다리에 힘을 실어 빨리 걷기 시작했다.

 ‘그려. 즐길 수 있을 때 실컷 즐겨라. 언젠 가는 백배 천배로 갚아주마.“

테론 세계는 말 그대로 양육강식, 강자존이 성립 되는 그런 세상이었다.

특히 바위산 지대에서는 곧 힘민 있으면 죽이고 빼앗아도 마무 문제가 없는 무법지대라 보는 것이 맞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원시 시대의 법칙이 버젓이 통용 되는 살육의 현장이란 소리였다.

기현소프트 사에서는 이런 이상한 룰에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현대인의 습성을 정확하게 파고드는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었다.

민수 역시 만약 남을 누를 수 있는 힘이 있었다면 보나마나 저들처럼 한자리 차지하기위해 지지고 볶으며 개 싸움에 뛰어 들었을 것이다. 그런 자신의 성격을 그 스스로도 잘알고 있었기에 민수는 이런 불합리한 상황에 피가 거꾸로 솟을 정도로 열이 올라왔지만 그저 속ㅇ로 삭히며 지나칠 뿐이었다. 그러나 볼멘 소리까지 삼키지는 않았다.

 “재수 없는 도적놈들, 그려 좋은 것은 니들끼리 다 해쳐 먹어라. 엉아는 그저 한곳에 처박혀서 조금만 먹고 떨어지마. 에휴~ 젠장 속이 뒤들리지만 어쩌겠어. 능력이 없으면 찌그러져야지. 이래서 세상은 힘이 있었댜 하는거야. 자고로 남자는 무시 할 수 없는 힘을 가져야 떵떵거리며 사는데 말이지. 쳇, 창피하게 이게 뭐냐고? 젠장 속이 아주 그냥 뒤집어 지는구나. 좋다 이거야 , 바리케이트 첫번째 작업장 니그들 나종에 보자고, 엉아가 이 수모는 반드시 되갚아 준다.”

푸념 하듯이 중얼거리며 걸어가는 민수의 발검을이 무거워 보였다.

박박 문질러도 지울 수 없는 수모를 당했으니 풀이 잔뜩 죽어 그렇게 보이는 것은 당연한 모습 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애초에 힘이 없어서 당한 것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민수가 몸에 착용하고 있는 장비가 외관상 조금 투박해 보이는 디자인이었기에 더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었다.

민수의 장비는 강철 투구를 시작해 망토와 갑옷,내갑,방패,강철 부츠를 끝으로 총7가지였다. 기본적인 레어급 아이템으로 국민 셋트인 7씨리즈 장비였다. 그무게가 엘프의 민첩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이었지만 그래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멋과 민첩성 보다 더 종요한 것이 방어력이었으니 말이다. 테론 세상에서는 그래도 기본 방어력이 최하 +90은 넘어야 어디 가서 죽지 않고 사냥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몸을 짓누르는 무게를 견디며 걸어가던 민수의 입에서 또 한번 투정의 말리 터져 나왔다.

 “에고 힘들다. 힘들어. 역시 엘프족은 체력이 약해서 별로란 말이야. 차라리 기사를 하면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쳇, 이거 고민되네. 그렇다고 이제와 기사를 키울 수도 없고, 에휴~ 정답없는 넋두리인가?”

구시렁 구시렁 근 10여분을 터벅터벅 걸어 드디어 바위산으로 오르는 입구에 도착 할 수 있었다. 여기서 부터가 진정한 바위산이었다. 그나마 완만한 경사로 이루어졌기에 쉬엄쉬엄 올라가며 사냥을 할수 있는 그런 지형이었다. 다만 바위산 정상에는 5벡 레벨의 드레곤 이지스가 살고 있는 동굴이 있었고, 바보차럼 그 암으로 들어 가는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그럭저럭 혼자 놀기 딱 좋은 사냥터였다.

지금까지가 평지에 위치한 명당 자리를 침을 흘리며 지나왔다면 이제 부터는 바위산을 오르면서 맛난 몬스터를 맛볼 시간인 것이다. 그렇게 나름 힘들게 걸어 온 민수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 나왔다.

 “휴우~ 겨우 다 왔네. 거참 딱 이자리를 저장 시키면 좋은데 왜 못하게 만들었을까? 하여간 운영자 넘들은 셩격도 이상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사는 놈들인지 이해 할 수가 없다니까. 확 그냥 모조리 쓸어 버릴 수도 없고 진짜 열받아 죽겠네. 에휴, 그건 그렇고 이제 슬슬 사냥이나 해볼까?”

목적지에 도착하자 민수가 기지개를 켜듯이 몸을 쭈욱 풀어 주고는 주위를 둘러 보기 시작했다. 바위산 이곳 저곳에서 혼자 외롭게 솔플하는 유저들이 보인다. 돈 되는 아이템 하나 먹기 위해서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나 민수가 원하는 것이나 매한가지였다. 어쩌다 대박이 터져서 덩어리 큰거 하나 먹는게 목적이었다. 그렇게 일단 보이는 족족 잡아 죽이다보면 언젠가는 한껀 올릴 날도 있을거라는 기대를 품은 채, 사냥을 이어갔고, 진짜 재수 좋게 덩어리 큰거 하나 먹으면 그 순간 최하 몇십만원을 벌어드리는 것이다. 그것도 한방에 말이다.

그런 꿈이라도 품고 사냥을 했기에 민수뿐 아니라 솔플하는 모든 유저들이 지루해 하지 않고 테론을 즐길 수 있었다.

 “좋아. 오늘도 한번 달려 보자구. 아자, 아자, 가는거야! 11번 크로스 보우 착용!”

 철컥!

민수의 명령어 한마디에 정교하게 만들어진 크로스 보우가 손에 쥐어졌다. 지난 2개월간 수없이 사용하건 무기여서인지 손에 착 감기는 것이 느낌이 좋았다. 주로 엘프들이 사용하는 크로스 보우는 기본 타격치가 145에 추가 타격치가 15, 명중률 70%로 대인전 뿐 아니라 사냥 하기에도 좋은 무기였다. 엘프들이 사용하는 활 종류 중, 대궁 다음으로 강력한 무기인 것이다.

민수의 석궁은 레어급으로 +9 까지 인첸트가 되어 있었다. 보통 +9짜리는 기현 메니아에서 고가에 거래가 되었고, +9크로스 보우 같은 경우 현금으로 120만원에 거래가 되는 아이템이었다.

민수가 착용한 아이템 중, 제일 비싼 놈이다.

“22번 미스릴 화살 4천발 장전!”

 “좋아. 오늘은 처음부터 운이 좋네. 올라 오자마자 대형 골렘이다 보이고, 크크큭, 오키바리 화살 다 쓸때까지 무한 사냥이다. 다 죽여 주겠어!”

기분 좋은 외침과 동시에 민수의 크로스 보우가 불이나게 튕겨졌다.

화살이 거의 1초에 한발씩 매서운 속도로 날아가 대형 골렘의 몸에 꽃치며 시원한 타격음까지 들려왔다. 대형 골렘은 170레벨로 부자 몬스터로 분류 되는 놈이었다. 그덩치가 4m 이상으로 마치 깡통 로봇처럼 생긴 것이 느리긴 또 얼마나 느린지 원거리 공격수한테는 완전 봉 같은 존재였다. 그렇기에 그 어떤 몬스터 보다 빠르게 선점하는 것이 우선인 놈이었다. 게다가 드랍했다하면 2골드에서 5골드 사이였고, 재수 좋게 아이템이라도 나왔다하면 기사 전용 검으로 최고로 치는 샴샤르가 나왔다. 물론 하루에 한 두 자루가 겨우 나올까 말까하는 극악의 확률로 떨어진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말이다. 역시 대형 골렘은 덩치가 크니 공격할 맛이나는 놈이었다. 쏘는 족족 기세 좋게 날아간 화살이 골렘의 몸을 두드려대고 있었다. 그러나 민수의 입에서 나온 말은 전혀 의외의 말이었다.

 “허 저놈이 미쳤나? 왜 나한테 오지않고 저 쪽으로 가지? 분명 정확하게 두드렸는데 말이야.”

모든 몬스터는 공격을 당하면 공격자에게 부리나케 쫏아 오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간혹 가다 버그 비슷하게 멍청한 놈도 있었다. 그렇기에 조금 이상했지만 쉽게 생각하는 민수였다. 오히려 편하게 잡을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으니 고맙게 행각하고 있다는 것이 맞았다. 어차피 잡아 죽인후, 아이템만 챙기면 되는 것이라 편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뭐 나야 고맙지. 물러나지 않으면서 사냥하는게 어디냐? 이왕이면 가까이 가야지.”

대형 골렘과 떨어진 거리는 20여미터, 궁수의 공격 패턴은 원거리였다.

그렇다보니 민수는 항상 공격하다 몬스터가 다가오면 뒤로 물러나며 사냥을 했었다. 모든 엘프들이 그런 식으로 사냥을 했기에 민수 역시 어느새 몸에 벤 습관이었다. 그런식으로 치고 빠지는 스타일에서 갑자기 반대로 쫓아 가며 연사를 날려대자 손 맛이 남다를 수 밖에 없었고, 그짜릿한 느낌에 저절로 웃음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그하하하! 죽어라 이놈아. 더블 샷!”

 슈슈슝, 슈슝.

 퍼버벅

 “크케케케, 으잉?”

기분 좋게 웃어대던 웃음 소리가 갑자기 뚝 하고 멈쳤다. 거기다 20m 에서 10M로, 10M에서 5M로 거리가 점점 좁혀 질수록 민수의 눈에 실망스러운 기운이 어리기 시작했다.

 

 

 

 

 

 

 

 

 


댓글 0

  • 댓글이 없습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 내 일상 | 바위산 지대 17-07-05
2 내 일상 | 만남 17-07-05
1 내 일상 | 프롤로그 17-07-05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