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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ark 님의 서재입니다.

해리포터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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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ark
작품등록일 :
2020.10.09 17:39
최근연재일 :
2024.03.23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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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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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41쪽

아즈카반의 죄수 - 제4장 디멘터

DUMMY

다음날 아침은 평상시처럼 흘러갔다. 톰이 차 한 잔을 들고 와서 해리를 깨웠으며, 해리가 옷을 입고 헤드위그를 새장 속에 집어넣었을 때 론이 스웨터를 반쯤 걸친 상태로 문을 쾅 열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빨리 기차를 타고 떠나야지, 정말 더 이상 못 참겠어.”


그가 잔뜩 얼굴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


“적어도 호그와트에서는 퍼시에게 들볶이지 않을 거 아냐. 이제는 또 내가 페네로프 클리어워터의 사진에 차를 좀 흘렸다고 야단이야.”


론이 우거지상을 했다.


“더 이상 퍼시하고는 이야기 하고 싶지도 않아.”


그리고 곧이어 프레드와 조지가 들이닥쳤다. 그들은 론이 화를 내는 소리에 걱정 되서 올라온 것 같았다.


그들이 아침을 먹으러 내려가자, 위즐리 씨는 이맛살을 찌푸리고 딱딱한 표정으로 ‘예언자 일보’의 1면 기사를 읽고 있었고, 위즐리 부인은 헤르미온느와 지니와 함께 조용조용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어제 일 때문인지 아무도 필요 이상으로 시끄럽게 떠들거나 웃지 않았다. 해리가 위즐리 가족을 알게 된 이후로 처음 보는 분위기인 것 같았다.


다행스러운 점은 출발할 때 어찌나 혼란스러웠던지 분위기가 어떤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들은 모두의 가방들과 각자의 새장 위에 앉아있는 헤드위그와 퍼시의 부엉이 헤르메스와 론의 새 부엉이 피그위존을 리키 콜드런의 좁은 계단으로 끌고 내려가 문 앞에 쌓아놓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방 더미 옆에 놓인 버들가지로 만든 작은 우리에서 시끄럽게 으르렁대는 소리가 났다.


“괜찮아, 크룩생크.”


헤르미온느가 버들개지 사이로 정답게 소곤거렸다.


“기차타면 내보내줄게.”


바깥에서 마법부 차를 기다리고 있던 위즐리 씨가 고개를 쑥 들이밀었다.


“도착했다.”


그가 말했다.


“해리, 어서 타거라.”


위즐리 씨가 해리를 짧은 보도를 지나 두 대의 초록색 구식 자동차 중 첫 번째 차 쪽으로 걸어가게 했다. 차를 몰고 온 마법사들은 에메랄드빛으로 빛나는 정장을 입고 있었다. 해리는 저런 정장을 입는 운전수가 어디에 있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웃음을 꾹 참고 안내에 따랐다.


“차에 타거라, 해리.”


시리우스가 사람들이 북적대는 거리 이쪽저쪽을 흘끗 쳐다보았다.


해리가 차 뒷자리로 들어가자마자, 헤르미온느와 론, 그리고 퍼시가 올라탔다. 퍼시는 아무래도 쌍둥이와는 절대 타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앞좌석에는 시리우스가 타고 위즐리 부부는 두 번째 차량으로 향했다.


킹스 크로스로 가는 여행은 해리가 시리우스와 구조 버스를 탔을 때보다도 덜컹거렸다. 마법부 차들은 겉보기는 평범한 승용차였지만, 해리는 그것들이 도저히 들어갈 수 없는 좁은 틈새로 미끄러지듯이 빠져 나가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그들은 기차가 출발하기 20분쯤 전에 킹스 크로스 역에 도착했다. 차가 멈춰 서자마자 마법부의 운전사들은 직접 손수레를 가져와 가방들을 실어주고는 위즐리씨에게 인사를 한 뒤 다시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신호를 기다리는 차들의 긴 행렬 제일 앞으로 미꾸라지처럼 끼어들며 멀어졌다.


시리우스는 역으로 들어가는 동안 내내 해리에게 바짝 붙어서 있었다.


“자, 그럼.”


위즐리 씨가 일행을 둘러보며 말했다.


“인원이 너무 많으니까, 둘씩 짝지어서 들어가도록 하자. 시리우스, 당신이 해리와 먼저 들어가시오.”


시리우스는 해리의 손수레를 밀고 9번과 10번 승강장 사이의 개찰구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개찰구에 기대섰다. 해리도 똑같이 개찰구에 기대섰다.


곧바로, 눈치를 살피던 시리우스와 해리는 단단한 돌 벽을 뚫고 지나가 9와 3/4번 승강장 위로 나왔다. 고개를 들자 진홍색 증기기관차인 호그와트 급행열차가 아이들을 배웅하려고 나온 마녀와 마법사들로 가득 찬 승강장 위로 연신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게 보였다.


그때 해리 뒤에 있는 벽을 뚫고 퍼시와 지니가 나타났다. 그들을 개찰구까지 뛰어서 왔는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아.”


퍼시가 페네로프 클리어워터를 발견하고 지니와 말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손수레를 밀고 페네로프에게 가버렸다. 해리가 지니를 슬쩍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몹시 실망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나머지 위즐리 가족과 헤르미온느가 다 도착하자 해리와 론은 사람들이 꽉꽉 들어찬 객실을 지나 맨 끝에 있는 텅 빈 객차로 갔다. 그들은 그 위로 가방들을 싣고 헤드위그와 크룩생크와 피그위존을 그물 선반에 올려놓은 뒤 위즐리 부부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다시 밖으로 나갔다.


위즐리 부인이 모든 자녀들에 이어 헤르미온느와 해리에게도 입을 맞추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퍼시는 위즐리 부부를 찾아오지 않았으므로 입을 맞춰줄 수가 없었다.


“몸조심해라. 알았지, 해리?”


그녀가 똑바로 서며 말했다. 그녀는 피터가 해리를 쫒고 있다는 사실을 몹시 걱정하는 눈치였다.


“나와 크리처가 샌드위치를 만들었단다... 옜다, 론... 아니, 이번엔 소금에 절인 쇠고기 샌드위치가 아니란다... 프레드? 프레드 어딨니? 옜다, 얘야....”

“해리.”


시리우스가 그를 조용히 불렀다.


“잠깐 이리로 오렴.”


그가 고개로 기둥을 가리키자, 해리가 위즐리 부인 주위에 모여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서 슬쩍 빠져 나와 그를 따라 기둥 뒤로 갔다. 그 모습을 보고 위즐리씨도 시리우스를 따라 기둥 뒤로 왔다.


“학교에서 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피터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다. 어떤 일을 할지 몰라.”


시리우스가 말했다.


“아서에게 들었다. 올해부터 호그스미드를 방문할 수 있지?”

“어- 맞아요. 하지만 동의서를 받지 못했....”

“물론 알겠지만, 나는 사인해 주지 않을 거다.”


그가 말했다.


“올해는 위험해. 피터가 잡히거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말이다.”

“그런 이유가 있기 때문에 혹시나 네가 피터를 찾아가거나 하지 않았으면 하는구나.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말이다.”

“어- 네. 알겠어요. 걱정하시는 건 뭔지 알아요. 비밀 파수꾼에 대한 이야기는 덤블도어 교수님에게 이미 들었거든요.”


위즐리 씨가 잠깐 놀란 얼굴이 되었지만, 곧 다시 말했다.


“알겠다. 그러면 정말로 위험을 자초하거나 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구나.”

“그게 아니더라도 넌 올해 할 일이 많을 테니 말이다.”


시리우스가 말했다.


“알겠어요. 근데 피터 페티그루가 왜 절 노리는 거죠? 이유에 대해서는 한 번도 듣지 못했는데요.”


해리의 질문에 시리우스와 위즐리씨가 서로를 한번 쳐다보았다.


“좋아.”


시리우스가 말했다.


“사실 피터는 두 번 도망친 거란다.”

“두 번 도망쳤다구요?”

“그래. 도울리쉬가 한번 놓친 이후에 내가 그를 직접 잡아냈지. 그런데 아즈카반으로 거의 연행되었을 때 다시 도망쳤단다. 그리고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베리타세룸으로 알아보았고, 그는 볼드모트와 접촉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단다.”

“네?”


해리가 놀라서 되물었다.


“그가 볼드모트와 이미 접촉했다구요?”

“그렇단다. 그리고 그 사람을 부활시키기 위해서 너를 제물로 삼으려는 것 같다더구나.”


위즐리 씨가 말했다.


“그러니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위험한 일을 하지 말거라.”

“네.”


해리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서!”


위즐리 부인이 아이들을 기차에 태우면서 소리쳤다.


“아서, 시리우스! 기차가 출발하려고 해요!”

“곧 가리다, 몰리!”


위즐리 씨는 이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빨리 가야겠구나.”


시리우스와 위즐리 씨가 해리를 데리고 기차에 갈 때쯤 시끄러운 휘파람 소리가 연거푸 들려왔다. 차장들이 기차를 따라 걸어가며 문들을 쾅쾅 닫고 있었다.


“잘 지내거라, 해리.”


시리우스가 그를 한번 꼭 안아주었다.


“피터는 내가 어떻게든 다시 잡아들이도록 하마.”

“그래도 몸 조심 하세요.”


해리가 말했다.


“배웅 감사드려요.”


위즐리 씨에게도 인사 하고 난 뒤 해리가 곧바로 기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나서 곧 쾅쾅 하는 소리가 몇 번 더 들리고 기차가 출발하기 시작했다. 해리는 기차 문에 달린 작은 창문을 열고 그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너희들에게만 할 말이 있어.”


위즐리 부부와 시리우스가 점처럼 작아지고 나서, 해리가 말했다.


“저리 가, 지니.”


론이 야멸차게 말했다.


“최악이야 정말.”


지니가 골이 나서 이렇게 말하고는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짐을 실어 놓았던 기차 맨 끝에 있는 객실로 들어갔다. 객실에는 창가에 앉아 쿨쿨 자고 있는 루핀이 있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안으로 들어가려다 말고 문턱에 우뚝 섰다. 호그와트 급행열차는 대개 학생들만 타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여지껏 수레를 밀고 다니며 음식을 파는 마녀 말고는 어른을 본 적이 없었다.


루핀은 새로 산 것이 분명한 깔끔한 망토를 입고 있었다. 분명 시리우스가 선물해 준거라고 생각했지만, 해리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누군 거 같니?”


론이 창가에서 가장 먼 자리를 잡고 앉아서 문을 닫으며 물었다.


“R.J.루핀 교수야.”


론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헤르미온느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리무스 루핀 교수지 정확히는.”


해리도 말했다.


“어떻게 알아?”

“그러게. R이 뭔지는 알 수 없을 텐데?”

“아니 그것도 어떻게 알아?”


론이 몹시 궁금한 것처럼 물었다.


“그의 가방에 써 있잖아.”


헤르미온느가 그 남자의 머리 위족에 있는 선반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그곳엔 끈으로 여러 겹 교묘하게 꽁꽁 묶은 낡고 자그마한 여행 가방이 하나 있었는데 한쪽 귀퉁이에 다 벗겨진 글자로 R.J.루핀 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나는 시리우스의 집에서 만나봤어. 덤블도어 교수님이 그를 교수로 초청했지.”

“정말이니? 왜 그 얘길 우리에게 안 한 거야? 무슨 과목을 가르치시지?”

“그거야 뻔하지.”


헤르미온느가 속삭였다.


“빈 자리는 딱 하나밖에 없잖아, 안 그래? 어둠의 마법 방어술.”

“맞아.”


해리가 말했다.


“그리고 덤블도어 교수님과 약속한 거라 말하지 못했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론이 수긍했다.


“그나저나 잘 해낼 거 같니?”


그가 못미더운 듯 말했다.


“웬만한 마녀 하나도 당해내지 못할 것 같은데. 참, 그리고”

“네가 우리에게 하려는 말은 뭐니?”


해리는 올해 연구실이라는 시설이 생기는 것과, 그곳에서 덤블도어 교수의 개인 강의를 받을 거라는 점, 그리고 피터 페티그루가 볼드모트와 접촉 했다는 사실을 말해 주었다. 그가 말을 마치자 론은 굉장히 놀란 것 같았고 헤르미온느는 양손을 입에다 갖다 댔다. 그녀가 마침내 손을 내리고 말했다.


“그러면 피터 페티그루가 너를 뒤쫓는 이유가 그 사람을 부활시키기 위해 널 제물로 삼으려는 거라는 말이니? 오, 해리 너 정말 정말 조심해야겠다.”

“거기다 그가 두 번이나 도망쳤다는 이야기야? 오러에게서 두 번이나 도망치다니.”

“하지만 시리우스가 반드시 그를 잡을 거야, 안 그러니?”


헤르미온느가 진지하게 말했다.


“내 말은, 시리우스는 한번 그를 잡은 경험이 있으니까 말야...”

“이 소리는 뭐지?”


론이 갑자기 말했다.


어디선가 어렴풋하게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들은 객실을 빙 둘러보았다.


“내 가방에서 나는 소리야.”


해리가 일어서서 선반으로 다가갔다. 잠시 후 그는 짐 속에서 포켓 스니코스코프를 꺼냈다. 그것은 해리의 손바닥에서 아주 빠르게 뱅글뱅글 돌며 빛을 내고 있었다.


“그거 스니코스코프니?”


헤르미온느가 흥미로운 듯 더 잘 보려고 일어서며 말했다.


“그래... 하지만 이건 아주 싸구려야.”


론이 말했다.


“내가 이걸 해리에게 보내려고 피그위존의 다리에 묶고 있을 때도 정신없이 돌아갔었어.”

“그때 너 못된 짓 하고 있었던 거 아냐?”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아니! 글쎄... 피그위존이 장거리를 건너 갈 수 있을지는 모르는 상태였으니까. 너희들도 알다시피 그 녀석은 좀 작잖아. 하지만 피그위존이 아니었다면 에롤을 보냈어야 하는 상황이었단 말야.”

“가방에 다시 넣어야겠어.”


스키코스코프가 휙 하고 귀를 찢을 듯한 소리를 내자 해리가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루핀 교수가 깰 거야.”


그가 고개로 루핀 교수를 가리켰다. 그리고 해리가 절대로 신지 않는 버논 이모부의 양말 속으로 쑤셔 넣어 소리를 좀 죽인 뒤 가방에 넣고 가방을 닫았다.


“호그스미드에 가면 그걸 점검해 볼 수 있을 텐데.”


해리가 자리에 다시 앉자 론이 말했다.


“신비한 악기 같은 걸 파는 더비시와 뱅스 라는 가게에서도 그런 걸 팔거든. 프레드와 조지 형이 말해줬어.”

“너 호그스미드에 대해서 알기나 아니?”


헤르미온느가 핀잔주듯 날카롭게 물었다.


“난 책에서 읽었는데 영국에서 머글이 단 한 명도 없는 마을은 그곳밖에 없대-”

“그래, 그럴 거야.”


론이 생각 없이 아무렇게나 말했다.


“하지만 내가 가고 싶어 하는 건 그것 대문이 아냐. 난 그저 허니듀크에 들어가 보고 싶은 것뿐이야!”

“그게 뭔데?”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그건 과자가게야.”


론이 환상에 잠긴 듯한 얼굴로 말했다.


“그 가게엔 없는 것이 없이 모두 다 있어. 먹으면 입에서 연기가 나는 고추 꼬마도깨비도 있고, 딸기 무스와 응고된 크림이 들어있는 커다란 초코볼도 있고, 수업시간에 빨아먹고 있어도 그저 다음엔 뭘 쓸까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정말로 맛 좋은 깃펜 사탕도 있어-”

“더구나 호그스미드는 대단히 흥미로운 곳이야, 그렇지 않니?”


헤르미온느가 열심히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였다.


“역사적 마법 사적지라는 책에서는 그곳이 1612년의 도깨비 반란 본부였으며, 비명을 지르는 오두막집은 영국에서 유령이 가장 많이 나오는 흉가로 알려져 있어-”

“-그리고 빨아먹고 있는 동안 땅 위로 몇 센티미터쯤 둥둥 떠오르게 하는 커다란 샤베트볼도 있어.”


론이 헤르미온느의 말에는 단 한마디도 귀 기울이지 않다가 불쑥 말했다.


헤르미온느가 해리의 얼굴을 살폈다.


“학교에서 벗어나 호그스미드에 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겠지.”


해리가 말했다.


“그렇지만 나는 갈 수 없어.”

“무슨 뜻이니?”

“허가서에 이모와 이모부는 물론이고 시리우스도 사인해 주지 않았어. 당연히 피터 페티그루 때문에 말야.”


론이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네가 못 가다니? 하지만- 절대 안 되지- 맥고나걸 교수나 누군가가 허락해 줄 거야.”


해리는 허탈하게 웃었다. 그럴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럴 리가 없잖아. 피터 페티그루는 쥐로 변할 수가 있어. 그런 상황에서 호그스미드에 가는 건 별로 좋지 않은 일이라고 하겠지.”

“아니면 프레드와 조지에게 부탁할 수도 있어. 그 형들은 성에서 나가는 비밀통로들을 다 알고 있잖아-”

“론!”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헤르미온느가 날카롭게 말했다.


“내 생각엔 페티그루가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있는 동안에는 해리는 학교에서 몰래 빠져 나가면 안 될 것 같아-”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야.”


해리가 씁쓸하게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해리랑 같이 있으면,”


론이 헤르미온느에게 힘차게 말했다.


“페티그루가 감히-”

“오, 론. 헛소리 좀 그만해.”


헤르미온느가 갑자기 말을 가로막았다.


“페티그루는 혼잡한 거리 한가운데서도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시리우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사람들을 죽였던 사람이야. 하물며 우리 같은 꼬마들이 있다고 그가 해리를 납치하지 못할 것 같니?”


그녀는 말하면서 크룩생크의 바구니 끈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거 내보내지 마!”

론이 다급하게 말했지만 이미 늦고 말았다. 크룩생크가 바구니에서 가볍게 뛰어나와 몸을 쭉 펴고 하품을 하고는 론의 무릎 위로 살짝 뛰어올랐다. 그리고 론의 생각과는 달리 얌전히 주변을 살피더니 폴짝 뛰어 선반에 올라가 몸을 둥글게 말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연구실 얘기를 해봐. 어째서 네가 연구실로 뽑힌 거지?”


론이 물었다.


“내 생각에 성적은 헤르미온느가 더 좋을 텐데?”


론의 말에 헤르미온느의 볼이 약간 붉어졌다.


“그렇기는 하지.”


해리가 말했다.


“그렇지만 덤블도어 교수가 원하는 연구주제에 필요한 내용을 내가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아.”

“어떤 것 말이야?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예를 들면 과학 같은 거 말야. 나는 초등학생 때 두들리가 괴롭힐 수 없도록 도서관에서 거의 매일 과학 책을 읽으면서 지냈거든.”


해리가 거짓말을 했다.


“그런 지식들이 필요하신 것 같아.”

“그렇구나. 그렇지만 네 말에 따르면 다른 학생들도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니?”


론이 말했다.


“물론이야. 하지만 처음 몇 번의 연구는 나와 이야기 하고 싶으신 것 같아.”

“정말 흥미로운 주제기 때문에 나도 들어가고 싶지만 교수님의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헤르미온느가 살짝 실망한 표정이 되었다.


“언제든 사람을 더 받을 수 있다면 말해줘.”

“알았어.”


호그와트 급행열차는 계속해서 북쪽으로 달렸고, 창 밖의 풍경은 점점 더 황량해졌다. 머리 위로 잔뜩 구름들이 몰려오면서 주위가 점점 더 어두워졌다. 학생들은 그들이 앉아있는 객실 이쪽저쪽으로 뛰어다니고 있었고, 크룩생크는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와 무언가를 우적우적 씹어먹고 있었다.


오후 1시에 음식을 파는 똥똥한 마녀가 수레를 밀고 그들의 객실 문 앞에 나타났다.


“저분을 깨워야 할까?”


론이 고개로 루핀 교수를 가리키며 어색하게 물었다.


“뭘 좀 먹어야 할 것처럼 생겼잖아.”


헤르미온느가 조심스럽게 루핀 교수에게로 다가갔다.


“저- 교수님?”


그녀가 나직이 불렀다.


“죄송한데요- 교수님?”


그러나 그는 여전히 꼼짝도 않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걱정 마라, 얘야.”


그 마녀가 해리에게 커다란 냄비 모양의 케이크를 건네며 말했다.


“그분이 깨어났을 때 시장하다고 하면, 난 기관사와 함께 저 앞에 잇을 테니까 걱정 말고 와서 말하렴.”

“잠자는 거 맞아?”


마녀가 객실 문을 스르르 닫자 론이 조용히 물었다.


“내 말은- 그가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아냐, 아냐. 숨 쉬고 있잖아.”


헤르미온느가 해리가 넘겨 준 냄비 모양의 케이크를 받으며 속삭였다.


동석하기에 썩 좋은 상대는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그들의 객실에 루핀 교수가 있다는 사실은 나름대로 유용하기도 했다. 어느덧 오후가 반쯤 지나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창밖의 완만한 야산들이 흐릿해 졌을 때, 복도에서 다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그들 세 사람 모두가 가장 좋아하지 않는 녀석이 문 앞에 나타났다. 드레이코 말포이가 단짝 친구들인 빈센트 크레이브와 그레고리 고일을 양쪽에 하나씩 끼고 들이닥쳤다.


드레이코 말포이는 작년 아버지인 루시우스 말포이가 아즈카반에 가버렸기 때문에 학기말을 멍하니 보냈는데 그새 회복한 건지 독기 어린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슬리데린의 퀴디치 팀에서 해리가 그리핀도르 팀에서 맡고 있는 것과 똑같은 위치인 수색꾼을 맡고 잇었다. 크레이브와 고일은 말포이가 시키는 건 무엇이든 하는 아이들로 둘 다 체격이 크고 근육질이었다. 크레이브는 키가 더 컸으며 아주 굵은 목에 푸딩 그릇처럼 생긴 헤어스타일을 한 반면, 고일은 짧고 곤두선 머리카락에 고릴라처럼 긴 팔을 갖고 있었다.


“포터.”


말포이가 객실 문을 잡아당겨 열며, 언제나처럼 느릿느릿한 말투로 말했다.


“작년에 네가 한 짓을 잊지 않겠어. 감히 그런 짓을 하다니.”

“뭘 말이지? 네 아버지가 아즈카반에 간 건 내 잘못이 아니야. 그런 위험물질을 학교로 보냈기 때문이지.”


해리의 말에 론이 킥킥거렸고, 말포이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입닥쳐, 위즐리. 블랙에게 금을 조금 받았다면서?”


말포이가 빈정거렸다.


“금을 받기 위해 무슨 짓을 한 거지? 포터의 엉덩이라도 핥았니?”


론이 어찌나 빨리 일어났던지 그만 크룩생크의 바구니를 쳐서 바닥으로 넘어뜨리고 말았다. 튕겨나간 바구니 때문에 루핀 교수가 콧김을 내뿜었다.


“누구니?”


말포이가 루핀 교수를 발견하고 반사적으로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며 물었다.


“새로 오신 교수님.”


해리가 태연하게 말했다.


“그나저나 너야말로 디멘터의 엉덩이라도 핥아야 하는 거 아니니? 그래야 네 아버지가 조금이라도 편해질 텐데?”


해리의 말에 말포이가 빽 소리를 지르려고 하다가 눈을 가늘게 뜨고 루핀의 안색을 살폈다.


“가자.”


그는 크레이브와 고일에게 화를 내며 투덜거린 뒤 그들과 함께 가버렸다.


해리와 론은 다시 자리에 앉았다. 론이 해리의 말에 통쾌한 표정을 지었다.


“금년에도 허튼 소리를 자꾸 했다간 말포이 녀석을 가만 두지 않아야겠어.”


그가 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그나저나 그 녀석 표정 봤니? 그의 아버지 이야기를 하니까 화를 내를 꼬락서니 하고는.”


론이 웃음을 터트렸다.


“론.”


헤르미온느가 루핀 교수를 가리키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조심해...”


하지만 루핀 교수는 여전히 곯아 떨어져 있었다.


“그래도 걱정 마. 말포이 녀석을 한 번 더 놀릴 기회가 있을 거야.”


해리가 그의 가방에 매달려있는 파이어볼트를 가리키며 말했다.


“하긴 파이어 볼트를 봤을 때의 녀석의 표정이 궁금해지는군.”


론이 흡족하게 미소 지었다.


기차가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빗줄기는 더욱 굵어졌고 창밖은 짙은 잿빛으로 변했다. 바깥이 점점 어두컴컴해지자 기차 복도와 천장에 전등이 들어왔다. 기차가 흔들거리고 빗줄기가 창문을 세게 때리고 바람 소리도 요란했지만, 루핀 교수는 깊은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


“거의 다 왔나봐.”


론이 루핀 교수 쪽으로 상체를 굽혀 이제는 완전히 새까매진 창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기차가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좋았어.”


론이 일어서서 조심스럽게 루핀 교수 옆으로 걸어가 바깥을 내다보며 말했다.


“배고파 죽겠어. 연회에 빨리 가고 싶어...”

“아직 도착할 시간이 아닌데.”


헤르미온느가 시계를 보며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그러면 왜 멈추는 거지?”


기차가 점점 더 느려지고 있었다. 기적소리가 사라지자, 창문을 때리는 바람과 빗소리가 훨씬 더 크게 들렸다.


문에 가장 가까이 있던 해리가 일어서서 복도를 살펴보았다. 아이들이 모두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객실 밖으로 고개를 쑥 내밀고 있었다. 해리는 디멘터가 올 타이밍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기차가 덜커덩 하더니 멈춰 섰다. 멀리서 들리는 쿵, 쾅 하는 소리들로 보아 선반에서 짐들이 떨어진 것 같았다. 그때 갑자기 모든 전등들이 일제히 다 나가버렸다.


“루모스”


해리가 재빨리 지팡이로 불을 켜자 주변이 겨우 보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지?”


해리 뒤에서 론의 목소리가 외쳤다.


“아야!”


헤르미온느가 소리쳤다.


“론, 내 발을 밟았잖아!”

“둘 다 앉아 있어.”


해리가 말했다.


끽끽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밖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밖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어.”


론이 말했다.


“사람들이 기차를 타는 것 같은데.”


갑자기 객실 문이 열리더니 네빌이 들이닥쳤다.


“미안해- 너희들 무슨 일인지 아니?”

“안녕, 네빌.”


해리가 네빌이 들어갈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주며 말했다.


“몰라. 일단 앉아.”


시끄러운 쉿 소리와 깨갱 소리가 들렸다. 네빌의 크룩생크의 꼬리 위에 앉은 것이다.


“내가 가서 기관사 아저씨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올게.”

“아냐, 앉아 있어.”


해리가 말했다. 그 소리에 헤르미온느가 고개를 갸웃 하고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문이 다시 스르르 열리더니 지니가 들어왔다.


“론을 찾고 있어-”

“들어와서 앉아.”


지니가 겨우 끼어 앉았다.


그리고 소곤소곤 아이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문이 천천히 스르르 열렸다.


천장까지 우뚝 솟은 망토를 입은 형상 하나가 해리의 지팡이에서 나오는 불빛을 받으며 문간에 서 있었다. 그것의 얼굴은 두건 밑에 완전히 가려져 있었다. 해리가 아래쪽을 보니 망토에서 썩어 문드러진 손이 튀어나와 있었다. 그건 희끄무레하게 반짝거리고 있었고 딱지 투성이의 모습이 더욱 썩어보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 디멘터가 손을 집어넣고 가르랑 거리며 길게 천천히 숨을 쉬었다. 그것은 숨이 아니라 무언가를 빨아들이는 것처럼 격렬하게 호흡하기 시작했다.


그들 위로 강렬한 냉기가 휙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해리는 주파수가 맞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냉기가 스며드는 게 느껴졌지만, 그것은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것처럼 느껴졌다.


해리가 주변을 보니 다른 아이들은 모두 벌벌 떨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는 불쾌한 감각은 느껴졌지만, 그것이 자신과 분리된 기분이 들었다. 몸은 몹시 불쾌하고 공포에 떨고 있는 기분이었지만, 정신은 그것과 별개로 주변을 열심히 분석하고 있었다.


머릿속 깊은 곳에서 작은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해리는 이것이 릴리 포터의 비명소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익스펙토 페트로눔!”


그러자 해리의 지팡이에서 희끄무레한 은빛물감 같은 게 휙 튀어나와 디멘터에게 날아갔다. 그러자 디멘터는 그것이 마치 몹시 뜨거운 물이나 더러운 오물이라도 되는 양 몸을 비틀며 그것에게서 피했다.


“가시오.”


뒤에서 굵은 목소리가 들렸다.


“우린 페티그루를 숨기고 있지 않소.”


루핀 교수가 말하자 디멘터가 잠시 멈칫 하더니 뒤로 물러서 객실에서 나갔다. 그제서야 루핀 교수가 지팡이로 불빛을 내며 객실에서 나갔다.


해리가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 앉았다. 객실에 있는 아이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겁에 질린 눈으로 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니?”


론이 초조하게 물었다.


“응.”


해리는 지팡이를 내리지 않고 바깥을 보았다. 곧 루핀 교수가 돌아오며 열차에 전등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디멘터들이 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열차가 다시 출발했다.


“그건 뭐였어? 그리고 네가 쓴 마법은 또 뭐고?”


론이 물었다.


“그건 패트로누스 마법이란다.”


어느새 돌아온 루핀 교수가 말했다.


“디멘터를 방해할 수 있는 유일한 마법이지. 덤블도어 교수님에게 배웠니, 해리?”

“어- 네. 제 기억이 디멘터에게서 치명적일 수 있다고 하셨어요.”


해리가 거짓말을 했다.


“그럴게다. 너는 특히나 무서운 일을 겪었으니.”


루핀 교수가 애처로운 눈빛으로 해리의 어깨를 톡톡 치더니 품에서 커다란 초콜릿 판을 꺼냈다. 그리고는 그 초콜릿을 툭툭 소리를 내며 크게 조각내고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옜다.”


그가 특히 큰 조각 하나를 해리에게 건네며 말했다.


“먹거라. 그러면 좀 괜찮아질 게다.”


해리는 초콜릿을 받아서 먹었다. 몸에 온기가 좍 퍼지는 게 느껴졌다.


“너희도 먹고, 나는 기관사에게 가서 말을 좀 해야겠다.”


루핀 교수가 초콜릿을 쌌던 종이를 구겨서 주머니 속에 넣고, 자신도 작은 조각 하나를 입에 넣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객실에서 나가버렸다.


“어떻게 된 거니, 해리?”


헤르미온느가 물었다.


“그건 정말로 어려운 고등마법이야.”

“루핀 교수님에게 말한 대로야. 덤블도어 교수님은 내 기억이 디멘터를 만나면 치명적일 거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가르쳐 주셨어.”

“그러면 교수님은 올해 디멘터가 올 걸 알고 계셨단 말야?”

“아마 예상하신 것 같아. 그분은 늘 여러 가지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 같거든.”


해리의 말에 모두들 감탄하는 표정이 되었다. 그제야 해리는 아이들의 얼굴을 조금 살필 수 있었는데, 지니는 울었는지 얼굴에 눈물자국이 남아 있었다. 아이들이 초콜릿을 먹고 놀랄 정도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감탄하고 있을 때 루핀 교수가 돌아왔다.


“이제 10분 후면 호그와트에 도착할 게다.”


루핀 교수가 말했다.


“괜찮니, 해리?”

“괜찮아요.”


그들은 호그와트에 도착할 때까지 그다지 많이 말하지 않았다. 마침내 호그스미드 역에서 기차가 멈춰 서자, 서로 먼저 나가려고 난장판이 되었다. 부엉이들은 울어대고, 고양이들은 날카롭게 야옹거렸으며, 네빌의 애완용 두꺼비는 그의 모자 밑에서 시끄럽게 꽉꽉 거렸다. 장대 같은 빗줄기가 주룩주룩 쏟아지고 있어서인지 자그마한 승강장은 몹시 추웠다.


“1학년생들은 이쪽으로!”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가 외쳤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가 뒤돌아보니 승강장 저쪽 끝에 커다란 해그리드의 윤곽이 보였다. 그는 잔뜩 겁먹고 있는 것 같은 신입생들을 호수를 건너 호그와트 성까지 인솔해 가기 위해 손짓을 해서 불러 모으고 있었다.


“안녕, 니들 셋 다 잘 지냈니?”


해그리드가 모여 있는 사람들의 머리 위로 외쳤다. 그들은 그에게 손을 흔들었지만, 주위에 몰려있는 사람들 때문에 몸이 자꾸 밀려났으므로 그에게 말할 기회는 없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다른 학생들을 따라 승강장을 지나 질척질척한 작은 길로 나왔다. 그곳에는 세스트랄이 끄는 역마차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차에서는 곰팡이와 지푸라기 냄새가 약간 났다. 해리는 초콜릿을 먹은데다가, 정신적으로는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 여겼지만 몸에는 기운이 없었다.


마침내 날개가 달린 멧돼지들이 조각된 돌기둥들이 세워져 있는 훌륭하게 꾸며진 성의 철문 쪽으로 굴러갈 때, 해리는 더 커다란 두건을 쓴 디멘터 두 명이 문 양쪽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걸 보았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냉기가 다시 한 번 그를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마차는 성까지 올라가는 긴 오르막길에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곧 많은 탑들이 보이고 호그와트가 가까워지는 게 보였다. 마차가 앞뒤로 한번 흔들 하며 멈춰 서자 헤르미온느와 론이 잽싸게 내렸다. 마차에서 내려서서 학교로 올라갔다. 저 멀리 말포이가 보였지만,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들 셋은 떼 지어 계단으로 올라가는 사람들 틈에 끼어 커다란 오크 문을 지나 동굴 같은 현관 안의 홀로 들어갔다. 홀에는 활활 타오르는 횃불들로 밝혀져 있었고 이층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대리석 계단이 있었다. 해리는 어느 때보다도 숨이 차고, 몸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게 느껴졌다.


오른쪽에는 연회장으로 들어가는 문이 열려져 있었다. 해리는 사람들을 따라 그곳으로 향했다. 그들이 까만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어 있는 마법에 걸린 천장을 흘끗 보았을 때 어떤 목소리가 외쳤다.


“포터! 그레인저! 정말 보고 싶었단다.”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깜짝 놀라서 홱 돌아섰다. 변신술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자 그리핀도르 기숙사의 담당 교수인 맥고나걸 교수가 사람들 머리 위로 큰 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머리를 돌돌 말아 올린 기품 있고 엄격해 보이는 마녀였다. 그녀의 날카로운 눈에는 늘 딱딱해 보이는 사각 안경이 끼어져 있었다.


“별 일은 아니란다. 그저 내 사무실에서 잠시 말을 나누고 싶은 것뿐이니까.”


그녀가 그들에게 유쾌하게 말했다.


“위즐리는 가도 좋다.”


론은 맥고나걸 교수가 해리와 헤르미온느를 데리고 시끄럽게 떠들어대고 있는 사람들로부터 멀어지는 걸 빤히 바라보았다.


그들은 그녀와 함께 현관 안의 홀을 가로질러가 대리석 계단을 올라간 뒤 복도를 따라갔다.


따듯한 난로가 피워져 있는 자그마한 사무실로 들어가자 맥고나걸 교수가 해리와 헤르미온느에게 앉으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녀가 책상 뒤로 가서 앉더니 이렇게 말했다.


“포터, 연구실에 대한 이야기다. 이게 교실 열쇠란다.”


맥고나걸 교수가 책상위로 작은 구식 열쇠를 내밀었다.


“네 연구실 수업은 정식으로 시간표에 기재될 거란다. 일주일에 한 번 정식 수업이 진행될 테니 시간표에 적힌 교실로 가면 된단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네 새 빗자루 말이다만.”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그 빗자루는 도난 방지 마법이 걸려 있어서 전송 마법이 걸리지 않는단다. 그래서 후치 부인이 직접 빗자루를 가져다가 네 방에 놓아 주었단다. 나중에 후치부인에게 감사 인사를 하렴.”

“알겠습니다.”

“좋다. 그럼 난 그레인저와 시간표에 대해 몇 마디 나눌 말이 있으니 잠깐 밖에서 기다리거라. 그리고 함께 연회장에 가도록 하자.”


해리는 다시 복도로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헤르미온느가 매우 기쁜 표정으로 맥고나걸 교수와 함께 나타났고, 그들 셋은 다시 대리석 계단을 내려가 연회장으로 갔다.


연회장에는 끝이 뾰족한 까만 모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길다란 기숙사 테이블마다 위에 둥둥 떠 있는 수천 개의 촛불 불빛을 받으며 학생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엉클어진 하얀 머리의 키 작은 마법사인 플리트윅 교수가 아주 오래된 모자와 다리가 세 개 달린 의자를 들고 홀에서 나오고 있었다.


“어.”


헤르미온느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기숙사 배정식이 벌써 끝났나봐!”


호그와트 신입생들은 마법의 분류 모자를 쓰고 앉으면, 모자가 그리핀도르, 래번클로, 후플푸프, 혹은 슬리데린 중에서 그 애에게 가장 적합한 기숙사를 큰소리로 알려주게 되어 있었다. 맥고나걸 교수는 선생님들이 앉아있는 상석의 빈자리로 성큼성큼 걸어갔고, 해리와 헤르미온느는 될 수 있는 대로 조용히 그리핀도르 테이블이 있는 반대 방향 쪽으로 걸어갔다. 그들이 연회장 뒤로 지나가자 아이들 대부분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와 헤르미온느는 그들의 자리를 맡아둔 론의 양쪽에 앉았다.


“무슨 일이니?”


그가 해리에게 비밀히 물었다.


해리가 작은 소리로 설명하려는 순간 덤블도어 교수가 연설을 하기 위해 일어섰으므로 그는 하려던 말을 그만두었다.


덤블도어 교수는 작년보다 약간 더 피곤해 보였다. 그는 수십 센티미터에 달하는 긴 은빛 머리와 길게 늘어진 구불구불한 수염, 그리고 반달 모양의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코는 아주 심하고 멋들어지게 구부러져 있었다. 그가 현존하는 가장 훌륭한 마법사라는 사실은 해리가 알고 있는 사실 뿐 만 아니라 모두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었다.


“환영합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그의 수염이 촛불 불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호그와트에서 또 한 해를 보내게 된 것을 환영합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몇 마디 할까 합니다. 그리고 그 중 한 가지는 매우 심각한 일이므로, 여러분들이 맛있는 음식에 정신을 팔기 전에 빨리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군요...”


덤블도어 교수가 목을 가다듬더니 계속했다.


“호그와트 급행열차가 수색당한 뒤 여러분들 모두가 눈치 챘겠지만, 우리 학교에는 마법부 일로 현재 아즈카반의 디멘터 몇 명이 와 있습니다.”


그가 잠시 말을 멈춘 동안 해리는 덤블도어 교수가 디멘터를 학교에 들이지 않기 위해 얼마나 애썼을지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그들은 정원의 입구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덤블도어 교수가 계속했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와 함께 있는 동안은 누구도 허락 없이 학교에서 나가선 안 된다는 것을 명백히 해두고자 합니다. 디멘터들은 속임수나 변장에 속지 않을 것입니다. 디멘터는 탄원이나 변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여러분을 해칠 동기를 제공하지 말 것을 모두에게 경고해두고 싶습니다. 반장들과 새 전교 회장은 어떤 학생도 디멘터들과 충돌하는 일이 없도록 해주길 바랍니다.”


해리와 몇 자리 떨어져 앉아있던 퍼시가 가슴을 쫙 펴고 굳은 얼굴로 주위를 휙 둘러보았다. 덤블도어 교수도 다시 한 번 말을 멈추더니 아주 진지하게 홀을 둘러보았다. 움직이거나 소리를 내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좀 더 즐거운 소식을 전해드려야겠군요.”


그가 계속했다.


“금년에 우리 학교에 두 분의 새로운 선생님이 오시게 되었습니다. 우선 루핀 교수님은 어둠의 마법 방어술 과목을 맡아주시는 데 흔쾌히 동의해 주셨습니다.”


해리를 포함해 루핀 교수와 기차 객실에 있었던 사람들만이 박수를 쳤을 뿐, 여기저기서 다소 마지못해 하는 박수 소리가 산발적으로 튀어 나왔다. 루핀 교수는 깨끗한 망토를 입고 있었지만 어딘가 초췌하고 못미더워 보였기 때문이다.


“스네이프 교수 좀 봐!”


론이 해리 귀에 대고 속삭였다.


스테이프 교수는 루핀과 학창시절 사이가 몹시 좋지 않았으므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심지어 얼굴을 대놓고 찡그리고 있었는데 누르스름한 그의 얼굴과 합쳐져서 굉장히 무서운 표정이 되어 있었다.


“새로 오신 또 한분의 선생님을 소개해야겠군요.”


루핀 교수에 대한 냉담한 반응이 사라져갈 즈음 덤블도어 교수가 계속했다.


“아, 그전에 한 가지 알려드려야 할 일이 있습니다. ‘신비한 동물 돌보기’의 선생님이신 케틀번 교수께서 유감스럽게도 그나마 남아있는 여생을 좀 더 편히 지내시기 위해 작년 말에 퇴직하셨습니다. 그러나 기쁘게도 그의 자리를 루베우스 해그리드가 맡게 되었습니다. 그는 사냥터지기 일과 더불어 이 교사직을 맡는 데 동의해 주었습니다.”


론과 헤르미온느는 곧바로 어리벙벙한 얼굴로 해리를 쳐다보았다. 해리는 알고 있었지만 놀라는 척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박수갈채는 특히 그리핀도르 테이블에서 요란하게 들렸다. 해리는 해그리드를 바라보았다. 그는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뒤얽혀있는 시커먼 수염 밑으로 아무도 몰래 씩 웃으며 자신의 커다란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우리가 왜 몰랐지!”


론이 테이블을 쾅 치며 고함을 쳤다.


“우리에게 덥석덥석 깨무는 책을 사라고 할 사람이 누가 또 있겠어?”


이제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만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들이 마침내 박수 치는걸 멈추자 덤블도어 교수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해그리드는 식탁보만 한 손수건으로 눈을 닦고 있었다.


“자 중요한 얘기는 그게 다인 것 같군요.”


덤블도어 교수가 말했다.


“이제 연회를 시작합시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들은 앞에 있던 황금 접시와 잔에 음식과 음료가 그득히 채워졌다. 음식을 보자 해리는 갑자기 시작기가 동해 손에 닿는 건 닥치는 대로 담아서 먹기 시작했다.


음식은 여전히 맛있었다. 연회장 가득 이야기 소리와 웃음소리 그리고 나이프와 포크가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그러나 연회가 얼른 끝나길 바랐다. 해그리드 에게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그가 선생님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완전히 자격이 갖춰진 마법사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 때문에 3학년 때 호그와트에서 쫓겨났었다. 작년에 리들의 일기장을 입수해 해그리드의 결백을 입증해 주었던 사람이 해리였던 것이다.


마침내, 황금 접시에 조금 남아있던 과일조각 마저 다 없어졌을 때, 덤블도어 교수가 자러 갈 시간이 되었음을 알렸고, 그들은 그제야 해그리드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축하해요, 해그리드!”


선생님이 앉아 있는 상석에 도착하자 헤르미온느가 울먹이며 말했다.


“다 너희들 셋 덕분이야.”


해그리드가 그들을 올려다보면서 손수건으로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훔치며 말했다.


“믿을 수가 없어... 정말 고마우신 분이야. 덤블도어 교수는... 케틀번 교수에게서 이제 떠날 때가 되었다는 말을 들은 뒤 곧장 오두막으로 날 찾아오셨어... 그건 내가 항상 원했던 일이었거든...”


감정이 북받쳐 그가 얼굴을 손수건에 묻자, 맥고나걸 교수가 그들에게 그만 가라고 했다.


해리와 론과 헤르미온느는 줄줄이 대리석 계단으로 올라가는 그리핀도르 아이들 사이에 끼었다. 이제 매우 지쳐있었지만, 그들은 더 많은 복도와 계속해서 나오는 계단을 지나 그리핀도르 탑으로 들어가는 비밀 입구에 도착했다. 핑크빛 드레스를 입은 뚱뚱한 여인의 초상화가 그들에게 물었다.


“암호?”

“자, 빨리 가도록 해!”


퍼시가 모여 있는 사람들 뒤에서 소리쳤다.


“새 암호는 ‘포르투나 소령’ 이야!”

“끔찍해!”


네빌이 애처롭게 말했다. 그는 언제나 암호를 까먹기 일쑤였다.


초상화 구멍을 지나 학생 휴게실을 가로질러 간 뒤, 여학생들과 남학생들은 갈라져서 각기 다른 계단으로 올라갔다. 해리는 다시 학교에 돌아온 게 너무 기쁘다는 것 말고는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들은 다섯 개의 침대가 놓여 있는 동그란 기숙사 방에 도달했고, 해리의 새 빗자루 파이어볼트도 머리맡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


잠시 뒤, 뒤따라 들어온 시무스 피니간과 딘 토마스와 네빌 롱바텀이 모두 파이어 볼트를 보고 놀라서 소리쳤으며, 그 소리를 들은 다른 학생들이 들이닥쳐 그의 빗자루를 보기 위해 그리핀도르 기숙사생들이 거의 다 모이는 사건을 빼면 그날 밤은 별 일이 없었다.


우드는 입이 찢어지는 것처럼 웃으며 올해는 반드시 우승할 수 있을 거라고 말했고, 위즐리 쌍둥이 형제는 어째서 자신들은 보여주지 않았냐고 웃으며 화를 냈다. 그러나 그렇게 소란스러운 와중에서 퍼시만은 빗자루를 보러 내려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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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혼혈왕자 - 제1장 프리벳가4번지 수색 23.11.09 117 2 17쪽
127 불사조 기사단 - 제36장 장례식 +1 23.10.23 93 2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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