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생각할 수 있는 기본틀이나 작문 기법은 거의 다 나온 상황입니다. 비슷비슷한 소재로 구성과 필력으로 승부를 보는 셈이죠. 관련해서, 표절 조장은 아니지만 모든 창작은 타인에 대한 모방부터 시작합니다. 자기 색깔을 갖고 시작하는 이는 없을 것이라 보고요. 문제는 계속 안고 가느냐 탈피하느냐의 문제죠. 대놓고 문장을 복붙하거나 사건의 진행 방향(갈등이나 문제의 해결방식)이 같은 것이 아닌 이상 소재가 비슷하다거나 문체의 문제는 표절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니, 걱정하실 부분은 아니고 또한 '아, 이게 내 색깔이다' 라는 것이 언젠가 나오면, 표절 문제에서 스스로 자유스러워지는 때가 오리라고 봅니다. 일단 도전하시는 용기가 제일 중요할 겁니다. 표절 걱정요? 문제 제기를 꼼꼼히 비교해주는 열혈독자가 생기고 나서 해도 늦지 않다고 봅니다.
여기서 말하는 표절은 오크 오우거와 같은 반지의제왕에서 나온 클리셰나 흔한 9서클 마법사 소드마스터가 아닙니다. 표절 논란이 되기 위해서는 같은 단어와 문장의 반복이 나와야 하죠.
[좁은 길을 가다가 어떤 여자를 만나서 한 눈에 반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맑은 두 눈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그녀는 흠칫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좁은 길을 가다가 한 여인을 만나서 한 눈에 반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맑은 두 눈을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이런 문장이 한 두개는 비슷할지도 모르지만.
몇 개씩이나 연이어 나오면 표절로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죠.
글이라는 게 웃기게도.
누가 쓰느냐에 따라서 정말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글의 신비죠.
화가 10명에게 같은 풍경을 보여주고 풍경화를 그려달라고 하면 같은 그림 10장이 나오는 게 아니라 10개의 다른 그림이 나오는 법입니다. 심지어 같은 외국 작품을 번역해도 번역자마다 다른 문장을 쓰지요. 표절에 대한 우려는 할 필요 없습니다. 그냥 자기 글을 쓰면 됩니다.
만약 내가 쓴 글이 표절의혹을 받는다면 그건 내가 아직 '내 것'을 쓸 능력이 되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 자기 색깔을 못 찾은 거지요. 모든 창작은 모방에서 시작되니까요. 글을 쓰다가 막힐 때면 무의식중에라도 인상깊게 봤던 어느 작품을 따라가게 됩니다. 다른 작가가 사용한 소재, 표현 형식을 흉내내면서 시작하는 건 자연스러운 겁니다. 다만 이런 건 습작으로 끝내야지요. 다독 다작 다상량 하시다 보면 결국 자랑스럽게 내보일 작품이 완성될 겁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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