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합시다.
댓글에 상처받으셨나요? 제 얘기를 조금... 처음엔 댓글만 달려도 신이 난 적이 있었습니다. 점만 찍어줘도 고맙다고 했더니 진짜 점을 찍어주신 분도 있었구요. ㅎㅎ
아~ 요즘은 댓글 달리는 게 싫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지금도 댓글은 반갑고 감사하며 꼬박꼬박 대댓글로 인사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재가 길어지며 가끔 질책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주인공이 어떻다, 아니면 개연성이 부족하다, 사건 전개가 조잡하다 등등. 그 글들에도 충고 혹은 고견에 감사한다며 인사를 드립니다. 뭐 오타나 문법 문제라면 제가 그쪽으로 많이 부족하니 절이라도 하며 감사하겠지만 제 나름 설정을 가지고 진행하는 스토리 자체에 대해 지적이 들어오면 정말 발끈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혼자 속으로 참고 다시 제 글을 읽어봅니다. 뭐가 잘못되었기에 저렇게 화를(짜증을) 냈을까? 솔직히 지적 댓글에 스토리 수정한 적은 없습니다, 이미 연재한 내용을 대폭 수정할 만큼 지조(?)가 약한 건 아니니까요. 그냥 하루정도 지나면 악플처럼 보이던 댓글도 이해하게 되더군요.
다만, 한 가지. 반말로 욕설비슷하게 댓글 달아 놓은 건 울컥합니다. 혹시라도 맘에 들지 않더라도 뒷말 반으로 자르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직 초보 글쟁이고 경험도 일천하지만 그런 분보면 갑이 을에게 행패부리는 듯하여 제가 을이 된 기분이 들더군요.
저도 오늘 비슷한 이유로 울적하여 글 못쓰고 방황하다가 댓글 달아봅니다.
저는 아주 강대한 무력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사람이기 때문에 분명 약점이 존재하고, 감정이 존재하고, 사회와 어울리기 위해 노력하는... 그런면에서 저는 오히려 무력 하나로 모든걸 풀어가려하는 주인공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영웅인지 악인인지 구분이 안 되더군요.
뛰어난 능력이 있어도 목표가 없이 삶을 살아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무나 책임은 살아가며 특정한 사건이나 계기가 있어야 생기는 거지, 무력이 신에 달했다고 갑자기 생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무런 장면없이 단지 무력 하나를 얻었다고 해서 변화하는 주인공. 글쎄요. 저는 그 부분이 너무 억지 같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나름 먼치킨인 것 같으면서도 아주 소시민적 사고를 보이는 대표적인 예가 스파이더맨이라고 할 수 있죠.
최근 슈페리어 스파이더맨 스토리 이전까지만 해도 변변한 직장 하나 없이 알바로 연명하고, 그나마도 히어로 활동을 하다가 자주 해고되면서 생계가 간당간당한 위기를 자주 겪었던...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파이더맨은 아직까지도 북미에서 마블 코믹스를 먹여살리는 주역 히어로이자, 어떻게 보면 사람들이 가장 공감하기 쉬운 히어로입니다.
현실에서는 바꾸지 못하는 부조리나 불만을 강력한 힘으로 깨부수고, 사실상 사회의 수퍼 갑이 되는 먼치킨, 물론 카타르시스가 느껴지죠. 하지만 히어로물의 모든 주인공이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법은 없잖아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음에도 자신의 행동이 사회에 미칠 파장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신중하게 움직이는 히어로, 때로는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한 여파에 대해 후회하는 히어로 역시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소위 호구라고 해야 할까요...타인에게 끊임없이 뒤통수를 맞으면서도 자꾸 그들을 믿고 퍼주고 하는...그런 타입은 정말 답답해서 못 버티겠더군요.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은데 소설 속에서 그런 순진하기 그지없는 호구를 미화하는 건..좀 아니라고 보는 입장이라서요.
먼치킨이 소시민적 성격이면 찌질한 것일까? 예. 그렇죠. 제목만 봐도 답이 있는것 같습니다. 먼치킨이 소시민적 성격이면 호쾌한가요? 멋있나요? 보통인가요? 찌질한가요? 저라면 고민없이 찌질하다를 고를거 같네요.
말씀대로 스파이더맨이라는 정말 좋은 예가 있는데 이 주인공 피터로 예를 들어봅시다. 피터라는 인물은 소시민적인 인물입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으로서는 먼치킨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죠. 자. 이 피터파커라는 인물은 스파이더맨이라는 먼치킨적인 능력이 있음에도 평소에 조금 소극적이고, 애인에게 차이고, 회사도 자주 짤립니다. 이거 정말 찌질하지 않나요?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피터의 고생과 희생위에 위에 등장해 사건을 해결하고 악을 응징하며 그에게 숨겨진 먼치킨 능력의 날개를 펼치는 캐릭터 이죠. 이건 정말 멋있습니다.
피터파커라는 인물만 놓고 보면 누가 뭐라해도 찌질합니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스파이더맨은 멋잇고 빛나 지요. 하지만 스파이더맨은 피터의 희생에 의해서만 나타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터가 찌질이가 아닌 히어로가 되는 거죠.
하지만 만약 스파이더맨이 없는 피터파커일 뿐이라면 어떤가요?
먼치킨적인 능력이 있음에도 평소에 조금 소극적이고, 애인에게 차이고, 회사도 자주 짤리는 사람을 독자는 과연 찌질하지 않다고 할까요?
그리고 먼치킨과 찌질함은 무관합니다. 먼치킨이면 그것만으로 멋있는 겁니까? 찌질한 소시민적인 사람이라도 먼치킨적인 능력만 숨어있다면 멋있는 건가요? 독자는 보이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 느끼는 그대로 말합니다. 키르기스님의 글을 제가 읽지 않아 직접적으로 그렇다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저런말이 나온것은 취향 + 어딘가에서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할수 있습니다. 남부럽지 않은 많은 악플과 조금이라도 글을 오래써온 경험자로서 조언해 드리자면 그 어떤 막말이라도 발전을 원하신다면 대놓고 욱하기 보다 충고로 받아들이고 한번더 생각해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걸 수용할것인지 말것인지는 별개로 하더라도 말이죠.
그리고 또 주인공이 찌질하면 어떱니까. 주인공이라고 항상 멋있어야 하는것도 아닌데 찌질이는 찌질이 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암유발 주인공들이라고 나가죽으라는 법 없어요. 암유발 주인공은 또 그들만의 매력이 있는것 처럼 말이죠.
그리고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이 말을 인용하셨는데, 툭 까놓고 말해 큰 힘이 있음에도 제멋대로 살지 않고 의무를 따르니까 멋있고, 힘이 있음에도 자기 편한대로 제멋대로만 살아가면 남이 보기에 찌질한거 아닐까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데 전 마블히어로중에 스파이더맨이 젤 좋습니다 여러분~! 스파이더맨 무시 ㄴㄴ여!
귀족의 의무에 대해선 저와 생각이 다르군요. 저는 사회적 강자이기 때문에 자동적으로 의무를 진다기 보다는 강자에 대한 사회적 압박에서 그걸 풀어 해석합니다. 수렵 채집 사회에서 고기를 사냥해왔는데, 옆 집이 굶주렸을 때 고기를 나눠주느냐 혼자 다 못 먹고 썩혀 내버리느냐의 차이인 것이죠. 혼자 독차지하려는 자는 그 사회에서 비난받기 마련이며, 다음 번에 사냥에 실패했을 때 이웃의 고기를 얻어가질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듭니다. 그리고 인간은 그러한 강자에 대한 다수의 억제 체계를 윤리와 도덕 그리고 사회화로서 충분히 계승 발전시켜 왔고 오늘날 사회에 이르러서는 그 점이 법과 문화에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져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그러한 문화가 사회화 과정에 개인의 양심 속으로 들어가게 되죠. 노블레스 오빌리제도 그런 사회적 양심에서 나오는 것이라 우리나라라고 기본 사상이 아닌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러한 기초적인 사회적 양심이 없는 사회라면 금방 찢어져 버리겠죠. 한국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소시오/사이코 패스라고 하며 굉장히 경계하지 않습니까?
우리 나라가 정말 먹고 살기 퍼석하지만, 그래도 힘을 가진 자가 주위 사람들의 곤경을 계속 모른 채 하며 산다는 것은 정말 필사의 각오를 필요로 합니다. 더군다나 소시오/사이코 패스가 아니라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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