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저건 우리나라 고유 인식같은거라고 봅니다.
예전에 미국으로 이민간 사람이 자신의 미국 생활을 일기처럼 올리는 걸 봤는데
이 사람이 유독 시험을 잘봤답니다.
친구들이 어떻게 그렇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냐고 묻자
한국에서 이민간지 얼마 안된 이 사람이 그냥
"운이 좋았어." 라고 대답하니 다들 놀라면서 무슨 주술같은걸 했냐고 물어봤다더군요.
나중에 그게 한국식 표현이라는 것을 설명하자 이번에는
왜 공부를 열심히 한 너의 노력을 고작 운이라는 한마디로 평가절하하느냐라는 질문이 돌아왔다더군요.
결국은 한국 특유의 마음가짐인것 같습니다.
부가적으로 제 개인적인 생각을 써보자면 소설속 주인공이
"운이 좋았다"라고 말하는건
겸손을 표현하려는 것도 있지만
그게 쿨하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야, 너 대단하다! 어떻게 그랬어?" 라는 말에
"그냥 운이 좋았지, 뭐."
이런 식으로 많이들 쓰시는 것 같습니다.
제 생각에 작가들이 쓰는 주인공들이 거의 다 거기서 거기라 그런 것도 같군요. 뭐랄까, 화장실도 안 갈 것 같은 인물상에 방귀만 껴도 주위 사람들이 역시 OOO!(주인공이름)라고 치켜세우고, 세상에 완전히 회탈한 건지 욕심이 아예 없는 게 요즘 주인공이라 그런 거 같습니다. 요컨대 요즘 주인공들은 '하하 엄청 힘들긴 했지.'라는 말 대신 '운이 좋았어.'라는 말을 하는 성격이란 겁니다. 으음, 이 글을 보고나니 뭔가 섬짓하네요. '인간적인 인간'을 그리는 게 제 목표라 생각했건만, 저도 모르게 순간 '그럼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라고 생각해버렸네요. 부끄럽습니다.
+다들 비꼬거나 '그럼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하냐'라는 반응인데, 만약 목숨 걸고 공을 세우고 돌아왔다면 '운이 좋았습니다'라는 말 대신 뭔가 내 공을 부각시키거나 최소한 내가 이런 공을 세웠다, 라고 티를 내는게 맞지 않을까요?
그냥 운이 좋았다는 겸손의 뜻도 있겠지만 이런 뜻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내 업적을 일일이 불러줘야해? 알아서 좀 받들어 라던가. 그리고 사실 어디서든 실력만으로 되는 것은 없다고 봅니다. 실력보다 중요한게 자신의 타이밍을 잡는 것이라고도 생각하고요, 자신에게 온 기회를 제대로 잡을 수 있는 타이밍. 그리고 운. 수많은 선택 지중 전에 다른 일이 있었다면 달라졌을 것에 대한 운. 이런것 때문에 운명이란 말도 있지 않을까요. 사실 잠을 매우 못자 횡설수설하였습니다만 운이 좋았다. 라는 말은 제 생각엔 참으로 좋은 말인 것 같습니다. 굳이 자신의 공을 낮추면서까지 겸손이 아닌. 진정 때와 때가 맞아 운명이란 것이 되어버린것에 대한 운.
참으로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국엗서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속담에 있을만큼 예를 중시하는데
그게 내려와서 아직도 겸양이 한국인한테 기본 장착 되있는거 같아요.
회사에서도 자기가 뭔가를 성취했으면 당당히 그에대한 인센티브를 요구 해야하는데
우리나라에선 겸양이 미덕이니까 그렇게 하지 못하죠. 그러니 얌체같은 상사나
그런 인간들이 성과를 빼돌려 먹는거구요.
글을 쓸떄도 대중적인 인식을 따른다면 '운이 좋았다'가 독자 감성에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의문이 작가에게 있다면 인식을 떨쳐내고 쓰는것도 많은 동감을 얻어낼수 있을것같아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 역시 주인공이 너무 겸손 떠는 것이 보기에는 좀 별로라고 생각됩니다.
잘했으면 잘 했다고 당당하게, 뭐 잘못했나요? 드러내고 다녀야죠. 뒤에서 아무리 뭐라 하더라도요.
만약 제가 같은 상황에서 글을 써야 되었었더라면,
"어떻게 이 일을 다 처리하셨어요?"
"이토록 힘든 일을 오직 운 만으로 처리할 순 없잖아요? 이건 순전히, 제 능력이에요. 어때요, 이제야 제 능력을 좀 알아보시겠나요?"
라고 당당하게 써내려 갈 것 같습니다. 전 주인공이 답답한 걸 굉장히 싫어하고, 또 위에서 써내려간 것과 같이 이게 바로 제 성격이거든요.
뭐, 아직 초짜 작가 지망생의 두서없는 주장이었습니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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