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문득 겨울마다 혼자서 설악산에 올랐던 일이 생각나는군요.
그때의 눈과 바람과 안개....
정말 환상 그 자체였죠.
한 번은 희운각에서 하루 밤을 자고 아침 일찍 대청봉을 향해 오르다가
중청봉 능선에서 어찌나 지독한 바람을 만났던지....
정말 생전에 그런 바람은 처음이었고, 앞으로도 없었을 겁니다.
어느 정도였는가 하면, 서 있으면 그대로 등을 세게 떠밀린 것처럼 앞으로
팍팍 고꾸라질 정도였으니까요.
걷기 위해 한 발을 들면 몸이 1미터는 날려갔어요.
초상비라는 경공을 실제 체험해 본 그 짜릿함이라니^^
결국 토룡신공을 쓸 수밖에 없었죠. 얼어붙은 눈 위에 납작 업드려서
낮은포복 자세로 살살 기어 가는 것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답니다.
손가락 발가락이 꽁꽁 얼어붙고, 온몸의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주위에 도움을 청할 사람 하나 없이 혼자 내던져져 있었으니 암담했죠.
이러다가 여기서 얼어죽나보다 싶더군요.
죽어라고 기고 또 기었습니다.
미친놈처럼 목이 쉬도록 온갖 악을 다 써가면서요.
대청봉이 눈앞에 보이는데 거기까지 가기가 왜그렇게 힘들고 멀었던지...
결국 살아서 올라갔습니다. 그 정신에도 정상에 올랐다고 야호!!!
소리 한 번 지르고 다시 뿔뿔 기어서 대피소로 들어갔죠.
대여섯 명이 거기 있었는데 다들 저를 보더니 놀라서 굳어 버리더군요.
\"아니 혼자 왔어요? 그것도 이런 날씨에?\"
\"저 양반 죽으려고 작정했던 모양이군.\"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문가에 서서 언 손과 발을 열심히 비비고
문질러 대며 그들에게 애원을 했죠.
\"저기요. 라면, 라면이나 좀 끓여 주세요. 파 팍팍 썰어 넣고 두 개 한꺼번에....\"
암튼 그때 그 겨울 산행은 정말 잊을 수 없는 기억이죠.
그 이후로는 한 번도 겨울 설악산에 올라가 보지 못했네요.
아, 아련한 추억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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