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이 논의가 개연성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좀 더 우리의 이해를 명확히 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추가로 답글을 남깁니다.
1. 주위의 강요나 사기꾼 등에 의해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새 그 흐름들을 욕망하기 쉽상이란 뜻이죠.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모방하며 사회를 배워갑니다. 사실 좋은 대학 가는 거나 예쁜 여자에 대한 판단 기준이나 그 모든 것들이 여기에 걸려 있죠. 그런 사회성을 배제한다면, 혼자 살면서 네모난 얼굴의 여자를 좋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건 극단적인 예시일뿐이고, 그렇지 않다면 아주 많은 설명이 있어야 개연적일 수 있을 겁니다.
2. 타인에게 굽힌다는 것은 힘을 가짐으로 인해 타인과의 관계가 비틀어진다는 뜻입니다. 제가 100조를 가졌는데 제 친구가 100만원이 없어서 눈물 흘리고 있다면 제 재산을 탐내고 저를 욕할 것입니다. 물론 아무 상관은 없겠지만, 아마 친구들이 다 떠날 겁니다. 아니면 속으로 욕하며 언제 떨어질 지 모르는 떡고물을 기다리며 붙어 있던가요. 분명 정상적인 친구관계는 안 되겠죠. 물론 그 친구가 부처님이라는 설정이 있다면 정상적인 친구관계를 개연적으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3. 저는 한 개인의 신념의 형성에 있어 타인에 의견이 매우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이 전제를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3번 의견은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것까지 논의하는 건 지나친 논의의 확장이 될 테니 접도록 하죠.)
위의 전제 하에서 어떤 먼치킨이라도 어느 정도 동등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려면, 인간들끼리의 욕망을 서로 주고 받게 되지 않을까요? 사람이 오롯이 한 개인으로서 자기 신념을 지켜나가긴 아주 어렵습니다. 일관성이란 게 정말 말도 안되는 것이거든요. 간단한 신념, 난 남자가 싫어 여자가 좋아!라는 것만 봐도 일단 그 신념을 실천하려면 남자와 여자를 구분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구분은 생각보다 쉽지 않죠. 게다가 그 구분은 주변 사람들의 가치 기준에 많이 영향을 받습니다. 주변에 간성인 분들이 많다면 더욱 구분이 어려워질 겁니다.
4. 강한 힘이 있고 그걸 철저히 숨기는 사람은 물론 찌질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찌질하다는 가치 평가는 사람들의 주관적 가치에 불과하니 기준에 따라 다를 겁니다. 어떤 분은 찬양할 수도 있고 어떤 분은 싫어할 수도 있겠죠. 그건 정말 취향의 문제일 테니까요. 아무도 비난 안 합니다. 다만 개연성이 없다는 거죠. 그리고 반복하지만, 개연성이란 건 얼마든지 독창적인 작가의 상상으로 채워넣을 수 있는 겁니다. 다만, 그 설명이 부재한다면 문제가 되는 거죠.
나루토라는 만화를 보면 사쿠라라는 캐릭터가 있죠. 굳이 따져보면 실제 현실 인물들이 저런 상황에는 저런 행동을 한텐데 유독 사쿠라만 현실적인 행동을 하니까. 짐쿠라 같은 별명을 얻더라고요... 결국 소설은 대리만족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대인배거나 정상인과 달리 용감하거나 할 테죠.
세계관 짜는 것도 그래요. 너무 완벽하고 이상적으로 굴러가는 세계관은 이야기를 만들기가 어렵죠. 오히려 어딘가가 엇나가가서 시간이 흐를 수록 점점 아수라장으로 변해가는 세계관이 잘만 쓰면 더 재미.. 있겠죠? 확실치 않네요. 재밌는 소설을 써본 적이 없어서... ㅠㅠ
소시민인 저는 소시민 코스프레를 하는 강자의 이야기를 정말 싫어합니다. 특히 드래곤급 먼치킨이 하계에 내려와서 자기 이득에 걸림돌이 되거나 자기에게 위해를 가하는 자들을 다 때려부수고 다니면서 '아! 난 너무 약하고 평범한 거 같아'하는 거 말이죠.
못 가진 자의 질투심이라 보시면 됩니다. 보통 그런 소설들은 주인공 머리도 아주 좋다고 설정하는데 자기가 얼마나 강한지도 인식하지 못 한다면 아주 머리가 나쁘거나 제정신이 아니라고 봐야죠. 일반 사회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조차 자기가 남보다 어떤 점에서 아주 사소하게 더 뛰어나고 약간 못난 지 쉽게 자각하며 그 점을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아갑니다.
소시민 코스프레 글을 쓰는 건 작가의 마음이고 취향이지만, 한 독자로서는 그런 류의 글에 공감해주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그런 상황에 대해 아주 설득력있고 참신한 설명이 제시된다면 충분히 공감할 여지는 있겠죠. 하지만, 제가 읽어본 수많은 소시민 먼치킨류 소설들은 극도의 자아 이기주의를 못 벗어난 욕망 분출물이 많더군요. 자기 인식이 결여되어 있고 세계 또한 멍청하기 그지 없어서 전혀 알아차리지 못 합니다. 아니면 주인공 능력이 신급이라 그 개연성을 다 뒤엎을 정도고요. 도대체 신이 왜 하계에 내려와서 인간 코스프레를 하며 약한 척하고 사람들을 농락하는 걸까요. 물론 그건 욕망 분출을 위해서죠. 이미 그 점에서 소시민이 절대 아니지만, 소시민이라고 스스로 철저히 착오하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주 많습니다. 제 주변에도 아주 많고요. 서점에 그런 책들이 넘쳐나는 걸 보면 그게 공감받기 힘든 소재는 아닌듯 합니다.
하지만, 욕망 분출이 없다? ... 그러면 심각해집니다. 윗분들이 다 떠나겠죠. 그건 진짜 작가가 풀어내기 어려운 난재인듯 합니다.
[돈으로 예를 들면 엄청난 자산가가 있을 때, 그 자산가가 반드시 그것으로 사업을 벌이려 하느냐? 그것은 아닐 겁니다. 딱히 자신이 사업 잘할 자신도 없고, 하기도 귀찮고, 어차피 재산도 많으니 적당히 현상유지하면서 방구석폐인이라도 되어 살아가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 글쓴 사람의 의견을 정당화하기 위한 억지스런 비유네요. 사업이야 투자금을 날릴 위험성이 있으니 모두가 시도한다고 볼 수 없겠지만, 소비야 그렇지 않죠. 당장 한달 용돈 10만원 쓰던 사람이 1000억 현금으로 가지고 있다면 그돈 평생 안쓰고 죽을 때까지 10만원쓴다고 하면 그런 인물 그런 전개가 자연스럽고 개연성이 높다고 봅니까? 힘을 가지고 있는데 진상한테 타일러서 해결한다? 타일러서 해결되면 진상이 아니죠. 너무 비현실적인 생각에만 갇혀서 남들과 다른 힘을 안쓰는 주인공이 대단하고 그런 주인공을 묘사하는 자신이 대단하게 느껴지는 자아도취상태인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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